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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개론 안호상 교수님

 

1. 안녕하세요, 교수님! 학생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공연예술대학원의 새로운 대학원장, 안호상입니다. 홍익대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84년도부터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서울문화재단 이렇게 세 기관에서 공연예술에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나를 소개한다는 게 참 쑥스럽네요.

 

2. 학부에서는 정치 외교학을 공부하셨는데 졸업 이후에 공연예술을 배우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부생 시절 우연히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 행정 요원을 찾습니다.’라는 예술의 전당 직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 남들이 해보지 않은 일, 그리고 크고 근사한 공간을 새롭게 건축한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었던 것 같아요.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부장 직책을 맡고 있을 때 유민영 이사장님이 단국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이셨어요. 이사장님이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도 있었지만 공연 부장이라는 직책에 맞게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공연에 대해 아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석사 공부를 하게 되었던 거죠. 석사 과정 도중에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발령받으면서 논문을 미처 쓰지 못했는데 국립극장장이 되고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예술에 관한 책을 쓰고 싶고 그동안 공부했던 것도 정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석사 논문을 쓰고 박사 과정에 바로 들어가서 2년 반 만에 수료했어요. 오래 끈다고 좋은 논문이 나올 것 같지도 않더라고요. (웃음)

 

 

3. 교수님께서 극장 경영, 공연기획을 전공하셨는데 공연예술 중에도 대중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아요. 이 분야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극장경영, 공연기획과 같은 직업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어요. 공연 기획자가 드라마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고 예술가와 동등한 지위, 어쩔 땐 더 우월한 직업인으로 묘사하는데 옛날 그 시절 80, 90년대만 해도 전문성은 인정도 안 할뿐더러 보조 역할 정도로 생각했어요. 뭐든 예술가가 원하면 다 맞춰 줘야 하는 사람으로 보던 시절이었죠. 그런 것에서 오는 갈등이 있었어요. 내 평생의 전문적 직업으로 이걸 선택해야 하나, 내가 이 길을 후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자신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잘 포장해서 더 많은 대중에게 그 가치를 더 잘 부각할 수 있는데 그걸 잘 못 하는 예술가들이 안타까웠어요.

예술가와 관객 사이를 중재하는 일, 저는 그걸 통역이라고 불러요. 그게 바로 공연기획자의 역할이자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통역을 함으로써 예술가를 더 빛나게 하고 관객들은 더 많은 예술가를 이해하며 예술을 즐길 수 있어요. 사람들은 예술을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통념, 사회적 트렌드에 따라서 그 예술가를 바라봐요. 그런 관점을 사람들에게 만들어주는 것은 기획자가 예술가보다 더 많이, 더 객관적이게 할 수 있어요. 예술가란 그런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하는 것이 예술가잖아요.

예술가란 굉장히 다양한데, 이 예술가들을 서로 콜라보레이션 하게 해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기획자의 일이에요. 현대 사회에서는 더 다양한 예술이 개별적으로 등장하고 그 예술들을 어떻게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융합시킬 것인가에 따라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잖아요. 기획자에서 제작자까지, 홍보랑 프레젠테이션까지. 극장 경영, 공연 기획자라는 역할이 단지 발견하고 해석하던 것에서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로 변화해가고 있는 거죠.

 

4. 교수님께서 이번에 홍익대학교에 대학원장으로 처음 부임하셨다고 들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한국적 공연기획, 공연제작에 관한 광범위한 토의나 논의나 제작을 학교에서 해보고 싶었어요.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젊은 학생들하고 교실에서 이렇게 만날 기회가 온 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되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극장 건축, 예술단체 운영, 예술가 지원, 공연 기획 등 공연 전반에 관한 실무를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 같은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책을 보면 서양의 예술 경영, 서양 극장 서양 예술을 일반적으로 얘기하고 그걸 우리 학생들에게 그대로 가르치는 게 대부분이에요. 저도 석사 박사를 다니면서 이런 것을 배웠는데 현장에서 일하면서 뭔가 시원하지 않은 답답한 느낌을 받았어요. 좀 더 우리의 현실에 초점을 맞춰서. 이 시대 대중들의 욕구는 무엇이고 우리나라 예술가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학교에서 같이 논의해보고 싶었어요.

