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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계약직의 애환

*대학생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한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학자금에 보태기 위해, 여행을 가기 위해, 경력을 쌓기 위해, 일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단기 계약직에 지원한다. 하지만 업무도 배우고 좋은 인연도 많이 만들겠다는 장대한 꿈과는 다르게 고용주에게 우리는 그저 테이크아웃 컵과 같은 일회용 노동력에 불과한 듯하다. 어차피 계속 일할 사람 아니니까, 앞으로 얼굴 볼 사람 아니니까, 뭣도 모르는 어린 학생이니까. 이러한 연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

단기 계약직이란?

상시 노동자와 달리 노동 기간이 정해져 있는 근로 계약서에 업무 내용, 일시, 날짜가 기재되어 있다. 비정규직, 임시직이라고도 하며 흔히 일컫는 아르바이트, 인턴, 일용직 등을 포함한다.

 

‘시급은 ♬ 하나인데 ♬ 역할은 서너 개 ♬’

종강과 함께 김 땡땡은 친구와 함께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이 카페를 택한 것은 친구와 함께 일할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학교, 집과 가까운 위치에 자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방학 동안 돈도 벌고 친구와 즐겁게 일도 하고. 하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김 땡땡 학우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평일 카페 아르바이트는 3교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매장 모든 청소는 김 땡땡 학우에게만 전담된 것. 4층짜리 거대한 매장을 그녀 혼자 청소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화장실 청소도, 흡연실 청소도 근무 시간 내에 그녀 혼자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녀는 3교대 중 2교대 순서였는데 매장 개점 때 카페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면 그 책임은 오롯이 김 땡땡에게 돌아왔다. 김 땡땡이 잠시 자리라도 비우면 매니저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불러놓고 김 땡땡 험담을 하기에 바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지원한 채용 공고에는 분명 음료 제조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음료 제조 또한 그녀의 몫. 바리스타를 따로 채용한 것이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녀는 음료 제조와 카운터와 청소를 도맡아 해야 했다. 이런 그녀의 시급 무려 7550원. 2018년 최저시급 (7530원)에 비교해 20원이나 높으니 고급인력이 아닐 수 없다.

매니저를 본사에 고발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매니저와 바리스타까지 총 4명의 직원 중 청소하는 사람은 김 땡땡 단 한 명인데, 익명으로 고발이 간다고 한들 매니저가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이 고발한 사실을 알았을 때 매니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럴 바에 차라리 그만두자, 했지만 면접 당시 최소 6개월은 일하겠다고 말했던 약속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한다. 오늘도 김 땡땡은 한숨을 쉬며 빗자루를 집어 든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약 12000원. 정규직 노동자가 받는 18000원과 대략 6000원 차이가 난다. 이 ‘기간제 노동자’ 중 전문직 프리랜서 같은 특별 형태의 노동자를 제외하고 흔히들 말하는 알바만을 따져보면 과연 얼마일까?

학우들이 가장 많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구인.구직 웹사이트에서 ‘홍대. 신촌’ 지역 단기계약직 시급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7530원 – 8000원 사이이다. 카페의 경우 최저임금에서 8000원 이하가 80% 이상, 고기 집, 술집처럼 다소 힘든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단기계약직의 경우 최고 8500원이 대다수였다. 고용노동부 통계인 12000원과는 너무 큰 차이이다. 하지만 이 임금 차이에 비해 주어지는 역할은 너무나도 많다. 카운터에서 계산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음료 제조에 청소까지 시키는 것은 기본, 서빙을 지원해서 간 음식점에서 설거지에 쓰레기 청소, 조리까지 맡기도 한다. 아니, 시급은 한 명 몫인데 왜 네 명 몫을 원하시는 건가요?

 

‘네? 오늘 수업 오지 말라고요,,? (이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지금 도착했는데...’

