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과, 다른 취향. 서로 다른 우리를 묶어주는 ‘홍익대학교’라는 이름. 학교의 구성원임을 온전히 느끼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과잠’을 입는 것이다. ‘과잠’이라하면 단순히 야구잠바에 학교 교표와 이니셜만 새겨진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우리 홍익대학교의 과잠은 어딘가 특별하다! 와우가 묻는다, “너, 과잠 어디까지 입어봤니?”

 

 

역대 홍익대학교 과잠

 

과잠은 ‘학과 잠바’의 줄임말로 학과별로 매년 외투(돕바, 야상잠바, 항공잠바 등)를 공동구매하는 대학문화에서 나오게 되었다. 과잠은 동아리나 학과 단위로 맞추기도 하지만, 더 넓게는 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들이 맞추기도 한다. 이렇게 모두가 같이 맞춘 과잠을 입은 학생들은 학교의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소속감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과잠 문화는 발전하고 있다. 특색 있는 디자인과 다양한 제품군으로 선택지가 넓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홍대에서는 원하는 소재나 디자인이 있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공동구매하는 문화 또한 발달되어 있어 더욱이 특별하다. 역대 홍익대학교 과잠 중 많은 학우의 기억에 남은 과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데일리템 #포인트 #활용도갑

1. 15학번 <보드잠바>

심플하고 깔끔한 네이비의 두툼한 과잠. 기모 안감으로 보온효과가 뛰어나며 무난한 색으로 활용도가 높다.

2. 17학번 연보라 포인트 미술대학 학잠

적절한 회색과 연보라색의 비율로 과하지 않은 색감이다.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입기 좋은 러블리한 아우터! 치마나 바지 모두와 잘 어울린다.

3. 20학년도 문과대학 코치자켓

검정색의 무난한 문과대학 코치자켓. 그 등판에는 동백꽃의 화려한 자수가 놓여 있다. 뒤에 새겨진 ‘사계문대’의 의미는 4개의 문과대학 학과를 계절에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4. 미술대학 손그림 돕바

야작의 영원한 친구, 밤샘 공부의 동반자, 돕바! 무난한 디자인이면서도 뒤편에 붓을 쥔 기도하는 손이 나를 창작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만 같다.

 

#학과정체성 #마이웨이

5. 독어독문학과 17학번 과잠

독어독문과 과잠에는 독일 국기 자수가 놓여 있다. 시크한 블랙에 포인트로 들어가 세련되어 보인다.

6. 금속조형디자인학과 18학번 <황금 과잠>

저 멀리서도 새내기를 알아보기 위함이었을까, 금속을 다루는 학과여서일까? 번쩍번쩍하는 존재감에 압도당한다.

7. 국어국문학과 <훈민정음 후드티>

블랙 후드티에 하얀 붓으로 훈민정음을 쓴 듯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한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8. 경영학과 14학번 전설의 <빨잠>

본교 건립이념을 담은 ‘널리 이롭게 하다’라는 한글이 등판에 적혀있어 입는 순간 자부심이 올라가는 과잠이다.

 

#홍대패션 #유니크소재 #중고거래대란템

9. <와우산로 코치자켓>

한때 학내 커뮤니티에 중고거래 대란템이었던 자켓. 영원한 미소를 상징하는 심플한 드로잉과 본교 영문주소가 잘 어울려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없다.

10. 코듀로이 학잠

코듀로이 소재로 아이보리와 스카이, 라벤더 색상의 다양함으로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공구하는 과정에서 라벤더는 미대잠바로, 다른 두 색상은 학잠으로 제작되었다.

11. <오혁과잠>

정직한 글씨체의 ‘홍익미대’와 Ok! Artist 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과잠. 가수 오혁이 본교 예술학과에 다닐 때 입던 과잠 디자인이 유명해져 다시 제작해 찾는 이들이 많다.

