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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기억될 아티스트, 아비치

EDM계의 큰 별이 졌다. 향년 28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EDM 프로듀서 ‘Avicii’(이하 ‘아비치’).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곡에 가사를 잘 삽입하지 않는 타 EDM 프로듀서와는 달리 음악에 가사로써 메시지를 남긴 아비치. 특히 삶의 중요한 가치를 논하는 가사를 많이 사용했던 그였기에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식은 더욱 큰 비보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메시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떤 이유로 그러한 선택을 했든, 아비치의 삶은 음악의 형태로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이다.

 

EDM 천재, ‘아비치’

EDM은 클럽이나 페스티벌과 같은 상업적 파티 문화에서 쓰이는 전자 음악을 통칭하는 단어다. 어린 나이임에도 EDM 장르를 능숙하게 다룬 아비치는 ‘EDM 천재’라고 불렸다. 아비치 앞에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이유를 세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가사’다. EDM 장르는 보컬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EDM에 가사가 포함되지 않아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아비치는 음악에 직접 쓴 가사를 삽입해 EDM을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융합’이다. 아비치는 단지 일렉트로닉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팝, 어쿠스틱 등 다양한 음악 장르 요소들을 일렉트로닉과 융합해 EDM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즉, 아비치는 자신만의 매력을 스스로 구축해 ‘아비치’라는 특별한 장르를 탄생시킨 것이다. 
마지막은 ‘시각적 표현’이다. 아비치는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구성을 나란히 다루어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치 그의 생각을 한 편의 영화로 보는 것만 같다. 음악에 모자라 뮤직비디오까지 완벽하게 설계한 것이다.

 

밤을 기억하는 삶, 내가 기억해낼 삶

He said, One day you’ll leave this world behind
그는 말씀하셨어, 어느 날 너는 이 세상을 등질 거라고

So live a life you will remember.
그러니 네가 기억할 삶을 살아라

My father told me when I was just a child
내가 아직 어린애였을 때 나의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어.

These are the nights that never die
이 밤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밤이다

My father told me
나의 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어.

Avicii - <The Nights> 中

 

아비치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자신의 음악에 담았다. 바로 <The Nights>라는 곡에서 말이다. 이 곡의 가사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준 충고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인생관이 드러난다. 특히 일화를 바탕으로 곡이 전개된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의 아버지는 어둠에 사로잡혀 두려움과 맞닥뜨렸던 과거의 밤을 기억하라고 충고했다. 이러한 아버지의 말을 잊지 않았기에 아비치는 도전하는 것에 있어 겁먹지 않고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에 그의 가족이 등장하는 점,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아비치의 특별한 경험이 드러나는 점 또한 가사와 일맥상통하다. 그러므로 <The Nights>를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는 것을 권한다.
<The Nights>는 일렉트로닉 비트에 컨트리 음악의 요소를 담고 있다. 도입부의 빠른 통기타 소리는 마치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서부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멜로디다. 가사와 함께 전개되는 이 부분은 ‘이 노래가 과연 EDM 장르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컨트리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4/4박자의 빠른 드럼 소리가 삽입되면서 일렉트로닉과 컨트리의 장르 조화가 이루어진다. 즉, 너무 조잡하거나 어수룩하지 않은 음악적 완급 조절이 아비치의 곡에서 나타난다. ‘아비치’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비트로 전개되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또한, 밝고 빠른 음악적 요소들이 희망찬 가사와 겹쳐져 이 곡의 분위기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노래 중간중간 기합과 비슷한 소리와 많은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듯한 후렴에는 아비치가 자신의 신념을 음악으로 더 강하게 표출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부르는 듯한 부분을 통해 아비치는 ‘이 곡을 듣고 있는 너도 도전을 두려워 마’라며 단언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선명한 신념, 뜨거운 사랑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kinda beautiful 
뜻이 있는 곳에는 약간은 아름다운 길이 있어.

And every night has its day, so magical 
매일 밤이 지나면 마법같이 해가 떠오르지.

