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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으로 떠나갑니다

물이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우리에게는 지금도 흐르고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처음을 맞이했던 곳에서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떠나고 싶어서, 또는 떠나야 해서 있었던 곳에서 벗어나 길을 나서기도 합니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사연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새로운 나를 찾아 새로운 곳으로 향해온 나스쨔*입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와서 국어국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홍익대학교 학우분들께 다른 곳에서 온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사연을 보내게 되었네요!

(인스타그램: @styastagram/유튜브아이디: 스파시바누나Thanksnoona)

 

‘우리는 왜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러시아의 격언이 있는데요. ‘자기 자신을 찾으러 다른 도시로 떠난다(Чтобы найти себя, отправляйся в другой город.)’는 말입니다. 계속 같은 곳에 살다 보면 주변 환경과 사람이 변하지 않고, 발전도 멈추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더 발전하기 위해 살던 곳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죠.

 

원래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살았는데, 그 도시에는 자신만의 삶을 포기하고 정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다른 도시로 떠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깜짝 놀랐죠. 같은 러시아인데, 이곳의 사람들을 왜 이렇게 생각이 다른 건지 궁금했어요. 3년 간 그곳에서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으며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또 흐르다 보니, 더 이상 이곳에서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제 주변 분위기와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 다른 곳에서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러시아가 아닌 한국에서 말이죠.

 

한국에서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었어요. 어떤 것이 저와 맞는지, 제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알게 되었거든요. 학교를 다니며 발표를 정말 많이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원래 소심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던 제가, 한국에 와서 발표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제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줘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러시아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재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도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교육방식이 너무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이런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된 것이죠. 그래서 다른 환경으로 떠난다는 것은 제 안의 계단에 서서 한 층 더 올라가는 발돋움 같아요.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려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말이 뇌리에 깊이 남네요. 멈추지 않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나스쨔님의 설레는 여정을 응원합니다! 다음 사연은 언뜻 보아도 자유로운 향기가 물씬 풍기는 사연입니다. 특별하게도 전 세계 각국의 모습이 담긴 엽서에 수기로 작성해주셨는데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두 번째 사연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

발 가는 대로, 가고 싶은 대로 가는 여행자, 윰빠빠*입니다! 여행자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그냥 이동하며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yum.papa)

과테말라를 시작으로 멕시코, 미국,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에콰도르, 콜롬비아, 쿠바, 베트남,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총 23개국을 다녔어요. 그중 제가 가장 애정하는 쿠바에서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쿠바가 특별한 첫 번째 특별한 이유는 느리게 가는 시간입니다. 인터넷이 올해부터 상용화됐다고 하지만 아직 인터넷 카드라는 걸 이용해 와이파이 존에서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러한 이유로 여행자들은 숙소에서 인터넷을 못 해요. 그렇기에 대화에 좀 더 집중을 많이 하게 된답니다. 두 번째는 제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내심이에요. 쿠바에서는 물건을 사려면 기본 한 시간은 더운 햇볕 아래 줄 서서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인터넷이 안 되니 더욱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 많았어요. 마지막은 바로 자연환경입니다. 지금까지 가 본 바다 중 쿠바의 바다가 제일 아름다웠어요. 내륙에 있는 ‘비날레스’라는 곳에 가시면 여기가 쿠반가 싶은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답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얻은 것들은 수없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여행 중에 얻은 최고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어떤 조건이 있어야 행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여행해보니,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생기면서 일정이 틀어졌던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행복한 미소가 번질 때가 있더라고요. 한국에 비하면 모든 것이 느리고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불만 하나 없이 그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깨지고 그 범위가 훨씬 넓어졌어요.

 

보통 여행을 가면, ‘돈이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기차를 놓치면 안 될 것 같고, 또 너무 많이 기다리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제가 봤던 그들의 모습은 새로웠어요. 기차를 놓쳤어도 그 상황에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놓쳤어? 에이 다시 끊으면 되지~ 즐겁게 시간을 보내자!’ 하는 마인드가 제 딱딱했던 틀을 깬 것이죠.