12. <홍그와트 시리즈> 가디건

익숙한 배색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홍익대학교 건물 구조의 복잡한 특성이 ‘해리포터’의 호그와트를 연상시켜 이름 지은 홍그와트! 이에 걸맞게 그리핀도르가 입었을 것만 같은 가디건을 선보인다.

 

 

과잠을 만드는 학우들

 

각양각색의 과잠을 만나보니, 최근에는 단체복 그 이상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학우의 사랑을 받아 애칭까지 생기거나, 여러 학우들에게 기억되며 중고로 거래되는 과잠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어쨌든 각자 과잠을 입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학우들의 손이 자꾸 향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잠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뭘까? 바로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에 학우들의 손길이 듬뿍 들어간다는 것! 과잠을 직접 만드는 학우들과, 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홍익대학교에서 홍그와트로, 개인 커스텀 홍그와트 시리즈 제작자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저는 ‘홍그와트 시리즈’의 제작자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홍그와트란, 학교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에 착안해 생긴 별명이에요. 저는 재작년 즈음 에브리타임에서 ‘홍그와트 가디건’ 제작에 팀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후드티와 맨투맨을 혼자 맡아 진행했어요.

 

1. 어떤 계기로 과잠 제작에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제가 한창 겁 없는 신입생 때, 에브리타임 커뮤니티가 너무 신기해서 자주 둘러보곤 했어요. 그때 어떤 학우분이 올린 홍그와트 가디건 초기 디자인을 보고 엄청 끌렸어요. 학교 별명이 마법학교라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구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홍그와트 가디건 제작팀을 모집한다길래 참여하게 되었어요. 의류 업체의 경우에는 옷 브랜드를 창업한 지인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것을 이래로 맨투맨까지 쭈욱 같은 업주분과 함께하고 있어요.

 

멋모르던 신입생으로 제작활동을 시작했지만, 정말 보람차서인지 다음에도 홍그와트 시리즈를 제작해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머지 시리즈를 혼자서라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어진 후드티는 디자인 관련해서 업주분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엔 너무 무난할까 우려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되어 2차 공동구매가 진행되기도 했어요. 그다음은 새로 맨투맨을 제작해 보았어요. 이때는 후드 2차 공동구매의 총대였던 타과 학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수요조사나 배부 등의 복잡한 걸 같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나네요.

 

2. 홍그와트 시리즈 및 기획 의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홍그와트 시리즈는 즉, 분위기가 마법학교인 홍대 옷이라고 생각해요. 홍그와트 시리즈의 컨셉 자체는 해리포터의 마법학교라는 요소에 착안했어요. 그러나 해리포터를 날 것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홍익대학교’ 자체에 좀 더 집중해서 만든 시리즈입니다. 기숙사의 각 색 배합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외 해리포터의 상징은 쓰지 않고, 학교의 상징마크와 디테일을 사용합니다.

 

가디건 때는 마법학교 느낌에 많이 치중해서 무난함과는 살짝 거리가 멀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는 안 입고 다니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이를 보완하려고 만만하게 입기 좋은 도톰한 후드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때는 대표적인 2개 기숙사 디자인만 냈었어요. 그다음은 모든 기숙사의 디자인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워서 4개 기숙사 디자인을 담아서, 해당 시기였던 봄에 맞는 기본 재질의 맨투맨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3. 과잠 제작 및 공동구매 진행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우선 일상 중에 떠오르는 게 있으면 기록을 해둬요. 그리고 만들고 싶은 옷의 디자인과 색깔, 사이즈를 추려두고, 업주분과 맞추며 조절을 해요. 후에는 샘플을 뽑아보며 실제 색깔과 사이즈, 핏을 검토한 뒤, 최종안을 확정 짓습니다. 그 후엔 최종 샘플로 상세샷이나 견본 사진을 찍어요. 모델은 저를 스스로 찍는 거라 현타가 오기도 해요.(웃음) 가끔은 주변 사람들 입혀보고 핏을 파악한 뒤 기록해둬요. 처음에는 실제로 학우분들이 샘플을 입어볼 수 있게 시간과 장소를 잡기도 했는데 요즘은 여유가 없어 못 하고 있어요. 다음엔 SNS나 에브리타임을 통해 소식을 알리고 구글폼으로 주문을 받아요. 그 후에는 주문받은 사이즈와 수량을 정리해서 업주분께 전달해드리고 제작완료 날짜를 대략 잡아 배부를 진행합니다. 주문제작 방식이다 보니 불량품을 감안해 만드는 것들 빼고는 재고가 남는 일이 없어요.

