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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동물복지국의 꿈을 향해서

뉴스나 SNS를 보면 심심찮게 동물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의 신체 부위를 자르거나 태우고, 쇼 공연용 돌고래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조련하고, 식용 닭을 좁고 비위생적인 사육장에서 키우는 등 그 방법과 범위의 정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복지국가에 대한 인식도 자격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동물복지가 왜 필요하며,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알아보자.

 

동물복지의 필요성

동물복지는 동물에게 본래의 습성을 표현할 수 있고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고통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을 뜻한다. 어쩔 수 없이 도축해야만 하는 가축의 경우에도, 사육과 도축 과정을 가능한 한 자유롭고 덜 고통스럽게 진행하는 방식으로 동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동물복지가 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설명은 학자마다 굉장히 다르다. 누구는 동물도 자기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동물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모두가 동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 하나는 바로 동물복지가 인간복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동물복지가 대체 어떻게 인간의 복지에 도움이 된다는 걸까? 먼저 인간성 함양과 생명 경시 풍조 감소가 있다. 동물을 향한 폭력이나 정신적 학대는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사고방식을 불러온다. 이와 반대로,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상승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감소할 것이고, 이는 곧 인간복지의 향상을 의미한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가축의 사육 복지는 인간의 건강과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가축의 사육 및 도축 과정이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더 몸에 좋지 않은 육류나 유제품이 생산되는 것이 당연하다. 몇 년 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광우병의 발병 원인 중 가장 유력한 두 가지는 사육 과정 중 받는 스트레스와 초식 동물인 소에게 양의 부산물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제공한 것이었다. 가축의 사육 과정을 더 건강하고 자유롭게 바꾸면 인간의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권리가 자연스레 지켜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동물 학대 현주소

위와 같은 필요로 여러 국가에서는 동물 학대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을 제정하고, 동물의 자유와 권리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등 동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동물복지가 나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동물복지선진국에 비교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국제동물복지기구 WAP(World Animal Protection)가 다섯 가지 기준(동물복지 인식, 제도적 장치, OIE(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의 동물복지 기준, 동물복지 교육, 동물복지 홍보)을 통해 매긴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점수는 A부터 G 중 D로, 별로 좋은 성적은 아니다. 굳이 이렇게 수치화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물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라는 옛말부터, 반려동물이 법적으로 사유재산 취급을 받는 것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이 생명보다는 물건에 가깝게 인식된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동물 학대가 그저 반려동물을 폭행하는 것으로만 아는 사람이 많다.

     동물 학대의 범위는 굉장히 넓은데,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동물 학대 종류의 한 예시로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이 있다. 애니멀 호딩은 키울 능력을 넘어서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사육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육자의 의무와 책임은 1993년 유럽연합이 제시한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을 뜻한다. 그 다섯 가지는 기아ㆍ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ㆍ상처ㆍ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공포ㆍ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이다. 애니멀 호더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동물을 정말 사랑해서가 아닌, 우표를 수집하듯이 동물을 모으는 행동을 좋아해서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이 키우는 동물들은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된 사료나 물도 주어지지 않고 온갖 질병에 노출되어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심지어는 동물 사체가 방치된 채 지내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해당 동물들에게만 피해가 가는 게 아니라, 동물들의 주인인 애니멀 호더와 그 이웃 주민에게도 기생충, 해충, 질병의 형태로 악영향이 간다. 동물복지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 나라들에선 애니멀 호딩 관련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다. 언급했듯이, 유럽연합은 몇십 년 전에 이미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를 정리해 동물복지의 기본조건으로 세웠다. 미국은 모든 주에서 동물에게 적절한 관리를 제공하지 않는 방치 행위를 동물 학대의 기준에 포함했고, 일리노이주는 아예 2001년 ‘애니멀 호딩 금지법’이라는 법을 따로 통과시켰다. 그에 비교해 우리나라는 동물 학대에 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하고 반려동물이 주인의 소유 자산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 처벌이 비교적 가볍다. 애니멀 호딩의 경우는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간 사례가 대부분이다.

