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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과 몰카 사건’, 그 이후

*이 기사의 모든 소제목은 회화과 불법 촬영 사건 당시 실제 각종 커뮤니티의 발언과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 제목을 발췌하여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남성 혐오’의 경우, 어휘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해당 사건의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검열 없이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고심 끝에 회화과를 해체하겠습니다.’ ‘회화과는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 지난 5월, 회화과 예술 모델 불법 촬영 사건이 홍익대학교를 휩쓸었다. 사진을 인터넷에 게재한 범인은 물론, 회화과 학우들, 그리고 홍익대학교 학우를 향한 조롱과 비난이 난무하였으나, 범인은 본교 회화과 학생이 아닌 동료 모델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다.

 

"회화과 범인 및 그 친구들에게 빨리 자수할 것을 권고할게"

2018년 5월 1일,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워마드’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남성 예술 모델이 누워 있는 모습을 불법 촬영한 사진을 포함한 게시글에는 ‘어디 쉬는 시간에 저런 식으로 누워 있느냐? 말세다.’라는 성희롱적 발언 또한 있었다. 해당 게시글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네티즌들에 의해 사진 속 건물이 ‘홍익대학교 회화과 1학년 실기실’이며, 지난 5월 1일 진행되었던 1학년 누드크로키 수업 때 촬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논란과 분란을 빚으며 빠르게 퍼져 나갔고, 학교와 각종 언론, 커뮤니티에서 이슈화되었다. 회화과 사무실 및 교내 사무처는 해당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정보를 묻는 기자들과 언론사들로 인해 통신이 마비되었다.

워마드 – 메갈리아 분열 사태 당시 파생된 커뮤니티 웹사이트로, 생물학적 여성만을 가입 조건으로 내세우며 남성 비하 문화가 짙게 나타난다.

 

"회화과는 숨기지 말고 수사에 협조하라"

사건 당시 각종 커뮤니티에는 사건을 회화과 내에서 대충 마무리 지으려 하지 말고 얼른 경찰에 넘기라며 촉구하는 글은 물론 협박성 글까지 존재하였다. 하지만 사건은 이미 수사되고 있었다. 커뮤니티의 여론을 형성하던 비난 글의 입장들과는 다르게 사건은 발생한 직후 회화과 학생회 측에 전달되었고, 모델 에이전시 측과 즉각 연락을 취했다. 피해자 측이 ‘해당 학생에게 직접 자발적인 사과를 받고 싶다.’라고 요청하였고 교수와 학생회는 피해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기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앞서 해당 수업 인원을 전부 소집한 이후에 자백을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자백을 하는 학생이 없자 다음 날 담당 교수는 교내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였고 서울시 마포구 경찰청에 조사요청을 발송하였다.

‘홍대 회화과 불법 촬영 사건’ 및 수사 진행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2018년 5월 1일 워마드에 문제 게시글 업로드

-> 5월 2일 해당 사진이 홍익대학교 회화과 1학년 실기 수업 중 촬영된 것으로 밝혀짐

-> 5월 2일 저녁 해당 사건 회화과 학생회 측 전달

-> 5월 2일 저녁 담당 교수님에게 해당 사건 전달

-> 5월 3일 회화과에서 수업 참석 인원 소집 후 자백 권고

-> 5월 3일 담당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참석, 회화과에서 공식적으로 경찰 조사요청 발송, 경찰 측에서 이미 전날 조사 요청으로 조사 착수에 들어갔다는 사실 확인

-> 5월 3일 ‘아띠’ 성 인권 위원회 및 학교 당국 사건 내용 전달

-> 5월 4일 회화과 기존 MT 계획 취소, 회화과 학생회의 대응과정 및 당국 방침에 전달받은 사항 발표

-> 회화과 전체 학생 대상 예술 윤리 교육 및 누드 크로키 매뉴얼 교육 시행

-> 동료 모델 소행으로 검거

 

