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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디 씬의 전설, 태초에 허클베리핀이 있었다-이소영 선배님

들어는 보았는가? 홍대 1세대 인디밴드 씬의 전설, 허클베리핀! 올해로 데뷔 21년차를 맞은 밴드 허클베리핀의 이소영 동문을 만나 음악, 그리고 홍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허클베리핀은 1997년 데뷔한 록 밴드로 현재 3인조로 활동하고 있다. 1집 ‘18일의 수요일’과 3집 ‘올랭피오의 별’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목록에 올라 있으며, 4집 ‘환상... 나의 환멸’이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모던락 음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허클베리핀이라는 밴드에서 보컬과 신스를 맡고 있는 홍익대학교 불어불문학과 96학번 이소영이라고 합니다.

 

 

2. 언제부터 어떻게 음악을 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듣는 걸 좋아했어요.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저희 때는 테이프나 CD, LP가 없으면 음악을 듣기 어려운 시대였어요. 그때는 흔히들 라디오를 많이 들었죠. 저도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면 매번 녹음해서 다시 듣곤 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사를 하면서 제 방이 생겼거든요. 그때 조그만 전축이 있었어요. 그래서 밤에 혼자 음악을 듣게 되면서 여러 음악을 접하게 됐죠. 저희 땐 음악을 조금 깊이 있게 듣던 친구들은 다들 록 음악을 들었던 시기거든요. 그때는 록 음악이 대세였었으니까요. 다양한 음악을 들으려고 하다 보니까 유행에 따라서 록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던 것 같아요. 만약에 지금처럼 아이돌 음악이 많이 나왔으면 저도 아이돌 음악을 많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바나(Nirvana)라는 혁명적인 외국 밴드가 거의 시장의 판도를 확 바꾼 시대가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다소 어려운 헤비메탈 위주의 음악이 록의 주류였다면, 너바나가 코드도 몇 개 안 쓰는 단순한 음악의 풍류로 혁명을 일으켰었죠. 초창기 인디밴드들이 많이 나오던 시대가 바로 그때예요. 누구나 코드 몇 개만 알아도 음악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던 시대였죠.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럼 우리도 음악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계속 음악을 좋아했었고, 대학생이 됐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음악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꿈과 현실 사이의 고민이었죠. 그런데 취업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지만 음악은 지금이 아니면 못 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럼 일단 음악을 한번 해 보자’ 하는 건방진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웃음)

 

그때는 클럽을 기반으로 홍대 앞에서 밴드들이 활동을 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어요. 클럽 앞에 오디션 공고를 붙이곤 했던 시대였죠. 4학년 1학기 때 허클베리핀의 새 멤버를 구하는 오디션에 참가 제의를 받고 운 좋게 합격을 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허클베리핀은 그 당시에도 원래 활동하고 있던 팀이었어요. 저는 이미 1집이 나온 상태에서 오디션을 봐서 팀에 합류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오디션에서는 1집에 있던 노래를 세 곡 정도 불렀던 기억이 나요.

 

 

3. 선배님께서는 대학교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그렇게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저도 여러분들처럼 동아리를 하나 했었는데, ‘홍익TV’라는 지금은 사라진 방송 동아리예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라디오 방송국 피디가 되고 싶었거든요. 배철수의 음악캠프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일 저녁마다 들었었죠.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 방송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 동아리를 국장까지 맡을 정도로 꽤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전공 공부 같은 경우에는, 어학 쪽에 별로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대학에 와서 깨달았어요. 결국 나중에는 다른 길로 가게 되었네요.

 

 

4. 불문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 대학 때 전공이 삶에 도움이 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혀 안 되고 있어요. 너무 창피해! 왜냐면 제가 불어를 지금 완전 다 까먹어서요. 불문과를 나왔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교수님들한테 좀 죄송할 정도네요. 그래서 좀 숨기고 있어요.(웃음) 수업은 필수과목 빼고는 어학 말고 문학 쪽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대학에 들어와서 어학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내가 어학에 재능이 없으면 문학 쪽이라도 수업을 들어놔야겠다고 생각했죠. 인문학은 어딜 가서도 나중에 기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거니까요. 국문과 수업도 많이 들었어요. 아무튼, 내 전공이라고 말하기엔 교수님들께 조금 죄송한 불문과 졸업생이에요.

 

 

5. 선배님 때의 홍익대학교, 그리고 '홍대'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지금도 홍대 주변에서도 계속 활동하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어떤 에너지가 있었어요. 뭔가 팽창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요새 말로 하면 ‘힙스터’들이 어떤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중심지가 홍대였다고 생각해요. 홍대라는 키워드와 장소가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문화 콘텐츠가 생산되는 가장 중요한 거점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때는 거리미술전 같은 활동도 초창기였던 시기예요. 지금이야 홍대 앞에 그래피티도 많고 벽화도 많지만 그때는 거의 벽화 같은 게 없었어요. 그때부터 생겨난 게 지금 많이 자리 잡게 되었죠.

 

예전에 7년 정도 홍대에서 가게를 했었어요. 극동방송국 맞은편에 ‘샤’라는 술집을 7년 정도 했었죠. 월세가 많이 오르고 해서 다른 곳으로 옮겼었어요. 예전엔 자기 개성이 있는 작은 가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임대료도 많이 올라서 그런 가게들이 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많이 생겨서 개성을 많이 잃은 것 같아요. 요즘의 홍대는 그런 점이 조금 아쉽죠.

