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의 소원', 통일

 

2018년 9월, 평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통일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의 종전 선언을 기점으로 평화와 번영의 통일을 이야기하는 여론이 급격히 증가했다. 정말 ‘우리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지에 국민적인 관심과 함께 활발한 토론의 장이 열리고 있는 지금, 대학생들은 통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8년 4월 27일, 제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의 내용이 담긴 판문점선언이 발표되었고 제3차 회담의 9월 평양공동선언을 거치며 사실상의 종전선언이 공고해졌다.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1. 통일을 이야기하기까지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비교적 최근이 맞지만, 대북 관계는 정권별로 추구하는 정책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었을 뿐 항상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1년 사이에 통일에 대한 뉴스와 여론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정권을 지나면서 북한과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되어왔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 교류 협력을 원칙적으로 보류 및 중단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조치’가 단행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전쟁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반도에 긴장의 분위기가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통일정책인 ‘한반도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추진하면서 평화적인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이전 정권들의 대북 정책과 어떻게 다를까? 바로 북한을 대북정책에 적용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본, 인식의 차이에 있다. 한반도 정책이란 북한, 동북아 이웃 국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를 아우르는 평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으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정책을 ‘대북정책’이라고 칭한 이전 정권과 달리 그 명칭에서도 통일에 대해 적극적인 정부의 태도가 드러난다. 그리고 그 적극적인 외교의 가장 최근 성과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6·25 전쟁 종결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인을 이루어 내 65년간 지속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는 의의가 있다.

 

비교적 급진적으로 확산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어떨까? KBS가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 국민 통일의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20.6%는 북한에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2017년 조사 결과인 1.8%에 비해 18.8%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55.3%로 지난해에 비해 30% 포인트 이상 늘어났으며,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반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가 20.4%, ‘큰 부담만 없다면 통일되는 것이 좋다’가 45.6%로 긍정적인 답변이 지난해 72.7%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20대의 통일 여론이 가장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2018년 KBS가 통일과 관련된 최근 3년간의 글들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평화'와 '기대' 등 긍정적 언급이 2017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지만 2-30대는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더 높았다. 실제로 같은 해 서울신문이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의 42.6%만이 북한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등 통일에 대한 인식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북한, 그리고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층인 2-30대, 특히 대학생들이 북한과 통일을 아직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우리에게 통일이 아직 낯선 이유

# 불편하고 불안한 주제, 북한의 인권 문제

대학생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과의 통일이 가까워지고 북한 주민들의 삶이 관심의 대상이 된 지금,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서로의 체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또 남한과 북한 주민들이 ‘통일된 국가’라는 새로운 국적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라는 국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2018년 11월에 전국에 거주하는 4년제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통일외교안보 청년의식 실태조사 결과, 대학생 62.8%가 ‘북한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받고 있다. 이은경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은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이 폐쇄되는 등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보다 통일에 힘을 쏟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소수의 탈북자로부터 전해 듣기만 했던, 실상은 더 참혹할 북한의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럽연합(EU)이 2001년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북한에게 인권 문제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으나 여전히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설득해야 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북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인정하는 대등한 관계에서 통일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 문제 등 북한의 체제와 관련한 내용을 거론했다면 판문점 선언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권 인식이 크게 향상된 대학생들에게 인권 문제를 어디까지나 무시하는 정부의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한편 북한의 열악한 인권 의식으로 북한에 적대적인 감정이 있을 사람들에게도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며 서로 알아가자는 주장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미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인권 문제는 계속해야 할 고민이다.

 

 

# 급한 불은 따로 있다?

인권 문제를 너무 홀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통일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도 대학생들이 비판하고 있는 지점이다. 청년세대가 가장 공감하고 있을 취업률 문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일부는 취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한편, 일부는 통일보다 취업률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상반된 주장이지만, 두 주장 모두 불안한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선 후자에 주목해보자.

 

10%에 육박한 청년 실업률로 먹고 살아갈 문제가 더 시급해진 청년들에게 북한과의 외교에만 주력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용해 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듯이,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약속은 기대와 달리 실질적인 돌파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은 당장의 취업에 더 힘을 쏟게 되었고, 통일은 그 밖의 문제가 되었다.

