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집을 나서기 전 항상 챙겨보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의 대기오염도. 그 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나서 마스크를 쓸지 말지를 결정한다. 작년부터 미세먼지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고 몸에 좋지 않다니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사실이다. 미세먼지,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1. 미세먼지란?

일단 미세먼지가 무엇인지부터 알고 가야 한다. 사전적 의미로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 질소 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로 자동차, 공장 등에서 발생하여 대기 중 장기간 떠다니는 입경 10㎛ 이하의 미세한 먼지를 뜻한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PM-10, PM-2.5, TSP로 분류된다. 그 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황사와 미세먼지는 차이를 보이는데 흙먼지로 토양 성분이 주를 이루는 황사에 비해 미세먼지는 위에 언급했듯 대기오염물질이 주를 이룬다. 또한 황사는 봄철에 주로 발생하지만 미세먼지는 계절과 관계없이 항상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1948년 미국 대기오염사고와 1952년 런던 스모그 사건 이후 먼지에 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특히 10㎛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특히나 코와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로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간 노출 시에는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악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에서 2010년 이후 그 수치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으며 특히 2015, 2016년에 들어서는 사회이슈로 대두될 정도로 심각해졌다. 2015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PM-2.5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9㎍/㎥로 두 번째로 나쁜 수준을 기록했고, 2016년 기준 서울시 평균 26㎍/㎥으로 평균치인 25㎍/㎥를 뛰어넘었다. 환경부, 환경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액이 1년간 1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듯 미세먼지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 미세먼지, 그래서 주범이 누구야?

황사는 중국의 사막에서 발생한 흙먼지가 바람을 타 우리나라로 휩쓸려 올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황사는 중국이 원인인 것이 확실하다. 미세먼지 역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사실 발전 시설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매연이나 자동차 매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날림 먼지, 소각장 연기 등으로 산업 현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월 21일~25일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국내 발생원(산업 현장, 발전소 등)이 거의 없는 백령도의 미세먼지가 86 ㎍/㎥인 반면 경기 145 ㎍/㎥, 경남 141㎍/㎥, 전남 137 ㎍/㎥ 등을 기록했다. 중국이 만약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면 국토 최서단에 위치한 백령도가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많이 받아 경기, 경남, 전남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국내 발생원이 거의 없는 백령도와 경기, 경남, 전남이 미세먼지 발생률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국내 발생원이 미세먼지 발생에 한몫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그 동안 정부가 주장해오던 ‘중국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다!’라는 주장은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왜 이러한 주장을 계속해온 것일까.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국내의 산업 현장, 발전소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없었던 것에서 비롯된다. 사실 국내 발생원 중 특히 화력 발전소는 항상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는 화력 발전소를 줄이기는커녕 전력 공급에서 화력 발전의 비중을 늘리고 동시에 미세먼지는 줄이는 정책을 동시에 폈다. 즉, 모순되는 정책을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이 주범이라는 주장과 더 나아가 고등어구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 발표에 우리 국민은 미세먼지의 주범이 중국인 것으로 알고 매일 마스크를 쓰며 중국 탓만 해왔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부가 문제의 책임을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동안 날이 갈수록 미세먼지는 심각해져 갔다.

3. 결국 정확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나간 일본 사례와 한 번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 도쿄도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한참 전인 1980년대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 시행해왔다. 당시 산업화로 인해 대기 오염이 심각해졌던 도쿄도는 공장이나 발전소의 매연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매연으로 인한 오염의 정도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자동차 매연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일본의 미세먼지 대책과 우리나라의 정책이 비교되는 점은 공장, 발전소에 대한 규제, 제재 대책이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마저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와중에 우리 정부는 기업의 공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매연에 대한 규제나 제재를 강력히 하지 못해왔다. 국내 발생원 중 산업 현장이나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아는 와중에도 규제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산업 현장, 공장, 발전소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많은 시간과 토론에 걸쳐 대책을 세웠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항상 그래왔던 것이지만 우리 정부는 대책 설립에 있어 정확하고 신중한 것보다는 ‘일단 세우고 보자’라는 식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에 반해 일본 도쿄도는 2000년 초 1년간 계속된 토론 끝에 자세하고 구체적인 10년 장기 정책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이 정책을 꾸준하게 지키며 시행해 왔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꿔가며 당시 문제만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로 메꿔 나가기 급급했고 그렇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는 정부만 노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주원인 중 하나인 기업의 협력과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책 시행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10위 내 기업들이 사내에서 미세먼지 측정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기업의 모습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이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의 협의기구 창설 등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대화 속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업에 다른 혜택을 주거나 줄이지 못하는 기업에 큰 불이익을 주거나 하는 등의 구체적인 협약을 만들어 낸다면 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국민이 전과 같은 맑은 하늘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고 싶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 대화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이 대책을 끝까지 시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미세먼지. 정부가 그 동안 책임 전가를 해왔던 것을 반성하고 정확하고 구체적인 대책 설립과 동시에 국내 기업이나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매일매일 마스크를 쓰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하루빨리 달라진 모습이 필요하다.

임창열  cy11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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