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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굴레, 웹하드 카르텔

웹하드 카르텔이라는 거대한 유착 관계가 드러나게 되면서, 불법 촬영 범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하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복잡하게 얽힌 막대한 규모의 공급 체계,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소비자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이제 막 대응하기 시작한 불법 촬영 범죄. 과연 그 끝을 볼 수 있을까?

 

 

웹하드 카르텔의 전말

 

 

웹하드 카르텔이란, ‘X디스크’ 등의 웹하드 업체와 웹하드 사이트에 불법 콘텐츠를 대량으로 올려 유통하는 ‘헤비 업로더’, 불법 콘텐츠를 검색해 차단시켜야 하는 ‘필터링 업체’, 불법 촬영물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불법 자료를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사’가 복잡한 유착 관계를 맺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의 유착 관계를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웹하드 사이트에는 ‘헤비 업로더’, 즉 웹하드 사이트에 많게는 만여 건에 달하는 다량의 불법 촬영물을 업로드하는 유저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소위 불법 촬영물의 도매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영상 하나당 약 백 원에 판매하게 된다. 이 같은 불법 촬영물은 웹하드 업체의 주 수입원이 되기 때문에 웹하드 업체는 헤비 업로더를 직접적으로 관리한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하여 영상을 계속 올릴 것을 요구하고, 법의 단속으로부터 헤비 업로더를 보호해 준다.

 

한편 본래 웹하드 사이트는 필터링 업체에 의해 불법 검색 목록, 불법 영상 등을 검열받아야 한다. 그러나 웹하드 업체 자체에서 필터링 업체를 인수하여 불법 촬영물이 여과 없이 유통되는 것을 방조하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불법 촬영물 유포 피해자들은 영상 삭제를 위해 돈을 들여 ‘디지털 장의사’에게 삭제 의뢰를 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웹하드 업체와 유착 관계를 맺고 있었다. 즉, 디지털 장의사는 해당 촬영물을 지워준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비용을 받고 마치 삭제를 한 것처럼 꾸민 뒤, 다시 다른 웹하드에 유통하면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이해관계의 주축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파일노리’, ‘위디스크’의 실질적인 운영자였던 양진호였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운영사는 필터링 업체 ‘뮤레카’를 인수하여 인사권, 운영권을 가지고 있었고, 뮤레카는 디지털 장의사 회사 ‘나를 찾아줘’를 차리게 된다. 이 회사들이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위치하며 모두 양진호를 대표로 두고 유착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에야 이 같은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고, 양진호는 불법 음란물 유통 혐의 이외에도 상습 폭행 등 여러 혐의로 구속되어 공판 중이다.

 

 

누구의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웹하드 카르텔을 추동하는 자본의 원천인 불법 촬영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규모만 보면 거대 자본을 쥐고 있는 기업의 비리가 폭로된 사건, 그뿐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사실은 더 먼저 살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막대한 양의 불법 촬영물을 공급하는 ‘개인’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며, 그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은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여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고, 헤비 업로더에게 그 영상을 공급한다. 피해자의 신상이 그대로 공개된 채로 영상은 다른 웹하드 사이트로, 해외 사이트로, 다른 제목과 다른 형식으로 인터넷을 떠돌게 된다. 또한 숙박업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는 수법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판매를 목적으로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을 하는 가해자가 다수 존재하는가 하면, 단순한 재미를 목적으로 자행되기도 한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단체 채팅방에 불법 촬영물이 오고 간 정황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던 사건처럼, 어떤 이들에게는 불법 촬영이, 여성의 신체가 그저 유희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때로는 협박의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 동의 없이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전 애인을 협박한 모 헤어 디자이너의 사건이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실제로 이별 후에 복수를 목적으로 유포되는 경우가 많고, 복수를 목적으로 하는 음란물이라고 하여 ‘리벤지 포르노’라는 명칭이 붙기도 하였으나, 부적절한 명칭이라는 지적에 따라 사용을 지양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끔찍한 점은 이 같은 불법 촬영물을 구매하고, 시청하는 소비자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웹하드 사이드에 올라간 영상물은 앞서 말했듯 영상당 백 원 선에 거래가 된다. 웹하드 사이트의 이용자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그 정도 값어치로 거래되는 음란물 영상이 웹하드 업체의 주 수입원이 되며, 거대 자본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웹하드 카르텔은 결국 돈의 문제였다. 불법 촬영물을 올리는 것이 돈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헤비업로더를 집중 관리하고, 필터링을 조작하고,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통해 삭제와 동시에 다시 업로드를 했던 것이다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는 끔찍한 고통 속에 살아간다. 자신의 신체가 고스란히 찍힌 영상이 싼값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 그중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피해자들은 영상물 하나 때문에 매일을 불안 속에 살아간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채 이해할 수 없을 공포일 것이다. 자신이 찍힌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사실상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방법이 없다. 다운로드 수는 매 초마다 늘고,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 장의사 업체도 웹하드 업체와 유착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영상이 다른 웹하드로, 해외 사이트로 점점 퍼질수록 조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피해자가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잔혹한 사실은 영상 속 피해자가 죽은 뒤에도 그 영상은 인터넷 어딘가에 떠돌며, ‘유작’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채로 계속 소비된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2018년 4월 30일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피해자 2,379명이 5,687건을 접수해 피해지원 33,921건을 받았다. 이 가운데 삭제 지원은 28,879건이었다. 이는 물론 피해자 중 일부에 그칠 것이고, 차마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까지 가늠한다면 엄청나게 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법 촬영물의 이용자가 아무 의식 없이 소비했을 영상, 어쩌면 당신이 친구들끼리 재미로 공유했을 영상 때문에 누군가는 목숨을 달리한다. 사실 이 같은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대중들은 불법 촬영물 소비에 대해 별다른 의식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예전에도, 지금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소비했으리라. 어쩌면 당신이 기여했을 조회 수 1의 파급력이 웹하드 카르텔을 굴리는 원천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돈을 내지 않고 해외 사이트에서 시청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해당 사이트의 광고 수익에 기여한 셈이니 말이다.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는 행위도 폭력이며 가해이다. 어쩌면 우리의 가족도, 친구도, 우리 자신도 될 수 있는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불법 촬영물을 절대로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 촬영 범죄, 그 끝은 어디인가?

