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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홀 카메라 작가, 현광훈 동문

이름마저 생소한 핀홀 카메라. 만들기도 까다롭고 사진을 찍는 노출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이제는 박물관에나 전시될 법한 이 카메라를 2018년 현재 부품 하나하나까지 직접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하고 금속 핀홀 카메라와 시계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현광훈 동문이다.

약력

2018.5 그 남자의 공예: 현광훈 금속공예전

2017.12 2017 공예트렌드페어 올해의 작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7.11 Cabinotier 현광훈 개인전

2017.11 세대를 잇는 작업, 이음전

2015.11 제35회 홍익금속조형작가회전

2013.12 금속공예가의 조명 – “빛을 내는 사물”

 

  핀홀 카메라란?

렌즈 대신 바늘구멍인 ‘핀홀’로 사진을 찍는 카메라로, 바늘구멍사진기라고도 불린다. 검은 박스의 한쪽 면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바깥의 모습이 박스 내부에 거꾸로 상이 맺히는데, 여기에 빛에 반응하는 필름을 걸어 사진을 찍는다. 최초의 카메라도 이런 핀홀 카메라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렌즈를 사용하는 카메라와 달리 사진을 찍을 때 바늘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서 장시간의 노출이 필요하나, 근거리에서 원거리까지 모두 초점이 맞는 장점이 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6년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하고 studio3hands에서 금속 공예 작가로 주로 카메라와 시계 작업을 하고 있는 현광훈입니다.

 

> 대학 시절 선배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저는 3학년 때는 과 학생회장, 4학년 때는 미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전공 외적으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외부로도 많이 활동했어요. 다른 학교 미대 학생회랑 연합해서 하는 활동을 주도하기도 하고요. 수업과 과제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학교를 재밌게 다녔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온종일 살면서 대부분 일을 다 학교에서 해결했어요. 학교 잘 나오고, 학과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미대 학생회장을 하기 전의 저는 사람들 만나길 꺼리고 낯가림도 심해서 사람들 만나는 게 힘들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사람들 만나는 일이 의외로 잘 맞고 재밌더라고요. 타과 이야기도 듣고, 친분도 쌓으면서 외부적으로 활동도 많이 갔어요. 특히 그 당시 ‘금강산 스케치 여행’을 주도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전 답사도 가고, 서울지역미대연합을 만들어 타 대학 학생들과 함께 금강산에 가서 스케치도 하고, 다녀와서 전시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 핀홀 카메라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또 작업에 필요한 부분을 거의 독학하셨다는 인터뷰를 보았는데, 현재의 선배님이 되시기 위해 어떤 노력의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진 찍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에는 필름카메라를 쓰다가, 전역하고 나서는 디지털카메라를 사서 항상 메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다 3학년 때 판화과에서 개설된 사진 입문 수업을 들었어요. 수업 과제가 필름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었는데, 한 번은 핀홀 카메라를 만들어오면 과제를 대체해주신다고 했어요. 그래서 종이로 핀홀 카메라를 만들기로 했는데, 종이를 자르고 접다 보니 금속 잘라서 접는 거랑 비슷하겠다 싶어서 금속으로 과제를 제출했어요. 나중에 졸업전시로 어떤 작업을 할지 고민하다 예전에 한 작업을 둘러보니 전공 과제보다 그때 만든 핀홀 카메라가 더 기억이 남아서 핀홀 카메라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옛날 카메라를 많이 사 모았고, 구조나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파악하려면 뜯어봐야 했는데 돈이 없으니까 고장 난 걸 사서 뜯고 고치는 과정을 많이 밟았어요. 구조나 원리를 공부하고 카메라를 미친 듯이 연구한 거 같아요. 충무로 돌아다니고 카메라 샵도 다니고 인터넷으로 중고 있으면 사고. 아르바이트해서 돈 들어오면 다 카메라를 샀었죠.

 

> 핀홀 카메라를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장대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카메라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을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또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핀홀 카메라는 구조가 단순해요. 어두운 상자에 구멍 뚫고 필름을 넣으면 사진이 찍히는 구조예요. 먼저 금속으로 박스 형태를 만들고, 필름을 감는 장치인 놉을 만들어요. 그러고 톱니바퀴와 같은 부품을 만들고 배치를 해요. 바늘구멍도 뚫고요. 저는 기본적인 설계는 하지만 보통 만들어가면서 맞추는 편이에요.

