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의 긴 세월 동안 홍익대학교의 독문학과를 빛내주신 교수님이 계신다고? 바로, 독문학과의 회화 수업을 담당하고 계시는 이리스 브로제(Iris Brose)교수님이다. 이번 호에서는 최초로 외국인 교수님을 모셔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브로제 교수님의 1~2학년 수업은 독일어를 반복적으로 말하며 체화시키고, 어렵지 않게 독일어에 접해보는 수업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3~4학년의 수업은 학생들의 흥미와 재능을 바탕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이수업에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과제가 있기도 한데, 이때 학생들은 자신의 독일어 실력을 맘껏 뽐내거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여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방식으로 독일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학생들은 부담 없이 독일어에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방식으로 독일어를 접하게 도와주시는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을 마주할 때가 제일 행복하시다고 한다. 이 인터뷰에서 교수님의 학부 생활부터 한국 생활 이야기까지생생하게 들어보도록 하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학생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학생 여러분. 저는 홍익대학교 독문학과의 부교수를 맡고 있는 이리스 브로제(Iris Brose) 입니다. 1999년에 홍익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 벌써 25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저는독일 남쪽 지방에서 태어나 북쪽 지방에서 자랐어요.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있으시죠? 저는 실러가 살던 슈투트가르트 근처에서 태어났답니다. 또 저는 독일의 거장, 괴테와도 8월 28일로 생일이똑같아요. 이런 우연 속에서 태어난 저는 어쩌면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되는 게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교수님께서는 베를린 자유대학교를 졸업하셨어요! 교수님이 대학교에 다니실 때 당시 독일은 어떤 분위기였나요?
제가 공부할 당시에 독일은 분단국가였고 서베를린은 동독에 둘러싸인 섬 같은 곳이었어요. 당시 서독 시민이라면 누구나 국경에서 관광 비자를 신청하여 하루 동안 동베를린을 방문할 수 있었답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동베를린 방문의 이유를 관광지 목적의 이유로 내세울 수 있었지요. 당시 저는 교회활동과 환경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베를린에서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저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그 밤에 해당 국경에 있었고 거리에 나와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함께 축하했었어요. 불가능한 일이 갑자기가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던 하루였답니다.

교수님께서 학부시절 때 들었던 수업이나 활동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심리학을 주전공 하고 학부에서 신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의 다양한 학문에도 관심이 많았었죠. 당시 학생들은 서베를린에 있던 세 개의 대학에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찾아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통일 이후에는 구 동베를린에서도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학파의 수업을 들을 수있었고 인상적인 학자들도 많이 접할 수 있었죠. 정규 수업 외에도 다양한 국제 석학들의 특강이나 주말 세미나에 진행되었던 워크숍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학자들과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할수 있었기에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다니시던 대학교는 한국이랑 유사한 점이 보이면서도 상당히 다른 체제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특별히 한국 대학교와 독일 대학교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방학 때도 정말 바빴어요. 이것이 제가 경험한 한국과 독일 대학의 첫 번째 큰 차이점이랍니다. 저희는 학기 중에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방학 때는 스스로 세미나 논문을 써서 제출해야만 했어요. 사람들이 독일 대학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뭘까요? 독일 학생들은 방학 때 도서관에 많이 가서 논문을 쓰고 공부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독일 대학생과 도서관을 함께 떠올리는 것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학생과 함께 연구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심리학석사 논문을 쓸 때는 콜로키엄(토론 모임)에 참석하여 연구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챕터를 발표하여 토론했었어요. 혼자글을 쓰는 것보다 다른 학생들과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실수를 수정할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답니다.
독일 대학은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의 양에도 제한이 없어요. 그래서 대학교 내에 존재하는 국제어학원에서 학생들은원하는 외국어를 무료로 제한 없이 공부할 수 있었어요. 이것이 한국 대학과 독일 대학의 또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도 학교에 그런 제도가 생긴다면 여러 언어를 부담 없이 배워볼 것 같아요.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많고 많은 언어 중에 왜 한국어를 배우게 되셨나요?
한국어 얘기를 위해서는 제 석사논문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네요. 저는 한국의 ‘한’에 관심이 많았어요. 심리학과였던저의 석사논문 주제가 바로 이 한국의 ‘한’이었죠. 그 당시에는 독일에서 교회를 다니는 한국인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인터뷰하면서 문화에 따라 이들의 심리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했어요. 이후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연수 장학금을 받아 한국에 오게 되었답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1년 동안은 한국어 공부를 하고 박사 논문을 쓰고자 계획했어요. 그렇게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답니다.

