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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는 건 이제 지쳐요

몇 달간 학교에 가려고 전철을 기다릴 때면 항상 철도노조가 파업 중이라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뉴스를 살펴보니 이 파업은 ‘성과 연봉제’에 반대하여 하는 파업이라고 한다. 도대체 성과 연봉제, 뭐가 문제일까?

 

1. 성과 연봉제란?

먼저 성과 연봉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성과 연봉제는 기존 호봉제와 달리 입사 순서가 아닌 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근속연수나 직급이 아닌 한 해 개인별 성과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과에 따라 S~D등급까지 5개 등급으로 구분하며 S등급은 상위 10%, A등급은 상위 25%, B등급 상위 75%, C등급 상위 90%, D등급 하위 10%로 등급마다 연봉 인상률의 차등, 결과적으로는 연봉 차가 생기게 된다. 실제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한 시중 은행에서는 최고 성과자인 S등급과 최저 성과자인 D등급 간의 연봉 차가 2배 이상이 된다는 분석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해 30개 공기업에 대해선 6월까지, 90개 준정부 기관에 대해선 2016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공공분야 성과 연봉제 도입은 이렇듯 공무원들을 성과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경쟁의식을 부여하여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상적으로 보면 저성과자라도 연차가 많으면 연봉이 올라간다는 기존 호봉제의 문제를 성과 연봉제의 장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제도인 성과 연봉제를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문제는 ‘제도’ 그 자체에 있다.

먼저 현재 성과 연봉제에는 제도 자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과 기준이 명확히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막무가내식으로 도입했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78년, 1989년, 2001년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으나 성과라는 것에 기준을 매길 수 없다는 반발들이 계속됨에 따라 세 차례 모두 폐지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관사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의사는 사람을 많이 살리는 것과 병원에 이익을 많이 내는 것 중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할지 등이 계속해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고용 노동부는 마땅한 참고 기준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도입부터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정확한 성과 기준의 부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성과 평가자인 상급 관리자(이하 상사)가 성과를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하급 직원이 상사의 말에 절대복종하게 만든다. 상사가 자신의 성과를 평가한다는데 그의 말에 토를 달거나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의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실제 객관적 지표와는 달리 저성과자로 몰릴 수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뇌물이라는 불법적 수단까지 이용하여 성과를 ‘조작’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런 상황은 결국 상사의 잘못된 판단에 반박이나 피드백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그 판단은 그대로 국가 공공사업에 반영이 되어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

 

3. 공공사업의 목적은 ‘공익’이다.

제도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공공사업에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공공사업의 목적이 변화하는 것에서 생긴다. 실례로 공공사업에 속하는 의료 부분인 ‘홍성 의료원’의 성과 연봉제 도입을 이야기해보자. 제도 도입 전 홍성 의료원에는 성과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환자를 많이 받거나 낮은 품질의 제품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그에 맞지 않게 비싼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홍성 의료원은 ‘직원 업무 의욕 고취 등 경영효율 제고 차원’이라는 명목 아래 2001년 최종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홍성 의료원은 당시 성과 기준으로 실적을 선택했는데 응급의학과의 경우 ‘입원 건수’를 기준으로 하여 200건 미만일 경우 성과 금액에서 건당 10,000원씩 감액, 260건 이상일 경우 10,000원씩 증액을 하였다. 이로 인해 홍성 의료원 소속 의사 중 일부는 실제로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 검사 등을 행하기도 하였고 불필요한 검사는 해당 의사와 간호사의 노동 강도를 더욱 세게 했다. 이것은 결국 홍성 의료원의 의료 서비스 질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이를 보다 못한 몇몇 양심 의사들이 의료원을 떠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이렇듯 공공사업에서의 성과 연봉제 도입은 본래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같은 목적을 지닌 ‘공공’ 사업을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으로 바꾼다. 즉, 성과 연봉제 도입이 공공사업을 수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민영’ 사업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로써 공익이 아닌 사익이 많이 나는 업무,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되고 이는 위 사례에서 보듯 공공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공공사업의 성과 연봉제 도입은 공익을 저버린, 명칭만 공익인 공공사업, 공공서비스로 인해 국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4. ‘경쟁’이 과연 좋은 걸까.

성과 연봉제는 ‘경쟁 심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갖는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성과 연봉제는 성과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평가했을 때 무조건 D등급, 저성과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는다. 저성과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서로 경쟁을 한다. 하지만 결국 저성과자가 나오게 되는 이 구조 속에서 일부의 능력 좋은 사람, 고성과자들을 제외하고 저성과자로 평가받은 사람들은 업무 의욕을 상실하여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성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경쟁이 직원들 사이에 적당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경쟁의식을 만들어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무조건 저성과자를 만드는 구조를 지닌 이 제도는 직원들에게 지나칠 정도의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저성과자라는 ‘낙인’, ‘손해’를 피하기 위해 끝없이 경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업무를 포기하는 낙오자가 나오게 되고 비합법적인, 나아가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공공성을 띤 사업인 금융권에서 호봉제로 인한 성과 부족 해결을 위하여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는데 역시나 과도한 경쟁 심화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의욕이 떨어지는 결과를 맞이했으며 업무 효율성 역시 같이 하락하게 되었다. 또한 노하우 전수, 멘토링과 같은 직원 간의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지게 됐다. 이러한 과정이 발생하면서 일본 금융권의 수익률은 계속해서 떨어져만 갔고 결국 호봉제를 재도입하였다.

이처럼 성과 연봉제는 한국 사회에 이미 만연해있는 경쟁을 심화시킬 뿐이며 오히려 앞서 본 일본의 사례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한국은 입시, 학점 경쟁, 취업 등의 경쟁으로 인해 임계점에 도달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성과 연봉제 도입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던 국민들에게 더 큰 박탈감을 안겨 줄 것이며 ‘이 이상은 버틸 수 없겠다. 이제는 포기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심어줄 뿐이다.

 

정부가 기존의 호봉제를 개선하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성과 연봉제’.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도적 문제나 공익과 관련된 문제가 발견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결 방안 없이 일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경쟁’을 유발하는 이 제도의 도입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가 의문인 상황 속에서 정부는 ‘경쟁’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정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 다시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임창열  cy1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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