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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정신 건강 주의보

바야흐로 대학생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탓에 몸 건강도 챙기기 힘든 만큼, 우리의 마음 건강은 들여다 보지도 못하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위태로운 대학생의 정신 건강

 

요즘에도 서점 베스트셀러에서 심심찮게 우울한 감정에 관한 에세이 서적들을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청년층을 겨냥한 에세이 서적이 트렌드처럼 많이 출판되었다. 우울한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서적들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사며 인기를 끌었다. 이는 단순한 출판계의 트렌드라기보다는 청년층과, 청년층에 속하는 우리 대학생들의 심리상태의 경향성과 결부된 현상일 것이다.

 

실제 연구 결과도 대학생들의 정신 건강 상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대에서 정신건강 질환 환자 수가 2013년 약 13만6000명에서 2017년 약 19만6000명으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20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질병은 '우울'이었다. 불안장애(20.4%), 심한 스트레스 반응 및 적응 장애(9.5%) 조울증(7.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작년 서울대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불안 및 우울 정도`에 대해 설문하였다. 그 결과 응답자 1,760명 중 818명(46.5%)이 우울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9.4%는 `가벼운 우울증`, 15%는 `중간 정도 우울증`, 2.1%는 `심한 우울증`에 해당했으며 아울러 `심리 상담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51.7%로 집계됐다.

 

한편, 작년 3월 전국대학생 2,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학생의 불안 정도에 있어 잠재적 위험군까지 포함하여 70%의 대학생이 불안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2,600명 중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비율은 1.6%인데, 이 수치는 전체 국민 자살 시도율 0.8%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이외에도 공황장애, 강박증, 대인기피증 등 대학생이 호소하는 심리적 증상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점차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또한 대학생 중에는 정신적 문제 때문에 학업 중단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연구와 경향성을 보았을 때 대학생의 정신건강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까지 치달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우리를 병들게 했는가

 

그렇다면 우리의 정신건강을 이토록 해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볼 때 사회 구조 속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취업난, 취약한 주거 환경 등으로 인하여 청년층의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늘어났다고 한다. 갈수록 자리 잡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상황은 우리의 심리 상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은 규율 중심 사회에서 성과 중심 사회로 현대 사회의 성격이 변모하였다고 말한다. 개인에게 끝없는 금지와 속박을 가했던 과거의 규율사회를 지나, 타인의 지배 없이 자기 자신을 추동해야 하는 성과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성과 사회에서 개인은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또 한편 착취당한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휴식을 박탈하고, 쉬는 중에도 불안을 느낀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의 메시지는 개인을 격려하는 메시지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를 무기로 개인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사회는 강제성을 잃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렇듯 성과 주체인 개인에게 긍정성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경쟁 사회를 움직인다. 학교 공부로 멈추지 못하고 알바, 대외활동, 봉사까지 미래만 보고 달리는 우리 대학생들은 그 속에서 ‘번아웃’이 되어 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 이렇게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정신 건강에는 생활 패턴이 상당히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되는데, 대학생으로서 건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그것이 망가지게 되면서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까지 문제가 올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인 관계에서 오는 영향도 상당하다. 이 경우 사회 구조적 문제로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점차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면서 진심 어린 소통과 공감은 줄어들고 피상적 관계가 늘어나 버린 현대의 관계가 갖는 경향성이 그 원인이 되지 않았는지 추론해볼 수 있겠다. 진정으로 신뢰하고 애정을 나누는 관계의 불가능성을 실감하게 되면서 우리는 쉽게 외로움과 우울, 불안을 느끼곤 한다. 때로는 필요에 의해 서로를 쉽게 찾는가 하면 쉽게 버리는 관계에 싫증을 느끼곤 한다. 그런 얕은 관계의 수가 많아질수록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며 관계의 허무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경쟁 사회의 분위기와 대인 관계 등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은 많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거시적인 경향성에 관한 논의에 그친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요인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기에, 원인에 대한 근원적인 해소 방법을 논의하기는 사실 어렵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힘든 원인에 대한 고민보다는, 대학생의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겠다. 최근에야 대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이에 대한 시스템은 잘 마련되어 있는 것일까? 정신적으로 고통을 느낄 때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으로 크게 심리상담소와 신경정신과 병원을 떠올릴 것이다.