 

5. 강의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공연예술개론 수업을 전담하고 계시는데, 특별히 강의를 진행하면서 집중하셨던 부분, 학생들이 얻어갔으면 했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공연예술개론 강의는 대학로 캠퍼스에서 수강 가능하다. 2018년 1학기 공연예술개론 강의는 뮤지컬, 창극,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공연 장르를 학생들이 직접 관람하고 견학한 뒤 자신이 느낀 바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과 공연예술의 기초적 이론을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로 학생들이 얼마나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의 깊이가 있는지 파악해야 했어요. 음악을 공부하려면 연주하는 사람, 시장 등 주변 배경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그 문화를 진짜 즐길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번 학기는 이에 집중해서 수업을 진행했어요.

두 번째로 학생들이 공연을 보면서 자신 스스로를 파악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공연예술의 여러 장르를 경험하고 직업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봄으로써 본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했죠. 가식 없는 실질적인 공연예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극장이란 곳은 원래 경험해보지 못한 판타지를, 새로운 세계관을 경험시켜주는 신비주의가 기본인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곳에서 종사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진짜 극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업을 듣는 학생 전부가 예술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좋은 예술가가 될 수도 있고 무대미술, 창작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많은 유럽의 유명한 기획자들이 인문학을 전공하고도 영화감독이나 예술 기획자가 되기도 하거든요. 조금 더 자신의 길을 빨리 찾으면 더 큰 무대로 나아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무 살 전후의 한 학기는 십 년 이십 년과 비교할 수 없는 값진 시간이기에 학생들이 좋은 경험을 했으면 싶었어요. 저한테도 학부와의 첫 만남이자 설레고 늘 기대되는 시간이었거든요.

 

6. 공연예술 분야에 관해 몇 가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뮤지컬이 그 어느 때보다 특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뮤지컬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예술을 경험한 현대인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공연이에요. 오페라나 발레 같은 전통적 예술 장르 보다 다양한 미적 음악적 체험을 한 사람들이 만족하고 빠져들 수 있는 요지가 훨씬 더 풍부하게 존재하는 공연이죠. 무대미술 측면을 예시로 들면 판타지적 부분이 영화 이상으로 다양하고 화려하고 테크놀로지가 과감하게 존재하잖아요.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미적 요소들을 가장 풍부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예술 장르보다 흥행에 강하죠. 많은 관객들이 이러한 뮤지컬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또 뮤지컬이 20세기 대표적 예술 장르가 된 데에는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오페라와 다르게 뮤지컬 장르는 러닝코스트가 적은 경제적 예술 장르예요. 오페라는 보통 오케스트라가 80명, 무용단과 합창단이 백여 명. 출연자만 이백 명 가까이 되고 스태프, 무대 장치. 화려한 의상들까지. 4, 5회 공연만으로 도저히 제작비와 러닝코스트를 관객 판매 수익으로 넘길 수 없어요. 그에 반해 뮤지컬은 보통 출연자가 많아 봐야 50명,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식은 25명이 기본이에요. 오케스트라도 보통 라이브를 쓰더라도 10명에서 15명 정도 투입되죠.

같은 퀄리티의 작품을 리메이크할 수 있게 표준화를 시켜 라이선스 공연을 할 수도 있죠. 오페라는 라이선스가 있을 수 없어요. 출연자의 예술적 수준에 따라 작품의 전체적 퀄리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뮤지컬의 경우 의상, 멜로디, 무대 등 공연의 모든 요소가 화려하기 때문에 다른 요소들이 충분히 어느 한 분야의 약점을 가려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표준화 기준만 지킨다면 세계 어디에서 제작하든 비슷한 공연을 할 수 있는 거죠.

