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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하늘을 노닐다

살결에 맞닿는 공기가 서서히 가라앉는 겨울. 차갑지만 차분한 겨울 냄새를 땅 위에서만 맡기엔 아쉽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장 추운 계절의 하늘과 가까이 맞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자, 우리는 하늘을 날 수 있다. 겨울에 즐기는 하늘 레저, 이름하여 ‘겨울 하늘 정복기’. 밧줄·낙하산을 몸에 찬 채로 바람을 타 겨울 하늘에 몸을 맡겨본다. 망설이지 말고, 어서 날아 올라보자.

 

 

구름다리(Cloud Bridge)

 

하늘과 눈높이를 맞추려 찾아가기로 한 그곳, 구름다리. 이곳을 떠올린 이유는 간단하다. 팔다리를 뻗어 겨울 하늘에 눕기 전에 우선 누울 곳이 어떤지 살피기 위함이다. 구름다리가 늠름하게 버티고 있는 산 중턱으로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차를 타고 오르는 언덕 때문에 몸이 뒤로 젖히고 구불구불한 산줄기는 속을 흔들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으니 조마조마할 필요 없다. 이제 점점 구름과 가까워진다.

 

산에 어느 정도 올라 구름과 눈을 맞출 수 있을 때쯤에 구름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본 구름다리의 웅장함은 온몸에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렇게, 거인 같은 풍채를 감상하고서 곧바로 계단을 올라 다리 초입에 다가갔다.

 

겨울바람은 다리 앞에 선 나를 반기듯 발 디딜 부분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바닥이 위아래로 조금씩 출렁거려 다리에 올라서기 두려웠지만, 양옆 손잡이에 의지해 앞으로 발을 떼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전진, 그리고 정지. 하늘을 구경하러 온 또 다른 사람들이 정면에서 몰려와 점점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불규칙한 바람이 다리 사이로 치고 들어와 몸까지 오들오들 떨려 앞으로 향하는 것이 힘에 겨웠다.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오니 탁 트인 하늘이 눈에 잘 들어와 마음이 들썽거렸다.

 

육지와 다리의 이음새가 받치고 있는 부분을 지나 흔들림이 더욱 강해지는 다리의 중앙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오싹함이 들기 시작했다. 이음새가 가리고 있었던 다리의 아랫부분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발바닥부터 올라오는 저릿한 전율이 다리, 배, 가슴을 타고 올라와 관자놀이를 시큰하게 했다.

 

다리 끝부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눈을 지끈 감고 떠 관자놀이에 뭉쳐있던 시큰함을 밖으로 빼내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하늘 정복 이전에 높은 곳을 극복하기 위해서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것이다. 차분히 걷다 보니 어느새 다리의 종지부에 다다랐다. 힘들게 올라온 고비를 뒤로한 채, 구름다리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많은 계단을 내려오며 다리에서 느꼈던 것들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했다. 세차진 않으나 묵직하고 싸늘한 바람과 푹신한 베개와 같은 새하얀 구름. 바람은 내 몸을 하늘로 미는 듯했고, 구름은 내 마음을 하늘로 당기는 듯했다. 누울 하늘을 보았으니 이제 진짜로 하늘에 누워야겠다.

 

 

번지점프(Bungee Jump)

 

구름다리만큼의 높은 곳을 찾아 헤매 발견한 곳은 바로 번지점프대이다. 말 그대로 하늘이라는 침대에 몸을 맡기기 위해 번지점프를 결정했다. 바람을 이불로, 구름을 베개로 삼아서 말이다. 정말 번지점프대에서 망설임 없이 하늘로 뛰어내릴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먼 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거대한 번지점프대를 멀리서 처음 보았을 때, 불안한 마음은 공포 그 자체로 바뀌었다. 정교한 듯하지만, 철강 뼈대로 이루어진 번지점프대의 분위기가 쓸쓸하고 차가웠다.

 

번지점프의 공포가 마음에서 몸으로 점점 전해진 것은 안전장치를 입을 때였다. 안전장치를 몸에 두르고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으니, 그제야 내가 번지점프를 한다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안전요원은 내게, ‘번지점프 위험한 겁니다.’라고 주의하며 뛸 때의 자세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긴장은 이제부터 시작, 몸이 조금씩 굳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랴,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을. 손에 땀을 쥐며 승강기 쪽으로 몸을 옮겼다.

