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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대학가를 정복하다

한 입만 먹어도 한 대 맞은 것 같이 혀와 입 주위가 얼얼해지며 다시 시원한 국물 맛을 찾게 된다. 나의 혼을 쏙 빼놓는 그 맛, 마라! 요즘 학교 주변과 번화가를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마라 요리 파는 곳을 적잖이 볼 수 있다. 계속 찾게 되는 자극적인 향신료. 마라 당신, 어떻게 대학가를 정복하였나?

 

 


1. 알고 먹자, 마라(麻辣)! 

(1) 마라는 어디에서 왔나?

마라는 중국 사천에서 주로 먹는 향신료이다. 사천 지방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날씨는 흐리고 습한 편이다. 특히 더운 여름, 사천 사람들은 마라 요리를 먹어 몸에 쌓인 습기를 몰아내는 방식으로 건강을 유지했다고 한다.

 

마라(麻辣)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麻)는 마비시키다, 라(辣)는 맵다는 뜻으로 혀가 얼얼하게 마비되는 매운맛의 향신료이다. 마라에는 얼얼한 맛을 내는 사천의 산초 ‘화자오’(초피)와 아시아에서도 맵기로 유명한 사천 고추가 주재료로 쓰인다. 이 두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마라의 맛은 달라지는데, 여기에 팔각, 회향, 정향, 후추, 마늘, 생강 등과 같은 향신료가 더하여 시고 달고 향기로운 뒷맛을 내기도 한다.

 

 

 

(2) 대표적인 마라 요리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마라 육수에 고기와 채소를 담가 먹는 사천식 샤브샤브 훠궈가 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유행한 음식으로 손꼽히며 한국에서도 많은 훠궈 가게를 볼 수 있다. 훠궈가 샤브샤브처럼 손님이 직접 끓여 재료를 건져 먹는 방식의 마라 요리라면, 원하는 재료를 고르면 마라 육수에 완전히 끓여 라면과 같이 익혀 나오는 요리도 있다. 바로 훠궈 못지 않게 대중적인 마라 요리, 마라탕이다. 훠궈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마라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젊은 층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마라 육수가 아닌 고추기름이 든 마라 소스에 여러 가지 재료를 볶아서 먹는 마라 샹궈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마라 요리이다. 국물이 없어 맛이 더 깔끔하고, 더 강한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범죄도시>에서 장첸이 먹으면서 화제가 되었던 마라롱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롱샤라 불리는 민물 가재를 마라 소스에 볶아낸 요리로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천에서 출발한 마라의 알싸한 맛의 지평은 대륙을 넘어 한국 땅으로 빠르게 넓혀져 가고 있다.

 

 

 

2. ‘마라 열풍’은 어떻게 일어난 걸까?

(1) 베이징에서 서울까지.

마라가 중국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08년부터였다. 사천에서 시작한 마라 열풍은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베이징의 젊은 층들에게 마라 샹궈는 선풍적인 인기였다. 한편 이 시기 중국과 한국의 젊은 세대들 간에는 교류가 잦아지기 시작하였고, 2016년에는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 많은 나라 1위를 기록하였다. 비슷한 문화를 받아들이며 중국 문화에 조금씩 친숙해지기 시작한 한국의 대학생들은 중국 문화의 유행을 ‘중류’로 인식하고 더 활발히 교류하였다. 그 중류 중 하나인 마라 요리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난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을 비롯한 중국인의 비율이 급진적으로 늘어나며 본향의 맛을 가진 중국음식점이 늘어났다. 특히 중국 유학생이 많이 사는 서울 대림동과 홍대 주변에는 마라 맛집들이 즐비해 있다. 이처럼 늘어난 수요에 시기적절한 공급이 맞물리며 다양한 마라 요리가 한국에 상륙했다. 뜨겁게 달아올라 대학가에까지 퍼진 마라 열풍. 어느 새 우리는 마라에 친숙해졌다.

