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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작품읽기', 송민호 교수님

국어국문학과 1학년 전공 수업인 ‘현대문학작품읽기’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명강의로 소문나있다. 한국에서 근대문학이 시작된 기원부터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의 문학작품을 다양하게 읽어보는 수업으로, 전공생은 물론 타과생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이 강의를 진행하고 계시는 국어국문학과 송민호 선생님의 철학과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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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학 중에서도 소설을 전공하셨는데, 어떤 계기에서 소설을 전공하셨고, 무슨 소설을 전공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소설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이야기가 있는 소설을 읽으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꼭 소설만이 아니더라도, 역사책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나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책을 계속 읽었고, 자연스럽게 대학에 진학할 때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하게 됐죠. 자연스럽다고 말하니까 좀 그렇지만, 아무 대책 없이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웃음)

 

저는 석사 때 이상 작가를 전공했고요, 박사 때는 개화기 신소설을 전공했어요. 지금도 이상의 소설을 가장 좋아해요. 이상 작가의 언어가 가장 매력 있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느낌도 있고요. 그래서 이상을 전공하지 않았나 싶어요.

 

>현대문학작품읽기 수업은 말 그대로 현대 문학 작품을 읽는 수업인데,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대학생에게 어떤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세계를 넘어서서 타인의 세계에 접근하는 방법을 문학이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는 요즘 시대에 특히 중요하죠. 사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우리는 항상 외롭고 불안한 거잖아요?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게 돼요. 그중에서도 저 개인적으로는 소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식을 안다는 게 꼭 이성적인 작용으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죠. 지식에는 감성적인 측면이나 감각적인 측면도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표현하고, 또 표현을 넘어서서 어떤 타인이 되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와 닿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것들을 할 수 없다면 사실 지식이라고 하는 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제가 대학교에 있을 때 저를 가르쳐주시던 교수님은, “소설 나부랭이 같은 거 읽지 마라.” 그러셨거든요. 그런 거 읽지 말고, 대학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그 이론을 통해서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소설은 사실 몰래몰래 읽은 거죠(웃음). 근데, 저는 지금이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시대엔 문학을 통해서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제가 학생들에게 소설을 좀 읽으시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2015년부터 이 수업을 맡으셨는데요. 현대문학작품읽기의 커리큘럼(대상 작품)을 매년 조금씩 바꾸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품을 선정하시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반부 커리큘럼에서는 제가 공부했던 역사적인 것들을 위주로 수업을 해요. 그리고 후반부는 한국전쟁 이후에 한국사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여러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다양한 소설들을 뽑아서 수업해요. 후반부의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시대적 배분도 고려하고 있고, 그 작품이 어떤 주제를 다루는가도 굉장히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실, 후반부 수업은 개인적으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아요. 전반부 수업은 일종의 고정된 주제들을 쭉 말씀드리면 되는 수업이에요. 반면에 후반부 수업은 ‘이슈’와 ‘작품’만 던져져 있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수업이죠. 그래서 사실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봐 불안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게 돼요. 근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재밌기도 해요.

 

즉 어떤 주제를 가지고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후반부의 수업이기 때문에 점점 바뀌는 학생들의 요구들을 많이 수용하려고 해요. 그래서 커리큘럼을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바꾸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에는 젠더 이슈에 대해 꼭 얘기를 해보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2018년도 수업에서는 <딸에 대하여>라는 새로운 작품을 다루기도 했죠.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똑같은 것만 반복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하면 저도 재미가 없어요.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그것들을 읽고 싶고, 학생들과 계속 얘기하고 싶기 때문에 계속해서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커리큘럼을 조금씩 바꿔 나갈 예정이에요.

 

 

>현대문학작품읽기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내지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르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현대문학작품읽기 수업은 1학년 1학기 수업이기 때문에 문학을 읽을 동기를 학생들에게 부여해주고 싶어요. 얘기하다 보면 너무 어려운 얘기들을 많이 하게 돼서 생각보다 동기부여가 잘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기본적으로는 문학이 꽤 재미있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수업이에요. 그리고 그 외에, ‘생각의 방식’을 학생들이 알았으면 하는 수업이고요. 그러니까 어떠한 작품을 보고 ‘내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정하는 방식 말이죠. 나아가서는 ‘사고의 중요성’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수업이기도 해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내가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닿을 수 있는가’라고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수업이기도 하고요.

 

대학 공부는 ‘인간이 자기의 사고를 갖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작품, 사람과 같은 어떠한 대상을 보고, 그 대상으로부터 받은 결과물들을 정리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과정이고요. 또 그 글을 통해서 내 사고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게 해주는 것이 대학에서의 문학 수업 혹은 인문학 수업이 갖는 힘이라고 봐요.

 

 

>현대문학작품읽기 수업도 그렇고, 교수님 수업은 대부분 시험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평가에서 시험을 배제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부터 시험을 안 보게 한 건 아니었고, 시험을 처음에는 봤었어요. 우선 저는 시험이라는 평가 방식이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근데 시험을 계속해서 내다보니까, 시험을 통해서 제가 평가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학생들이 제 수업을 듣고 받아들이고 생각한 것 사이의 괴리가 느껴졌어요. 저는 문학 강좌에 있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시험을 통해 평가를 시간 경쟁으로 환원해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 안에 자기 생각을 표현하라고 하는 건 좀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보고서 중심의 평가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좀 어려운 점이 생기죠. 사실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도구잖아요? 근데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아요. 제가 굉장히 주관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셈이잖아요. 그 점을 가장 고민하게 돼요. 그래서 이런 점을 어떻게 보완할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죠.

