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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번 걸어볼까요?

 

 새파란 하늘과 따뜻한 햇볕. 이런 날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은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멀리 떠나자니 시간이 부족하고, 뭐 좀 하려고 하면 돈이 부족하고…. 그냥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내 눈앞에 있는 길이 새롭게 보였다. 문득 오늘은 이 길을 무작정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걸을만한 곳 없을까? 

* 어떤 길을 따라가실래요? _ 유형별 거리 추천
1번. 삭막한 도시 생활, 잠시만 벗어날래 / SNS에 업로드 할 감성 사진이 필요하다!   
2번. 늘 똑같은 산책로는 지겨워 / 책은 읽고 싶은데, 도서관은 너무 답답하고 서점은 가기 귀찮고….
3번. 나의 어린 시절은 만화로 가득 차 있다 / 구경거리가 많았으면 좋겠어
4번. 내 취미는 골동품 모으기 /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1번. 골목길에 숨 쉬는 정겨움, 익선동 한옥 거리 

익선동 한옥 거리는 북촌보다 앞서 조성된 도시형 한옥 주거단지로 1920년에 개발되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마을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과 카페, 음식점 등으로 재탄생한 공간들이 함께 골목 곳곳에 위치한다. 

★ 매력 포인트 하나, 정겨움 그 자체. 
  현란한 네온사인과 빽빽한 빌딩 숲이 지겹다면, 가끔은 사람 사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바로 여기다. 요즘에는 한옥이 모여 있는 특징을 살려 하나의 관광지로 조성한 곳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한옥의 특성을 살리면서 복합공간으로 재구성된 ‘익선동 한옥거리’는 정겹다. 익숙하다. 친숙하다. 사람 냄새가 난다는 표현이 정확할 거 같다. 전봇대에 붙어있는 ‘담배’라는 전단지, 작은 구멍가게, 리어카와 포장마차.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가 골목길에 녹아 있다.   

★ 매력 포인트 둘, 곳곳에 숨겨진 즐길 거리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장소 중 하나인 만큼, 구석구석에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편의점 형태의 맥주 집을 말하는 ‘가맥집’인 <거북이 슈퍼>, 영화 ‘최악의 하루’의 촬영지였던 카페 <식물>, 옛 경양식 식당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경양식 1920> 등은 이미 명소가 된 지 오래다. 한복집, 공방, 빈티지 숍, 전통 찻집 등 골목마다 숨겨진, 작지만 따뜻한 공간들은 혼자 온 사람, 친구와 연인과 손잡고 온 사람 할 거 없이 모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2번. 생활 속 여유 한 장, 경의선 책거리

2016년에 완공된 ‘경의선 책거리’는 독서 문화의 융성을 위해 조성된 거리다. 옛 경의선 철길이 있었던 자리인 만큼 ‘땡땡 거리’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있다. 기차가 지나다닐 때 건널목 차단기에서 ‘땡땡’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나오면 옛 철길 위에 새롭게 탄생한 거리를 만날 수 있다. 

★ 매력 포인트 하나, 테마별 독서 공간
  경의선 책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거리의 가장 큰 특징인 기차 칸 모양의 독서 공간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각 공간은 ‘문화 산책, 테마 산책, 인문 산책, 예술 산책, 여행 산책, 아동 산책, 문화 산책, 미래 산책, 창작 산책’ 등 총 9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공간에 진열된 책은 언제든지 가서 읽어볼 수 있으며 원하면 구매도 가능하다. 테마별 책이 진열된 공간만이 아니라 도서와 관련된 작은 전시회, e-book 콘텐츠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독서 공간 이용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 매력 포인트 둘, 산책도 하고 문화생활도 하고. 
  옛 경의선 철길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거리인 만큼, 길 자체가 곧게 뻗어있다. 쭉 뻗은 길은 산책하기에는 최적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조형물, 작은 풀밭, 기차역을 형상화한 포토존은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근처에는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 등이 있어 주변 거리로의 접근성도 좋다. 하지만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넓은 길을 활용해서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화요일은 인문학, 문학을 중심으로 한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인문 산책 DAY’, 수요일은 예술과 디자인과 관련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예술‧디자인 DAY’다. 이처럼 휴관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모두 다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면 ‘경의선 책거리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gbookstreet)에 가입한 후 프로그램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넓고 곧게 뻗은 길목에서 산책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경의선 책거리. ‘독서’라는 새로운 휴식의 기회,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진 길. 늘 똑같은 산책로가 지루했던 당신에게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3번. 만화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다, 명동 재미로 

명동 ‘재미로’는 한국 만화의 활기를 되찾겠다는 목적에 따라 2013년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이 조성한 만화 거리다. 명동역 3번 출구부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로 가는 길목이 ‘재미로’다. 밋밋한 거리가 특색 있는 거리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사례다. 