 

 

 

(2) 원하는 재료만 쏙쏙, 커스터마이징

뜨거운 열풍 속 가장 먼저 대학가에 상륙한 요리는 마라탕과 마라샹궈였다. 이 두 요리가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마라는 대학가 정복기에 그 정점을 찍기 시작하였다. 대학가 열풍에는 전에 없던 주문 방식이 한 몫 했는데, 원하는 재료를 원하는 만큼 주문하여 먹을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주문방식은 한국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부분의 마라탕 가게는 뷔페식으로 되어 있는데, 탕에 들어가는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셀프 바에 마련된 야채, 면, 해산물, 그리고 양고기 등 들어가는 재료는 가게마다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본인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재료를 고를 수 있는데, 채식주의자는 채소나 면류만 넣어서 먹기도 하며, 혼자서 먹을 때는 먹고 싶은 만큼만 담을 수 있다. 직접 고른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재미까지 더해져, 새로운 주문 방식은 대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무조건 양이 많은 것이 먹고 싶은 만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은 합리적인 소비의 시대이다. 마라탕은 원하는 재료를 바구니에 담아 무게를 측정하고 그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시스템으로 계산된다. 1인당 최소 주문해야 하는 가격이 제한되어 있지만 탕의 가격은 100g에 보통 1,700~2,000원으로 합리적인 편이다. 주문 시, 탕에 소고기, 양고기, 삼겹살 등의 고기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데 이때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꼬치류는 보통 개당 1,000원 선이다. 계산하기 전 국물의 맵기나 마라가 들어가는 정도 또한 선택할 수 있어 마라 입문자에게 마라 입문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결국 본인의 양에 맞춰 주문하게 되면 비교적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조리방법도 간단한 편인데, 계속 우려내는 육수에 마라 소스를 넣고 주문된 재료를 익혀 내기만 하면 돼 요리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 계산하며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는 마라탕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바쁜 일상의 대학생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3) 마약 같은 당신

마라는 우리나라 음식의 전형적인 매운맛과는 많이 다르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한다. 달짝지근하게 매운 한국의 고추와 다르게, 처음 느껴보는 얼얼하게 마비시키는 마라의 맛에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오묘한 감각을 즐기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친구들끼리 ‘마라를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라의 중독성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왜 우리들은 마라를 한번 맛보면 다시 찾게 되는 것일까? 마라를 만드는 재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재료 중 ‘앵속각’은 한의학에서 약으로 쓰기도 하는 식물인데, 통증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중독성’도 가지고 있는 위험한 약재이다. 마라가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잠깐이나마 매운맛의 아픔을 잊게 만들면서도 다시금 아찔한 맛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위험한 약재가 그 짜릿한 마라의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화자오’는 마라 양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화자오의 산쇼올 성분이 더해져 마라의 매운맛은 얼얼하게 마비되는 느낌을 준다. 짜릿한 감각과 얼얼한 감각을 반복해서 느끼게 되면 우리들은 또다시 홀린 듯이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맛의 원리>를 쓴 최낙언 식품공학 전문가는 ‘강한 자극은 맛을 기억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요식업계에는 항상 매운맛 열풍이 불며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에 열광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토록 매운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운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잠시라도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우리의 뇌에서는 일종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대뇌가 진통제 역할로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을 보내고 우리는 일정 시간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이토록 마라에 열광하는 것을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것과 마라가 주는 쾌감과 연관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가 많은 우리는 더욱더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찾아 마라를 만나게 되었고 이 자극적인 쾌감에 중독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얼하게 마비된 혀에 남아있는 찌릿한 통증에 마지막 남은 소시지 하나를 입에 넣는다. 통통하니 달달하면서 짭조름한 맛에 통증이 가시는가 했더니만, 다시금 찾아오는 얼얼함에 잃어버린 혀의 감각. 대학가를 휘몰아친 마라 열풍을 따라 오늘 저녁은 마라탕이 어떨까?

 

정유림  jislov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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