*러닝코스트 –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소모되는 비용으로 출연자 및 오케스트라 인건비, 극장 대관료 등을 포함한다.

*라이선스 뮤지컬 – 뮤지컬 작품의 표준화 기준을 만들어 의상, 무대, 넘버 등을 규격화시킨다. 작품의 특징이 명확하게 지시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어디서든 비슷한 작품 제작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라이언 킹, 맘마미아, 빌리 엘리어트 등이 있다.

 

7. 그렇다면 앞으로의 뮤지컬의 미래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뮤지컬의 미래는 더 강력한 장르가 나오는 것에 따라 좌우된다고 생각해요. 현재까지는 뮤지컬의 경쟁 상대가 영화였다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뮤지컬의 새로운 경쟁 상대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봐요. 게임도 공연 감상도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몰입의 경험이에요. 새로운 자극적 즐거움을 주고 잠시 현실을 잊어버리게 하죠.

뮤지컬은 대량 생산 시대에 맞는 공연 장르예요. 대량 생산이란 것은 표준화된 생산을 말하는 거예요. 20세기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였고 예술도 결국에는 그런 흐름을 좇았어요. 예술도 시장에서 유통되는 하나의 상품이니까요.

하지만 21세기에는 가장 지배적인 기술이 디지털이기에 디지털이 공연 요소에 들어와야 할 거예요. 디지털 세계의 특징은 무엇이고 무엇이 핵심인지.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 인간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이를 분석해야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반응하는 요소를 분석하면 그 해답이 있을 수도 있어요. 어린아이의 반응은 머리가 아닌 감성, 본능에 의해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시대 예술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게 다 다르죠. 어떤 색에 지금 아이들이 더 강렬하게 반응하는가, 이걸 발견하는 사람이 천재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머리로 계산해서 찾아내는 게 아닌, 본능적으로 찾아내야 하는 요소거든요.

 

8.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천재 예술가가 많이 탄생하는 편인가요? 21세기 예술시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떨까요?

유럽 오페라단에 한국 사람이 없으면 공연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세계 예술 시장에서 한국 사람이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어요. 브누아 드 라 당스 콩쿠르에서는 한국 사람이 매해 우승해요. 올해는 파리 발레단 박세은, 작년에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김기민이 우승을 했어요. 서양 예술의 뿌리를 갖고 있지 않은 이 작은 나라에서 이런 자원이 나온다는 것은 예술적 표현력이 두드러지는 민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은 정서적 표현에 능한 민족이에요. 말로 소통하는 것 이상의 강렬한 소통을 향한 본능적 욕망이 있는 거죠.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언어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교감하는 것에 강렬한 욕망이 있는 민족 같아요.

21세기를 왜 문화의 시대라고 이야기하는가? 시대가 바뀐다는 것은 경쟁의 기준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미 이 세계는 과학기술로서의 기준은 평준화가 되었어요. 디지털 세대에서 중요한 것은 감성이에요. 그래서 21세기 경쟁의 기준은 문화가 될 거예요. 그렇기에 21세기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성적 문화적 소통이 가능한 민족이기 때문에요. 뮤지컬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스타가 나올 것이고 그 스타를 키우는 산업이 발달할 것입니다.

*부느아 드 라 당스 :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무용계 세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현직에 있는 무용가, 안무가, 작곡가 등에게 수여된다.

 

9. 마지막으로 예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높은 수준의 예술을 할 수 있는 주변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디아길래프와 마티스,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샤넬. 이들과 같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예술가들은 함께 나오거든요. 예술가들이 작업하면서 서로 자극을 주고 예술적 에너지가 폭발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좋은 예술가들에겐 좋은 동료, 예술적 동지를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21세기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가는 시대예요. 그래서 프로 예술가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처받고 지칠수록 새로운 방식으로 더 인상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원하게 됩니다. 표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예술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예술가는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주변에 방해받지 말고 내면의 표현 욕망이 있다면 주저 말고 나섰으면 좋겠네요.

이미림  mlle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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