벌써 이게 몇 번째인지. 방금 타고 온 지하철을 다시 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정 똥글은 애써 화를 참는다. 정 똥글은 몇 달 전, 우연히 과외 선생님 모집 전단을 보고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음식점 아르바이트에 비해 시급이 높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을 꿈꾸는 정 똥글에게 과외 아르바이트는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정 똥글이 맡게 된 학생은 열한 살 남자아이였다. 학교로부터 다소 먼 아이의 집까지 직접 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정 똥글은 기쁜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정 똥글은 아이를 가르친다는 성취감보다는 속상함을 가득 안고 집에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 제 멋대로 수업이 취소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유도 가지각색이었다. “다른 과목 공부를 좀 더 해야 해요.”, “친구 생일 파티에 가야 해요.”, “오늘은 쉬고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과외를 이런 식으로 취소하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취소하는 시기도 제멋대로였다. 며칠 전에 취소하는가 하면, 과외 전날 밤 갑자기 전화가 오기도 하고, 수업을 하러 가는 도중 연락이 오기도 했다. 결국 정 똥글은 ‘이런 식으로 갑자기 수업을 취소하면 선생님도 곤란하다.’라며 아이를 좋게 나무랐다. 그러자 이후로부터는 학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느 날은 아이의 집 앞에서 아무리 벨을 눌러도 기척이 없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정 똥글은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오늘 우리 외식하니까 다음 주로 미뤄요.”라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미안한 기색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정 똥글은 대학생이다. 주말이면 동기들과 놀고 싶고, 천 원 이천 원을 아껴 생활해야 하는 기숙사생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취소된 과외로 인해 지난달 허공에 날아간 교통비만 왕복 5400원이었다. 한 달에 4번의 수업, 총 30만 원의 과외비를 받는 수업인데 늘 과외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니 과외비 또한 제때 입금될 리 만무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학부모님께 조심스레 전화를 드리면 “젊은 학생이 무슨 돈을 그렇게 밝혀요? 다음 주에 입금해준다니까요.”라며 되레 화를 내곤 했다. 속상하고 화도 나지만, 당장 그런 과외라도 그만두면 다음 달 생활비가 위태로웠다. 문자왔숑 문자왔숑 ♪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는 정 똥글에게 온 문자 한 통. “그냥 과외 그만할게요.”

 

학생이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걸까? 실제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갑질을 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적지 않게 들려온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뿐인데 그에 대해 되레 화를 내거나 훈수를 내는 것은 기본, 근로 계약서 없이 일을 시키기도 한다. 근로 계약서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양식이 없어 구두로 성립되기도 하지만, 이 경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면 해결이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데 학생이니 잘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충 넘어가고 함부로 대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간도 돈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 똥글이 손해 본 자원은 과연 얼마일까?

 

인턴사원♪ 뚜루루뚜루♪ 업무 속♪ 뚜루루뚜루♪ 나만 할 줄 몰라? 뚜루루뚜루♪

“안녕하십니까! 오늘부로 3개월간 일을 배우게 된 장 네모입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출근 전, 신발장 거울 앞 넥타이를 고쳐 매며 인사를 연습해 본다. 첫 인상은 앞으로의 생활을 좌우하니까. 좋은 대학, 좋은 학점. 꿈에 그리던 기업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인턴 생활만 잘하면 취업 꽃길 펼쳐지고 S 맨 부럽지 않은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렁차게 인사하며 들어갔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 다들 월요일 아침이라 업무가 많으신가 보다.’ 이제 곧 업무가 시작될 테니 실수하지 말고 잘 해보자. 열시, 열한 시, 열두 시. 그 누구도 말을 걸지 않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자, 다들 화기애애하게 점심 메뉴를 토론하며 사무실을 나선다. 나만 빼고.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정적의 오후. 여섯 시, 애써 웃으며 인사를 한다. “안녕히 가십시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돌아오는 대답 한마디 없이 그렇게 내 인생 인턴 첫날은 마무리되었다. 이대로 빈 화면만 바라보며 인턴을 끝낼 수는 없다. 나는 인사팀에 업무전담 교체를 요청했고 드디어 다음 날 업무가 하나 주어졌다. 근데 이거,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장 네모는 기업의 실무를 경험하고 취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하여 인턴에 지원하였고 100 :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여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다. 분명 인턴 채용 공고에는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자’라고 게시되어 있었다. 산학협력을 통해 알게 된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학생들의 전공과 학력을 고려해 업무를 배정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상사들은 없는 사람 취급을 하였고 장 네모에게 주어진 업무는 박사를 졸업하고 실무를 2년 이상 경험한 전문가들이 하는 이른바 프로의 업무였다. 학부를 갓 졸업하려는 장 네모에게는 턱없이 어려운 업무였다. 신입 사원이었다면 가르치고 도와서라도 업무를 진행하지만, 인턴인 장 네모에게는 도움의 손길도, 눈길조차 없었다. 어차피 잠깐 자리 채우다 사라질 사람이니까! 사회의 자라나는 새싹, 이렇게 짓밟기 있나요?

