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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생활과 디자인 정재희 교수님
 우리 삶의 일부인 디자인은 시시각각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디자인은 이제 단순 상품의 외형을 넘어 문제 해결 방식에도 적용이 된다. 이러한 디자인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을 가르치고 계신 분이 있다. ‘현대생활과 디자인’의 정재희 교수님을 만났다.


1. 안녕하세요, 교수님! 먼저 학생들에게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대생활과 디자인 교양수업을 맡은 ‘정재희’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제 인터뷰를 교지를 통해 본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네요(웃음). 저는 처음부터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고 대학원에서부터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해서 독일에서 디자인 전공으로 학사를 마쳤어요. 이후에 독일 LG 법인으로 입사하고 그때부터 상품 기획 업무와 신사업 기획, 마케팅 업무 등을 맡았어요. 회사를 나와서 지금은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친 지는 3년 정도 됐어요.

 

2. 기업 쪽에서 일하시다가 학교에 왔다고 하셨는데, 혹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원래는 공부했을 때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분야 특성상 실무 경험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갔는데,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거기서 보냈어요. 회사 생활 중에 저와 다른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갈등도 겪어보고, 조정도 해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구현 되는, 그러한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계속 회사에서 지내다 보니 그렇게나 많이 시간이 흘렀더라고요(웃음). 나이가 드니까 옛날에 가졌던 꿈이 생각이 나고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학교로 옮기게 됐어요. 

 

3. 강의 부분으로 넘어갈게요. 말씀하셨다시피 현대생활과 디자인 강의를 맡으셨는데요, 강의 내용 또는 방식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먼저 디자인의 역사를 설명하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 후 다자인 사고, 혁신과 같은 최근 디자인계에서 기대하는 요소들로 주제를 옮겨가면서 비즈니스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소개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어요. 특히 디자인의 역할이 옛날의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것’이 더는 아니라는 것과 비즈니스에서의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비즈니스에서의 디자인이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그에 대한 이해가 본인들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디자인이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요. 거기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영문기사들을 25편 정도 선정해서 읽고 발표를 하게 했어요. 처음에는 디자인이 생산성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한 목적이었고 그다음 시대에는 마케팅적인 요소가 들어가 형태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면, 요즘 들어서는 디자인을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사고법, 접근,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디자인의 흐름을 가지고 디자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쳤어요.

 

4. 저도 이 수업을 들었을 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 발표준비과정에서 해석의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강의 내외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많아 유의미한 수업이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께선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유의미했다니 참 다행이에요(웃음). 우선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인 디자인 사고, 디자인 방법론을 배워서 개인의 문제점들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으면 해요. 예전에 제 수업을 들었던 공대 대학원생이 “교수님 수업 들으니까 제가 앞으로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더 잘 알게 되었어요. 강의 내용을 과제선정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게 됐을 때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제 강의를 통해 키웠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학생들이 나중에 회사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되면 새로운 제품 구상이나 서비스 관련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게 될 거에요. 그때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이 모여서 팀을 구성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낯설지 않도록 제 강의에서 디자인 방법론을 익혔으면 좋겠어요. 

 

5. 디자인에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디자인이 많은 분야에서 활용이 되고 있는데 광범위해져 가는 디자인의 핵심 요소는 무엇이고, 또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질문은 디자인을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해요. 우리가 만드는 것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왜?’를 알아야 내가 이걸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있거든요. ‘왜 사람들은 저런 물건을 좋아하지? 왜 저런 서비스를 사용하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왜’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그 끝에는 디자이너들의 의도가 놓여있어요. 그 의도를 볼 수 있으면 그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돼요.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얻어낸 지식들이 쌓여서 다음에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더 정확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어요.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디자인을 이루는 핵심은 다름 아닌 ‘왜?’라는 질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6. 현대생활에서 디자인이 갖는 중요한 점이 있다면요?

우리 생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잠재력이 있고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예전에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안에 디자인이 하위 항목같이 있었다면, 이제는 디자인 자체가 하나의 개별적인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서 역할을 하거든요. 테러, 빈곤, AI와의 일자리 경쟁 등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이슈들이 복잡해졌어요. 단순히 생산성이 좋은 제품,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디자인적 접근과는 완전히 다른 디자인적 사고라는 것을 적용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죠. 이제 현대생활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디자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점점 디자인이 현대생활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7. 교수님 말씀 듣다 보니까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보다 디자인이 더 좀 가깝게 느껴져요. 그렇다면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는 디자이너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디자이너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보고 사람들이 더 쓰기 편하게, 더 즐겁게 해주고 더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 주는 사람들이에요. 인간적인 가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람들이죠. 하지만 디자인을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지식이나 비즈니스와 관련된 지식이 없다면 현실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허상뿐인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허다해지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지식과 센스를 겸비해야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감성이에요. 사실 지식은 커리어가 중요한 디자이너의 직업 특성상 오래 종사할수록 자연스럽게 깨닫는 바가 많아져요. 최근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공감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공감디자인이라는 것이 뜨고 있어요. 감성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죠. 이제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은 사회의 문제에 어떤 해결 방향을 제시함으로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에요. 모든 상황을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바라보는 비즈니스적 사고와 깊게 고민하면서 현대사회에 관하여 철학적 사고를 하는 인문학의 중간지점에 디자이너가 있거든요. 디자인의 실현 가능성을 냉철하게 판단하면서도 개개인의 소박한 희망을 해결해주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8.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학생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적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다음 강의 때 기회가 된다면 이번 교양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부담이 갈까 봐 하지 않았던, 학교에 있는 작은 문제점이라도 개선하는 간단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요. 교양수업은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많아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거든요. 학생들의 전공이 가지각색 인만큼 그들이 어떠한 팀 내 목표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같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시너지 효과가 굉장해요. 서로 생각을 교환하면서 배우는 것이 단순히 교수에서 학생으로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보다 학습효과가 좋기 때문에 진행을 한다면 매우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기대되네요.

 

9.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나는 타인과는 다르다’라는 것을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입사하며 사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다 맞는 삶은 절대 아니에요.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부분이 뭔지를 빨리 찾아서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함을 느끼고, 내가 즐겁게 하는 그 길을 갈 수 있었으면 해요. 두 번째는 ‘호기심을 가지고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접근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학생이니까 공부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어서 열정을 갖기 힘들 수도 있지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자신에게 기회가 와요. 그 기회는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선물이에요. 마지막으로는 ‘능력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요즘에는 개인 스펙 같은 것이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중시된 나머지 ‘공부만 잘하면, 나 하나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다들 똑똑하지만 그중에서 인성이 잘 갖춰진 학생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사실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피부로 자주 느껴요. 본인의 능력은 인성과 책임감이 더해졌을 때 빛을 발하는 법이에요. 작은 일들은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규모가 큰일들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조화가 필수적이에요. 아이폰도 잡스 혼자 만들어낸 작품이 아닌 것처럼 누군가와 같이 일하는 걸 즐겁게 생각해야지만 점점 더 큰 일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현섭  hskim_3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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