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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의 근절, 불신의 근절

김영란법(이하 부정 청탁 방지법)은 전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이다. 그저 국회의원이나 ‘30대 이상’과 같은 특정 계층, 특정 세대만이 숙지해야 하는 법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법이 가지고 있는 의미 또한 특정 계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대인 우리 또한 이 부정 청탁 방지법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기에, 법안과 의미에 대해 끼적여보았다.

 

부정 청탁 금지법,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

‘공직자의 금품 수수 및 부정 청탁 금지를 통한 국민의 신뢰 복기.’부정 청탁 금지법의 목적을 밝히고 있는 1조를 요약한 것인데, 여기서 모호한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 공직자는 정확히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며, 두 번째 금품 수수의 범위는 무엇이고, 마지막으로 부정 청탁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부정 청탁 금지법’에서는 공직자들을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 두 영역에서 각기 정의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 ‘공적 업무 종사자’에 해당하는 공직자들은 교육과 언론 종사자들로 대표된다. 교육은 어린이집부터 대학기관까지의 근무자를 모두 포함하며, 언론은 어떠한 활자 매체를 한 번이라도 발간했던 기관의 근무자를 가리키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해당하기에 당연히 국회의원도 범주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공직자들에게 ‘청탁’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이 바로 부정 청탁 금지법의 핵심이기에, 부정 청탁금지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법안일까?

이런 광범위한 대상을 저격하고 있는 부정 청탁 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금품 수수 금지’와 ‘부정 청탁 금지’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을 받을 때와 줄 때 어떤 것들에 주의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3·5·10 법칙부터 이해해야 한다. ‘식사는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 내의 금품만 받아라.’ 가 그 골지인데, 악용의 여지는 없는 것일까? 가정을 한 번 해보자. 한 시청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호의를 입은 A라는 사람이 그 공직자에게 매주 49,000원짜리 선물을, 두 달에 걸쳐 바치며 공공 미술품 입찰에 있어 또다시 호의를 요청하고 있다. 공무원은 거리낌 없이 선물을 받았고, 나중에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3·5·10 법칙만 적용한다면, 해당 공무원은 ‘나는 당당하다!’ 라고 외칠 수 있다. 그런 만만한 법이라는 오명을 피하고자 부정 청탁 금지법은 어떤 목적이 동반하는 금품을 공직자가 수수했을 경우, 3·5·10 법칙과 관계없이 해당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금품 수수(收受), ‘받을 때’와 관련된 부정 청탁 금지법의 핵심이다.

또다시 사례로 돌아가서, 청탁을 하고 있는 A의 입장에서는 이런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흔한 레퍼토리이기는 하지만, ‘이전에 받은 고마움에 보답을 했을 뿐이다. 입찰 이야기를 나누긴 하였지만 선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다.’ 이렇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행동들을 방지하기 위해 법은 인사 개입부터 시작해 수상 청탁, 재정 지원, 입찰 등 14개의 직무에 걸쳐 ‘청탁’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법의 탄력성을 위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7가지의 사례 또한 병행하여 규정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살펴보자). 이게 바로 ‘줄 때’ 유의해야 할 부정 청탁과 관련한 부정 청탁 금지법의 핵심이다.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부정 청탁의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정 청탁의 처벌 수위로는 제삼자를 통하거나, 제삼자를 위해 부정 청탁을 한 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대략 요약한 것이 이 정도인 부정 청탁 방지법, 보기만 해도 살벌한 모두 까기 식 법안이기에, 많은 반대 의견 또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부정 청탁금지법이 그 존엄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또한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비판은 무엇일까?

일단 부정 청탁금지법은 경제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부정 청탁금지법’을 시행하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국의 소비 지출은 굉장히 줄어들 것이고 그 결과 내수 시장의 규모는 굉장히 침체 될 것이다.’ 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한국 경제 연구원에서 발간한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2016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민간 소비의 침체가 두드러질 것이라 예상하며 ‘11조’에 육박하는 소비금액이 줄어들 것이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부정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3개월이 지난 뒤 국회 예산처에서 발간한 <경제 동향 보고서>는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의 카드 사용 금액이 평균적으로 13.5% 증가했다고 밝히며, ‘애초 우려했던 소비 위축은 나타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부정 청탁 금지법으로 인해 국민들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건 우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화훼, 골프, 유흥업종과 같이 청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는 영역에서는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각각 3.3%, 3.6%, 0.2%로 평균 증가율인 13.5%에 한참 못 미침을 보여주었고 호텔 숙박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1.6%를 기록하며 오히려 감소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봤을 때, 다른 부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소비의 극적인 감소가 화훼, 골프, 유흥, 숙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은 불건전한 소비들의 거품이 부정 청탁 방지법을 통해 어느 정도 빠졌다는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법에 대한 비판도 물론 존재한다.