 

지금까지는 제가 보고서를 받으면 피드백을 바로바로 주고 수정을 하도록 하고 있고, 수정한 보고서를 받고서 생각이 발전되어 가는 과정까지도 평가하는 식으로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피드백이라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어떻게 보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큰 부분 중 하나는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서로서로 발전해나가는 경험이거든요. 그런데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와중에 그걸 평가의 문제와 어떻게 결부시킬까, 그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죠.

 

 

>현대문학작품읽기 수업에서 다루는 문학작품 중 교수님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으신 작품이 무엇인가요?

저는 아무래도 석사 때 전공했던 이상의 작품들을 가장 좋아해요. 수업에서는 <날개>와 <동해>라는 작품을 읽죠. 그런데 오히려 제가 너무 좋아해서 수업은 잘 못 하는 편이에요. (웃음) 너무 제 생각이 딱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제가 만들어낸 일종의 해석법을 계속 강요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문학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다른 해석들이 텍스트 위로 모이는 게 좋은 일이죠. 그래서 작품은 이상의 작품이 가장 좋지만, 수업으로서는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오히려 수업에선 요즘에 나온 소설들이 재미있어요. 아까 말한 <딸에 대하여>라는 작품도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그리고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 같은 경우도 독특하고 재미있었어요.

 

해석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선 누구나 평등하다고 생각해요. 인문학적 지식이라고 하는 건 층위에 놓여있는 지식이라기보다는 다른 영역을 점유하면서 서로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해석적 정전’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 자체가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고민이에요. 특정한 해석이 너무 정전화 되면 그걸 깨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워지거든요. 저는 문학을 하는 사람은 그런 정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면 주관적인 해석만으로는 이야기를 잘할 수 없어요. 해석은 방금도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해석의 경쟁 속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우리는 어떤 해석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를 맞닥뜨리는데, 그래서 수업에서는 해석을 해나가기 위한 과정으로서 다양한 비평 이론을 말하는 편이죠.

 

 

>그렇다면 가장 관심 있으신 이론은 무엇인가요?

요즘 제가 많이 관심 가지고 있는 이론은 역사 쪽의 이론들이에요. 그중에서도 요새는 푸코의 책들을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 편이고요. 또 요즘 이론에 관해서 요즘 제가 가장 고민하는 게 있는데요. 단순히 우리가 언어를 쓰고 있지만, 언어라는 게 유독 빛나거나 힘을 가지게 되는 때가 있잖아요? 어떤 작품 같은 경우는 뒤에 오라가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그런 효과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관련될 법한 것을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꼭 특정한 이론을 찾기보다는, ‘그런 현상들을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또, 법에도 관심이 있어요. 사실 법은 그냥 문구인데, 그것은 실제로 삶에 적용하고 나면 굉장히 무서운 것이 되잖아요. 이런 경우처럼 문자가 문자 이상이 되는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문학이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첫 수업 때 항상 하는 얘기는, 문학이 지금은 대학에만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지금 상태로 보면 말이에요. 시중에서 문학에 그리 관심 가지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문학을 마치 교육의 일환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문학이라고 하는 예술은 어떠한 매체적 한계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간이 언어를 쓰는 한 문학은 계속되는 것이죠.

 

나아가 문학이라고 하는 것을 교육적인 것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보고 있어요. 문학은 과거의 유산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뿐 아니라 새로운 생산을 위한 예술적 매개로서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요. 다행히 요즘에 학생들과 얘기를 해보면, 언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보여요. 저는 그런 시도를 항상 응원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 연구와 강의가 분리되어있는 상태예요. 연구를 개인적으로 재밌는 것만 하다 보니까 문학 외에도 다양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아까 말했던 법 공부도 하고 있고, 문학과 미술을 관련시킨 공부도 하고 있고요. 이처럼 다른 예술과 문학을 결부시킨 새로운 연구를 통해 기존의 개념들이 확장되고 있는데, 지금은 그것을 강의 속으로 끌어들일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나아가서 앞으로 문학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한 고민도 하고 있고, 그러한 고민도 어떻게 강의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도 생각하고 있고요. 물론 문학 강의의 기본은 지켜가겠지만, 지금처럼 단순히 계속 동어반복적인 문학 강의보다는 조금 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요즘의 대학은 지식을 가르쳐주는 곳의 의미도 있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플랫폼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단순히 대학에서 제공하는 수업에 너무 자신의 가능성을 국한하지 말고, 대학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더 많은 것들을 저지르고 해보시면 좋겠어요. 대학 안의 많은 것들, 그리고 대학의 외부에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즐거워지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것을 생각해보았으면 해요. 또 교수든, 선배들이든 주변의 많은 도움을 얻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나가시기 바라요.

김예지, 홍기수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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