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이야기 너무 많은 우리, 뭔가 새로운 표현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0부터 시작하는 작곡 도전기! QR코드를 타고 배경음악과 함께 들어 주시기를.

에디터가 사용한 마스터 키보드 (WORLDE KS49C)

#1 맨땅에 헤딩하기 전에

‘음악을 만들어 보자!’라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음악은 전공 분야도 아닐뿐더러 작곡은 평생 한 번도 도전해 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보통은 작곡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화성학, 시창·청음… 이론은 다 건너뛰고, 당장 작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찾던 중에 발견한 것은 컴퓨터음악이었다.

컴퓨터음악이란 말하자면 작곡·음향·합성·연주 등의 과정에 컴퓨터를 도입한 음악을 총칭하는 것이다. 흔히 미디(MIDI)라고도 한다. DAW(Digital Audio Workplace) 혹은 미디 시퀀서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에 마스터키보드나 런치 패드 등의 도구를 통해서 소리에 대한 신호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가상 악기를 통해 입력된 소리를 출력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입력한 소리를 조절하고 편집해서 바로 디지털 음원으로 추출할 수 있다. 작곡을 하게 된 입장에서는 실제로 가지고 있지 않은 악기를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고, 음향 조절도 한 프로그램 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상당한 이점으로 다가왔다.

컴퓨터음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미디 시퀀싱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몇십만 원대로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았지만, ‘케이크워크’라는 프로그램이 최근부터 무료로 배포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프로그램에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됐다. 무료 프로그램이지만 유료일 때부터 전문가들도 많이 사용하던 프로그램인 만큼 기능이 상당히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후에 음악의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사람은 분명 케이크워크를 무료로 배포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에 작곡에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었다면 이 글을 주목해서 읽고 케이크워크로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또 필요한 준비물은 미디 컨트롤러였다. 앞서 말한 마스터키보드나 런치 패드 등 미디 신호를 생성하고 미디 정보를 다루는 기기가 그것인데, 대부분 키보드 형태로 되어 있다. 작곡에 처음 도전한 나는 큰 비용을 투자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가형 키보드를 직구해서 사용했다.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너무 저가형이라, 만일 마스터키보드를 구매하고 싶다면 여유가 되는 한 더 좋은 모델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저가형 모델 안에서도 건반 수가 적고 사이즈가 작은 모델들도 많았는데, 막연하게 건반이 많은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4옥타브 건반이 달린 모델로 구매했다. 사용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중에 작업을 시작해 보니 건반 많은 모델을 산 게 좋은 선택이었다.

케이크워크 사용 화면

#2 유튜브, 나의 스승

막상 프로그램을 깔고 보니, 어느 툴이든 처음 열었을 때 다 그렇듯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유튜브에 케이크워크의 사용법에 대한 강의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에서도 ‘레몬보이싱’이라는 채널에 올라오는 강의 영상들을 쭉 따라가면서 사용법을 익혔다. 처음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세부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하나라도 놓치거나 문제가 생기면 소리가 나지 않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소리가 나지 않아서 많이 버벅거렸지만, 강의 영상이 무척 친절하게 제작되어서 금방 해결할 수 있었다.

강의를 통해서 기본적인 지식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미디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에 하나는 오디오 소스와 미디 소스의 차이점이었다. 미디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오디오 소스와 미디 소스를 재료로 한다. 오디오 소스란 말 그대로 소리 파일이고, 미디 소스는 컴퓨터에 입력하는 신호이다. 말하자면 컴퓨터에게 악보를 주면, 컴퓨터가 가상 악기를 가지고 연주를 하는 셈이다. 미디 소스인 상태로는 음높이, 음길이 등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 오디오 소스로 변환해서 추출하게 되면 음향 효과는 줄 수 있지만 음 자체를 수정할 수는 없다. 가상 악기는 피아노, 드럼, 베이스, 신디사이저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프로그램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가상 악기도 좋지만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도 있다. 사용해 본 무료 가상악기 중 좋았던 것은 Spitfire Audio 사의 LABS와 Native instrument 사의 KOMPLETE START였다.