‘ 역시 홍대, 넌 그 학교를 왜 갔냐?’ ‘미대가 미대했네.’ ‘회화과? 거기 남성 혐오 집단 아니에요?’ 타대 학생은 홍대생을, 타단과대는 미대를, 미대는 회화과를. 범인 한 명의 과오임에도 불구하고, 이 범인이 속한(속했다고 믿어진) 학과 및 단과대, 그리고 홍익대학교와 그 학우들은 집단 전체가 범인 색출과 관계없는 비난을 받았다.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정중한 요청도 있었지만, 해당 집단에 대한 무분별한 조롱과 희화화, 공격적인 비난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더불어 사건과 무관한 타 학생회까지 함께 희화화되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성별 싸움으로 확대되었다.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점에 언론을 비롯한 모든 커뮤니티가 집중하였는데 ‘불법 촬영 범죄는 늘 여성만이 피해자인 것처럼 굴더니, 결국 남성 피해자도 나오지 않았나. 피해자가 남성이라고 해서 사건이 축소되고 처벌이 가벼워진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주장과 ‘지하철, 음식점, 길거리 등 생활 곳곳에서 하루에 수백 건의 불법 촬영 사건이 일어나고 이 사건의 대부분은 여성이 피해자인데,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다. 그냥 늘 있는 일처럼 치부되고 넘어가곤 하는데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큰 비난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다.’라는 주장이 함께 일며 분란을 빚었다. 많은 커뮤니티가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의 진흙탕 싸움으로 뒤덮여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홍대 누드크로키 男 몰래 찍은 제 식구 감싸기? 학생들은 알 텐데."

사건이 발생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게재된 실제 인터넷 뉴스 제목이다. 이 기사는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기 전인 5월 8일, 인터넷에 게재되었다. 하지만 11일 범인이 동료 모델로 밝혀지고,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제목을 가진 이 기사는 현재 기사를 작성하는 이 시점까지도 웹 사이트 상단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론 대부분이 회화과 학생회 및 교내에서 이 사건을 축소하며 은폐하려 한다고 비난하였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회화과 전체였다. ‘회화과는 다 한통속이다.’, ‘회화과는 모두 워마드 같은 (남성 혐오, 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를 지지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사람들은 ‘내가 아는 회화과 사람도 그렇다.’라며 동조하거나 회화과를 사칭하기도 했다. 많은 네티즌이 과 내에 이미 남성 혐오와 같은 문화와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진이 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회화과 학생을 사칭한 한 네티즌은 ‘회화과 18학번 단톡방 내에서 저 사진을 돌려보며 다 같이 웃음거리 삼았다.’, ‘회화과 학생회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고발하였으나 사건을 해결하려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회화과 전체를 향하던 비난은 곧 회화과 학생회 및 교수들을 향했다.

 

"미술학도와 누드모델 사이에 신뢰가 깨져버렸습니다."

5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 누드모델 협회장 하영은은 홍대 회화과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회장은 누드모델 수업 중에는 창문도 가려져 있고 출입이 불가하기에 외부인일 가능성은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술학도와 누드모델 사이에 신뢰가 깨져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학교 측의 대응이 잘못되었으며 학생들 측에서 ‘학교는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며 대응 방법이 너무 허술하다. 협회에서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하며 학생들의 자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잘못된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수업부터 학생회까지 총체적 난국이네, 답이 없다"

