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이십대, 이토록 차가운
대학 사회에 쏘아 올린, 미투의 목소리들

올해 초, 대한민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촉발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진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대학사회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교수 와 학생, 학생과 학생 뿐만 아니라 대학 내 여러 권력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 미투 운동을 통해 비로소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본론 1. 대학 내 #MeToo

미투 운동은 범국가적으로 행해지는 성폭력 고발 캠페인이다. 미투 운동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흑인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저소득층 여성 성폭력 생존자들을 돕고자 SNS에 “Me Too”라고 쓴 것이 미투 운동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및 성추행이 공론화되면서 미투 운동의 불씨가 전 세계로 점화되기 시작했는데,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MeToo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하면서 SNS에서 빠르게 퍼져 나간 것이다. 한국에서는 2018년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청 내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으며, 다른 여성 검사들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건을 그 본격적인 시초로 보고 있다. 정치계,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난 성범죄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으며, 자연히 대학 내 성범죄에 대한 고발의 목소리도 등장하였다.

지난3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소 전공K 교수의 성추행 사실이 고발된 일이 있었다. SNS에서 미투 운동의 형태로 처음 고발이 있었고, 이에 용기를 얻은 다른 다수의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조형대학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여 사건 해결과 학생들의 관심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였고, 해당 교수의 연구실 문 앞을 항의의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채운 포스트잇 운동과 학생 총회, 시위 등의 방법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연대하였다. 학내 성희롱심의위원회는K 교수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파면 권고를 내렸으나, 최종 징계 결정 기구인 징계위원회의 판결은 아직 기다리는 상태다.

대학 내에서 자행되는 성범죄는 권력 관계 아래에서 벌어진 성범죄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고발 사례에서 피해호소인과 가해지목인의 관계는 대부분 학생과 교수 또는 학생과 학생이며, 이들 외에 대학사회의 구성원인 강사, 직원 등이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사이에는 공식적/비공식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권력, 젠더 권력 등 다양한 유형의 권력이 얽혀있으며, 그 권력은 여지껏 피해자가 쉽사리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억압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를 신랄하게 폭로하는 대학 내 미투 운동은 교육기관에서조차 끊이지 않고 있는 권력형 성범죄에 저항하는 하나의 큰 움직임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발로부터 가해자의 처벌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가 않다.

학내 성폭력 사건을 정당하게 해결해야 할 대학교 본부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월29일,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에서는 ‘대학 미투 운동 진단 집담회’를 개최하였다. 해당 행사에서는 각 대학의 학생 대표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대학 내 미투 운동 경험을 공유하였으며, 성폭력 문제 해결에 있어 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논의 내용 중 지적된 학내 기관을 비롯한 대학교 전반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는 학내 인권 센터(홍익대학교의 경우 성평등상담센터)의 문제이다. 피해 호소인이 센터의 존재를 몰라 신고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홍보 측면에서 문제가 있고, 모 대학의 경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센터 측이 피해자를 대하는 과정에서2차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어 전문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둘째는 징계위원회의 처리 실태이다. 징계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기구이나 위원에 외부 전문가나 학생이 참여하는 경우가 극히 적으며 대다수의 위원이 교원으로 구성되는 점, 그리고 많은 경우 징계위원회가 징계 결정에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셋째는 대학교 권력 구조의 수직적인 특성이다. 대학교는 교육기관일 뿐 아니라 민간사업장이기도 하며, 각종 평가체계에 시달리는 구조이다. 대학교의 권력 구조는 대학교 밖의 법인이나 교과부까지 이어지는데, 성범죄 사건의 징계 처리 절차 문제에 있어 심사가 다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최종 결정권자는 대부분 권력 구조의 최상층에 있다. 그러한 구조상의 사다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학생들의 요구나 학내 센터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징계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일 처리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학생들끼리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징계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어도 학교 본부의 문제점 때문에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34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와개인160여 명으로 구성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단체다.

 

본론 2. 미투 운동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방법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어 용기 있게 고발하고 난 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피해자가 입게 되는2차 피해이다. 2차 피해란,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에서 보이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정식적,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이나 피해자 스스로 겪게 되는 심리적 고통을 말한다. 실제로 미투 운동의 피해 호소인을 향한 부정적 시선, 언론의 그릇된 보도, 경찰의 수사 과정, 대학교의 경우 대학교 내 사건 해결 본부의 언행 등으로부터2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서 피해자에게‘꽃뱀’ 프레임을 씌우는 행태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도 없으며, 피해자를 전면에 세워 놓거나 자극적인 언어 선택으로 흥미를 끌고자 하는 잘못된 언론의 보도도2차 피해를 일으킨다. 