유튜브 강의에서는 무료 가상 악기도 추천하고 있고, 직접 미디를 입력하고 수정해 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예시 파일도 공유하고 있다. 처음 접해보는 사람도 무리 없이 프로그램을 익힐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는 유튜브 선생님 덕분에 작곡을 위한 준비를 탄탄하게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거칠 믹싱 과정에서 필요한 개념들, 녹음하는 방법 등 심화 과정까지 다루고 있어서 많은 팁을 얻어 갈 수 있었다.

#3 이거 어디서 들어 본 노래인데?

본격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돌입했다. 어떤 음악을 만들어 볼지 생각하면서는 혁오, 크러쉬, 백예린 등등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떠올렸고, ‘아무튼 감은 잡히지 않지만 되게 좋은 걸 한번 만들어 보자!’ 라고 당차게 시작했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상 속에서 흥얼거리다 떠오른 멜로디를 기록해 뒀다가 미디로 발전 시켜 보기도 했고, 무작정 키보드 앞에 앉아서 아무 멜로디나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맘에 쏙 드는 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멜로디를 만들고, 코드를 따고, 다른 악기를 쌓아 올리는 과정까지 거치면서도 원하는 것처럼 세련되게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다. ‘좀 더 무거운데 가벼운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라든지 ‘좀 더 다양한데 단순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게다가 멜로디를 떠올리고 작업을 하고 있으면 딜레마처럼 ‘이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에 떠오른 멜로디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떠오른 기존의 어떤 노래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노래를 만들면서 의도치 않게 표절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어떻게 계속해서 새로운 노래들이 매일 나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런 생각은 자신감 부족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고 더 집중해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박치라는 사실이었다. 미디 입력을 하면서 자꾸만 박자가 나가는 바람에 몇 번이고 다시 입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난생처음 해 보는 것이라 이처럼 어려움도 컸지만, 그만큼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어떻게든 뚝딱뚝딱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컸다.

#4 초보 작곡가의 고뇌

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집중해서 작업하게 된 트랙은 두 개였다. 첫 번째 곡은 마음에 드는 코드 진행을 먼저 찾아서 멜로디를 붙여서 작업을 했다. 일렉기타 소리가 기본이 되는 곡이다. 원래 기타의 경우 연주 방법이 키보드랑은 많이 다르다 보니 가상 악기로 입력하면 티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직접 기타 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래도 괜찮은 가상 기타를 다운받아서 최대한 티가 안 나게, 섬세하게 만드는 걸 목표로 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 곡만 선보이게 되었지만, 사실 두 번째 트랙도 있다. 두 번째 곡은 신디사이저 소리를 활용하고 싶어서 소리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생각하고 발전시켜나간 트랙이다. 친구에게 들려주고 의견을 받으며 수정해 나가다 보니 점점 나은 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 결국 두 번째 트랙은 엎게 되었지만, 도입부가 괜찮았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작업하려고 한다. 워낙 배운 바가 없어서 무작정 떠오르는 대로 만들다 보니 작업은 무척 더디지만 어느 정도 하다 보니 툴도 척척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음감이나 리듬감도 조금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곡을 한참 만들던 중에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 직접 공연을 보면서 소리에 대한 영감이나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었지만 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대부분 자작곡으로 공연하는 뮤지션들이었는데,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이 곡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쓰게 되었는지 꼭 소개해 준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노래를 들으니 그 노래들이 마치 살아있는 어떤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을 깜박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쓰고 있는 곡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지? 어떤 생명력을 갖고 있지?’ 툴에 빠져 있다 보니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기보다는 ‘작곡을 한다’는 것에 더 몰두해 버린 나를 발견했다. 두 번째 딜레마가 찾아왔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해 봤지만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가사를 쓰고 분위기를 계속 수정하는 것뿐이다. 곡은 이미 일부분 작업을 해둔 상태기 때문에 이야기를 담아서 가사를 한번 써 보기로 했다. 두 곡 중 한 곡은 친구에게 작사를 부탁했고, 한 곡은 내가 직접 써 보기로 마음먹었다. 73호의 메인 오브제인 ‘달’을 주제로 가사를 써 보고, 음악도 그에 맞춰 발전 시켜 보기로 했다. 시를 쓰는 친구는 ‘달’이라는 오브제로 아주 멋진 가사를 지어 주었다. 가사를 직접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평소에 글을 쓸 때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쓰지만, 가사를 지을 때는 음악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제한된 틀 안에서 글을 쓰게 된다. 며칠 밤을 책상에 앉아 펜을 쥐고 고민한 끝에 가사는 완성했는데, 음악을 만들면서 내가 원하는 분위기가 도저히 만들어지지 않아서 두 번째 트랙은 결국 이번 기사에서 보여주지 못하게 되었다. 잘 쓴 가사가 아쉽지만 고이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에 이어서 작업해 보기로 했다.

