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뭔가 의미 있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는 없을까?’ 새내기 김일구는 대학에서의 설레는 첫 한 해를 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대외활동을 하고자 하였다. 김일구가 고심 끝에 선택한 대외활동은 바로 ‘해외 봉사활동’. 봉사도 하고 청춘을 뜨겁게 보낼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한 첫 교육 수업. 활동 대표가 입을 연다. ‘자, 모두 눈을 감습니다. 우리는 모두 천지신명을 받고 이 자리에 모인 겁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대외활동의 변질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그 마음이 늘 순수하게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최근 들어, 그 마음을 악용하는 대외활동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들어올 땐 맘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 종교 포섭으로 변질된 봉사 활동
최근 해외 봉사 대외 활동에 대한 고발이 잦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도와주기 위해 간 봉사인데, 막상 해외에 도착하고 보니 활동의 주최자는 봉사 단체가 아닌 사이비 종교 단체였던 것. 이들의 수법은 단체 통솔이라는 명목하에 이들을 통제하고, 그곳에 발이 묶인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포섭한다. 해외에 도착하자마자 여권과 핸드폰을 전부 압수하고, 본인들이 시키는 대로 기도하고, 따르지 않으면 집으로 못 돌아갈 것이라며 협박하는 방식이다. 단체를 믿고 해외에 온 학생들은 통신 수단도, 돌아갈 수단도 빼앗긴 상황에서 겁에 질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7년, 대학가에서 꽤 유명했던 해외 봉사 단체가 종교 포섭 단체로 밝혀져 많은 학생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이 단체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처가 진행되지 않고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봉사에 참여했던 몇몇 학생들이 한국에 돌아와서 이들이 ‘해외 봉사’가 아닌 ‘종교 포섭’을 위한 활동을 개시했음을 알렸지만, 참여자 내부에도 상당히 많은 수의 종교 포섭원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결백을 주장하였고 결국 사건을 종결짓지 못한 채 이야기는 사라지게 되었다.

-열심히 만든 내 작업, 내 스펙, 근데 내 소유가 아니라고요? : 기업의 아이디어 도용, 열정페이
기업에서 주최하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관련 직무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일이 많다. 디자인 활동, 아이디어 발표, 자료 연구. 대부분 관련 직무로 나아가고 싶은 학생들이 관련 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 스펙과 경험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임한다. 그런데 몇 주, 몇 달을 학업도 미뤄가며 참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 주최 측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화가 나 반론을 제기할까 하다가도 괜히 취업 길에 문제가 생길까 염려되고, 막상 항의해도 묻히는 게 부지기수이다.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만드신 결과물은 저희 소유라는 것을 모르셨나요?’ , ‘본인이 확인을 제대로 못 하신 것 같네요.’ 뻔뻔한 대응에 학생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자신의 몫을 포기하고는 한다.