‘법’ 그 자체에 대한 딴지 또한 물론 존재한다. 법이 너무 ‘비합리적이다.’ 라는 비판이 주된 의견들이다. 왜일까? 해당 법에 따르면 기존의 관행은 대부분이 악습이다. 그러다 보니 선의에 의한 청탁 또한 부정 청탁으로 규정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애초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청탁’이 가능한 7가지 예외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웬걸 그것이 명시하는 범위 또한 추상적이다. 7가지 조항 중 마지막 조항을 예로 들어보자.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여기서 사회 상규란 도대체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사회의 도덕 기준’ 정도로 이를 해석하면 될 것 같지만, 취업계 사태를 생각해봤을 때 상규의 정의는 더 모호해진다. 취업계는 예전부터 선의의 청탁으로 인정되어왔다.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업에 출석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응원의 대상이었지만 신설된 법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주었다. 취업준비생들의 출석 인정요구서를 모두 부정 청탁으로 취급, 취업을 목전에 앞둔 학생들의 학점을 하향 평준화해 버렸다. 취업을 주된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사정을 되도록 이해하려고 했던 교수님들은 어쩔 수 없이 ‘부정 청탁’의 테두리에 취업계를 밀어 넣어야 했고, 학생들은 성적표에 찍힌 무수한 D들을 보며 낙심했다. ‘이것마저 인정이 되지 않으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합니까!’ 라는 대학생들의 울분에 찬 반발 덕분이었을까. 정부는 뒤늦게 각 대학에 ‘취업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교내 규정을 신설하기를 권장했다. 그렇지만 이미 피해를 본 학생들은 등장해버렸고, 취업계 사태는 부정 청탁 방지법의 모호한 규제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가 되어버렸다. 이와 같은 법의 맹점은 다양한 판례의 구축과 명확한 법리적 해석의 구축을 통해 반드시 메워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없어서는 안 되는 법안

그렇지만 위에서 보았던 법의 문제점으로 그 취지를 송두리째 깎아내리기엔, ‘비 기득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의미는 너무나도 지대하다. 부정 청탁 금지법 이전에 존재하던 부패 방지법은 부패를 예방하기보다는 일어난 부패를 처벌하는데 초점을 맞춘 법안이었고 심지어 그 처벌 수위 자체도 솜방망이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기득권들은 이를 괘념치 않고 ‘짓’들을 저질러왔다. 그런 광경들을 지켜보며, 대부분의 비 기득권자들은 ‘이런 암담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불신의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도중, 짠! 하고 등장한 것이 바로 이 부정 청탁 금지법이다.

‘3만 원 가지고 어떻게 식사를 해, 하다못해 여기 앞에 식당에 가도 8만 원은 나오는데 법 같은 것으로 이런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지.’ 부정 청탁 방지법이 시행되던 첫날 들려온 국회의원의 앓는 소리는 국민들에게 이 법안이 기존의 부정을 근절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 주었다. 이번 부정 청탁금지법에 국회의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자 5,000명 중 99%가 ‘그렇다.’라고 대답한 것을 보면 부정 청탁금지법은 비 기득권자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고도 추진되어야 하는 단죄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좋은 건 좋은 게 아니야

최근, 일련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단죄의 필요성은 더더욱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나친 삐딱함을 지켜보며 ‘어쩌다가 이런 일이….’를 고민해보았을 때,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좋으면 좋은 거지.’ 라는 불편한 문장을 마주한다. 비정상적인 관료사회에서 마치 하나의 지침서처럼 작용하는 위의 문장은 을의 희생을 상징하는 문장이다. 갑과 을이라는 수직관계의 피라미드 사회에서 갑끼리의 윈윈 전략에는 철저한 을의 희생이 깔려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의 문장의 앞에는 (우리끼리, 갑들끼리)라는 괄호가 생략되어있다. 보이지 않는 괄호는 을들을 짓눌러 버렸고, 그 결과 사회는 기울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걸 어떻게라도 바로잡으려는 시도에, 부정 청탁금지법이라는 날 선 도구가 등장하였다.

일부에서는 ‘보나 마나 몇 달 시행되다 흐지부지해지겠지’ 라며 이런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기에는 우리의 시민 의식이 여전히 미성숙함을 지적한다. 물론 이런 단어가 용납되는 상황이 간혹 발생하기도 하지만, 광장 앞의 목소리를 지켜보고 있으면 적어도 우리의 시민의식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에 맞설 수 있을 만큼은 성장해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정 청탁 방지법의 주된 대상이 비정상과 정상을 구분조차 하지 않으려는 ‘자발적 미성숙자’임을 생각했을 때, 우리의 요만큼의 성숙이 이 법을 사용함에 있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정 청탁 방지법’이라는 법안과 대학생이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라는 질문에 필자는 ‘이거다!’ 라는 명쾌한 대답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부정을 척결하는 주체는 바로 사회의 성숙한 자들이며 이와 같은 성숙은 특정 세대에만 포진해있는 것이 아니다. ‘4·50대가 상관있지 않겠어? 나는 대학생인데 무슨….’ 이라는 사고방식 보다는 하나의 엄연한 주체로서 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취업계 사태와 같은 부정 청탁 방지법의 ‘현상 해결’에서 만족하는 대학생이 아닌, 사회 속에서 법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대학생이 되는 것이 한 사회 주체로서 성숙해지는 길이 아닐까?

 

황동규  downey1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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