 

인턴제는 인턴십에 참여하는 사람이 해당 직무를 수행하며 실제로 현업에 투입되기 전 직무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실무를 고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이 무색하게 인턴에 지원했던 대학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꽤 많은 이가 온종일 커피를 타고 문서 분쇄기만 돌리다 왔다고 한다. 혹은 학부를 갓 졸업하는 인턴에게 석사 과정 이상의 정직원이 하는 일을 시키기도 한다. 인턴의 평균 급여 백만 원 내외. 연봉 칠, 팔천은 기본으로 하는 고학력 졸업자들의 일을 떠넘기는데 그 일을 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하고 급여와 역할이 비례하지도 않는다.

 

단기계약직은 고용주의 입장에서 일회용 노동력과 같다. 어차피 앞으로 계속 볼 일 없는 사람이니 무례하게, 과도하게 일을 요구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인건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그들은 우리에게 여러 명 몫의 일을 요구한다. “여러 사람을 채용할 여유가 안 되니까요.” 채용 당시 공지되었던 업무와는 다른 일을 요구한다. “원래 다 그런 거예요.” 그리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우리에게 말한다. “맘에 안 들면 그만두든가.” “땡땡 씨 말고도 할 사람 많아요~.”

단기 계약 전문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단기 계약직의 39.7% 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이야기했고 그중 74% 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즉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은 열 명 중 네 명꼴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근로를 하는 셈이다. 고용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더불어 심야 근무 급여가 1.5배이기 때문에 경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단기계약직에게 질과 양 면에서 더 좋은 수준의 노동을 바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정책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고용주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단기계약직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이는 불합리한 노동 착취라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뿐이다. 2018년 상반기 단기계약직 업종별 평균 시급 조사에 따르면 가장 적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은 매장관리 업종, 즉 PC방, 편의점과 같은 곳의 업무인데 평균적으로 7503원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현행법상 최저임금 이하의 금액을 지급하고 노동을 요구할 경우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 금액으로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평균 단기 계약직 시급이 대략 10,917원으로 전국 1위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서울권 거주 대학생들이 최저임금과 겨우 비슷한 금액을 받고 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적으로 이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단기 계약직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임금, 근무 요구 등 많은 부당한 대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단기 계약직에 계속해서 종사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학 재학 중에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 돈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단기 계약직 업무에 종사하게 된다. 한 구인.구직 웹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구직자 중 91.4%가 단기 계약직 구직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대답하였다. 부족한 일자리(40.5%)와 높은 아르바이트 경쟁률 (30.5%)가 그 이유였다. 적은 시급에 무리한 일을 요구하더라도 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더 불합리한 조건을 가지고 단기 계약직을 대하게 되는 것이다. 카페 업무, 과외 교육 등의 간단한 단기 계약 업무도 이러하니 대기업 인턴이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그 업무가 얼마나 부당하든 묵묵히 열심히 다닐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경제 불황 속 최저임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이 와중에 샛별처럼 등장해 고용주들의 이목을 끄는 키오스크는 우리 ‘을’들의 또 다른 경쟁자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일 만원 공약에 따라 계속해서 오르는 최저임금이 부담스러운 고용주들이 키오스크를 단기 계약직의 대안책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키오스크의 초기 마련 비용 약 300만 원, 앞으로 오를 임금을 고려해보면 꽤 효율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키오스크 대신 단기 계약직을 채용하는 고용주들은 일종의 보상심리와 같은 심보로 “키오스크 대신 비싼 임금 주며 고용했으니 그만큼 더 많이, 더 잘해!”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같은 을끼리, 이제는 기계와도 경쟁하면서 갑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단기 계약직의 애환. 이제는 일회성 종이컵 노동력이 아닌 지속 가능한 텀블러와 같은 노동력으로 대우받기를 바란다.

*키오스크(KIOSK) : 그래픽. 통신카드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하여 음성서비스, 동영상 구현 등 이용자에게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

 

단기계약직을 종이컵처럼 대충 쓰고 버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질 높은 노동 환경과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윤리적 사회를 위해.

이미림  mlle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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