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현실적인 묘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현대 CG 기술과 로봇 기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정교한 로봇 사진들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기도 하지만 가끔은 인상을 쓰게 만들기도 한다. 기괴한 로봇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불쾌한 감정을 놓치지 않고 제기된 ‘불쾌한 골짜기 이론’, 그 골짜기에 대하여!

1.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란?

불쾌한 골짜기 이론(Uncanny Valley)이란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도리어 불쾌감이 증가한다는 이론으로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라의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모션 캡처(캡션)를 통해 사람 캐릭터를 실제 인간과 흡사하게 표현한 3D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가 개봉했을 때, 극장의 아이들이 영화가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린 해프닝이 일어났다. 반면 같은 3D 애니메이션인 <인크레더블>이나 <몬스터 주식회사>는 인간의 모습을 적절하게 변용하거나 비인간 캐릭터를 차용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같은 방식의 영화가 이토록 상반되는 반응을 불러온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다.

<폴라 익스프레스>

<인크레더블>

<몬스터 주식회사>

2. 불쾌한 골짜기의 골짜기를 탐험해보자!

위의 그래프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설명하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위 그래프에서 시체와 좀비가 자리 잡고 있는, 호감도가 급감하는 영역을 가리켜 골짜기라 명명한 데에서 유래했다. 불쾌한 골짜기 그래프는 가로축을 인간과의 유사성, 세로축을 호감도(친밀감)로 설정하여 3D 애니메이션은 물론 CG, 상업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에 나타나는 대중들의 반응을 설명해 준다. 극장의 아이들이 <폴라 익스프레스>의 캐릭터들을 보고 운 이유는 무엇일까?

# 인간과의 유사성 = 0% ~ 60%

우선 인간과의 유사성이 0인 부분의 호감도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중립적인 0의 상태이다. 이는 길을 가다가 공사장에 보이는 기계들을 무미건조한 심정으로 지나치는 이유이다. 대상의 운동성과 관련 없이 인간과 유사해질수록 호감도는 점차 증가한다. 투박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삼성의 로봇 모델 안드로이드 등 대체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려고 하는, 어딘가 부족한 로봇들은 대중에게 친밀하게 인식된다. 인간과 닮지 않은 개체의 경우 인간과 비슷한 특성들이 쉽게 드러나게 되고, 이런 인간적인 특성들이 쉽게 호감을 사기 때문이다.

<월E>

많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애니메이션 <월E>의 주인공 ‘월E’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다. 하지만 손이나 눈 등 일부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다른 로봇을 짝사랑하거나 식물을 소중히 다루는 등 인간적인 요소가 부각되어 호감의 대상이 된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대표적인 로봇 ‘옵티머스 프라임’도 팔과 다리가 있고 말을 하는 등 일부 기능적인 부분에서 인간을 조금 닮았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인식된다. 또한 불쾌한 골짜기 이론에 따르면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도 인체 비례나 이목구비가 인간과 많이 닮지 않았기 때문에 호감을 얻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 인간과의 유사성 = 60% ~ 80% : 불쾌한 골짜기에 온 걸 환영하오 낯선이여