#5 병아리 프로듀서

이제 MR이 대강 준비가 되었다면, 녹음을 할 차례이다. 홍대에 있는 한 스튜디오를 빌려서 녹음 작업을 했다. 녹음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노래를 잘 하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기술적으로 부족한 탓에 녹음 후작업을 현란하게 할 수가 없어 잘 부르는 것이 중요했다. 최대한 깔끔하게 녹음하기 위해서 녹음 중간에 멜로디를 바꾸기도 했다. 녹음하는 순간만큼은 마치 프로듀서가 된 것처럼 우쭐해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처음 보는 녹음 장비를 다루다 보니 어딘가 엉성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시간을 두 배는 잡아먹었기 때문에 녹음실 이용 시간에 맞춰 후다닥 끝낸 감이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어찌어찌, 녹음을 해냈다.

녹음이 끝난 후에는 목소리와 MR이 알맞게 섞일 수 있도록 믹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믹싱도 마찬가지로 케이크워크 안에서 가능하다. 믹싱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지만 역시 유튜브 강의의 도움을 받아서 조금씩 배워 가며 적용해 봤다. 믹싱을 할 때는 다양한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고음역의 볼륨을 낮춰서 소리 볼륨을 탄탄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컴프레서와 소리의 영역별로 볼륨을 조정할 수 있는 EQ, 소리에 울림 효과를 주어 공간감을 살리는 리버브 등 기본적인 효과 외에도 무수하게 다양한 효과와 플러그인이 있다. 하지만 아직 기본밖에 모르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냥 ‘듣기 좋은 정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서 효과를 많이 넣지는 않았다. 믹싱을 할 때는 지식뿐만 아니라 예민한 귀와 섬세한 조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조화롭게 들릴 수 있도록 믹싱을 하고 나서 음원으로 추출하면, 드디어 음원 완성이다.

#음악 소개

달맞이

작곡 : 김예지, 홍기수

작사 : 홍기수

떠오르는 달을 맞이하면서, 외로움과 고통이 함께 씻겨 내려가는 순간을 노래했다. 재즈 기타와 베이스가 소리가 강조된 인디 록 느낌의 음악이다.

#소감(Outro)

장비나 실력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고 교지에 실린다고 생각하니 더욱 부끄럽지만, 그보다는 뿌듯함이 앞선다. 사실은 음악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취미로 배웠던 기타를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고 부모님에게 떼를 쓰다 호되게 혼나고 꿈을 접었던 중학교 때 이후로 다시는 음악을 찾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8년이나 지난 지금 이렇게 조잡하게나마 노래를 만들어 보니 취미를 되찾았다는 기분이 들어 기쁘다. 작곡이라는 새로운 분야는 조건을 재고 겁을 내느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했던 그간의 망설임이 후회될 만큼 재미있고 뿌듯한 것이었다. 그리고 글 외에도 나를,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새로운 도구를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느낀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노래를 만들고 싶고, 작곡이라는 새로운 취미가 내 일상에 신선한 활기가 될 것 같다. 비루하지만 영광스러운 나의 첫 음악, 다들 심심할 때 한 번씩 들어 주시기를!

김예지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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