 

음악적으로도 그래요. 그때 홍대부터 클럽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해서, 홍대가 음악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 시기였어요. 전반적으로 새로운 문화는 홍대로 가야 접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지금은 홍대가 아니어도 그런 곳은 많죠. 그때는 음악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어떤 문화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다 홍대로 모였던 때거든요. 그래서 좀 유명한 가게에 가면 문화 예술 쪽 사람들이 다 모여있었어요. 이 테이블엔 영화 하는 사람, 저 테이블엔 음악 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요. 그런 식의 스팟들이 몇 군데 있었죠. 길거리에도 기타 맨 친구들, 카메라 든 친구들, 그런 친구들을 흔히 볼 수 있었고요. 음악 공연을 하는 클럽도 다 홍대 주변에 모여 있으니까, 다른 친구들과 오프라인 교류를 많이 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6. 21년 동안 활동을 하시면서 수도 없이 많은 공연을 하셨을 텐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가 있을 때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했던 공연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모였었는데, 사실 무대 올라가기 전까지는 엄청 떨렸어요. 올라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걱정도 많이 됐고요. 그런데 무대에 서니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을 가지고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을 본 게 참 잊기 어려운 순간이었어요. 말로 표현을 잘 못하겠는데, 어떤 강력한 에너지들이 다가오는 듯했던 그 느낌이 죽을 때까지 안 잊힐 것 같아요. 너무 신기했어요. 단순히 음악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뜻이 모여 있는 것이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었던 것 같아요. 벌써 3년 정도가 지났네요. 그때 허클베리핀 노래를 두 곡 정도 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곡을 불렀는데 사람들이 마지막에 따라 불러 주실 때 굉장한 희열을 느꼈어요. 사람이 많으니까 제가 부른 노랫소리에 시차가 생기는 거예요. 그게 정말 벅차고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7. 선배님에게 좋은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요?

음악이라는 건 사실 한정적인 것이거든요. 아무리 많은 것을 넣고 싶어도 다 넣을 수 없고, 선택해서 넣어야 해요. 3분이면 3분, 5분이면 5분 사이에 음악은 끝나니까요. 그 짧다면 짧은 시간에, 그 수많은 레이어들 속에서 무엇을 넣을지 선택해야 하는 거예요. 그럼 어떤 게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음악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처음에 들었을 때 사람들은 멜로디로 기억하잖아요. 그런데 그 음악을 100번을 듣고 1000번을 들으면 멜로디 외에도 다른 것들이 들리기 시작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그 하나하나가 좋은 것들이 모여 있는 음악이에요. 그래서 계속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 음악이요. 듣고 또 들어도 ‘이런 게 있었어?’ 하고 새로운 것이 들리는 노래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은 계속 들어도 매번 새롭게 들리죠. 그런 음악이 좋은 음악인 것 같아요.

 

 

8. 그간의 허클베리핀의 음악은 어떤 음악이었고,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다음 앨범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 저희는 6집까지 냈어요. 어느 순간부터 음악을 오래 하기 힘들어지는 상황들이 왔었죠. “과연 여기에 정답이 있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나, 밴드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던 시기였어요. 새로운 활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주도로 활동 중심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를 다녀와서 최근에 6집 앨범을 냈어요. 제주도에서 느꼈던 감성들 위주로 노래한 곡들이 많습니다.

 

그전까지는 저희들 음악에 깊은 부분들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폐쇄적인 느낌도 있고요. 그랬다면 다음번 앨범은 열려있는 음악, 아우를 수 있는 음악, 같이 가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록밴드로 시작했기 때문에 예전부터 비트가 있는 음악을 했었어요. 6집 앨범은 제주도에서 느꼈던 감성이나 자연의 감성을 많이 담고 싶어서 비트보다는 서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다시 비트의 음악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6집 앨범을 작년 말에 냈거든요. 그래서 작년부터 공연을 다니면서 녹음을 계속하고 있어요. 우선 올해는 녹음한 라이브 앨범을 낼 계획이 있고요. 저희가 음반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서 아마 7집은 2020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워내면 다시 채워지는 데에 시간이 조금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9.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홍익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요즘 학생들 워낙 고생을 많이 하죠. 모두가 다 어려운 시대예요. 그래도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제가 나중에 시간이 조금 지나서 보니까 그 당시에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했던 게 가장 후회가 되더라고요. 당시에 내가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하던 끝에 포기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후회가 없어요.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하기로 했을 때, 내가 망설이는 시간에 내가 선택했던 걸 더 열심히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잘못된 선택은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데, 헛되게 보낸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아요. 최선을 다하지 못한 시간이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무언가를 선택했다면 일단 그걸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거에 어떤 일이 닥쳐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체력, 에너지를 갖게 돼요. 그 경험이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에디터의 허클베리핀 앨범 추천>

허클베리핀의 6집 앨범 [오로라 피플]은 하늘 높이 떠 있는 오로라처럼 높고도 넓은 이상을 담고 있다.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으면 마치 오로라가 하늘을 유랑하듯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허클베리 핀은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잔잔함, 경외감을 그들만의 소리로 담아내는데, 부드럽게 통찰하는 사운드가 마치 하나의 우주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우주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떠올리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앨범을 듣는 순간, 시적인 가사와 사운드가 완벽하게 공생하며 마치 ‘살아있는 앨범’을 마주하게 된다.

 

 

“높고 넓은 곳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음반을 잘 느끼려면 어디론가 떠날 때 듣기를 권합니다.” - 허클베리핀

김예지, 정유림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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