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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은 00이다책 <꾸뻬 씨의 행복 여행> / 문화 공간 <대안공간 루프>

 

이 코너는 와우 67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매 호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와 관련된 ‘책’과 ‘문화 공간’을 소개합니다. 책 속에 담긴 글자, 그리고 공간 속에 있는 온기와 함께 이야기할 첫 번째 주제는 <행복>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실 너무나 진부한 질문이다. 우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행복’이란 단어를 생각해왔고, 경험했고, 느꼈다. 그리고 최근,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들이 생겼다. 무엇이 정답인지,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은 것인지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인지. 우리의 삶에는 물음표만 가득했고 행복이라는 단어는 물음표 안에 감춰져 점차 희미해졌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스 파리 시내에 살고 있는 중년의 정신과 의사 ‘꾸뻬’가 ‘행복’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그리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행복에 대한 23가지 배움을 얻는다.

 

 

 행복(幸福) [명사]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국어사전에 명시된 행복의 정의다. 아마 행복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단어가 제목에 포함된 책의 개수만 해도 90,000개에 이른다. 우리는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고 공부하고 탐구한다. 그러나 필자는 행복에 대한 책을 읽고, 행복에 대해 논할 때 의문이 들지 않았던 적이 없다. 과연 진짜 행복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개인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탄탄한 경제력을 갖췄음은 물론, 사랑하는 애인까지 있는 그야말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꾸뻬 씨이다. 모두가 원하는 행복의 조건을 빠짐없이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환자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것은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알게 해주는 것인가? 그리고 나 역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자신의 삶에 회의감이 든다.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물론 처음부터 필자는 그의 행보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시각만 가진 것은 아니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조건, ‘돈, 명예, 사랑’을 모두 가진 자의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그의 행복 여행에는 특별한 점이 있으려면 얼마나 있을지 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을 다 읽은 이 시점에서 필자에게 누군가가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행복의 정답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답해주기가 참 애매하다. 꾸뻬 씨의 배움 목록을 인용하자면 '행복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 등을 말해줄 수 있을 것이고, 상대방은 ‘이게 뭐지?’라는 반응을 충분히 보일 수 있어서다. 필자 또한 그랬으니까. 각 나라를 여행하며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가끔은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하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행운을 얻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꾸뻬 씨가 얻은 ‘행복’에 대한 답은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배움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였다. 
 기존에 필자가 갖고 있던 편견은 행복이란 대단히 거창한 무언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의 존재 여부에 의문을 가졌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꾸뻬’의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책장을 덮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누군가 ‘꾸뻬’가 말하는 행복에 대해 물어본다면 답을 하지 못할 거 같다. 그러나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진짜 행복이란 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확신이 가능한 것은 주인공 ‘꾸뻬’에게 크게 한 방 먹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들어보면(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이런 게 행복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혹은 이렇게 행동하면 행복해질 수 있어! 이렇게 하도록 해!’라고 말하는 것만 봐왔기 때문에, 웬만한 이야기에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꾸뻬는 달랐다. ‘어디 한 번 행복에 대해 말해보시지!’ 하고 방어 태세를 하고 있던 필자를 신경도 안 쓰고 자신이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에 대해 풀어나갔다. 너무나 담담하게 희로애락을 전하는 그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행복이란 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아직 필자에게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꾸뻬의 23가지 배움 목록을 참고해보기도 했다.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모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이 항목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가 없다. 알려지지 않은 산속을걷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누가 알겠는가!,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어떤 일을 기대하고 있다가 그 일을 하게 됐을 때보다 예상하지도 못한 일을 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 확실히 훨씬 더 큰 거 같다. ‘행복은 사물을 보는 방식에 있다.’ 행복은 자기가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컵에 물이 반 정도 있을 때,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하는 사람과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는 사람은 분명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동의하는 것도 많았고, 필자와 견해가 다른 것도 있었다. 꾸뻬의 배움 목록이 오롯이 필자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꾸뻬가 아직 찾지 못한 24번째 배움이자 필자만의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찾기로 했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고, 그 좋아하는 일을 말하자면 먹는 거, 노는 거, 쉬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누구나 다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에 필자만의 진짜 행복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다 문득 어떤 특정한 순간 그 자체에 집중할 때,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났을 때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에 기분이 좋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어디서 다시 이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전시를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근처에 가볼 만한 전시 공간이 어디 있을까 찾던 중, ‘대안공간 루프’라는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갤러리와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오늘의 목적지는 이곳으로 결정했다.
 실제로 가보니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웅장한 외관이 눈에 띈다. 들어가기 전 망설임은 잠깐, 무언가에 이끌리듯 회색 벽 사이로 수줍게 보이는 작은 통로를 지나쳐 유리문을 열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까지 장애가 되는 요소는 하나도 없다. 바닥의 턱도, 계단도, 매표소도, 건물 입구에 있을법한 그 무엇도 없이 유리문 하나를 두고 바깥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이곳은 ‘대안공간 루프’다.  