 

우선 심리 상담소의 경우를 보자. 대학생의 정신 건강 문제가 이토록 심각하다면, 국가가 나서서 대학생들의 정신 상담을 위해 지원할 만하다. 그러나 고등학교까지만 의무적으로 심리 상담을 시행하도록 지원하고 있고, 대학교에 대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 오혜영 교수는 이에 대해 대학생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인력과 센터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살피면, 미국의 경우 대학생 1만 명당 정신건강 전문 스태프가 20명 이상 배치되어 있고, 학생 9,000명에 박사급 26명을 배치한 곳도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 대학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숫자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정부도 대학생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대학상담센터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간 150억 원 규모의 예산 지원을 건의했다고 한다.

 

둘째로 신경정신과 병원에 내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 질환이 발병했다면 병원에 방문해서 약물치료 등의 확실한 치료 수순을 밟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 정신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정신과 병원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큰 문제는 오늘날에도 정신과 병원에서 치료받은 기록이 민간보험 가입 제한 사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 우울증을 앓았던 환자의 보험 계약을 인수할 때 우울증이 재발하지 않고 자살 시도나 약물 의존성이 없으며 완치 후 5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불면증의 경우 치료 기간이 3개월 미만이어야 하고 완치 후 1년이 경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제한 때문에 민간보험에서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많다고 한다. 보험 가입 거절뿐만 아니라 정신과 질환 치료의 일환으로 수면제를 처방받아 보험금 지급에도 제한이 생긴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병원 내원 자체를 꺼리게 되기도 하고, 경증 정신질환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거라 생각해 약물 처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나이 어린 대학생들에게도 이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보험사와 달리 해외의 경우 불면증은 보험계약 제한 사항이 아니며, 우울증은 치료 여부, 발병 횟수 등을 세분화한 인수기준을 마련해뒀다고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병원을 찾아야 할 환자들이 망설이고 있다면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여전히 남아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 또한 신경정신과 병원을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였고, 최근까지도 언론 등 미디어에서 정신질환자를 부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인식은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대국민 정신건강 지식과 태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에게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에 걸리면 평생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질문했을 때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는 질문에 90%가량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해 ‘본인의 정신건강 문제 상담 대상이 누구인가’를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11.7%만이 ‘정신과 의사’라고 답했다. 이는 여전히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보편적으로 남아있으며 정신과 병원을 방문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이에 대해 ‘낙인 효과’를 두려워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중증 질환의 경우 남들 시선을 신경 쓰는 외적 요인이 강한 반면 경증 질환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기 싫은 내적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말했다. 즉, 정신과 병원의 부정적 인식에서 발생하는 모종의 장벽 때문에 경증의 경우 자신이 정신과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중증의 경우 정신과 병원에 다닌다고 했을 때 자신에게 부정적 낙인이 찍혀질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식의 문제는 병원 접근의 문제로 이어져 정신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에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정신질환이나 정신과 약물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또한 제대로 된 대처를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흔히 우울증, 공황장애 등에 대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9%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라고 꼽았다. 그러나 정신질환에는 생물학적 원인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일종의 신체적 질환과 같이 분류되고 있으며, 치료를 받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병의 기간과 재발 가능성, 합병증 등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에 대해서 사실보다 과장된 정보가 떠돌기도 한다. 물론 여느 약물과 마찬가지로 정신과 약물의 복용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크고 작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복용법에만 잘 따르면 기억력 저하, 자살 위험 등 루머로만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부작용이 나타날 일도 없다고 한다. 정신과 약물은 한 번 먹으면 끊지 못한다는 정보가 떠돌기도 하는데, 이는 약물 의존성과 내성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그러나 약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 작용의 균형을 일시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복용법에 따라 올바르게 섭취하면 의존성이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여태껏 존재했던 정신질환에 대한 대처 방법이나 부정적 인식 등을 살펴보고 나니 이런 의문이 든다. 청년층의 스트레스와 정신 건강이 고위험 수준에 치달았던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일까? 최근에야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인식 수준이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연구 결과로 가시화된 것은 아닐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214만 5000여 명인 반면 실제 우울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64만 명에 불과하다. 그 말인즉, 사람들은 정신 질환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도 바빠서 신체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만큼 정신 건강에도 너무 무신경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신체적 질환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정신질환에 우리 대학생들이 더는 무방비한 상태로 놓여 있지 않도록, 제도적 차원의 문제들과 인식 수준이 지금보다 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신질환을 ‘마음의 감기’로 가볍게 넘기지 않도록 말이다.

김예지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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