 

끼익, 쾅. 승강기 문이 닫히고 서서히 하늘을 향해 상승했다. 멀리서 본 번지점프대의 느낌 그대로, 승강기 또한 투박하게 느껴졌고 심하게 덜컹거리기까지 했다. 정상으로 오르는 과정에서 곧 닿게 될 허공을 볼 수 있었는데, 나를 놀리듯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잔잔하고 차분한 공기가 팔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여기 안기기만 하면 돼’라고 유혹하는 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승강기가 높이 올라갈수록 입안이 마르고 호흡이 빨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꼭대기에 도착. 번지점프대 위는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고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큼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뛰어내리기 위해 한 발자국씩 조심스레 걸음을 뗄 때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와 안전요원의 목소리가 겹쳐 어느 소리 하나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오직 내 발끝에만 집중하며 번지점프대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마침내 점프대 끝자락에 닿았다.

 

바람결을 따라 뛰어내리려면, 발가락을 점프대 밖으로 살짝 걸쳐야 했다. 그렇게 호흡을 가다듬고 꼬물꼬물 발가락을 내밀며 떨지 않으려 애썼다. 발밑에는 수직으로 깎인 번지점프대와 허공만이 보였는데, 서 있는 곳과 땅 사이의 거리감이 상당해 어질어질했다. 눈을 감고 심호흡 한 번. 시선을 정면으로 옮겨 가장 가까운 바람과 마주 보고 다시 심호흡 한 번. ‘뛰자, 뛰는 거야’라는 말을 속으로 반복하며 안전요원의 카운트에 집중했다.

 

쓰리, 투, 원, 번지. X자로 가슴에 갖다 댄 팔을 좌우로 펼치며 가볍게 뛰어내렸다. 얌전히 있던 공기의 배열을 어지럽힌 나의 몸은 공기압에 의해 그대로 굳어있었다. 소리도 지를 수 없을 만큼의 압박이 나를 괴롭힌 것이다. 강을 향해 곤두박질쳐 로프가 팽팽해졌을 때, 반동 때문에 몸이 튀어 올랐다. 그제야 묵었던 비명이 ‘억’하고 강하게 터졌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했는데, 이때 긴장이 한 번에 풀려버려 공중에서 몸이 너덜너덜해졌다. 끝내 대롱대롱 매달려 수확을 기다리는 시래기처럼, 육지로 몸을 옮겨줄 보트가 오기까지 기다렸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번지점프는 ‘하늘에 눕는다’라는 느낌보다는 ‘허공을 통과하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조금 더 하늘에 오래 있을 수 있다면 겨울 공기에 동화되어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

 

패러글라이딩은 내가 바라던, 좀 더 오래 하늘에 머물 수 있는 레저 스포츠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륙 장소는 높은 위치에 있었다. 구불구불한 산비탈을 따라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고도가 높은 탓에 귀가 먹먹해졌다. 이십여 분이 지났을 때, 드디어 패러글라이딩의 출발점에 도착했다.

 

일기예보로 오후에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장비를 착용했다. 패러글라이딩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레저이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슈트를 입으며 주의사항을 듣고 이륙을 위해 언덕으로 향했다. 패러글라이더가 준비되기 전에 언덕 위에서 바라본 하늘과 산은 묘하게 겹쳐 절경을 이루었다. 공중에 뿌연 먼지가 안개인 척 산 위를 떠다녔지만 하늘과 산이 워낙 장엄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를 하늘로 인도해 줄 패러글라이더가 준비되어 언덕 끝자락에서 비행을 준비했다. 보통 비행을 시작하는 경우엔 멀찌감치 물러선 후 언덕 끝을 향해 달려 뛰어오른다. 그러나 이날 따라 바람이 완벽해 제자리에서 쉽게 하늘에 떠오를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더에 살포시 앉았는데 몸이 장비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다리가 뜨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워 몸에서 힘을 뺄 수 없었지만 동승한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팔을 낙하산에 걸치고 천천히 힘을 빼려 애썼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더에 완전히 몸을 맡긴 순간, 언덕에서 보았던 절경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은 무서울 것 같았지만 막상 해보니 즐거웠다. 구름다리처럼 흔들리거나 번지점프처럼 아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바람이 탁월해 하강 장소로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서 최대한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땅에서는 한쪽에서만 바람이 불어오는 편이지만, 하늘의 바람은 사방에서 불어왔다. 어디서 올지 모르는 바람을 생각하며 긴장했지만, 한편으론 산을 타고 넘어온 바람을 온몸으로 맞게 되어 상쾌했다.

