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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협 속에 살고 있는 우리

한반도는 전쟁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안보 위협 뉴스를 보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할 것이다. 여기는 휴전 국가이고 우리는 전쟁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그 사실은 분단국이 된 이후 오랫동안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고 이제 그 불안은 극에 달하고 말았다.

 

불안한 한반도, 불안한 사람들
작년 11월,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며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3척이 동시에 한국 작전구역에 들어섰다. 사상 최초의 규모였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었다. 어딜 봐도 한반도에서 일어날 전쟁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라는 것이 명확했다. 국방부가 발표한 정부 예산 대비 국방비의 비율은 2013년 이후로 줄곧 증가세에 있다. 총액으로도 2017년 국방 예산은 전년보다 2조 늘어난 40조 3,347억 원이다. 새 항공기와 레이더, 첨단 전력을 보강하는 데 쓰인 방위력 개선비가 12조가량이다. 대한민국은 적극적으로 전쟁에 대비하는 국가다. 그러나 국방력이 얼마나 더 강해지더라도 그 사실이 국민들에게 완전한 위안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마련되며 남북관계는 다소 풀어진 듯 보였지만 올림픽 직후 4월 1일에는 또다시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북한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라는 여론도 거세다. 북한 측의 반응을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현실 상황에 비추어볼 때 남북문제의 전개는 어느 국면에서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재차 남북전쟁이 벌어지면, 아마 우리가 자주 접하는 단어인 ‘헬조선’은 전혀 다른 형태로 한반도 위에 구현될 것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어느 정도로 체감하고 있는지는 전쟁 시 행동지침에 대한 영상, 사설, 위키피디아, 특집 기사들이 근래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왔는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SNS에서 전쟁 대처 매뉴얼이 수없이 공유되고 피난 가방이나 비상식량, 방독면의 판매량은 점점 증가했다. 얼마간은 그저 먼 얘기 같기도 했던 전쟁은 주기적으로 관련 뉴스가 터질 때마다 불쑥 가까이 다가와 국민들의 일상을 들쑤셔 놓았다. 그리고 남한의 사드 배치에도 불구하고 북핵 개발이 중지되지 않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항시 전쟁을 의식하게 되었다.

 

전쟁 불안인가 전쟁 불감인가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화두에는 두 가지 의견이 따른다. 하나는 한국 국민들이 전쟁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실감을 못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쟁이 큰 이슈가 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사회현상 같은 논란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전쟁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태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두 가지 상태는 어느 정도 공존한다.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에게 전쟁은 직접 체험해본 적이 없는 원초적이고 무의식적인 공포의 대상이다. 뉴스나 기록을 통해 지식으로는 접한 바가 있기 때문에 불안은 더욱 커진다. 겪어본 적 없는 것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은 심화되어 극도의 전쟁 공포증으로 확산되거나 심리적 방어를 통해 철저하게 외면하는 전쟁 불감증으로 발전한다. 전쟁에 나가 싸우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당장 전쟁이 일어난다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아무렇지 않게 운전을 하고 직장을 다니지만 생존 배낭을 주문하고 큰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여 사회적으로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내부적으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관점을 다르게 하면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혼란이 도래했다고 읽힐 수도 있다. 외적으로 표출되는 불안과 내적으로 억압되는 불안, 두 가지가 균형을 찾지 못하고 유언비어만을 생성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을 전쟁 직전이라고 분석하는 외신들의 반응을 보면 온도 차는 더욱 극명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군은 조용히 최후의 수단에 대비한다 : 북한과의 전쟁'이라는 기사에서 미 국방부가 이전보다 더 큰 특수작전부대를 한국에 파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누군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말해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시점에 이러한 분란의 심각성은 더 크게 다가온다. 안보 불감증과 전쟁 불안증의 양립은 언제나 존재해왔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 아닌가를 예측하는 일은 아니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국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생존 배낭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
최근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공식 입장만 찾아봐도 알 수 있다. 한반도 전쟁설 등의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휘둘리거나 불필요한 공포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외교 상황과 북한의 입장 등 전쟁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필요하다. 막연한 느낌으로 국가적 대치를 인식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전쟁 불감이든 불안이든 그 근원에는 무지가 있을 것이다. 전쟁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물질적 이해관계에 있다. 국가 간의 정치 외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평화를 견지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전쟁에 대비하기 이전에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 물론 지나친 평화주의는 근거 없는 낙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세력으로서 전쟁 세력의 대척점에 서는 것이 옳겠다. 전쟁을 반대하는 데에 남북, 좌우는 상관없다. 그것이 낳게 될 수많은 피해자와 손실들, 폭력과 부자유를 거부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상을 명확히 인식하고 전쟁 없는 국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도록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방법론적 고민은 그다음이다.
     통일 지향의 평화 운동은 물밑부터 가시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다. 전쟁에 대한 위협이 한반도 위에서 국민적으로 문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직시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살아갈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은 모두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민간 단위의 평화 포럼 등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좋은 전쟁이나 나쁜 평화는 없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그러나 만약에 나쁜 평화가 있다면 그것은 불안에 떨며 맞이하는 평화일 것이다. 그 불안을 종식하기 위해, 평화 세력에 힘을 싣기 위해 사태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정세는 오늘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외교, 국방, 군사적, 안보, 전쟁. 먼 세계 얘기 같았다면 이제 한 걸음 다가서 보자. 타자화와 무관심이야말로 자신을 불안에 노출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전쟁은 늘 눈앞에 있다.

최소현  7_3_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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