호감도는 인간과의 유사성이 60인 부분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에 다시 급감하여 음수가 된다. 즉 사람들이 불쾌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폴라 익스프레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시체나 좀비와 함께 호감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골짜기 영역에 위치한다. 즉 인간을 너무 어설프게 닮아 아이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인간과의 유사성이 낮으면 인간과의 공통점을 찾는 것과 반대로, 인간과 매우 유사한 개체는 인간과 닮지 않은 특성들이 쉽게 드러나게 된다. 불쾌한 골짜기 내에 위치하는 로봇들은 더 이상 인간과 흡사하게 행동하는 로봇으로 판단되지 않고 사람을 닮은 무언가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다만 운동성의 여부에 따라 불쾌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데, 사람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시체를 움직일 수 있는 좀비나 귀신보다 더 친밀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미묘하게 인간의 외양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미숙한 동작은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위화감을 느낀다. 비슷한 예시로, 영화 <애나벨>의 인형이 공포의 소재인 이유는 그것이 가만히 누워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것이 움직이는 것을 더 불쾌해한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이 아닌 대상뿐 아니라 실제 인간에게도 같은 심리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에게서 인간과의 차이점을 느낄 때 불쾌한 골짜기는 더 깊어진다. 안면 이식수술을 받은 한 환자의 실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전직 소방관이었던 이 남성은 화재 진압을 하다 심한 화상을 입어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울기 일쑤였기 때문에 손자를 안아보는 것이 이 남성의 소원이었다고 한다. 어린 손자가 그토록 울었던 이유는 화상을 입은 남성의 얼굴이 일반적인 사람의 외양과 매우 유사하지만 어딘가 일그러져 불쾌한 골짜기 영역에 해당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행히 이 남성은 안면 이식수술 후 비로소 손자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과학보다는 심리적인 현상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캐릭터들인 영화 <몬스터 하우스>의 ‘미스터 네버크래커’, <반지의 제왕>의 ‘골룸’ 등은 대체로 작품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느끼는 불쾌한 감정이 불쾌한 골짜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들이 악역이기 때문인지 정확하게 분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타워즈>의 ‘요다’나 <해리포터>의 ‘도비’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인상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주장이다.

#인간과의 유사성 = 80% ~ 100%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인간과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인간과 유사한 대상을 보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한다. 정교한 CG 모델이나 옆에 앉아있는 인간 친구들이 대표적인데, 이 경우엔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사람처럼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몇몇 로봇공학자들은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은 최근의 일이므로 불쾌한 골짜기 그래프의 가장 오른쪽 부분은 근거가 없다며 이를 비판한다. 즉 인간과 완전히 닮은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가 다시 증가할지는 경험적으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여자 친구를 닮은 로봇 머리를 개발한 과학자 데이비드 핸슨은 불쾌한 골짜기에 대해 “완전히 사이비 과학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과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하며 부족한 데이터를 가진 불쾌한 골짜기 이론의 한계에 주목했다.

정교한 CG 모델

하지만 그래프의 가장 오른쪽 부분은 불쾌한 골짜기와는 또 다르게 누가 로봇이고 인간인지 구분이 어려워서 불안함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제2의 골짜기로 불리기도 한다.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 바디스내처가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를 경계하는 인간의 이러한 본성을 다루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다만 이는 우리와 구별할 수 없으면서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심리 상태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외형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 심리와는 거리가 있다. 마치 간첩에게 느끼는 심리처럼 말이다.

3. 불쾌한 골짜기의 다중적 해석

불쾌한 골짜기 심리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인간의 심리를 설명해주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장소가 있다. 익숙한 장소가 미묘하게 달라지면 왜인지는 모르면서도 불안하고 불편한 심리 상태가 된다. 상상해보자.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미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진다. 방 안의 물건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모두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복제품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공포감이란! 완전한 변화가 아닌 변화를 거의 못 느낄 정도의 미묘한 변화는 불안함, 나아가 불쾌함을 일으킨다. 즉 익숙한 것에서의 미묘한 변화를 경계하는 인간의 기본적 심리의 한 표현이 불쾌한 골짜기일 것이다.

반면 불쾌한 골짜기의 전제가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해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현상에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현상에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적용하여 이를 합리화 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인종을 중심으로 다른 인종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도출한 차이점을 두고 우리와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쾌함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인종차별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의식하며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로봇을 제작할 때 인간과 너무 비슷하면 불쾌함을 유발하므로 상황에 따라 효율적인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도전과제였지만, 로봇이 굳이 인간의 형태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인간을 어설프게 닮아 무서운 로봇들보다 차라리 공사장의 로봇들이 더 호감을 사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어설프게 닮으면 오히려 불쾌하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과연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사실인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같은 대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이론은 허점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그 내용에 ‘그럴 수 있겠다’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겐 현실과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불쾌한 골짜기 그래프의 가장 오른쪽 부분에는 사실 더 깊은 골짜기가 있을 수도 있다. 지금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완벽히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라고 상상해보면 말이다!

김지연  letsplay57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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