-기사를 쓰면 5점, 친구를 초대하면 50점 드립니다! 많은 친구를 불러오세요! : 다단계의 은폐, 서포터즈
최근 대외활동 모집 공고를 보면 절반 이상이 ‘서포터즈 모집’ 혹은 ‘인플루언서 모집’ 공고이다. 서포터즈란 해당 기업의 행사나 활동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관련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이들의 활동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마케팅 분야 취업을 원할 경우, 서포터즈 활동이 스펙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관련 업무를 배우기에도 좋다. 또한 서포터즈는 다른 활동에 비해 기업 홍보의 목적이 포함되기 때문에 활동에 대한 보상(활동비 혹은 물품 지원, 입사 가산점 등)이 넉넉한 편이어서 많은 대학생이 참여 의사를 밝힌다. 그런데 간혹, 서포트를 원하는 부분이 도를 넘어 지나치고, 조금 이상할 때가 있다. 활동 내용에 따라 점수를 지급하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포상금을 지급하는데 콘텐츠 제작은 5점, 해당 사이트에 친구를 초대하면 50점이다. 활동 대표는 친구를 많이 초대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들은 열정으로 가득 찬 대학생이 아닌 영업사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외활동,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본문3의 통계는 캠퍼스 잡앤조이에서 오픈서베이를 통해 20대 대학생 및 취준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최근 일부 중소기업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공모전에서 이러한 대외활동 악용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주최하는 대외활동을 보면 대기업보다 경쟁률은 떨어질지라도 꽤 많은 학생이 지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대외활동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활동에 지원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인재 양성, 기업의 이미지 향상 및 사회봉사의 취지로서 대외활동을 주최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을 알리기 위해, 혹은 본인 기업의 실적을 쌓는 데에 학생들의 도움을 받고자 하여 대외활동을 주최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적절한 취지로 대외활동이 주최되면 주최자 측과 참여자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오지만 과한 욕심을 부려 본인들의 사익을 챙기고자 하면 활동이 변질된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그 이름이 사회에 잘 알려져 있어 사회의 평판에 민감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의 활동은 활동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세간에 퍼지더라도 그 관심이 금방 수그러들고, 타격 또한 크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악용되기도 한다. 
점점 높아져 가는 청년 실업률, 희박해져 가는 취업의 길. 대학을 나와도, 공부를 열심히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학연수, 인턴활동, 높은 학점.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되고, 대외활동도 그러한 경향의 일환일 것이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66%의 응답자가 ‘대외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라고 밝혔고, 응답자의 절반에 다다르는 46,4%가 대외활동에 참여한 이유로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를 꼽았다. 취미를 공유하는 동아리 활동에서도, 남을 돕기 위한 봉사 활동에서도, 학생들은 이력서에 쓰일 한 줄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본인의 관심사, 자율과는 조금 멀게, 억지로라도 더욱더 많은 활동, 더욱 의미 있어 보이는 대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봉사활동에 대한 대학생의 선호도는 8.3%에 불과한데, (서포터즈의 경우 선호도가 22,8%에 달한다.) 참여 경험은 32.3%로 가장 많은 대학생이 활동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시한 대외활동에 대해 대학생들의 만족도는 과연 높을까?
당연히 그렇지 못할 것이다. 대외활동 참여자 2명 중 1명꼴로(약 53%) 참여한 활동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 이들이 활동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체계적이지 못한 프로그램 (49.6%)
가장 많은 대학생이 꼽은 대외활동의 문제는 체계적이지 못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 프로그램 자체가 잘 짜여있지 않아 기대했던 만큼 유익한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외활동에 참여해보면 인솔자가 진행을 할 줄 몰라 쩔쩔매거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시간 조정을 못 하거나 준비가 되지 않아 예기치 못한 대기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특히 처음 생긴 활동이거나, 생소한 단체에서 진행하는 활동일수록 잦다.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는데 인솔자가 프로그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오죽하면 ‘1기, 1차, 첫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활동은 거르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명시된 것과 다른 실제 활동 (16%)
앞서 말한 ‘종교 포섭 단체의 활동’이나 ‘다단계식 활동 요구’가 이에 해당한다. 16%라고 하면 다른 문제들에 비해 심각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열에 한두 개의 프로그램이 거짓 사탕발림으로 학생들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이외에도 ‘천문학 지식을 가진 인재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교육 봉사를 하기 위해 활동에 참여했는데, 하루종일 주차요원 활동을 하다오는 등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단체에서 마음먹고 활동 사항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면, 아직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이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대외활동을 신청할 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활동 포스터에 기재된 내용,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정보, 전화로 관계자에게 묻는 문의 사항 정도이니 말이다. 기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활동에 대한 불만과 항의를 인터넷에 게재하더라도, 해당 글을 삭제하거나 이름과 포스터를 조금 바꿔 인원을 새로 모집해버리니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에 공지한 것과 다른 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엄연한 사기 행각이다. 단체에서는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눈앞에 이득을 위해 학생들을 속이고 이용하는 짓을 멈춰야 한다. 또한, 범사회적으로 정부에서도 앞으로는 이러한 대외활동 사기행각에 대한 강경한 제제가 필요해 보인다.

아이디어와 노동력에 비해 미흡한 보상 (28%)
많은 대학생이 대외활동에서 본인의 활동에 비해 미흡한 보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대다수의 학생이 이러한 생각을 했다면, 이것을 단순한 개개인의 가치관 차이, ‘기분 탓’이라고 넘기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이는 활동 주최 측에서 ‘취업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대외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악용하고, 착취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애초에 ‘열정페이’를 요구할 생각으로 인력을 모집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페이를 정당하게 지급할 생각이었으나 예산 측정을 잘못해서 중간부터 지급이 끊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혹은, 많은 학생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페이를 내걸었다가 활동 도중에 감당하지 못하고 활동을 통보식으로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든 대외활동
많은 학생이 대외활동을 간절하게 바라는 이 상황에서, 대외활동을 주체하는 몇몇 이들은 악의를 품는다. 이 사회의 초년생들에게 길을 제시해주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막연히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내가 선택한 대외활동이 악용되지 않기만을 기도할 수만은 없다. 우리 대학생이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좀 더 신중히 주의를 기울여 활동에 임할 필요가 있다. 주의한다고 100%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을지라도, 좀 더 꼼꼼히 활동에 대해 확인하고,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몇 번씩 확인해보자. 너무 조급해하며 수많은 대외활동에 지원서를 돌릴 필요는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다고 나쁜 마음을 품고 접근하는 이들을 전부 물리칠 수 있겠는가? 대외활동은 이미 이 사회에서 처음의 목적과는 다르게 변질되어가고 있다. 앞서 말한 열정페이, 허술한 프로그램 등의 문제뿐 아니라 주최자의 폭언, 협박, 성희롱 등 범죄 피해 사례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다. 
피해를 입은 대학생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부당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참고 넘어가서 활동을 수료한다. 몇몇 학생은 조용히 활동을 중단한다.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다고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 혹은 취업에 대한 불이익이 걱정되어서가 그 이유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조심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대처가 아닐까? 대외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청춘을 갈취하고, 악용하는 몇몇 무리들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다. 단지 학생들에게 주의하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법적 제재와 강경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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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기 꼼꼼히 확인하기! 
2. 이상할 경우, 바로 경찰에 신고하기!
3.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땐 바로바로 따지기!
 

청춘의 꿈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청춘이 아닌 이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조심하지 않은 네가 잘못이지!’ 가 아닌 ‘조심할 일’을 없앨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이미림  mlle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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