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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향을 저격한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진화

한가한 오후,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몇 시간이 지나있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것만 보고 공부해야지….’ 하고 결심하면 ‘맞춤 동영상’이 등장하고 어느새 동영상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튜브가 제공하는 맞춤 동영상 기능은 정보의 바닷속에서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을 비춰주는 ‘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들의 취향을 사로잡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 큐레이션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큐레이션이란?


큐레이션(curation)이란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된 단어로,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덜어내는 힘’이자 ‘선별과 배치를 통해 시장이 원하는 것만 가려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미술관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하는 큐레이션처럼, 디지털 사회에서의 큐레이션은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선택에 지친 소비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추천해주는 역할을 한다.
큐레이션은 현대인의 ‘햄릿 증후군’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햄릿 증후군은 넘쳐나는 콘텐츠와 상품들 사이에서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현대인을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아닌 ‘살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고민하는 소비자의 취향, 성격, 연령 등을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뒤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있다.
특히 온라인 미디어를 이끄는 매체들에서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뉴스 피드(News feed)란 ‘새로운 소식(News)이 흐른다(Feed)’는 의미로, 사용자의 선호도에 기반을 둔 선별 작업을 거친 콘텐츠를 노출한다. 그 외에도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고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하는 시네매치(Cinematch)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큐레이션은 각 매체의 특징에 맞게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있다.

 

새로운 큐레이션의 등장 

 

2011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큐레이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에 익숙하다. 이를 ‘빅데이터 큐레이션’이라고 하는데,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아마존을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만든 동력인 ‘추천 엔진’ 기술은 고객들이 아마존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동안 남긴 모든 정보를 전부 데이터로 기록하며 시작되었다. 아마존은 고객의 나이와 구경한 상품 목록은 물론, 거주 위치를 통해 소득 수준을 추측하기 위해 배송지 정보까지 모니터링하며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한 달에 3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받는 대학생’과 같이 고객의 지위를 세분화할 수 있었고, 세분화한 소비자 집단이 관심 있어 할 상품을 추천해주며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의 큐레이션 서비스는 대량의 정보를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 미디어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디지털 환경에 사람들이 남긴 정보가 증가하면서, 수많은 소비자가 쌓아놓은 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이터 커머스(Data commerce)’가 주목받게 된다. 이에 발맞추어 큐레이션 서비스는 단순히 빅데이터에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선택’을 강조한 스몰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화하게 되는데, 이것이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핵심이 되는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이다.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는 좁고 깊은 타깃을 대상으로 취향 중심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큐레이션 서비스이다. 즉 기존의 빅데이터 서비스가 ‘한 달에 3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받는 대학생’에 속한 소비자를 분석했다면,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는 ‘한 달에 3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받는 대학생 중 매일 고양이 사진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가 뜨는 이유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는 명품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브랜드를 찾고, 인기 있는 관광지보다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을 선호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다. 대량생산되는 물품을 습관적으로 소비하던 과거와 달리, 사람들은 소비에서 개인의 취향을 우선시하고 있다.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는 단순히 추천 상품을 나열하지 않고,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잘 녹여낸 콘텐츠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상품과 경험을 함께 큐레이션 한다. 또한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모두에게 제공하지 않고, 특정 고객의 취향이나 구매 이력을 기반으로 선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하여 고객 경험과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취향에 맞는 상품을 소개하면서 취향이 같은 사람들을 모으고 이것을 비즈니스까지 연결하는 최신의 트렌드 역시 스몰 큐레이션의 특징이다.
1인 가구를 바탕으로 생활양식이 변화한 것도 스몰 큐레이션의 가치를 높였다. 개인주의를 중심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편리함을 찾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의 선택을 믿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서 전문가의 선택을 중시하는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가 주목받게 된 이유다.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는 빅데이터나 AI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한 개인 맞춤화를 의도한 초기 큐레이션과 달리, 전문가의 선택을 차별적 요소로 두었다. 빅데이터 기술이 인간의 직관성과 의외성까지 담아낼 만큼 완벽하지 않기 때문인데, 유튜브가 제시한 맞춤 동영상이 너무도 뜬금없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한계를 보완하고 소비자의 사소한 취향도 반영할 수 있는 전문가의 큐레이션이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대표적인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


① 매일 다양한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 중 하나인 Veluga (벨루가)는 ‘실패하지 않고 색다르고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는 없는지 고민한 적 없나요?’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매일 새로운 맥주를 맛보고 싶은 소비자를 겨냥한다. 빅데이터 큐레이션이 소비자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을 추천하는 것과 달리, 벨루가는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정기적으로 새로운 맥주와 함께 즐길 간식을 배송해준다. 단순히 배달이라는 편리함보다 비어 마스터와 전문 셰프가 맥주를 선별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개발하여 소비자에게 제안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또한 벨루가는 소비자가 맥주 정기 배송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 맥주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벨루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캠페인이 그것이다. 회원들이 모여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고 교류하는 ‘벨루가 멤버십 데이’, 전 세계 맥주를 찾아 떠나자는 취지인 ‘맥주 원정대’, 회원들이 맥주 한 병을 소비하면 물 부족 국가에 물 한 병을 기부하는 ‘비어 포 워터Beer For Water’ 등을 통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② 나 대신 내 방 인테리어를 부탁해!