그리고 대학 내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의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모 대학의 경우 학내 인권 센터의 실수로 피해자의 정보가 유출되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등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고, 교원들로 이루어진 조사 위원회의 위원들이 가해자의 편에 서는 발언을 하거나 학교의 명예 실추를 염려하는 발언을 하는 등의 일도 있었다. 또 사건 처리가 흐지부지되는 경우 대학이라는 공간의 특성 상 가해 지목인과 피해 호소인이 분리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마주쳐야 하는 일도 생긴다.학교로부터 입는2차 피해 수준도 이처럼 심각한 수준이다.

이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관점이 피해자 중심주의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란 사건을 판단할 때 가해자의 의도나 경험보다는 피해 당사자의 진술, 경험 등을 중심에 두는 관점이다.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석하는 데 있어 피해자의 진술을 우선 고려한다는 의미이다. 이 피해자 중심주의는 반성폭력 운동과 성폭력 사건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해 왔다. 피해자에게 절대적으로 객관적이기를 요구하는 관점을 해체하고, 피해자의 호소에 더 집중하며 그들의 시각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사견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거나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는 등의 행위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적용함으로써 가해자 중심 사고를 탈피함은 물론, 보복이나 권력 관계에 의한 불이익을 염려하여 피해자가 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피해자 중심주의는 결코 피해자 절대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호소인의 진술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가해 지목인의 진술을 배제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피해자 중심주의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최근에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나, 오용을 바로잡아 성폭력 문제에 있어 피해자 중심주의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미투를 받아들일 때의 우리의 자세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여서, 대학 내 미투의 피해 호소인이 권력에 숨지 않고 더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그들의 목소리가 더 당당할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 보자. 지금도 숨어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을 더 많은 피해자들도 세상 밖으로 나와서 피해 사실을 고발할 수 있도록 연대하는 분위기가 퍼져나가도록 노력한다면 사회는 분명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본론3. #WithYou

 ‘펭귄 프로젝트’라는 단체에서는 올해3월 30일, '3·30펭귄들의 반란’이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열고 연대를 선언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성폭력 폭로는 개인의 불행한 경험으로만 남겨졌고2차 가해 앞에 피해자들은 무력했다며, 이제 그 곁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더 이상의 침묵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는미투 운동에 있어 꼭 필요한 연대 활동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MeToo에 이어SNS에는 그들을 지지하고자#WithYou 해시태그가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대학사회 내에서도 미투 운동에 연대하는#WithYou의 움직임이 개인과 집단 단위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학 내 끊이지 않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그를 근절하기 위한 운동들이 많이 있었다. 올해3월6일, 직장, 대학 내 권력형 성폭행 근절과 성평등을 주장한 ‘3.8 대학생 공동행동’의 선언이 있었다. 이들은 일상적인 성폭력에 노출된 직장과 대학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성 억압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5월15일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학내 성폭력 가해 교수들을 교수직에서 파면하고 처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한편 구조적인 개혁을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올해4월11일,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간담회’가 있었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재발을 방지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개최된 간담회에는 대학생, 교육부, 국회 관계자들이 참여하였다. 성폭력 사건 해결에 있어 대학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됨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교육부에서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단을 운영하고 있고, 교원징계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부문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미투 운동에 대해 반발하는 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 미투는 추진력을 얻고 있다. 여전히 제도적 보완이나 인식 개선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용기가 되어 함께 움직인다면 여태껏 만연했던 대학 내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대학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미투 운동의 목소리에 연대하고 서로 지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연대의 움직임은 모든 성범죄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여태껏 숨어야만 했던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대학사회, 나아가 모든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사회의 성범죄가 사라지고 성 평등을 이룩할 때까지, 피해자가 숨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김예지  remarkableride98@naver.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교지를 바르게 읽는 법
[생활]
교지를 바르게 읽는 법
도전! 오만 원의 행복
[생활]
도전! 오만 원의 행복
[커버스토리]
아웃트로
[커버스토리]
나의 일회용, 너의 의미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