 

4. 제작 및 공동구매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아무래도 유니폼 업체에서 하는 게 아니라서 사이즈나 디자인을 맞추는 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하고 있어요. 다만 수량이 많아야 단가도 맞추고 공장에서 디테일 부분을 더 신경써주기도 해서 많은 수량을 맞춰야 하는 게 아쉽습니다. 마음 같아선 이런저런 것들 디자인도 여러 개 만들고 사이즈도 더 나누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요.

 

또, 개인적인 흥미로 진행하는 일이기도 하고, 제가 봉사 시간이나 보수를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웬만하면 혼자서 일을 해요. 그러다보니 다수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운 게 아쉬워요. 학우 분들, 특히 신입생분들에게는 좋은 기억을 주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배부 할 때 따로 수제 과자나 키링을 만들어서 드리기도 했었죠.

 

후드를 제작했을 시기에는 다른 학교와 약간의 분쟁도 있었어요. 학우분들이 자유롭게 홍그와트 문화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을 홍대 학우들에게만 오픈해 놓았는데 다른 학교에서 이를 오해해 디자인이 같은 후드티를 진행한 일이었어요. 수량이 많을수록 제작이 잘 되니까 페이스북 같은 곳에 최대한 많은 학우분들이 볼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데, 타 학교에까지 알려져서 그런 것 같아요. 학우 분들 덕분에 잘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그때는 특히 정신적으로 어리기도 했고 처음이라 그런지 대처가 서툴렀어서 매우 부끄러워요. 또 시중의 해리포터 시리즈 디자인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아 속상하기도 했어요. 홍그와트란 별명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홍그와트 과잠의 시초인 가디건은 시중에 해리포터 콜라보 옷이 나오기 전부터 시작해 완성했던 것이거든요. 단순히 해리포터 디자인이 매력적이라 유행을 좇는다는 안 좋은 시선도 받기도 했어요. 그래도 이게 다 학교 별명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힘든 일도 있었지만 학우분들 덕에 계속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작과 배부를 마치고 나면 고마움을 표하는 학우분들, 홍그와트 시리즈를 애용해주는 학우들을 보면 정말 힘이 나거든요! 멘탈이 약해서 공구 진행 중에는 스트레스받다가도 학우분들 보면 그런 것들 다 잊어먹고 다시 공동구매를 진행하게 되더라고요. 제작 활동은 저한테 후회되지 않는, 모든 순간을 값지게 한 활동이에요.

 

6. 과잠 제작에 관심 있는 학우들에게 제작, 디자인 과정에 있어 팁을 주실 수 있나요?

저도 어쩌다가 시작하게 된 것인 만큼,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답니다! 생각만 했던 디자인이 실제로 나오는 걸 경험하게 되면 그 감회가 남달라요. 디자인, 홍보, 사진 찍어보기, 신청서 양식 만들어보기 등등 진행할 게 많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멘탈은 약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단체복이다 보니 과한 디자인은 지양하는 게 좋아요. 전체적인 색, 로고나 디테일적 요소에서 어디에 포인트를 줄 건지 정해야 해요. 현재 홍그와트 시리즈의 경우는 아이보리, 그레이, 네이비, 블랙 같은 기본적인 색으로 4가지 기숙사 색을 정하고, 시보리나 로고에서 포인트를 준 옷이에요. 색다르지만 어느 정도 무난하게 가고 싶다면 두 가지 요소 중 하나에만 힘을 싣는 디자인을 하시면 돼요. 그리고 제작단계에서 디자인을 실제 의류에 적용해보면 정말 다르므로 샘플은 꼭 뽑아보시길 바랍니다.

