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잠은 잘 주무시고 계신가요? 오늘은 꿈 이론으로 유명하신 철학자 세 분을 모시고 꿈과 현실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좀 어렵다면 그냥 꿈 얘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잘 때 꾸는 꿈을 말하는 거랍니다. 자, 그럼 세 분 어서 오세요.

-패널 프로필

*장자 선생님 <꿈과 현실은 같은 선상에 있다.>

: 중국 전국시대 도가 사상의 대가. 모든 의견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므로 보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이론가. 대화록 『장자』와 호접몽으로 유명.

*이마누엘 칸트 선생님 <꿈은 현실을 돕는 매개체다.>

: 이전 시대의 철학 이론을 섭렵하고 비판 철학을 창시한 사상가. 선한 자유의지를 사랑한 도덕주의자. 보편적 아름다움을 찬양한 심미가이기도 함.

*르네 데카르트 선생님 <꿈은 현실에서 비롯된 허상이다.>

: 17세기에 활약한 서양 근대철학의 아버지. 다양한 학문에서 눈에 띄는 업적을 남겼고 사유의 방법론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언으로 유명.

- 이렇게 학문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을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웃음) 선생님들은 꿈에 대한 이론에도 정평하시다고 익히 들었는데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죠.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겠네요. ‘꿈’이란 무엇일까요?

장자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나비가 되는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날아다니는데 기분이 아주 좋아서 사람이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죠.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인간인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인 내가 인간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결국 꿈이란 삶이자 죽음이자 자아인 겁니다. 그것들은 모두 구별할 수가 없는 것들이거든요.

데카르트 글쎄요. 장자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겠습니다. 꿈에 나타난 것들은 기본적으로 허상이자 모순이기 때문이죠. 선생님이 나비가 되는 꿈을 꾸셔서 자신이 나비인지 사람인지 헷갈렸다는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지금 그 고민을 사유하고 계신 선생님은 명백히 사람이고 꿈속의 나비는 참이 아닌 거거든요. 꿈이라는 건 환영입니다.

장자 하하. 실은 내가 아직도 사람의 꿈을 꾸는 나비일지도 모르잖습니까. 모든 것은 처음과 끝이 맞닿아 있는 겁니다.

데카르트 근거 없는 사유는 없습니다, 선생님.

칸트 자, 저도 얘기 좀 합시다. 꿈이 곧 삶이자 죽음이라는 말씀은 아주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저는 꿈이 삶의 연장선이고 죽음의 반대라고 생각하거든요. 더 나아가 꿈이 죽음을 막아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면 꿈을 꾸는 동안 인간은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정신을 최대로 활성화하기 때문입니다. 영혼이 살아나면 생명은 자연히 활발해지기 마련이죠.

데카르트 꿈을 현실의 맥락에서 해석하시는군요.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침 데카르트 선생님이 언급해 주셨는데요, ‘꿈과 현실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두 번째 질문은 이것입니다. 너무 막연한 질문이라 구체적인 예시를 드릴게요. 요즘 성적 관리가 안 되고 인간관계에도 어려움을 겪어서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이 정말 많은데요. 그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악몽을 꾸는 학생이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이번엔 칸트 선생님부터 발언하시겠습니다.

칸트 아마 현실의 과도한 스트레스가 악몽을 유발하고 있을 겁니다. 그 학생의 신체가 정신적 충격을 흡수하려는 목적을 가진 거죠. 불면이라는 건 무방비하게 휴식 상태를 취하지 않으려고 한 결과일 것이고, 나쁜 꿈을 꾸는 건 자극을 주어서 자는 동안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려는 거죠.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대학생들이 평소에 죽음의 문턱과 너무 가까이 있다는 점을 비판해 볼 수 있겠군요.

데카르트 선생님다운 말씀이십니다. 저도 스트레스가 악몽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고 현실의 영향을 받았다 할지라도 악몽 속의 모든 것들은 거짓이죠. 따라서 학생들에게 조언하자면 악몽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말라는 겁니다. 여러분이 고뇌하고 해결해야 할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게 해결되면 꿈자리도 나아질 테니까요. 감각이 이성을 교란한다고 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봤자 꿈속의 일입니다.

칸트 저도 학생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악몽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악몽이 당신을 살리고 있습니다.

장자 다들 태연자약하시군요. 전 현실이든 악몽이든 결론적으로 같다고 봅니다. 악몽 속의 자신도, 학업에 지친 자신도 모두 학생 본인입니다. 본인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죠. 대학생 여러분, 현실 같은 악몽이나 악몽 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면 꿈과 현실에 구분을 두지 말고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세간의 기준을 따르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아집입니다. 사람들이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진리가 아닌 법이에요.

- 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네요. 다음으로 준비한 질문은 ‘꿈을 잘 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는데요, 앞의 대답에 따르면 선생님들은 현실 상황을 개선하는 게 곧 좋은 꿈을 꾸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그럼 질문을 좀 바꿔보겠습니다. 꿈을 잘 활용하는 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데카르트 제가 항상 강조하는 말입니다만 생각하고 회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건 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깨어나서 금세 잊어버리고 무시하면 꿈을 꿔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진리를 발견할 기회가 주어지는 법이에요. 현실 상황에서 필요한 정답이나 요령을 꿈속의 가상을 통해 얻을 수도 있는 겁니다. 기억하세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은 사람의 내면에 있습니다.

칸트 기분 좋은 꿈을 꿔서 현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군요. 꿈을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꿈을 꾸는 동안의 신체 이완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데카르트 맞습니다, 신체 이완. 꿈자리는 뒤숭숭해도 잠자리는 편하게 하는 게 좋죠. 영감은 침대 위로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칸트 아, 한 가지 더. 꿈의 내용이 보편적인 도덕에 어긋나는 분들은 평소에 좀 더 윤리적으로 사고하도록 하십시오. 이게 직접적인 활용법이겠군요.

장자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게 제일이지요. 인간은 그 자체로 자연의 일부입니다. 꿈에도 제한을 두어 관습을 초월하지 못하면 어찌 삶에 충실하다고 하겠습니까. 꿈에서든 현실에서든 본성대로 행동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칸트 정말로 규칙을 싫어하시는군요. 뭐, 어떻게 보면 꿈이 무슨 의미인지 깊게 알려고 들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어차피 이성으로는 현상 뒤의 본질을 인식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장자 쓰임 없는 것이 쓰임이다. 무용지용의 이치로군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데카르트 꿈이라고 함은 정신의 일이니 저로서는 쓰임 없게 두고 싶지 않군요. 정작 저는 잠을 잘 자는 편이라 꿈을 별로 안 꾸긴 합니다만.

장자 데카르트 선생은 늦잠으로 유명하시지요. 칸트 선생께서는 어떠십니까?

칸트 전 꿈도 규칙적으로 꾸는 편입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드는 건 물론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으니까요. 잠들기 전 좋은 와인 한 잔을 마시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데카르트 ‘좋군!’이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장자 하하. 짓궂으십니다. 슬슬 시간이 다 된 것 같으니 우리도 각자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자, 출발합시다.

네, 그럼 토론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결국 어떤 꿈을 의미 있게 받아들일지 말지는 자기 자신의 결정에 달린 거겠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세 철학자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덕분에 아주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얘기 나누는 사이에 벌써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네요. 기회가 되면 또 뵙도록 하죠. 그럼, 안녕히 가세요.

최소현  7_3_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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