 

항상 친구들이 물어봐요. ‘왜 계속 다니냐’고요. 그럴 때마다 말해요. “가고 싶으니까.” 다른 곳을 가는 이유 딱히 없어요. 하고 싶으면 하면서 사는 게 사람 사는 이유라면 가고 싶으면 가는 것 또한 이유 아닐까요? 가고 싶으면 가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삶을 살다 보니 제가 꿈꾸던 ‘여행하는 삶’은 제게 있어 이제는 일상이 되었어요. 이전에는 ‘여행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막연한 꿈, 혹은 이상적인 삶으로만 생각되었죠. 하지만 이제는 일상과 꿈 그사이를 넘나들고 있어요. 새롭기만 했던 곳에서의 여행이 어느 순간부터는 일상이 되어요. 그리고 감흥이 점점 사라질 때 항상 또 다른 곳들을 찾아가 보고 싶은 꿈이 생기죠. 이렇게 넘나드는 삶이 여행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가 가고 싶다면 가는 게 바르다고 생각해요. 혹시 고민이 된다면, 한 번쯤은 떠나보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모든 일에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여행 도중에 이유를 찾게 될 때도 이유를 찾을 때도 많거든요. 다니다 보면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래서 와야 했구나” 라고요. 떠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마음들인 거죠.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어떠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가고 싶다는 한 마음에 집중해보세요. 그때만 느낄 수 있는 쾌감과 깨달음이 있더라고요.

 

 

 

‘가고싶으니까 간다’는 말이 쉬운 말처럼 들리지만, 용기가 많이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여행을 다니시면서 윰빠빠님의 삶이 곧 여행이 되어가는 것 같아 부럽네요. 언젠간 제가 나선 여행지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사연은 부드러운 필체로 적어 보내주셨네요. 무언가를 찾아 한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한번 들어볼까요?

 

 

 

세 번째 사연내게 맞는 환경을 찾는 것.

다른 곳으로 떠나 이민을 갈 준비를 하고 있는 이재중입니다. 이전에 학교에 갈 때마다 교지를 챙겨 읽었는데, 문득 제 이야기도 실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단순히 한국을 떠나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시점부터 다른 나라로 이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갑자기 하나의 사건 이후로 번뜩 생각난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생각이 이렇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아마 그중에서도 개인 프로젝트와 작년에 다녀왔던 봉사활동이 가장 많이 영향을 끼쳤어요.

 

제 개인 프로젝트는 ‘안녕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람들을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실은 책이에요. ‘디자인 전공을 하면 꼭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을 듣고 기록했어요. 처음엔 인터뷰 대상을 좁게 생각했어요. 카페 운영자, 개발자, 등 디자이너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인터뷰하였죠.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직업으로만 사람을 나눌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직업을 넘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하는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겠더라고요.

(인스타그램: @hiorbye.de) 

 

 

와중에 기회가 되어 과테말라에 IT 봉사단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가기 전에는 과테말라라는 나라를 전혀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한인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제 생각이 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어떤 삶을 계획하고 나가는지’를 들으면서 점점 궁금해졌습니다. 프로젝트에서나 봉사활동에서나 ‘직업’을 넘어 내가 그리는 ‘삶’이 어떤 것이고 어디에서 그려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 거죠. 특히나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 이민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이민을 보통 생각하면 일본, 미국, 유럽을 생각하죠. 과테말라는 사실 선진국은 아니에요. 우리나라 기준에서 보면 개발도상국. 제3세계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가서 보았던 과테말라는 오히려 풍요로웠어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여유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 사람들은 월급을 받은 날에는 그 당일에 다 써버려요. 돈을 놀기 위해 버는 것이었어요. 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저축을 해야 하고, 나중을 위해 준비하는 게 있잖아요. 물론 저는 이곳에서의 삶에 익숙해져 있어서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거기는 여기와 다르게 정말 매일에 대한 걱정이 없어요.

 

하루는 이민 살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본 적이 있어요. 20년 정도를 해외를 떠돌면서 사는 가족이 있는데 이 가족은 1년에 한 번 여름방학에 여행을 가면, 집을 비우고 집 안의 가구를 팔고 가요. 돌아오면 어떡할 거냐는 물음에 ‘다시 또 준비하면 된다’고 대답해요. 우리가 보면 대책 없고 철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좋아 보였어요. 그런 삶을 한번 경험하고 싶어서라도 어디에 다시 가고 싶어요.

 

 

우리는 왜 떠나야 할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선택할 때에도 두려움이 앞서게 돼요. 하지만 이 두려움이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결국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민을 고민하는 다른 친구들, 혹은 후배들에게 항상 입버릇처럼 ‘나가 봐야 알아. 나는 해외에 나가서 살 거야’라고 말해요. 이 말을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본인의 생각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확실히 얻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예를 들면, ‘나는 우리 집이 최고야’라고 집 안에서 쉴 때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집을 나와서 돌이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또 다를 거예요. 결국 자신이 어떤 환경 혹은 선택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결국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풍요롭고도 여유로운 미소가 있는 그런 곳.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정말 스스로에게 맞는 환경이 어떤 곳일지, 지내던 곳을 떠나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겠네요. 미래를 생각해 볼 때,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가 아니라 어떤 모양의 삶을 살아갈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목적으로,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디로 떠나고 있나요?

정유림  jislov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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