 

 

7. 홍그와트 과잠을 애용하는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만든 학교 별명에 모두가 참여해 만든 디자인을 시작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제가 만들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해요. 덕분에 배워가는 것도 많고 학기 중에도 곳곳에 홍그와트를 입은 분들을 보며 힘을 얻어 지내고 있어요. 많이 부족한 저조차도 과잠을 만드니, 다른 분들도 개성있는 유니폼, 굿즈를 충분히 만드실 수 있어요. 우리 함께 홍그와트 문화를 만들어 가요!

 

그리고 제가 홍대를 다니면서 느끼게 된 것은 학우분들은 정말 대단하고 멋진 분들이 많지만 스스로를 그렇다고 못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멋지고 존경스러운 학우분들이 남은 학기도 재미있고 보람찬, 좋은 기억 만들면서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유가 있을 때마다 최대한 자주 해보려고 해요. 이번에 새 학기를 맞아 신입생분들도 들어오니 가장 반응 좋았던 후드의 디자인을 4개로 늘려서 진행하려고요. 아마 교지가 발간될 즈음엔 제작이 진행될 수도 있겠네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학우들의 추운 겨울을 부탁해! 前 총학생회 돕바 제작 담당자를 만나다.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 제53대 총학생회 라온-화 학생복지위원장 이정민입니다. 저는 19년도에 학생복지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였고, 홍익대학교 겨울 잠바 제작을 총괄해 담당했습니다. 홍익대학교 전체 겨울 잠바를 제작하는 건 저희 부서에서 매년 진행했던 사업이라 맡게 되었죠. 소모임과 학생회에서 과잠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과잠을 평소에 굉장히 애용하기에, 열심히 만들어 학우 분들이 겨울에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1. 과잠 제작 및 공동구매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과잠을 제작하는 과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 공모전, 업체 미팅, 신청 및 입금, 잠바 배부인데요. 개강하기 한 달 좀 더 전에 총학생회 홍보 채널을 통해 과잠 디자인 공모전을 알리고 디자인을 받습니다. 여기서 1위를 한 디자인을 가지고 과잠을 제작하게 됩니다. 공모전이 진행되는 여름 방학 동안 학복위에서는 여러 잠바 업체와 미팅을 합니다. 미팅에서는 해당 업체의 소개와 어떻게 잠바를 제작하는지에 대한 과정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가장 중요한 과정인, 샘플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디자인과 원단에 대해 살펴보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업체를 정하고 디자인이 정해지면 이제 업체로부터 과잠 샘플을 받고, 잠바 신청기간에 학우 분들이 잠바 시착을 하실 수 있게 됩니다. 샘플 시착 사진과 잠바의 가격, 입금 계좌정보, 신청서 폼 등을 담은 신청 공지를 올리고, 신청 기간 동안 신청과 함께 입금을 받는데요. 신청 기간에 굉장히 많은 학우 분들께서 신청을 하시다보니 많은 문의가 들어오는데, 여러 문의에 성실히 응답하며 변경 건을 처리하려 노력합니다. 신청기간이 끝나면 신청자 명단과 입금 명단을 한 명 한 명 모두 대조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금액을 다르게 송금하거나 입금을 안 한 경우들에 대해 다 연락을 드려야 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입금액이 모두 모이면 업체에 최종발주를 넣습니다. 이렇게 하여 한달 정도 후에 과잠이 학교에 도착하는데요. 몇백 벌의 과잠이 오기 때문에 전부 옮기고 정리한 뒤, 배부 날짜에 배부를 합니다. 배부 기간은 약 일주일 정도가 걸리는데, 총학 집부 분들이 학생회실 근무를 하면서 학우 분들이 오시면 과잠 배부를 해드립니다. 이때는, 잠바의 종류와 사이즈가 절대 헷갈리지 않도록 메뉴얼을 확실히 짜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제작 및 공동구매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당연히, 학우 분들이 제가 담당했던 잠바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찹니다. 여름방학부터 시작하여 2학기를 종강 이후까지도 저를 괴롭혔던 잠바였는데, 그래도 학우 분들이 학교에서 잘 입고 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아주 보람차더라고요. 그리고 배부하면서, 또는 문의를 받으면서 수고하신다고 말 한마디 해주실 때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예정 날짜 안 밀리고, 잠바 불량이 매우 적었다는 점이 제일 만족스러웠습니다.

