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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봐도 저리 봐도 제주도!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 바닥에 드러누워 최적의 눈요깃거리를 찾기 위해 리모컨을 돌린다. 그런데 방금 봤던 채널이 내가 봤던 채널인가? 여기 가도 제주도, 저기 가도 제주도. 심지어 프로그램 틈틈이 나오는 광고까지 모두 제주도다. 그러고 보니 방금까지 내가 마시고 있던 녹차도, 얼마 전에 샀던 수분 크림도, 엄마가 사 오신 맛있는 생선도 모두 제주도산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너무나 익숙한 제주도. 도대체 너는 언제부터 내 주변에 이렇게 숨어있던 거니?
 
 
 
1. 제주도 신드롬?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섬, 제주도. 이런 제주도에 ‘신드롬’이라는 단어는 조금 어색할지도 모른다. 제주도는 갑자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주도 신드롬의 시기를 콕 집어서 ‘바로 이때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주도의 인기가 갑작스레 높아진 시기는 있다. 바로 2010년이다. 이때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제주도 신드롬은 작년에 절정에 이르렀다. 2016년에는 제주도의 관광지 기능만을 부각하는 직접적인 홍보보다는, 간접적으로 제주도의 숨은 매력을 소개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제주도 신드롬의 시대가 열렸다.

# 제주도, 대중을 사로잡다!

국내에서 제주도만큼 여유롭고 편안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민국 가장 끝, 육지와 떨어진 섬인 제주도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빠져나와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접근이 어렵지 않아 편안하다. 이런 제주도의 매력을 방송의 주된 흐름으로 잡아가는 여러 가지 콘텐츠들이 제주도 신드롬과 함께 등장했다.
이전에도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도된 적 없던 독특한 방송들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삼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요 프로그램 ‘M COUNT DOWN’이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작년 10월 제주종합경기장에서 개최한 ‘엠 카운트 다운 IN JEJU’가 특이하다. 한류의 중심에 있는 K-POP 음악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가장 많은 제주도가 함께하여 한류 관광의 매력을 알리는 몫을 톡톡히 해냈다.
제주도에서의 광고 촬영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주 삼다수’가 있다. 작년 4월, 삼다수는 아이돌 가수 태연, 규현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 ‘고맙삼다’를 만들어 대중매체 광고를 시행하였다. 제주도에서 ‘제주도 푸른 밤’, ‘삼다도 소식’을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 영상은 큰 성과를 얻었다. 광고가 나간 후 작년 7월 제주 삼다수의 판매액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한 311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주도의 인기는 스크린에서도 지속되었다. 2016년 개봉한 ‘계춘할망’은 제주도 해녀 할망과 불량손녀의 12년 만의 만남을 주제로 한다. 같은 해 개봉한 ‘올레’ 역시 서울에서의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도에서의 여정을 즐기는 세 남자의 해프닝을 그린다. 영화 속 제주도에서 일탈의 기분과 감동을 함께 느끼며 제주도에 대한 관객들의 갈망은 더욱 커진다.
 
# 제주도, 진짜 대세가 되다.

  제주도는 이제 화면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환상의 섬이 아니다. 제주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으로 다가왔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요식업계에서 보인다. 어떤 것이 대세가 되려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요식업계다. 사람들이 하루에 세 번 꼬박 챙겨 먹는 것이 바로 음식이기 때문이다. ‘먹방’에서 제주도 맛집을 직접 방문하고 소개하는 것은 물론, 작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요리방송인 ‘쿡방’이 새로운 방법으로 제주도를 소개했다. 제주 갈치, 제주 흑돼지, 제주 감귤 등 믿음직스러운 제주도 특산물을 요리 재료로 쓰는 모습이 쿡방에서 공개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신선한 제주도 특산물을 요리에 찾아 쓰게 된다. 방송계의 전성기를 맞은 쿡방과 제주도 신드롬의 만남은 그 인기만큼이나 특별하다. 제주도가 쿡방의 인기를 타고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국내에서 가장 핫한 맛의 트렌드 마켓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먹방과 쿡방
- 먹방 : ‘먹는 방송’의 줄임말. 2008년경 아프리카TV에서 처음 등장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와의 토크를 진행하는 방송이다.
- 쿡방 : 요리한다는 뜻의 ‘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로, 2015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먹방’의 진화 버전으로, 단순히 맛있게 먹는 것에서 벗어나 출연진들이 직접 요리하고 레시피를 공개한다.

