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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로 나온 미술, 공공성을 향하다

 

서울 시내의 중심지인 광화문 거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다. 세종대왕상과 청계천 광장의 붉은 다슬기를 지나 기업이 밀집된 곳으로 들어오면 거대한 거인이 쉴 새 없이 망치질을 한다. 이렇듯 빌딩으로 빽빽한 서울의 중심지부터 작은 마을의 돌담길까지, 일상 속 길거리 곳곳은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의 미술관이 되어가고 있다. 

 

미술관을 둘러보기 전에 : 공공미술이란?
공공미술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 또는 지정된 장소에 설치, 전시되는 작품이나 디자인을 말한다. 공공미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미술 장식 심의위원회에서는 공공미술의 유형을 조각, 회화, 서예, 공예, 사진, 벽화, 상징조형물, 미디어아트, 동상, 기념비로 분류한다. 나아가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 등장으로 인해 공공미술의 유형은 설치, 개념미술, 공동체 작업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공공미술을 설명하는 다양한 책과 글에서는 공공미술을 간략하게 3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공공장소 속의 미술’, ‘공공장소로서의 미술’, ‘공공의 관심 속의 미술’이 그것인데, 공공미술이 이러한 발전단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략적인 요지이다. 
우선 ‘공공장소 속의 미술’은 도로의 중앙 분리대 혹은 건물의 내‧외부에 설치되는 미술작품 등을 지칭한다. 광화문의 세종대왕상, 중랑구의 88올림픽 기념비 등 기념해야 할 인물이나 사상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모뉴먼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공공장소 속의 미술은 풍덩 예술(plop art)이라고 불리며 희화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예술가가 작업실에서 혼자 만들고 공공장소에 풍덩 던지는 미술은 대중과의 부재가 쉽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공장소로서의 미술’은 미술관을 벗어나 삶과 자연의 영역으로 미술을 확장하며 나타난 미술이다. 즉 공공장소가 자체가 미술의 대상으로 인식된 것이다. 공공장소로서의 미술은 벽화마을부터 도시디자인까지 미술의 적용 범위가 다양하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작가의 개입이 ‘공공장소 속의 미술’처럼 시민사회와의 소통 없이 개인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타나는 공공미술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의 관심 속의 미술’은 커뮤니티 아트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공공미술에서 ‘공공’의 의미에 가장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등장하였다. 지금까지 공공미술에 있어서 수동적인 감상자의 위치에 놓였던 시민사회의 구성원을 미술의 주체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가장 소통하고 있는 공공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인기를 얻었던 러버덕, 슈퍼문 등 우리에게 친근한 조형물이 대표적인 ‘공공의 관심 속의 미술’이다.

 

일상 속의 길거리 미술관을 둘러보자!
<스프링> : 광화문역 5번 출구 근처 청계천의 시작 지점인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 청계광장에 있다. 여느 광화문 거리처럼 양옆에 높은 빌딩들이 위치하지만, 그 가운데를 시원하게 흐르는 청계천 덕분인지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스프링은 청계광장의 다슬기를 연상시키는 지름 6m, 높이가 20m의 거대한 작품이다. 작품의 목적은 ‘봄’ ‘용수철’ ‘샘’을 뜻하는 영문 단어의 의미에 맞게 아래쪽 구멍에서 청계천 원수가 흘러내려 가는 것이다. 또한 붉은 스프링의 나선형 구조는 봄의 푸릇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해머링맨> : 스프링을 등지고 광화문역 7번 출구를 지나 직진하면 서울의 중심지인 종로구 신문로가 있다. 신문로는 유동인구가 많고 다양한 기업이 자리 잡고 있는 거리로 그야말로 빌딩 숲속 같은 느낌이 든다. 망치질하는 남자, 그 의미대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표현한 해머링맨은 매일 08시부터 19시까지 약 1분 간격으로 망치질을 한다. 반복적인 동작과 철제를 사용하여 단순한 실루엣으로 표현된 이미지는 노동의 숭고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노동하는 현대인의 고독한 삶을 표현한다. 높이 22미터, 50톤에 이르는 해머링맨의 거대함이 길거리를 분주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압도하면서 강조된다.

<강남스타일> : 강남구 영동대로에 위치한 코엑스의 동쪽광장에 있다. 높이 5미터, 폭 8미터의 청동구조물은 강남구에서 세계적으로 히트한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이다. 강남스타일 안무를 추는 손목의 모양을 형상화했으며, 위에서 보면 손목 아래의 지구형상과 겹쳐 지구를 감싸 안는 모양이 된다. 작품의 목적은 커다란 손 모양 아래에서 시민들이 함께 말춤을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러버덕> : 송파구 잠실로 석촌호수에 약 한 달간 떠 있었던 거대한 오리는 석촌호수를 감싸는 석촌호수 길을 걸으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오리를 전시하자는 작가의 의도에 맞게 러버덕은 크기가 16.6미터에 이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욕조에서 보던 노란 고무 오리와 똑같다. 러버덕은 '즐거움을 전 세계에 퍼트리다'라는 이름으로 2007년부터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한국에 온 러버덕은 잠실 롯데월드와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석촌호수를 거닐다 갔다. 