 

낙하산과 이어져 있는 조종키를 당겨 몸을 직접 움직여볼 수도 있었다. 한쪽을 지그시 아래로 당기면 당긴 쪽으로 서서히 몸이 기울며 가라앉았다. 바람이 한 번씩 낙하산을 강하게 때리고 갈 때가 있는데, 몸이 기욺과 동시에 중심이 틀어져 아찔하기도 했다. 하늘에서의 아찔함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은 아트비행을 맛보았을 때였다. 아트비행은 묘기의 일종인데, 이것이 시작되는 순간 몸이 좌우로 흔들리며 조종키를 당기는 쪽으로 강하게 떨어졌다. 발밑에 있던 나무에 몸이 닿을락 말락 했기에 낙하산과 연결되어있는 줄을 꽉 잡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유유히 공중을 떠돌다가 착륙을 준비했다. 착륙은 이륙 장소였던 언덕에서 이루어졌다. 대부분은 이륙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착륙 장소에 도착하는데, 바람이 좋아 탑 랜딩을 할 수 있었다. 탑랜딩은 웬만큼 바람이 좋지 않고서야 못 해보는 흔치 않은 경우라고 하니 패러글라이딩을 제대로 만끽했다고 할 수 있겠다. (캡션 : ‘탑랜딩’이란 비행 후 착륙장이 아닌 활공장으로 다시 착륙하는 비행을 뜻한다. 시간을 아껴 자주 비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비행하며 얼어붙은 강줄기와 눈이 조금씩 껴있는 나무들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겨울을 커다란 스크린에 담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하늘, 겨울 하늘을 날며 마음껏 하늘을 누릴 수 있었기에 착륙한 뒤에서 여운이 진하게 남았다.

 

 

짚트랙(Zip Trek)

 

구름다리,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은 모두 산에서의 경험이었다. 그렇다면 바닷바람이 부는 곳의 하늘은 어떨까? 바다의 하늘을 만나보기 위해 짚트랙 타워를 찾아가기로 했다.

 

짚트랙 타워의 위치는 해안가와 나란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바다가 보일 정도니 말이다. 멀리서 본 짚트랙 타워는 번지점프 타워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졌으나 생각보다 높아보이진 않았다. 내가 로프를 따라 활강할 곳은 사람이 한적한 곳에 자리한 덕분에 바람 소리에 집중하며 짚트랙 타워로 걸어갔다.

 

타워로 도착해 안전장비를 차고 짚트랙을 타기 위해 타워의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아뿔싸, 멀리서 봤을 때와 다르게 은근 공포감이 느껴졌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올라가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펼쳐지는 애매한 높이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했다. 타워에 단단히 연결된 로프에 안전장비의 고리짝을 걸고 활강 준비를 마쳤다.

 

다리를 ‘ㄴ’자로 유지하고 앞을 향해 사뿐히 뛰어내리는 게 짚트랙의 전부였다. 앞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을 향해 미끄럼틀을 타듯 움직였다. 짚트랙을 탈 때는 마치 해안가를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속도감에 의해 바닷바람이 더 세게 피부에 닿았고, 바다 냄새 또한 코끝을 건드렸다. 로프를 타고 반대편까지 가면서 바다의 경치도 구경할 수 있었다.

 

짚트랙은 왕복으로 즐길 수 있는 하늘 레저다. 반대편 타워로 한 번 날았다가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첫 번째 활강 때는 짚트랙이 낯설어 연결된 줄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탔지만 두 번째 활강 때는 그렇지 않았다. 첫 활강을 겪어보니 조금 더 자유로운 몸 상태에서 짚트랙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두 번째 활강 때는 과감히 줄에서 손을 뗐다.

 

팔을 활짝 펼쳐 로프를 타면 속도가 더 올라간다. 출발 직후에 이전 활강보다 속도감이 훨씬 느껴져 바로 줄을 붙잡으려 했으나 몸의 중심이 뒤로 쏠려 줄을 잡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 두려움이 들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전과는 달리 경치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으니, 보통 당황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유로운 자세 덕에 붙은 속도감은 몸을 건너편으로 더 빠르게 옮겨주어 스릴이 넘쳤다.

 

몸이 떨릴 정도로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허공에서의 활강을 만족스럽게 했다. 겨울의 찬 바람이 바다의 짠 내와 만나 낮게 깔려와 하늘에서의 산책을 실감 나게 했기 때문이다. 산에 이어 바다의 하늘까지 맛보았으니 겨울 하늘을 만끽한 게 확실하다는 느낌이 물씬 든다.

 

가장 추운 계절인 겨울에 하늘 레저 스포츠를 체험하니 짜릿함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특히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겨울 하늘에 머무를 때의 묘미는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레저 스포츠를 통해 하늘을, 나아가 자연을 노닐어보는 건 어떨까? 몸과 마음만 준비되어있다면, 차분한 하늘의 냄새와 맞닿는 건 시간문제다.

홍기수  rltn03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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