  요식업계에 이어 화장품업계에서도 제주도에 관심을 보였다. 제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녹차 브랜드 ‘오설록’과 친환경 로드숍 ‘이니스프리’의 통합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제주 청정 원료 이미지’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 제주도에서 자란 청정한 원료로 차와 화장품을 만든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큰 지지를 받는 제주 원료의 인기로 말미암아 작년 5월에는 제주 화장품 인증제도인 ‘Cosmetic Cert Jeju’도 생겼다. 제주지역 소재 생산 시설에서 생산되어 제주산 원료 10% 이상이 함유된 화장품만이 받을 수 있는 이 인증제도는, 그 자체로 제주도의 청정한 이미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준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전용 휴대폰 요금제까지 출시되었다. 작년 여름, SK텔레콤에서 출시한 ‘제주도 프리’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도 프리는 제주도에서 데이터 무제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선불형 쿠폰으로, 여행을 하며 음악을 듣고 사진을 올리는 데에 쓰이는 데이터 부족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이 제주도라는 지역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제주도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여행지라는 점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이 1,585만 1,401명으로 전년도보다 16.2%나 증가했다. 그중 내국인 관광객은 한 달에 100만 명이 넘어 총 1,225만 2,712명을 기록했다. 이 관광객들이 모두 ‘제주도 프리’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2. 제주도가 뜨는 이유
 
  제주도 신드롬의 시작은 언제였을까? 바로 저가 항공 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이다. 왕복 6만 원. 기차보다 더 저렴한 항공료로 제주도를 다녀올 수 있다니! 믿기지 않지만 저가 항공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금 봐도 너무나 좋은 기회인데, 저가 항공이 처음 등장한 그때는 얼마나 파격적인 일이었을까?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처음 등장한 저가 항공들은 등장 초기 서비스와 안전성에 대한 낮은 신뢰도 때문에 많이 이용되지 못했지만, 현재는 기존 항공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제주 기점 국내선 여객 수는 저가 항공 등장 이전인 2000년에는 863만 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 저가 항공의 등장 이후 2010년 1,482만 명, 2015년 2,387만 명, 작년에는 2,492만 명으로 늘어났다. 저가 항공의 등장 전보다 제주도 관광객이 무려 3배나 증가한 것이다. 얼리버드 항공편 예매가 나올 때면 국외 항공편보다 빠른 속도로 매진되는 것 역시 제주도행 티켓이다. 항공료를 부담하기 어려워 제주도 여행을 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저가 항공을 통해 쉽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제주도 신드롬의 기반이 다져졌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제주도의 인기는 말도 할 것 없이 높아져 갔다. 여기에 2015년부터 국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킨포크 열풍’이 불면서 제주도 신드롬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킨포크 열풍은 ‘친척, 친족 등 가까운 사람’이라는 뜻의 단어인 킨포크(kinfolk)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자연 친화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사회현상을 일컫는다. 스몰웨딩, 셀프 인테리어 등으로 대표되는 킨포크 열풍과 소박하고 여유로운 제주도의 분위기가 들어맞아 더 많은 사람이 제주도를 찾게 된 것이다. 도시에서의 화려한 삶보다 제주도에서 킨포크 생활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멋의 지향점이 되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제주도에서의 킨포크 생활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바로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본의 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육지보다 개발이 더디고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곳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 제주도를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 제주도는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기 때문이다. 개발되지 않은 해안과 절벽, 넓게 펼쳐진 감귤 밭과 녹차 밭, 아직도 업을 계속해나가는 해녀들에게 그들은 매력을 느낀다. 내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도시에 머무르다 잠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면 너무나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의 본모습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제주도는 모든 사람에게 안식처와 같은 곳이 되었다.

 



 
제주도 신드롬은 많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제주도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다양한 방송과 상품에 간접적으로 활용하면서 제주도에 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그 매력이 전해졌다. 관광객 수에만 연연하지 않고 이미지 마케팅을 통해 얻는 수익까지 생각하게 되면서, 제주도의 문화 사업이 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 덕분에 제주도는 국제적인 휴양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해가 지날수록 많아지는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위해 관광 해설사 고공 교육과 지원도 늘어났다.
그러나 신드롬으로 인해 제주도 본연의 매력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도한 개발과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망가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드롬으로 인해 사랑받는 만큼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이지만, 그만큼 우리가 사랑하고 아낀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이민지  leereum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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