 

힘들었던 점으로는, 500벌 가까이의 잠바 제작을 책임지고 있다는 거 자체가 많은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작은 실수로도 몇 백 명의 학우 분들이 불편을 겪거나 기다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금전적인 손실까지 이루어질 수 있으니, 작은 부분 하나까지 혼동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청과 입금을 맞춰보는 과정에서 입금 문제로 힘든 점이 많더라고요.

 

 

3. 과잠 제작에 관심있는 학우들에게 제작 및 공동구매 과정에 있어 팁을 주실 수 있나요?

일단, 주변에서 과잠을 많이 제작하니까 업체의 실제 후기에 관해 많이 물어보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크고 후기 좋은 업체들도 포함해서 업체를 몇 개 뽑아보세요. 그리고 원단이나 디자인, 가격, 납품기일 등의 항목을 서로 비교해보고 업체를 선정하시는 것을 추천 드려요. 그리고 납품기일 잘 안 맞추거나 잠바 불량이 많은 업체들이 있는데 계약서 쓰실 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랑, 애프터 서비스 같은 항목들이 잘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시고 계약서 쓰시는 게 좋아요.

 

 

4. 교지를 읽는 학우들 또는 학교 과잠을 애용하는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학교 과잠 정말 많이 애용하는데, 학우 분들께서도 어느 계절이든 어떤 과잠이든 홍익대에 애정을 가지면서 편하게! 많이 입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019 홍익대학교 겨울 잠바도 겨울마다 따뜻하게 많이 입어주세요. 저도 이번 겨울에 입고 다녔는데 아주 뜨듯하더라구요! 겨울에는 역시 편하고 따뜻한 게 최고인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학우분들께 작은 부탁이 있다면, 공동구매에 참여하실 때는 꼭 정확한 정보를 기입하고, 입금까지 깔끔히 해주신다면 진행자의 부담이 적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과잠,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이처럼 과잠을 만드는 여러 학우들 덕분에 홍익대의 과잠 문화는 조금씩 더 특별해지고, 개성 넘치는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과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 과잠에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자율전공학부 16학번 이서윤 씨를 만나 이야기해보았다.

 

“하나 둘 셋 넷…. 일곱. 조금씩 모으다보니 어느새 일곱 개나 되었네요.”

평범한 홍익대학교 자율전공학부 학우 이서윤 씨. 하지만 그의 옷장 속은 다른 학우들에 비해 조금은 더 특별하다. 15학번, 16학번, 19학번 자율전공 과잠, 16학번 시각디자인과 과잠, 그리고 18학번, 19학번, 20학번의 자율전공 학생회 과잠까지. 무려 7벌이나 옷장 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윤 씨가 새내기로서 처음 구매하게 된 과잠은 역시 여느 학우처럼 진입 학과의 16학번 시각디자인과 과잠이었다. 물론 16학번 자율전공 과잠도 구매하긴 했지만, 간발의 차로 시각디자인과의 과잠을 더 일찍 배부받게 된 사연이 있다. 서윤씨의 시각디자인과 과잠은 남색 등판에 한쪽 팔은 검은색, 다른 쪽은 흰색이라 독특한 매력이 있다. 간발의 차일지라도 생애 첫 과잠이라서 그런지 더욱 기억에 뚜렷이 남는 것이 당연하다. 서윤 씨는 새내기의 설렘을 갖고 과잠을 구매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여러 활동을 이어가며 하나씩 과잠을 모으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잠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학번 위의 과잠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 15학번 과잠을 가지게 된 것일지, 뭔가 특별한 사연이 얽혀 있진 않을까 궁금해졌다.