★ 매력 포인트 하나, 보는 재미 걷는 재미 
  명동역 3번 출구를 나가면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로 표지판이 그 시작을 알린다. ‘여기가 만화 거리가 맞나?’ 싶을 때 하나씩 등장하는 캐릭터 조형물이 이 거리의 포인트다. 명동 주민센터 앞을 지키고 있는 뽀통령 뽀로로와 라바 캐릭터, 미용실의 한 면을 가득 채운 ‘안녕 자두야’, 문구점 창문에 그려진 ‘하얀 고무신’ 캐릭터들은 공간의 특성과 잘 맞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명동 재미로 골목길, 도로도로 골목길, 과거여행 길, 명랑 골목 탐방 길로 나누어진 골목길과 곳곳에 숨겨진 만화 조형물, 만화 속 대사가 새겨진 ‘만화 기둥’ 등은 재미로가 오르막길에도 불구하고 힘듦을 느낄 수 없는 이유다. 
 
★ 매력 포인트 둘, 상반된 두 거리의 매력을 동시에
  서울에서 가장 ‘핫’한 거리 중 하나인 명동. 수많은 상점과 엄청난 인파, 복잡한 거리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재미로’는 여기가 같은 ‘명동’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곳이다. 조용하고 한산한 거리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들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스팔트 도로의 삭막함을 잠재운 건 역시 캐릭터들의 힘이다. 부모님에게는 옛 추억의 공간으로, 아이들에게는 만화 속 주인공들과 놀 수 있는 신나는 놀이터로 다가왔다. 큰 도로 하나를 두고 나뉘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명동의 두 거리를 언제든지 오갈 수 있다. 명동 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 하나씩 들고 구경하다가 지칠 때쯤 재미로에 가서 인증샷 하나 남기는 것도 색다른 힐링 방법이다. 
 


4번. 과거로의 시간여행, 동묘 앞 거리

동묘 앞 3번 출구에서 나오면 길 위에 줄지어 좌판이 펼쳐진 진풍경을 볼 수 있다. TV 방송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 매력 포인트 하나, 거리 자체가 박물관
  구제 옷, 놋그릇, 필름 카메라, 브라운관 티비…. 있는 것보다 없는 것 찾는 게 더 빠를 거 같은 이 거리. 정말 ‘박물관’에서 볼법한 물건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상인마다 판매하는 물건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잘 찾아보면 꽤 쓸 만한 물건도, 각자의 취향에 딱 맞는 물건도 발견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것도 이 거리만의 혜택이다. 인근에 깨끗하게 단장한 풍물시장이 있지만 꽤 넓은 폭의 거리 양옆을 가득 메운 좌판들에 더욱 정이 간다. 누군가의 추억을 가져다줄 물건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주인을 기다린다.   
 
★ 매력 포인트 둘,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만의 시간
  동묘 앞 거리의 풍경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 두 사람 거리 위에 자리를 깔고 오래된 물품을 팔기 시작한 것이 하나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인지 이 거리는 특정 단어로 대체할 수 없는, ‘동묘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거리와 그 위에 펼쳐진 물건들에 깃든 시간에 이끌려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는 이곳을 찾게 된다. 낡고 볼품없고, 누가 봐줄지도 모르지만 오래된 물건들은 세월을 그대로 품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조급하고 불안해했던 지난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거리 바로 옆에는 청계천이 흐르고 있어 산책하러 가기도 좋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거리를 걷고 있는 그 시간 속에서 골동품을, 흐르는 청계천을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어딘가로 향하기 위해 지나쳤던 그 거리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오늘 하루는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거리를 즐겨보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겨 보는 것도, 누군가와 함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모두 환영이다. 

송지민  sjm96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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