누드 크로키 수업을 진행할 때 모델을 보고 웃거나, 크게 소란을 피우거나 핸드폰을 만지는 것은 금기시되는 행위이다. 수업에 따라 핸드폰을 단체로 수거해가는 교수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교수도 있다. 굳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교육 목적 이외 모델의 신체를 허락 없이 촬영하거나 희화화시킨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 될 행위임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미술대학 수업이 이렇듯 강제적인 규칙보다는 개인의 윤리적 규율을 믿고 수업을 진행해왔고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해당 수업을 진행했던 교수는 큰 비난을 받았다. 사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예방하지 않았고 학생들을 통솔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더 큰 비난을 받은 것은 회화과 학생회였는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늑장 대처를 했다는 점,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의견문 및 사과문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았다. 물론 회화과를 대표하는 교수와 학생회가 학우들을 위해 재빠르고 정확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비난받을 수 있고,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비판이 아닌 비난과 공격적 발언이었다. 회화과 학생회 측에서 불법 촬영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며 그들을 범죄 보호와 공범으로 치부했다. 쉬쉬하다가 일이 커진다며 학교 커뮤니티에는 협박과 비난의 글이 쇄도하였다. 또한 현 2018년 총학생회 ‘리:뉴 올’의 회장이 회화과 출신이기 때문에 사건을 더욱 은폐시키고 넘어가려 한다는 말이 나오며 공격적 비난은 총학생회까지 넘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 대부분은 수사 과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쏟아진 맹목적 비난이었다.

 

수많은 피해자 수많은 가해자

사건의 경위와 수사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분노한 사람들의 화살은 수많은 피해를 만들어냈다. 이 사건이 ‘홍익대학교 회화과 1학년 실기실’에서 일어난 일이고, ‘남성 모델’을 불법 촬영한 범죄였다고 해도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 경위가 발표되기 이전까지는 이 범죄의 가해자를 ‘회화과 1학년 여학우’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접한 거의 모든 이들이 이렇게 범인을 단정 지었다. 한국 누드모델 협회장은 자신이 공인이자 누드모델 협회의 대표로서 자신이 미치게 될 영향력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의 언행을 실행하기에 앞서 섣부른 판단은 자제했어야 했고, 최소한 공식 석상에서 학생들을 향한, 학교를 향한 비난을 하기 이전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파악했어야 했다. 이 사건에 대해 보도를 했던 수많은 기자, 언론사들 또한 사건을 보도하고 기사를 게재하기에 앞서 사실 파악을 위해 더 힘쓰고 범인을 단정 짓는 언행이나 폭력적인 어휘 선택으로 인해 피해자가 또 다른 상처를 입지는 않을지, 그 화살촉이 무고한 사람들을 향하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 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된 것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의 맹목적 비난이었을 것이다. 학교 커뮤니티의 경우 우리 학교 학우들만이 글을 작성하고 열람할 수 있다. 또한 얼마든지 자신이 원한다면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 익명이란 이름에 힘입어 사람들은 언성을 높였다. 그것이 잘못된 비난이었고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란 점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로. 이 사건으로 인해 일주일간 마음을 졸이며 있던 회화과 학생들, 관련 학생회 등 많은 피해자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학교의 사람이며 내 옆에 앉아 있는 학우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 큰 상처와 두려움을 경험했을 것이다. 다만 범인이 동료 모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자신의 경솔했던 언행에 대해 사과하는 글이 올라왔다.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였고 그간 고생했던 회화과 학우들을 위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모른 체하고 이미 사건과 자신의 언행에 대해 잊어버린 사람도 많았지만, 이 솔직한 인정과 진솔한 사과는 그간 상처받았던 무고한 학우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을 것이다.

 

회화과 불법 촬영 사건 외에도 우리는 이미 이와 비슷한 일을 수없이 겪어 왔다. 어떤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는 그 일에 주목하고 분노한다. 그리고 곧 그 분노에 취해 우리가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디를 향해 분노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런 맹목적 분노는 실제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 많은 사람을 공격하고 그들 또한 상처 입게 만든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정의를 향하는지, 폭력을 행사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이내 다른 일에 눈길을 돌리고 만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것도 옳은 행위이지만 이전에 경솔한 발언으로 인해 타인을 상처 입히고 자신을 상처 입히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진실을 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 사회를 바로 잡는 일이고 나의 권리, 이 사회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던지는 공격적 목소리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우리가 속한 이 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다. 회화과 불법 촬영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모두가 경솔했던 이 사건을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이미림  mlle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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