 

통일이 되어 일자리가 보장된다고 해도 쉽게 통일에 찬성할 수 없는 고민들이 남는다. 과연 그 일자리가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일까? 그 전에, 정말 우리의 오랜 기대처럼 일자리가 창출되기는 할까? 통일의 짧은 기쁨과 실업의 큰 고통을 경험한 독일의 전례를 밟지 않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통일 후 서독과 동독 모두 실업률이 두 배나 폭등했고 이후 대량해고가 이어져서 통일 전 실업률로 되돌아오기까지 2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일자리가 생기는 통일’이란 남과 북이 하나 되며 만들어내는 수많은 조합 중 가장 이상적인 조합일 뿐이다. 이런 불확실한 확률 속에서 취업률을 해결하기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는 힘들다. 통일에 힘을 쏟는 정부가 취업률과 경제 정책에도 똑같이 힘을 쏟아주길 바랄 뿐.

 

그럼에도 일부는 취업률의 돌파구를 통일에서 찾는다. 혹자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고착되어있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즉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취업률이 오르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이 당연한데, 그 이유를 자꾸 개인이나 사회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2018년 4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 간 협력에 있어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에 응답자의 66%가 철도·도로 등 인프라 건설과 경제 협력을 답했다. 보건 의료 협력이 8%, 농업 협력이 7%로 뒤따르는 점을 미루어 보면 오래전부터 강조되어왔던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청년들의 필요가 만나 통일의 필요성을 외치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전에 준비과정을 탄탄히 거치면 통일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이 역시 불확실한 확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무엇이 더 급하고 중요한지 저울질하기보다, 청년들에게 통일의 진정한 필요성을 고민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통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통일이 사회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주장하는 기성세대의 생각을 설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 과정과 이후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도 청년들의 불안함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깊게 박힌 고정관념

통일이 가져올 결과를 두고 찬반 논란을 펼치기 이전에, 청년들에게 통일이 멀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인제대학교 통일학부팀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자란 청년들에게 대북 제재 등 북한에 부정적인 보도에 초점을 맞춰온 언론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을 협력관계가 아니라 적대관계 또는 부양 관계로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북한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자연스레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체제 통일 문제와도 결부되고는 한다. 대학생들이 통일을 반대하는 이유 중 ‘체제 통일의 어려움’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65년간 상반된 체제를 유지한 남북이 하나로 의견을 모으기 쉬울 리가 없다는 이 주장은, 북한의 세습을 언론을 통해 봐 온 청년세대들이 ‘역사가 말해주듯 김정은 또한 세습을 포기할 리 없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통일을 위해 김정은이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남한 시민들이 자유와 풍요를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 통일에 회의적인 입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체제 통일에 관해서는 남북이 체제 통일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독립 국가로서 수교해 상호 교류와 경제 협력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한반도 2국 체제'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북한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하려는 시도조차 어렵게 만들 것이다. 나에게도 북한, 그리고 통일에 관한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3. 통일을 맞이하는 바람직한 자세

통일 여론과 실제 통일은 다르다는 말이 있다. 독일 또한 완전히 합의된 국민적 의견을 바탕으로 통일을 한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통일이 되었다. 남과 북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정말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나왔던 역사가 보여주듯 요동치는 남북 관계의 ‘좋은 시기’일 뿐인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다양한 주장들과 생각들로 열띤 토론의 장이 열린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일 것이다. 전쟁 전에 전쟁 배낭을 미리 챙겨두듯, 정말 머지않은 일일 수 있는 통일에는 개개인의 주관을 미리 확립해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를 이끌어야 할 청년이라면 더욱이.

 

통일을 반대하는 청년들 중, 그 이유가 단순히 ‘관심이 없기 때문에’인 청년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남북의 역사와 여러 주장을 살펴보기 전에, 통일이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청년세대는 이산가족 등 분단으로 인한 충격과 슬픔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무관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고, 벗어나기 힘든 관성이 되었다. 무관심은 평화로운 통일로 가는 길을 저해할 뿐 아니라 통일을 이루더라도 통일에 준비되지 않은 청년들만 남는다면 재분열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통일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이 갈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는 것은 양측 모두의 바람이다. 통일의 목적도 결국 한반도의 평화이므로, 다양한 통일 방안을 고려하며 논쟁의 합의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영속적인 평화를 위해 우리는 좀 더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고 통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고민해보아야 한다.

 

김지연  letsplay5716@naver.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