And if there's love in this life, there's no obstacle 
그리고 만약 이 삶에서 사랑이 존재한다면,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아

That can't be defeated 
그것들은 패배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For every tyrant a tear for the vulnerable 
모든 독재자를 위해 연약한 눈물을

In every lost soul the bones of a miracle
모든 길 잃은 영혼에 기적의 뼛조각을

For every dreamer a dream we're unstoppable 
모든 몽상가를 위해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꿈을

With something to believe in
무언가 믿을 것과 함께

Avicii - <Waiting For Love> 中

 

아비치에게 확고한 신념과 사랑이 존재하는 한 세상에 이기지 못할 것은 없다. <Waiting For Love>는 제목 그대로 사랑을 기다리는 아비치의 결단을 의미한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말한다. 무언가 믿을 수 있는 신념을 갖는다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독재자, 길 잃은 영혼, 몽상가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아비치의 신념을 더 깊게 느끼려면 <Waiting For Love>의 뮤직비디오에 주목하자.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아비치의 신념을 몇 배 더 잘 표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에 사랑이 존재한다면 장애물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노랫말을 뮤직비디오로 그대로 보여준다. 즉, 이 뮤직비디오는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나타냈지만 보는 이들에게 여운이 남도록 제작되었다. 한마디로, 아비치가 남긴 뮤직비디오 중 영상미가 가장 뛰어나다.
<Waiting For Love>도 아비치의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음악 장르의 융합이 나타난다. 시원시원한 보컬과 함께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팝 뮤직을 연상시킨다. 마니아층이 두꺼운 EDM 장르는 일반인들에게 매력을 발산하기 힘들 수 있다. 아비치는 이러한 EDM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일렉트로닉 계열의 흥겨운 비트와 팝 뮤직 계열의 준수한 리듬, 두 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아 신선한 음악을 대중에게 선사했다.

 

세상을 향한 외침, 꿈을 위한 날갯짓


So wake me up when it’s all over
뭐, 모두 끝나면 날 깨워줘

When I’m wiser and I’m older
내가 더 현명해지고 철이 들을 때 말이야.

All this time I was finding myself
지금껏 난 나 자신을 찾고 있었지만

And I didn’t know I was lost
내가 길을 잃었는지도 몰랐어.

Avicii - <Wake Me Up> 中

 

아비치는 음악을 통해 세상에 한 마디 외쳤다. ‘나는 잠을 자며 꿈을 꿀 거니까, 내가 나이를 먹고 지혜로워지면 그때 깨워.’라고. 즉,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는 청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세상을 한탄하고 비꼬는 가사를 씀으로써, 곡을 듣는 이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처럼, 아비치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세상에 대한 비판을 보여준다. 실제로 아비치는 ‘청춘’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어린 나이에 세계적으로 성공해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았지만, 후속작 및 투어 공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다. 가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다룬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자신이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강하게 외친 것은 아닐까?
이 곡은 아비치의 다른 곡보다 구조가 극명히 나뉘는 것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도입부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컨트리 음악 계열 남성 보컬이 다소 일정한 음높이로 담백하게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보컬의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고음과 저음을 드나들고, 보컬의 소리가 멎었을 때 일렉트로닉 사운드 멜로디가 짧게 하나씩 꽂히는 느낌이 든다. 소설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을 가지는 것처럼, 아비치의 <Wake Me Up> 또한 구성 자체의 오르내림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고요함 뒤에 폭풍이 찾아오듯이, 컨트리 음악으로 소리를 품고 있다가 절정 때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이 곡이 다른 곡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점은 바로 사운드와 가사의 오묘한 조화다. 앞서 봤듯, 아직 여물지 않은 청춘들이 꿈을 꾸고 노력하는 모습은 어쿠스틱 기타의 잔잔함으로, 그 꿈을 비로소 실현하는 모습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폭발로 표현했다. 즉, 아비치는 청자가 사운드에 방해받지 않고 곡의 가사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부분이 <Wake Me Up>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멜로디부터 가사까지. 그는 자신의 모든 음악 제작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으며, ‘내가 곧 음악이고, 음악이 곧 나’라는 신념을 보였다. 음악을 통해 팬들의 공감을 이끈 아비치. 19살부터 28살까지의 삶. 음악으로 20대를 열고 음악과 함께 20대를 마친 아비치의 메시지는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그가 던진 질문과 내린 결론, 세상 밖으로 외친 포부와 앓았던 고민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있다고 느낄 때마다 기억한다. 여기, 그가 있었음을.

홍기수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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