대안공간은 예술가들을 위해 운영되는 비영리 조직이다. 특히 미술관과 상업화랑 등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실험적 미술이 확산되었을 때 예술의 자유를 펼칠 수 있는 장소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안공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추세며, 유망한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등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중 <대안공간 루프>는 홍대 앞에 있는 유일한 대안공간이다. 

 대안공간 루프는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있지만, 그중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은 1층과 지하 1층뿐이다. 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넓은 공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곳만의 매력은 따로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거대한 건물과는 달리 유리문만 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반전 매력으로 작용한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전시는 시작된다. 1층 전시 공간은 방 하나 정도의 크기지만, 앞에 보이는 계단과 밑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인지 붕 떠 있는 느낌이 든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예술적 생존법 연구>다. 회색 벽에 있는 책장과 그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책상, 누군가의 이름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종이는 이 전시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높였다. 

아쉽게도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는 이 전시가 끝나지만 매달 새로운 전시가 열리며,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은 변함없으니 서운할 필요는 없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계단 옆이 뚫려있는 탓에 의자에 앉아 위아래로 전시 공간을 다시 한 번 훑어봤다. 회색과 흰색 벽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전시물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마음마저 차분해졌다. 지하로 내려가니 1층보다는 좀 더 넓은 공간이 나온다. 특정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한 동선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새하얀 벽면을 중심으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가운데 공간이 휑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빈 곳은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채워진다. 빔프로젝터와 TV 스크린을 이용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고, 한쪽에는 다소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악기들이 놓여 있다. 또 다른 한쪽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 조형물도 보인다. 하나씩 작품을 감상한 후에 이 공간 가운데에 서서 필자를 둘러싼 작품들을 빙 둘러보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해석해보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주어진 일을 끝내기에만 급급했던 것과 달리,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필자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필자가 원하는 것만큼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필자와 이 공간은 하나가 되었다.  
 홍대 앞에는 다양한 갤러리가 있다. 서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는 하루에는 다 둘러보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도 있고, 볼거리가 너무 많아 눈 돌아갈 틈이 없는 곳도 있다. 그들에 비하면 대안공간 루프는 참 단순하다. 작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전시 공간이 넓지도 않다. 허전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을 채우는 건 전시를 다 본 후 관람객들 저마다가 가진 감상이다. 들어가는 것부터 전시를 보는 내내 그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 전시물로 꽉꽉 채워져 있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품 하나를 감상한 후 긴 호흡을 뱉을 수 있는 공간, 전시에만 집중하고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만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입구가 곧 출구인 대안공간 루프를 나오면서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가는 것도 모른 채 전시 속에 빠져 있었던 것을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어릴 적 가득 쌓여있는 숙제 앞에서 조금 전까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에 괜히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왔던 것처럼. 내가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한 건 내가 전시를 보고 있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이 공간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행복에 의문을 가졌지만, 꾸뻬의 여행을 따라다니며 희미했던 행복이란 글자를 또렷하게 다시 썼다. 그리고 온전히 나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만의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느꼈다. 이제 24번째 행복 배움의 목록을, 나만의 행복 목록을 채워보려 한다. ‘행복이란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송지민  sjm96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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