 

웹하드 카르텔 근절을 위한 시민 사회의 노력이 꾸준히 있었다. 비영리 여성 인권 운동 단체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최초로 웹하드 카르텔 문제를 제기한 단위였다. 그들은 피해자 상담,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등의 피해자 지원과 더불어 웹하드 카르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경찰에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비롯한 웹하드 음란물 유포죄로 업체를 고발하는 등의 노력을 해 왔다. 지난해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에 불법 촬영 규탄시위가 수차례 진행되기도 하였다. 수만 명의 여성이 한데 모여 불법 촬영을 근절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또한 ‘웹하드카르텔 특별수사 국민청원’을 조직하여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 내었고, 경찰청장의 지시로 ‘웹하드카르텔 광역수사’가 진행되었다. 경찰청은 지난 6월 13일, 지난해 8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1차 단속, 올해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2차 단속을 실시해 웹하드 업체 총 55개를 단속했다고 밝혔다. 1·2차 단속에서 운영자 112명을 검거해 이 중 8명을 구속했으며, 헤비 업로더 647명을 검거해 이 중 17명을 구속하였으며, 웹하드 업체 14개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은 웹하드 카르텔 완전 근절을 목표로 연말까지 단속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웹하드 카르텔 문제가 불거진 최근에야 시작한 수사인 만큼, 경찰 측은 더욱 수사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며 민간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의 웹하드 필터링 기제도 도입되어야 한다.

 

경찰 측이 국내 웹하드 사이트를 집중 단속하는 한편, 불법 촬영물은 새로운 유통 경로를 찾아 끊임없이 퍼져 나가고 있다. 여러 불법 사이트에서의 불법 촬영물 소비를 막기 위해 정부는 보안 접속(https) 차단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IP 우회를 통해 손쉽게 접속이 가능하다고 하여 더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한편 올해 2월, 이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25만 명이 넘기도 했다. 이 같은 차단 조치가 검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 불법 도박사이트 776곳과 불법 촬영물이 있는 음란사이트 96곳에 차단 결정을 내렸다며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고 차단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 통신 내역을 들여다볼 수 없고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의 영장이 없는 감청은 불법행위라고 말하며 검열의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는 우회기술이 있더라도 피해자를 방치할 수 없다고 말하며 불법성이 명백한 콘텐츠는 국내외 어디서든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국민 모두 불법성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공감할 내용에 대해, 꼭 필요한 조치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불법 촬영물 문제가 다른 범죄와도 유착되어있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선 불법 촬영과 클럽의 유착 관계가 최근 드러나고 있다. 올해 7월, 경찰은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성행위를 불법으로 촬영해 해외 사이트에 유포한 피의자 42명을 검거했고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최근 ‘버닝썬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강남 클럽 등지에서 여성들에게 약물을 먹여 성폭행을 한 뒤 영상을 찍는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후 실제 ‘강간 약물’ 등이 온라인 사이트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것이 여태까지 불법 촬영에 손쉽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불법 촬영 범죄 이슈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큰 자본과 권력에 얽혀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다. 정부는 이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나름의 대응책을 내놓고, 수사를 하고 있지만 불법 촬영 범죄를 뿌리 뽑으려면 갈 길이 멀다. 정부의 대응 속도가 불법 촬영물이 생산, 유포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성행하던 범죄인 만큼 더욱 적절하고 빠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또한, 불법 촬영 범죄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불법 촬영 범죄의 피해 건수와 불법 촬영물의 수를 전 세계 단위로 확장하여 보면 그 수는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인 만큼 해외 불법 사이트의 수도 굉장하여 불법 촬영물의 유통 경로도 걷잡을 수 없이 널리 퍼져 있다. 따라서 범국가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죽어 가고 있다.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불법 촬영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고, 이와 연관된 여러 범죄의 실체를 하루빨리 파헤쳐 수사하라. 또한, 개인이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고 시청하는 행위 또한 가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예지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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