    작업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아무래도 디자인이죠. 지금은 별로 개의치 않지만, 초창기에는 힘들게 만든 카메라 내부 부품들을 닫힌 박스 안에 전시하니까, 사람들이 카메라인 줄도 모르고 ‘그냥 사각형 박스가 있네.’하고 가버리는게 아쉬웠어요. 제가 붙잡고 일일이 카메라라고 설명할 수는 없고. 그래서 처음에는 필름 통이 노출되도록 디자인을 했죠. 그렇게 전시를 해도 다들 필름 모양 인 줄은 알아도 실제로 작동하는 카메라인지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작품에서 작동하고 움직이는 톱니나 그런 구조적인 것들이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했었죠.

    예전에는 카메라의 부품들이 하나하나 맞물려 돌아가는 거 자체가 기뻐서 그랬는데, 많이 하다 보니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런 모습들을 보이는 것보다는 카메라 자체가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죠. 그런 부분들을 자주 보여주려고, 셔터를 눌렀을 때 어떻게 돌아가고 움직이는지, 겉으로 드러나도록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죠. 요즘 박스 형태로 된 전자제품들도 모두 인풋과 아웃풋이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나오는데, 박스 때문에 그 과정이 가려져 있잖아요. 저는 그 가려진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동하는 과정이 다 보이고,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재미가 있는 작품을 사람들이 함께 느껴보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디자인하는 편이죠.

 

> 노출 시간이 중요한 핀홀 카메라에 시계 무브먼트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신 게 정말 흥미로워요.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핀홀 카메라는 노출 시간이 길어야 해요. 해가 조금만 떨어져도 노출 시간이 15분은 걸려요. 그래서 카메라에 집중하지 않고 노출 시간을 놓치면 필름 하나를 날리는 거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핀홀 카메라도 셔터가 자동으로 닫히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반 카메라처럼 자동으로 셔터가 닫히는 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컨트롤 할 수 없는 전기장치가 들어가는 것은 별로라는 생각을 해서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찾다가 시계장인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었어요. 건전지 없이 기계식 태엽으로 작동하는 시계 무브먼트 메커니즘을 개조하면 셔터 시간 조정이 가능한 핀홀 카메라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다큐멘터리를 계속 멈추고 반복해서 보면서 ‘사람이 만들 수 있겠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장비를 사 모아 시계 공부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시계 학원도 찾아봤는데 한국에는 그런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독학을 마음먹었어요. 뭔지는 몰라도 시계 관련 툴을 돈 모이는 대로 이베이에서 골라서 사고, 유튜브에서 와치메이커 작업 영상들을 닥치는 대로 봤어요. 그렇게 ‘시계 무브먼트를 활용한 카메라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딱 2년 후에 원하던 카메라를 만들었어요. 자동 셔터 카메라 ‘하트비트’예요. 시계 무브먼트 중 태엽이 감기는 동력으로 작동되는 ‘헤어 스프링’을 이용했어요. 태엽을 감은 뒤 아주 천천히 풀리게 조절해주는 작은 스프링이에요. 태엽이 풀리는 힘에 의해 스프링이 한 번 도는 데에 1초가 걸리게 했어요. 이 스프링이 풀릴 때마다 커졌다가 작아지는 모습이 마치 심장이 뛰는 것 같아서 ‘하트 비트’라고 이름 붙였죠.

