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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 위에 펼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홍익극연구회

제아무리 스펙타클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 해도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가 있다. 어제 본 풍경, 어제 본 사람들, 어제 했던 일. 그 속에서 우리는 가끔 꿈꾼다. 한 번쯤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삶과 설레는 사건에 맞닥뜨려 보고 싶다고. 이 로망을 실현하고 싶어 모인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홍익대학교 연극 동아리 홍익극연구회이다. 이들은 몇 평 남짓한 무대에서 작은 세계를 여닫으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1. 순수하지만 노련한 그들

그 직관적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홍익대학교 중앙동아리 홍익극연구회(이하 홍극회)는 연극을 하는 동아리이다. 연극을 향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이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다.

홍극회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뽑자면, 그 깊은 내공을 들 수 있겠다. 무려 약 50년의 역사를 가진 홍극회는 오랜 기간 쌓여온 경험 덕에 여러모로 성숙한 동아리의 면모를 뽐낸다. 지금까지 쌓여온 공연 자료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동아리의 체계가 안정적으로 잡혀있기 때문에 신입 부원 모집부터 공연 준비와 인수인계까지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된다. 특히 신입 부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동아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신입생 환영회이다. 신입생 환영회는 엠티처럼 게임을 하고 놀며 기존 부원들과 신입 부원들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홍극회는 특별히 신입생 워크숍을 연다. 신입생들을 중심으로 관람객이 없는 내부 공연을 준비하는 건데, 이때 선배들이 옆에서 친절하게 연기 지도를 해주며 돕는다. 또한, 신입 부원들은 이때 처음으로 대본을 갖고 극을 올리는 경험을 하며 앞으로 준비할 정기 공연에 대해 감도 잡게 된다.

선후배 간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도 홍극회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졸업한 지 몇십 년이 지난 7080학번 선배분들 중에서도 여전히 동아리를 잊지 못하는 분들이 계실 정도로 선배들의 동아리 사랑이 깊은데, 직접 방문하셔서 연기 지도를 해주시거나 밥을 사주시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신다고 한다. 그중에서는 실제로 연극 쪽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니, 이보다 든든한 선배들이 있을 수 없다.

 

2. 피와 땀이 일구어내는 정기공연의 기쁨

홍극회의 가장 주된 행사는 정기 공연이다.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여는데 외부 공연이나 공모전에 참가하지 않는 홍극회는 이 두 번의 공연이 유일한 공연이라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다. 학기 중엔 바쁘기 때문에 학기 초인 3월과 9월에 공연을 열고 공연 준비도 방학 중에만 한다. 하지만 방학 때만 준비하는 만큼 정말 공들여 연습하는데, 주말을 제외한 평일 5일 동안 매일 만나 연습하고, 대체로 점심 1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한다. 물론 길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된 노력에 따라오는 성취감과 희열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에 임한다.

공연 준비 과정은 연출 담당자의 재량과 시나리오의 특징에 따라 다르지만, 첫 시작은 보통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드라이리딩으로 정해져 있다. [캡션 - 드라이리딩은 실제로 연기할 때보다 감정을 많이 뺀 상태로 대본을 읽는 것이다.] 역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 각자에게 어울리는 이미지의 캐릭터를 찾기 위해 사용하고, 역할이 이미 정해진 경우에는 자기 배역에 익숙해지기 위해 사용한다. 만약 대본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상황극이나 게임을 통해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공연 하나를 해내려면 부원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야 해서 친해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황극은 친해지면서 동시에 연기 실력을 늘릴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부원들끼리 충분히 친해졌고 역할도 다 정했다면 실제로 연극을 하듯이 대본 연습으로 넘어간다. 연습 때만 특별히 따르는 순서는 없고 원래 정해져 있는 장면 순서대로 진행한다. 대본을 보면서 연습하다 보면 연출 담당자가 옆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며 겸사 연기지도를 진행한다. 방학 중에 평일 동안 매일 반복하다 보면 실력은 차차 늘어 공연의 완성도는 올라가고 대사는 굳이 따로 외우지 않아도 절로 외워진다.

홍대 소극장에서 열리는 정기 공연은 처음에 연출 담당자의 짤막한 극 소개로 시작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객이 대략 알아야 할 것들과 공연 관람 시 주의사항을 언급하고, 이때 선물이 걸린 퀴즈를 내서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극을 진행하는데, 대본은 원래 있는 걸 쓰기도 하고 직접 창작하기도 한다. 둘 다 재밌고 보람차지만 직접 쓴 대본을 사용해서 공연을 올렸을 때 연출 담당자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2017년 2학기 공연이 창작극이었는데, 대본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보니 특별히 관객이 무대 위에 올라오는 구성도 넣을 수 있었다. 영화 <클래식>에서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같이 옷으로 비를 가리고 뛰어가는 장면을 관객 한 분과 함께 패러디하는 식이었다.

극 하나를 올리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했기에 부원들은 최대한 열정적으로 감정을 담고 대사를 읊는다. 그렇게 공연을 잘 마치면 다채로운 감정이 뒤따른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팀워크를 잘 맞춘 것, 자신의 결과물을 지인들이 봐준 것,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이 합쳐져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보람이 되어 오는 것이다.

정기 공연 무대에서 홍극회가 얼마나 노련한지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전에 공연 중 입간판을 소품으로 썼던 적이 있는데, 간판의 한 면은 ‘임대문의’라고 적혀있고 다른 쪽은 도넛 가게 간판이었다. 부동산이 배경인 장면에서 도넛 가게가 배경인 장면으로 바뀔 때 간판을 반대로 돌려놨어야 했는데 실수로 잊어버리고 돌려놓지 않아 마치 도넛 가게를 임대하려는 상황처럼 보였다. 그때 배우 한 분이 나오셔서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자연스럽게 마무할 수 있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치며 간판을 돌려놓았다. 배우분의 임기응변 덕에 공연은 원래대로 진행되었을 때보다 더 재밌게 되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위기를 극복하고 더 좋은 공연을 만드는 모습은 보는 관객들을 뿌듯하게 한다.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마땅한 보람을 쟁취해내는 홍극회. 이들의 당당한 발걸음과 매력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그 멋있음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대학 생활에 성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드라마틱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언제든지 이들을 찾아가자.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맛보고 싶을 땐 공연 시즌에 소극장을 들러보자. 문은 늘 열려있으니까.

동아리방 : G동 320

회장 김해원 010-4031-4687

유동하  dendongy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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