 

“추워 보인다고 자기 과잠을 입고 가라는 선배의 말에 마음까지도 따뜻해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그가 새내기 티를 벗고, 첫 학생회로서 참여한 LT에 갔다가 돌아가는 날 아침이었다. 서윤 씨가 추위에 떨고 있던 모습을 본 선배가 본인이 입고 온 과잠을 주면서 입고 가라고 했다. 감동도 많이 받고, 너무 고마운 마음에 이튿날에 언제 돌려줄까 물어보니 흔쾌히 그냥 가지라고 해서 더욱 감동이었다고 한다. 어차피 주머니 안쪽이 터져서 버리려 한 건데, 추워하길래 빌려준 거라고. 파란 등판에 흰색 팔인 16학번 자율전공 과잠보다, 회색 등판에 검은색 팔인 15학번의 것이 시크해 보이고 예쁘게 느껴져 계속 보관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사연이 얽힌 15학번 자율전공 과잠. 이 과잠이 서윤 씨가 가장 아끼는 과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또 따로 있다고 한다.

 

“추억도 소중하긴 하지만, 역시 직접 만든 게 제일 예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웃음)”

과잠을 사서 입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직접 만들기까지! 서윤 씨가 직접 디자인 한 과잠은 바로 18학번 자율전공학부 학생회의 돕바였다. 시각디자인과 수업을 듣고 있던 서윤 씨가 디자인을 도맡아 하게 되었는데, 화려한 걸 좋아하는 그의 취향대로 등판에 꽉 차게 한자 로고를 넣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많이 고치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쁘게 나와서 가장 애착이 간다고 한다. 검은색 오리털 돕바라 가볍고 따뜻해서 겨우내 입기도 좋다고. 또, 편하게 아무데에나 막 입어도 좋고, 한껏 꾸민 날 슬쩍 걸쳐주면 마치 연예인들이 롱패딩 입은 느낌도 나는 것 같아 가장 손이 잘 가는 듯했다.

 

“사실 7개 모두를 자주 입고 다니지는 않아요. 하지만 옷장에 걸려있는 7개의 과잠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거기 담긴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거든요. 특히 16학번 과잠을 보고 있으면 새내기 때 친구들과 다 같이 과잠을 입고 체육관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요. 19학번 과잠을 보고 있으면 후배들과 함께 덩달아 신나서 질러버리고, SNS에 다시 새내기가 되고 싶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고요.”

 

서윤 씨가 가진 7개의 과잠 속에는 그 이상의 아름답고 특별한 추억이, 대학 생활의 시간들이 녹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추억이 녹아 있는 과잠은 학우 각자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학우들이 과잠을 입어 온 이유는, 대학에서 만난 무수한 추억을 톺아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홍익대학교 안의 여러 특색 있는 과잠들과, 과잠을 만드는 학우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것들을 입고 모으는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래 과잠 제작은 총학생회나 학과 등 큰 단위에서 주관하는 업무의 일종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에는 에브리타임과 같은 학교 커뮤니티의 발달로 개인이 제작하는 과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홍그와트 시리즈 외에도 여러 과잠들이 제작되고,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학교의 과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홍익대학교의 것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총학생회 차원에서 단체복 디자인 공모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학우들은 단순히 업체의 도안에 학교 교표만 새기는 것을 넘어 코듀로이와 같은 재질의 변화를 준다. 또 코치자켓과 같이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진행하고, 심지어 목도리와 같은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홍익대학교의 과잠은 이제 그냥 의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인 것이다.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과잠. 과잠은 이제 우리에게 그 이상의 의미를 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홍익대학교만의 색은 여러 대학교 속에서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빛이 난다는 것이다.

 

임유빈  kss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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