     인식은 높은데도 여전히 동물 학대가 만연하게 일어나는 분야에는 축산업이 있다. 몇 년 전, 전국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광우병 사태 때문에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다양한 형태의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증가한 바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사육 환경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동물이 조금도 움직이거나 앉을 수도 없도록 설계된 스톨 사육장, 육질 향상을 위해 마취제 없이 시행하는 거세 및 타 신체 부위 절단, 초식 동물에게 동물성 사료를 배급하는 것 등의 학대는 여전히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이를 막을 사육 관련 동물보호법은 네 가지 조항으로밖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노력할 것’과 같은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할 뿐이다. 이와 다르게, 유럽연합은 2012년 동물복지전략(Animal Welfare Strategy)을 도입하여 산란계 일반 케이지 사육을 비롯한 축산농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동물 학대에 대해 금지하는 조항을 발표했고, 그전까지 거의 복지 인식이 없던 양식장 물고기 사육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분야에는 동물실험이 있다. 동물실험이란 교육, 시험, 연구 등의 과학적 목적을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벌이는 실험을 말한다. 동물실험은 보통 생물학 연구나 제품 효능 및 안전성 확인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전자는 해부, 행동 양식 관찰, 의약품의 원료 채취 등의 실험을 진행하는데, 수익성 활동이 아니고 실험동물이 살아있을 때 특정 약품에 보이는 반응을 관찰할 필요도 없어서 비교적 윤리적인 절차로 진행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인데,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임상시험을 위해 시행되는 동물실험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연히 실험동물이 살아있을 때 행해지며, 효율성이나 정확성을 이유로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실험 중에 죽는 동물도 많고, 설령 살아남는다 해도 실험이 종료된 후 안락사를 시킬 확률이 높다. 최근 들어, 이런 잔인한 동물실험이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험동물로 자주 쓰이는 동물인 쥐, 토끼, 개, 고양이와 인간이 공유하는 질병이 2%도 넘지 않고, 의약품이 아닌 제품에 대해 보이는 반응 상의 공통점도 극히 적다.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나 Cruelty Free International을 포함한 여러 NGO 단체들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여나가는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그들의 노력으로 유럽연합, 인도, 이스라엘, 뉴질랜드, 노르웨이 외 다수 국가에선 이미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임상실험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3R 원칙을 바탕으로 동물실험 시 지켜야 하는 원칙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다. 그리고 원칙만 있을 뿐이지, 화장품 임상시험을 포함한 불필요한 동물실험 자체를 금지하진 않았다. *3R 원칙 : 3R 원칙은 살아있는 동물의 사용을 피하는 실험방법으로의 대체(Replacement), 같은 양의 데이터를 얻는 데 사용하는 동물 수의 감소(Reduction), 마취 등을 통해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완화(Refinement)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노력

설명한 바대로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런데도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크고 작은 노력이 있었다. 유기동물 복지와 관련해서는, 2017년 10월 28일 마포구에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가 개장하였다. 반려동물 돌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같이 늘어나는 유기견 발생과 각종 반려동물 관련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유기동물 구조와 치료는 물론, 시민을 대상으로 올바른 펫티켓을 배울 수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전까지 학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방치 행위를 학대에 포함하는 등 학대에 대한 범위를 넓히고, 소유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의 기준을 구체화했다. 또, 축산업계의 동물복지를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동물복지 기준을 확실하게 지킨 농장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발급하는 제도이다. 이 동물복지 기준에는 가축의 마릿수에 따른 사육 공간 확보, 급이/급수기 관리, 무해한 사료 사용 같은 규칙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첫 시행 때는 산란계만 해당했지만, 2013년엔 돼지, 2014년엔 육계, 2016년엔 한우, 육우, 젖소, 염소까지 대상 범위를 확장해나갔다.

     정부의 노력 외에도 민간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여러 시민단체에서 유기동물 입양 지원,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시민 대상 교육, 동물보호법 개정 청와대 청원 등 동물복지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년 초에 우리 학교 학우들이 진행한 케냥이 집짓기 프로젝트도 민간 차원에서 실시한 적극적인 동물복지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케냥이에게 집을 지어준 학우들뿐 아니라, 지원하기 위해 굿즈를 사거나 SNS로 홍보해준 많은 학우를 통해 높은 동물 복지 의식 수준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동물 복지를 위해 힘쓰는 것은 어렵고 고된 일이 아니라 당장 학교에서도 작은 손길로 시작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요구하는 것은 결코 동물애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결국에 인간복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와 개인이 협력하여 필요한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어엿한 동물복지국가가 되길 기대한다.

유동하  dendongyoo@navr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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