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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관심으로 큰 변화를, 도깨빗자루 프로젝트

지난해, 미화경비 노동자들의 휴게실 환경개선을 돕는 모금행사로 학우들에게 알려졌던 ‘도깨빗자루 프로젝트’. 모금액 196% 달성은 홍익대학교의 공간 문제와 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공존하는 ‘휴게실’에 얼마나 많은 학우들이 변화의 목소리를 내는지 알려주는 지표였다. 도깨빗자루는 어떻게 모이게 되었으며, 어떠한 성과를 이루어냈을까?

 

 

2018 미화경비 노동자 환경개선 프로젝트, 도깨빗자루

도깨빗자루 프로젝트가 모금액을 초과 달성하며 미화경비 노동자 환경개선 프로젝트의 존재가 주목받았지만, 사실 미화경비 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2017년에 진행된 ‘은화과 프로젝트’*가 그 시작이다. 2016년, 외부 업체가 주도한 환경개선 프로젝트에 홍익대학교가 선정되어 그 당시 가장 열악했던 학생회관과 와우관의 휴게 공간이 개선되었다. 이후 학교 곳곳의 다른 휴게 공간들은 오롯이 홍익대학교의 힘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총학생회와 건축봉사 동아리, 일반 학우들이 참여한 은화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은화과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한 금액 300만원으로 T동과 A, B동의 휴게 공간을 개선했다.

2017 은화과 프로젝트 포스터

 

 

 

 

 

 

 

*은화과 프로젝트 : ‘은화과’란 꽃이 없는 과일로 알려진 무화과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숨을 은(隱)’을 사용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미화경비 노동자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크라우드 펀딩 : 크라우드 펀딩은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 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하여 익명의 다수(crowd)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는 은화과 프로젝트에 이어 2018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노동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인권연대국, 성인권위원회, 미술대학 교육권·인권·노동권 특별위원회 미대의 외침, 건축봉사 동아리 한울 외 일반 학우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은화과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환경 개선을 위한 자금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하였고, 그 외에도 페이스북 페이지에 노동자 인터뷰 등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문화제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도깨빗자루’는 허름한 휴게실에 숨어 살던 빗자루가 밤이 되면 도깨비가 되어 휴게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는 동화적인 컨셉과 스토리에서 나온 이름으로,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도깨빗자루 프로젝트 팀장 이상현 학우는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를 위해 기획한 캐릭터와 스토리였는데, 의도에 맞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홍보 효과도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깨빗자루는 후원자에게 후원금에 따라 차등적으로 선물을 전달하는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했는데, 도깨빗자루의 독특한 컨셉과 캐릭터를 활용한 엽서, 파일, 스티커, 에코백 등이 인기를 끌었다.

 

도깨빗자루 프로젝트의 성과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 목표액의 196%를 달성한 금액인 약 500만원을 모금했다. 361명의 후원자 외에도 경영대학, 문과대학, 미술대학, 법과대학, 캠퍼스자율전공, 총동아리연합회의 후원도 있었다. 그 결과 C동, Q동 그리고 E동의 미화 휴게실 환경이 개선되었다. 모금된 금액은 교내 미화경비 노동자의 의견에 따라 에어컨 설치에 사용하려 하였으나, 고용노동부의 권고와 언론사 취재 등으로 도깨빗자루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용역업체 측에서 에어컨을 직접 설치했다. 이에 도깨빗자루 모금 금액으로는 난방기구(온풍기)설치를 진행하였고, 휴게실의 가장 큰 문제였던 냉난방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대학내일, 비어케이(주류회사)와 협업하여 ‘사랑의 냉장고’ 캠페인을 진행하여 냉장고 10대와 난방시설 설치비를 후원받았다.

한편 ‘학교가 해야 하는 일을 왜 학생들이 돈을 모아서 해야 하느냐’는 우려와 오해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공간은 그들이 고용된 용역업체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교와 1 년 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의 시설에 투자할 수 없다는 용역업체의 대립이 꽤 오래 지속되는 상황에서 열악한 공간을 방치해두고 있을 수만은 없다.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같은 홍익대학교의 구성원이므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그들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휴게실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가 겪는 문제들을 학우들에게 알리고 공감과 더 큰 변화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도깨빗자루의 목적이다.

 

 

 

도깨빗자루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

도깨빗자루 프로젝트가 이슈가 된 이유는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다. 그리고 학우들의 높은 참여율은 홍익대학교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해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지표가 되었다. 학우들의 작은 관심은 홍익대학교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관심’은 항상 저조했다. 지난해 학생총회 참여 독려와 단결 홍익 총선거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학생회의 노력을 상기해보면 학우들이 홍익대학교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반해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는 잘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적립금이나 공간 문제 등 학우들이 홍익대학교에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비교적 주변적인 것들이 (실제로는 매우 중요하지만) 먼저 해결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만연한 이상, 연대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슬로건은 치장에 불과해졌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학교에서 자주 마주치는 노동자들, 그들의 휴게 공간이 바뀔 수 있고 실제로 변화했다는 점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는 언젠가부터 학우들에게 자리한 무기력함에 활기를 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활기를 띄우는 프로젝트에 많은 학우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더 큰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휴게실의 변화에는 소수의 지도자, 즉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홍보한 학우들 외에도 그에 지지하고 공감을 보내준 학우들 개개인의 역할이 컸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의 긍정적인 변화에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를 미처 몰랐던 학우들도 학내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나아가 새로운 지지와 관심을 보내줬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는 홍익대학교 학우들을 넘어 외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학교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문제는 비단 홍익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한 사회적인 문제였다*. 도깨빗자루 프로젝트가 이루어낸 변화가 보도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변화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서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로,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아닐 수 없다.

 

 

*2018년 8월, 고용노동부가 17개 대학, 23개 사업장을 포함한 293개의 건물의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화여대, 홍익대, 중앙대, 고려대 안암병원, 프레스센터, 한국방송회관이 휴게실 상태가 가장 심각한 6곳으로 선정되었다.

학우들의 관심과 사회적인 연대에 힘입어 도깨빗자루 프로젝트가 총학생회 산하 ‘홍익대학교 미화경비노동자 공동대책위원회(가제)’로 새롭게 태어났다.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에 따른 학내 경비노동자 구조조정에 대응하여, 학내 환경과 안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과 미화경비 노동자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회의체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도깨빗자루 프로젝트의 새로운 모습에도 학우들의 관심이 지속되길 바란다.

 

 

홍보부터 결과 보고까지 학우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도깨빗자루 프로젝트. 물론 도깨빗자루 프로젝트는 교내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으며 ‘사랑의 냉장고’는 시혜적이었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도깨빗자루 프로젝트에서 참여의 필요성을 발견했다. 내가 보내는 관심이 결코 무용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참여의 가치를 잊지 않도록 하자.

 

김지연  letsplay57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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