또 다른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인 99chairs(99체어스)는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인테리어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 콘셉트와 예산 등에 대한 설문 조사를 마치고 여러 장의 인테리어 사진 중 선호하는 것을 고르면, 99체어스가 큐레이션을 통해 그 취향을 분석한다. 큐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좀 더 세세하게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며 공간 콘셉트를 디자인하는데, 그 결과가 마음에 들면 소비자는 바로 온라인 주문을 할 수 있다. 몇 번의 선택만으로 편리하게 인테리어를 도와준다는 점에서 99체어스는 디지털화된 가구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③ 패키지여행 말고, 나만을 위한 여행 없을까?

Evasion(에바종)은 개개인의 요구에 맞춰 개별화한 여행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이다. 에바종은 패키지여행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취향 기반의 자유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새로운 여행의 기준을 제시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라이빗 투어 서비스’는 개인의 좁고 깊은 여행 취향을 반영하는 스몰 큐레이션의 산물이다. 고객이 원하는 지역, 호텔, 프로그램을 여행 전문가가 일대일로 상담하고 전 일정을 디자인해 제공하기에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의 결과와 전망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는 크레이슈머의 범위를 넓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큐레이슈머(Curasumer)란 큐레이터(Curator)와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제품을 기존 용도와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법을 적극적으로 찾거나 기업에 원하는 상품 사양을 요구하기도 하는 ‘편집형 소비자’를 말한다. 이러한 소비자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단순히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하고, 그 생산성이 경제적 파급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큐레이슈머의 경제적 파급력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적극적인 스마트폰 사용자들이다. 액세서리로 핸드폰을 치장하는 데 관심을 보인 스마트폰 크레이슈머들로 전 세계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50조 원에 이르게 되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산업보다 쉽게 큐레이슈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스몰 큐레이션과 크레이슈머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로 뉴스 큐레이션 어플 ‘큐’를 들 수 있다. 큐는 인공지능과 전문가가 각각 알고 싶은 뉴스와 알아야 할 뉴스를 골라준다는 콘셉트의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이다. 큐가 제공하는 뉴스 중심 소셜 서비스인 ‘큐피드’는 개인이 직접 주요한 뉴스를 선별하는 서비스로, 1인 에디터가 선별한 뉴스가 다른 이용자에게도 퍼진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생산자의 역할도 한다. 즉 소비자가 스몰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제공받은 뉴스를 다시 큐레이션 하는 것이다. 크레이슈머를 주요 타깃으로 한 큐는 기존의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와 달리 전문화된 주제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를 구축하고 또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는 O2O를 삶의 전반에 적용하기도 했다. O2O란 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온라인 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행위로, 이를 O4O(online for offline)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은 전문가를 통해 의, 식, 주를 비롯해 취미까지 큐레이팅 받을 뿐만 아니라, 큐레이션의 결과를 배송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누리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문을 열었을 때, 현관문에 오늘 입을 옷과 먹을 음식들, 읽어야 할 책이 놓여있다면? 이는 세 가지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인 ‘위클리셔츠’, ‘마켓컬리’, ‘플라이북‘ 만 신청한다면 내일 당장 경험할 수 있는 아침이 되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들이 녹아든 큐레이션 서비스가 미디어 콘텐츠 생산의 양상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한다. 큐레이션이 정교화될수록 엄격하면서도 다채로운 기준을 충족한 콘텐츠만이 큐레이션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큐레이션 과정에서 배제당하지 않도록 콘텐츠 제작과정의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큐레이션 서비스가 발전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주는 과정에서, 정보의 바닷속 무익한 정보들은 걸러지고 유익한 정보들만 남게 된다.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덜어내는 힘’이라는 큐레이션의 본질적인 의미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큐레이션 서비스는 스몰 큐레이션 서비스를 지나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일부는 큐레이션이 일으킬 취향 편식 문제에 주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소비한다’는 결국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소비하지 않는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개개인의 기호를 잘 비춰주는 등대의 역할을 하며 발전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잘 향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정보를 소비하려는 개인의 태도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김지연  letsplay57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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