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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시너지, 융합

어릴 때부터 꿈을 좇아 한 길만을 바라보라 했던가? 하지만 이제 한 길만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다. 사회는 넓은 안목을 갖춘 인재와 다양한 기능을 합친 제품, 기업 간 콜라보레이션에 환호한다. 이름하여, 대 융합시대!

 

융합이란 무엇인가?

⇝ ‘녹을 융 + 합할 합’. 융합이란 사전적으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사물을 서로 섞거나 녹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적으로는 ‘2개 분야 이상의 과학기술이나 학문을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뜻하는데, 최근에는 인문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면서 융합의 사회적 의미가 확장하고 있다.

사실 융합이 주목받은 것은 일이 년만의 일이 아니다. 융합은 이미 경제, 의료, 교육, 문화 등 전 학문적 영역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최근 들어 ‘융합’을 실감하는 것은, 융합이 학제의 범주를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융합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어 있나?

융합은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그 범주와 사례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하지만 활용 분야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1) 융합의 시초, 학술 융합

현대에 이르러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융합이 바로 학술 간 융합이다. 2002년 미국 과학재단과 상무부가 협동하여 제출한 정책 보고서에 기재된 ‘융합기술(converging technology)이라는 단어가 학술 융합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융합을 ‘나노기술’, ‘생명공학 기술’, ‘정보 기술’, ‘인지과학’ 등 4대 분야에서 상호결합이 일어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중에서도 정보 기술을(it) 중심으로 하는 융합기술이 최근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행정학 분야에서도 학술 융합은 활발히 이루어진다. 가령 도시 개발을 진행할 때에는 학술 융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토목과 건축뿐 아니라 의료,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가 이상적이다. 또한, 대학에서는 지난 10년간 융합을 요구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여, 다양한 융합 학과를 개설, 추진해왔다. 카이스트의 ‘융합기초학부’, 연세대학교의 ‘글로벌융합공학부’, 홍익대학교의 융합 전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학 전공 과정에서부터 융합 학문을 교육함으로써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대학들의 목표이다.

 

2)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사회적 융합

사회적 융합은 우리의 실생활에 가장 가깝게 들어와 편리함을 제공하는 융합 분야이다. 기업 간 융합, 제품 간 융합 등 산업적인 측면의 융합이 이에 해당하는데 최근 주목받는 AI 스피커, VR 게임기 등이 사회적 융합의 산물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각 기업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고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실 기업 간의 융합이라 함은 ‘협업’, 혹은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칭하는 것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각 기업은 본인이 가진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공유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낸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새로운 상품을 탄생시키니 서로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모두에게 이득인 셈이다.

기업 간 융합의 예로는 삼성페이와 신한페이의 융합을 들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스마트월렛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쉽게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국내 스마트월렛 점유율이 가장 높은 삼성페이가 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신한페이판’과 결합하여, ‘신한페이판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지난 5월 도입하였다. 삼성페이의 핵심 기술 마그네틱 보안 전송기술을 신한페이 어플에 탑재하는 방식인데 기존 신한페이와 삼성페이 사용자는 별도의 사용 신청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카드 결제 인프라 교체나 별도의 설치 없이 전국의 오프라인 업체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사용이 가능하므로 양 사 모두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 및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다.

 

3) 융합콘텐츠의 인기, 인문학적 융합

인문학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자연과학과 대비되는 용어로 인간사회의 사상과 문화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적 융합은 우리가 향유하는 사회의 산물, 문화적 콘텐츠 등 과학기술 분야를 제외한 이 사회의 전반적인 것을 포괄한다. 인문학적 융합에서 가장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는 단연 융합콘텐츠일 것이다. 대중문화 소비가 활발해짐에 따라 문화 시장이 확대되고, 다양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많은 것, 더욱 큰 스펙터클을 추구했고 이를 충족하는 것이 바로 융합콘텐츠이다.

공연 시장에서는 뮤지컬이, 영화 시장에서는 뮤지컬 영화가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뮤지컬은 시나리오와 춤, 음악, 무대, 노래 등 다양한 예술이 융합된 융합 퍼포먼스인데 뮤지컬 영화의 경우 이러한 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에 더해 영화의 화려한 화면 구도, 연출, cg 등이 합쳐져 더욱 스펙터클한 콘텐츠로 탄생했다. 대표적으로 레미제라블, 라라랜드,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겨울왕국, 미녀와 야수 등의 작품이 있다. 이외에도 모바일 서비스와 독서를 결합한 E-BOOK 플랫폼, 오감을 자극하는 4D 콘텐츠 등 융합 콘텐츠는 점점 더 발전되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21세기, 지금은 융합 사회.

위와 같이 지금 세계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융합을 외치고 있다. 사실 융합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과거부터 융합은 시행되어왔다. 하지만 21세기를 ‘융합 사회’라고 칭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어느 시대보다 융합을 중요시한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왜 이토록 융합에 열광하는 걸까? 이 사회가 융합에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학문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학문적 관점으로 바라볼 때, 융합은 더 큰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방법적 전략이다.

학술 간 융합은 근대 문명이 내재적 한계에 부딪히며 발생한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과거에는 한 학자가 철학, 의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에는 한 사람이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학문의 진보에 있어 한계점에 도달하였다. 한 분야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마련인데, 모두가 각자 한 분야만을 연구하다 보니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시장의 니즈가 융합을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좋은 것을 원하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적인 욕구이다. ‘뮤지컬 형식을 영화에 도입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음악도 들으면서 다른 일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러한 욕구가 경제 사회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소비자는 더 좋은 것, 더 편리한 것을 원하고, 기업은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 중에서 자사 제품에 차별점을 두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해 이를 도모한다.

 

융합,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융합은 분명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왔다. 융합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욱 즐거워지고, 편리해지고, 건강해졌다. 그러나, 너무 과하지는 않은가? 모두가 융합을 외치는 와중에, 오히려 세부 분야는 점점 괄시하게 되지는 않았을까?

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는 ‘융합 인재 양성’을 명목으로 여러 과를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학과의 커리큘럼이 크게 변동하는 대학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진행될수록 한 분야에 대한 심화적인 연구는 얕아질 우려가 있다. 한 사람이 두, 세 가지 이상을 해내려고 하다 보면, 한정된 시간과 재화 안에서 전문성은 되려 약해질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융합을 추구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다양한 분야를 배우더라도, 하나의 중심 분야가 있어야 하며, 광활한 시야를 가진 각 전문가가 만나 협업할 때, 융합은 비로소 탄생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융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을 하는 과정’의 어려움에 있다. 이는 ‘한 우물만 파는 것’을 가장 좋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풍조와도 연관된다. 경주마처럼 한 분야만을 평생 갈고닦아 정상에 오른 사람이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책과 교육, 사회 분야에서 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융합을 통해 이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함양함과 동시에 다른 분야와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학의 전공 커리큘럼 개발 및 보완이 필요하다. 융합 전공과목을 개설한다면 융합적 안목을 가진 각 분야의 전문 교수를 채용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여러 분야를 얕게 배우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세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심화 커리큘럼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문성 있는 교육과 완성도 있는 교육 과정이 마련되었을 때 비로소 이 사회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잘못된 융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융합은 분명 21세기 사회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숲을 보느라 나무를 보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성과 넓은 안목을 두루 갖춘 인재와 협업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이미림  mlle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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