 

길거리 미술관, 어떠셨나요?
위에서 살펴본 네 개의 작품들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미술이다. 하지만 네 작품 모두 시민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미술관을 둘러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은 각자 다른 것처럼, 공공미술도 대중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대중들의 호응을 받은 작품들은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명물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은 오히려 흉물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것은 다시 말해 모든 공공미술이 길거리와 어울리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공공미술도 하나의 미술 작품이므로, 개개인의 미술적 주관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이 공공장소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가치를 미적 아름다움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공미술이 ‘공공의 관심 속의 미술’을 지향하며 발전해 온 역사를 볼 때, 소통의 가능성은 공공미술의 주요한 과제이다. 즉 미술 작품을 매개로 시민사회가 소통하거나 작가의 의도가 시민사회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우리는 그 작품을 거리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다. 광화문의 해머링맨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노동의 숭고함과 그 이면에 있는 노동자의 고독함을 표현했다는 작품의 의도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거리를 바쁘게 지나다니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해머링맨을 보며 자신의 일과 삶을 생각하게 된다. 
해머링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미술은 시민사회의 소통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러버덕이다. "러버덕은 국경도 경계도, 차별도, 정치적 의도도 없다. 친절한 러버덕은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의 긴장을 풀어준다." 2014년, 석촌호수에 잠시 머물다간 러버덕은 작가 호프만의 의도대로 480만 명의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준 성공적인 공공미술이다. 러버덕은 귀여운 외양에서부터 성공의 요인을 가지고 있다. 욕조에서 보던 익숙한 오리의 모습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실제로 작가 호프만도 오리의 귀여운 눈과 부리에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소통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오리 장난감’이라는 공감대가 한국 시민들 개개인의 소통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의 소통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처럼 러버덕은 귀여운 고무 오리 인형의 외양으로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소통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러버덕이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그들을 모이게 하고, 모여든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이는 작가 호프만이 공공장소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러버덕은 시민들에게 치유와 평화의 의미로 다가갔다는 점에서 단순히 ‘공공장소 속의 미술’의 범주를 넘어 ‘공공의 관심 속의 미술’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뜨거운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청계광장의 스프링이다. 거대한 붉은 구조물은 분명 회색 빌딩들 사이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스프링은 많은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으며 특히 소통의 관점에서 더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미술계는 스프링에 ‘공공미술 공론화 과정이 빠졌다’고 비판한다. 이는 스프링이 전형적인 풍덩 예술의 한 종류로, 시민들과의 소통이 완전히 결여된 공공미술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반발에 작가 올덴버그는 ‘공공미술에 논란이 없는 것이 더 속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낙관적인 반응을 두고 미술계는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가 아닌, 민주성 결여 문제임을 강조한다. 러버덕이 전달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시민사회에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과 달리 스프링은 그 설립 단계에서부터 소통이 모자랐고, 결과적으로 스프링의 목적 또한 시민 사회에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코엑스의 강남스타일 또한 그 목적을 대중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흉물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강남스타일의 거대한 손동작이 수갑을 연상시키는 등 시각적으로 불편할 뿐 아니라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강남스타일의 히트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보면서 오히려 ‘언제까지 강남스타일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코엑스 광장이라는 강남스타일의 위치 또한 부조화를 부각한다. 코엑스 무역센터의 취지와 상통하는 ‘해상왕 장보고 상징조형물’, 가족의 휴식을 표현한 ‘가족’ 등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강남스타일은 뜬금없이 거대하기만 하다. 스프링과 강남스타일의 공통적인 문제는 공공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담론 과정이 모자랐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공공미술이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목적보다는 특정한 정보 또는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강해지고 있어서 담론 과정이 들어설 자리가 더더욱 사라졌다. 시민들의 관심사와 장소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길거리를 방황하는 미술 작품에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미술의 노력
공공미술의 ‘소통’을 위해 서울시는 공공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공공미술’을 슬로건으로 하며 공공미술이 시민사회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주요 배경인 정동길에는 <볼라드 화분>, <신세계 언어>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설치되었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의견 반영이 어려웠던 기존의 공공미술과 달리 예술가들이 마을이나 지역에 직접 찾아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결해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공동체의 감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피해갈 수 없었다. 공공미술 최초로 소통을 시도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다시 의문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서울시가 2016년에 시행한 ‘시민이 찾은 길 위의 예술!’ 프로젝트는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들은 ‘공공미술 시민 발굴단’이라는 이름 아래 도시에 숨어있는 우수 공공미술 작품을 찾아내고 스토리를 발굴하여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파한다. 공공미술의 제작 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제작된 미술에 대해서 그 공공성을 평가하는 담론의 장이 열리는 것이다. 나아가 서울시는 시민들의 공공미술 발굴 활동에 대한 공개평가를 실시하여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공공미술의 예술적 향유방법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였다. 공공미술 작품 추천에서 평가 및 선정까지의 전 과정을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 이벤트로 추진하여 그동안 공공미술에 결여되었던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시민들을 공공미술 평가의 주체로 삼아 담론의 영역을 확장하는 서울시의 노력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공공미술의 모습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통을 통해 시민들이 찾은 바람직한 공공미술의 기준은 현재의 공공미술에 성찰을 유도하고, 미래의 공공미술에서 하나의 필수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공미술이 단지 공공장소에 미적 가치가 있는 오브제를 들여다 놓는 수준에서 벗어나 공동체에 주목하고 공공성의 실현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지금까지의 공공미술은 이를 인식하고 대중과 소통하고자 노력했지만, 미술의 공론화 과정에 필요한 담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공미술에 대한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질 때, 길거리의 아름다운 미술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김지연  letsplay57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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