박사 논문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셨다니! 한국어가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사실 저는 홈볼트 대학에서 몇 개의 한국어 수업을 들은 적 있었어요. 그 수업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죠.
“김 동무. 안녕하십니까?”
바로 북한어 수업이었어요. (웃음) 당시 공산권에 속한 동베를린에서는 북한어를 가르쳤기 때문이었죠. 저희는 한 학기 동안 “-합니다” “-합니까?”로 끝나는 문장을 배웠어요. 그다음 학기에는 “-때문에” “-하느라고” “-할 수 있다” 등의118개 문장 구조를 배우기로 예정 되어있었죠. 원래는 30명 정도가 이 수업을 들었지만... 그다음 학기에는 모두 도망가고 세 명만 남아있었어요. 저는 그 세 명 중에 한 명이었죠.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정말 어려웠지만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 우선 한국어라는 언어 자체에만 집중하여 공부했어요. 한국에서 1년 정도 정착을 하고 난 후에는 홍익대학교의 학생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이후 다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어와 독일어의 유사점이 있다면 무엇이며, 그것이 독일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나요?
저는 한국어 배우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어요. 왜 이 상황에서는 이런 종결어미를 쓰는지 잘 안 와닿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때 읽은 게 바로 한국 만화에요. 만화는 대화를 통해 그 인물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읽고, 그 소통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런 상황일 때 이런 문장을 쓰는구나 하고요. 문법책에 나오는 인위적인 대화랑은 분명 다르죠. 독일어도 마찬가지예요. 언어 공부를 할 때에는 어떤 대화가 어떤 상황에 쓰이고, 또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를 바로바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독일도 한국도 모두 말투에, 얼굴에, 눈에 어떤 뉘앙스가 있어요. 그런 뉘앙스를 이해하고자 하면 더 쉽게 그 문장을 이해할 수 있죠.
또 한국어 발음으로는 독일말을 쉽게 발음할 수 있어요. 그건 이웃 나라 중국이나 일본과는 비교되는 한국만의 특징이죠. 그러니 독일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한국인은 어렵지 않게 독일어를 공부할 수 있을 거예요. 독일어가 어렵다는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독일어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법이 없거든요. 독일말의 소통의 관점에서, 그 뉘앙스를 파악하면서 배우고자 한다면 어렵지 않게 독일어를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는 교수님의 수업에 관해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을 주시거나 학생들끼리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독일어 수업을 진행하세요. 특별히 이런 방법을 권유하는 이유가 있나요?
단순히 쓰면서 단어나 문장을 외우는 것보다는 대화로 외우는 것이 더 쉽고 이해가 빨라요. 그 과정에서 대화하거나게임을 하는 식의 수업 방식을 진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1학년 1학기 수업에서는 주사위 게임을 합니다. 학생들이 숫자를 연습하고 배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음 연습이기도 해요. 학생들은 이 게임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일어를 말하고 복습할 수 있어요. 또 재미있기도 하고요. 학생들이 같은 단어를 계속 발음하면 발음이 점차 좋아질 것이고, 그 좋은 발음을 들은 다른 학생들은 따라 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그렇기에 저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독일어를 말하고 발음할 수 있도록 대화나 게임의 요소를 추가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종강 무렵에 작은 쫑파티를 열어 학생들과 함께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신 적 있어요. 이때 학생들은 교수님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고민을 말하기도, 어려운 것을 물어보기도 혹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죠.
수업 시간에는 주어진 과정을 공부 해야 하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삶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기 말에 시간이 남으면 저는 작은 쫑파티 같은 것을 열기도 해요. 학생들하나하나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죠. 저 학생은 이런 것을 좋아하고, 또 저 학생은 이런 것에관심이 있다는 것을 들으면 정말 재미있어요. 이런 것처럼, 저는 학기마다 학생들을 만나서 학생들의 각기 다른 관점을 듣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또 무언가 스스로 열심히 찾아 자기 길을 찾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기쁘답니다. 학생이 다른 학생과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또 수업 시간에 어떤 식으로 토론하는지를 보면 그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해요. 제가 왜 오랫동안 교육을 하느냐에 대한 답변은 바로 학생들. 학생들을 보면 행복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학생들을 통해 행복을 느끼시네요. 그렇다면, 교수님께 홍익대학교 독문학과는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홍익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에 많은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참 감사할 따름이죠. 홍익대학교 교수들과강사들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요. 교수님 한 분 한 분이 전공하시는 다른 분야가 있기 때문에 독일어 말고도 배울 게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토마스 만을 전공하신 교수님, 아도르노를 전공하신 교수님 등 독일어 외에도 배울 수있는 것,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홍익대학교 독문학과는 흘러가는 세월에 따라 계속해서 좋은 쪽으로 변화해 가고 있어요. 교수님들 모두가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요. 그런 점에서 홍익대학교독문학과는 많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5년 동안 홍익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셨고, 한국에서 생활하신 지는 그보다 더 될 것 같은데요. 학교생활 외에도 교수님의 기억에 남는 한국 생활에 대해 몇 가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국에 들어와서는 굿판을 많이 보러 다녔어요. ‘한’을 표현하는 한국 전통인 굿이 어떻게 치러지는지 보기 위해서이죠. 또 불교 자체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절이나 사찰을 자주 다닌답니다.
또 저는 홍익대학교 근처에서 인디밴드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 노브레인과 크라잉 넛 같은 밴드가 그곳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기도 했거든요. 저는 그 공연들을 정말 즐겼답니다!

음식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홍익대 정문 앞에 있던 백반집을 되게 좋아했어요. 한식 정식을 먹을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재개발 때문에 사라지고 없어져 속상하답니다. 고기 없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아했어요. 요즘에는 합정역 근처에 있는 콩나물국밥을 자주 먹어요.

교수님의 독일 학부생 시절부터 한국에서의 교수 생활 이야기까지를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교수님의 한국에서의 계획을 여쭤보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요새 한국에 있는 독문학과와 독일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독일문화원과 한국의 독문학과 학생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이자유롭게 독문학이나 독일 문화와 관련된 토론도 하고, 동아리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에요.서울에는 20개 정도의 독문학과가 있어요. 이 20개 독문학과를 모아 같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목표입니다. 공부의 개념보다도, 정말 자유롭게 만나서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요. 쉽지는 않겠지만 독일로학생을 보내는 인턴십 프로젝트도 기획 중에 있답니다.
방학 때는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학기 중에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방학 때는 책도 좀 읽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그럼, 다들 좋은 방학 보내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다음 학기에는 따스한 교수님과 함께 독일어를 한 번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 인터뷰에는 깊게 싣지 못한 교수님의 ‘한’ 이야기를 마저 들어볼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교수님이 계시기에 타과생도 두렵지 않은독일어 회화 수업이 바로 이 홍익대학교에서 반짝이고 있다!
독일어 언제 써볼래? 지금 당장!

최봄이  hic245023@gmail.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