 

> 선배님의 카메라 제작 영상을 보니 작고 정교한 부품들까지 일일이 만드시면서,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모두 직접 하고 계셨어요. 대체 가능한 부품까지도 아날로그적으로 직접 만드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이나 카메라가 작동하는 모습과 같이 기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학교에서 하는 금속 작업은 대부분은 그릇이나 반지와 같이 단일 유닛이었는데, 그런 것보다 결합하고, 움직이고, 맞물려 돌아가며 기능을 하는 것에 더 흥미를 느꼈죠. 그래서 클래식 카메라가 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저도 외주를 주거나 대체 가능한 부품을 이용하는 것이 작업하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그 작은 톱니들을 직접 만들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시계 무브먼트를 결합한 카메라를 만들고 싶어서 작은 시계 무브먼트들을 만들어줄 업체들을 찾았지만 다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외주를 주고 싶어도 줄 곳이 없었던 거죠. 결국 ‘내가 만들어야겠다.’하고 1800년대 장비들, 옛날 시계공들이 손으로 돌려서 깎던 기계들을 구했어요. 그들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이베이를 통해서 장비를 사고, 고장 난 것을 고치고, 톱니바퀴를 만들고 끼웠죠. 그리고 작업을 할 때 보통 똑같은 카메라를 두 개 만드는 경우가 잘 없다 보니, 부품도 똑같이 들어가지 않아서 매번 일일이 만들게 된 것 같아요.

 

> 시계와 핀홀 카메라 작업을 하시다 보면 시간이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시간에 대한 선배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일상생활에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서 밥도 빨리 먹고 이동시간도 철저하게 계산하면서 빠듯하게 생활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작업할 때랑 사진 찍을 때는 유일하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요. 핀홀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사진을 찍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셔터가 닫힐 때까지 삼각대 옆에서 그냥 있어요. 그때 못 봤던 풍경도 보고,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생각들도 많이 해요. 낚시에 취미는 없지만, 사람들이 왜 낚시를 하러 가는지 조금 이해가 가더라고요.

     디지털카메라보다 핀홀 카메라가 매력적인 이유도 바로 ‘시간’이에요. 핀홀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보고 바로 찍고 이동하지 않고 풍경을 오래 눈으로 기억할 수 있어요. 사진이 잘 나왔을지 걱정하는 것보다 그때 풍경을 눈에 잘 담아두는 게 더 중요해요. 요즘은 이 본질을 디지털카메라가 무너뜨리는 것 같아요. 여행을 가도 내가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보다, ‘나 여기 왔다’하고 SNS에 올리는 게 더 중요해진 시대인 것 같아요. 사실 사진은 여행 가서 남기는 기념적인 자료일 뿐인데 말이에요. 여행이 사진을 남기기 위해 바쁘게 옮겨 다니는 것으로 변한 것 같아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생각을 할 시간을 주지는 않는달까요. 그래서 핀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때가 좋아요. 풍경도 보고 바람 불고 새가 지나가는 걸 기억해두면 인화할 때 ‘그때 내가 그 풍경을 이렇게 담았었지, 바람이 불었었지, 냄새가 났었지’하면서 제가 기억하는 게 많아지는 거죠.

 

     > 앞으로 작업하시거나 살아가는 데에서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작업을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그런데 작업 자체를 일로 생각하고 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래가기 힘들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작업이 재밌고 취미처럼 느껴지거든요. 나이가 들어서는 지금처럼 돈에 연연하지 않고 쫓기지 않으면서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돈도 벌어야 하니까 강의도 나가고, 애도 봐야 하다 보니 작업할 시간도 부족해서 쫓기면서 살고 있거든요. 나중에는 다시 옛날처럼 여유롭게 카메라 들고 사진 찍으러 다니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홍익대학교 후배들에게 졸업한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여행이 중요해요. 저는 학교 복학 전에 뉴질랜드로 한 달 여행을 갔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막연하게 대중매체에서 본 모습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건 여행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예요. 일이 끝나면 회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을 집에 초대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거든요. 여행 전에는 저도 당연히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해서 살 줄 알았는데, 뉴질랜드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여행에서 얻은 간접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면 더 풍부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대학 다니는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고민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것을 찾는 일만으로도 어려운데 요즘 학생들은 성적 관리, 대외 활동, 어학 자격증 등 외적으로 할 일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대학이 작은 사회를 경험해볼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취업의 전 단계가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후회 없이 할 수 있는지 찾는다면 그게 가장 큰 성공일 거예요. 저는 그것이 사진이어서 대학 다닐 때 미친 듯이 사진과 카메라를 공부했고, 그것이 지금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어요. 자신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보면서 앞으로의 삶을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민지, 주예린  leereum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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