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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 대학교 대나무숲; 놀이터가 된 국민청원?

‘국회의원 월급을 최저 시급으로 주세요.’‘상태 A급 기타 판매합니다.’‘절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십시오.’‘저희 집 월세 내주세요.’ 요즘 커뮤니티를 달구는 게시판이 있다. 어떤 인기 사이트도, 유머 게시판도 아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무분별한 게시물 탓에 높은 관심은 물론 비난과 조롱 또한 면치 못하는 국민청원. 이제는 ‘청와 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런 국민청원은 어떻게 처음 신설되었으며, 현재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이미 정부 차원의 소통창구로는 국회 청원이나 민원, 그리고 국민청원과 가장 유사한 제도로는 국민 신문고가 있다. 하지만 국민청원만큼 화제가 된 소통창구는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국민청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현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방향을 내세웠다. 그에 따라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운영한 ‘위 더 피플’이라는 국민 소통창구의 사례에 주목하였고, 직접 소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수렴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하며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 아래 출범한 국민 소통 창구이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의 동의 혹은 추천이 30일 동안 20만 명을 넘으면 정부 또는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30일 이내에 직접 답변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국회 청원이나 신문고의 수용범위가 행정기관에 관한 법률 혹은 정책적인 민원에만 국한되었다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의 수용 범위가 훨씬 포괄적이다. 인권/성 평등,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등 17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고 실제로 다양한 범주의 구체적인 청원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타의 소통창구와 달리 각 민원의 해당 행정기관 혹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아닌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답변한다는 점에서 국민청원은 직접 소통 창구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연관서비스를 통해 쉽게 청원을 올릴 수 있어 다른 민원시스템보다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소년법 개정, 주취 감형 적용 배제 등 다양한 청원이 30일 동안 20만 동의를 넘겼고 이에 조국 민정수석이 SNS를 통해 답변한 사례가 있었다.

국민청원, 어떻게 이용하면 되나요?
1. 국민청원 올리기
청와대 사이트 접속-카테고리 중 국민소통광장(국민청원 및 제안) 들어가기-화면 아래 지금 청원하기 클릭-SNS 계정으로 접속 후 다시 지금 청원하기 클릭-청원제목/카테고리/청원 내용 작성-끝!(익명으로 등록되지만, 최초 게시 후 수정 및 삭제를 할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참여해요!)
2. 국민청원 동의하기
원하는 청원제목을 클릭-청원 개요 아래 동의 단추 클릭-끝!

그렇게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국민청원은 높은 사용률과 관심에 힘입어 단순한 청원제도를 넘어서는 힘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여느 제도보다 큰 영향력을 얻은 국민청원은 올바르게 이용되고 있는 것일까? 겉보기에는 민주적인 제도인 듯 보이는 국민청원. 이 필터링 없는 직접소통창구의 맨 얼굴에는 의심의 여지가 따른다.
 

무분별한 표출구가 된 국민청원
별도의 복잡한 과정 없이 곧바로 청원을 올릴 수 있는 국민청원. 실질적인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단순 청원을 넘어서 국민들의 분노와 여러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출구가 되었다. 동의하는 방법 또한 간단하여서 청원이 한번 주목을 받으면 분위기를 타서 주요 안건으로 올라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국민청원은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하나의 매체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매체는 조용히 묻히거나 억울하게 넘어가는 사건을 화두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광주 집단 폭행 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등 부당한 판결에 대한 재심을 요구하거나 오래전 종료된 사건을 재수사해달라는 청원을 통해 억울한 사건들이 재조명받은 사례가 많이 있다. 재조명을 받은 사건은 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
 이렇게 큰 파급력을 가진 국민청원은, 때로는 양날의 검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여론몰이가 되어 애꿎은 피해자를 낳거나 불필요한 의견이 주목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특정 연예인의 사형을 청원한 사례도 있었고, 그 외에 특정 선수의 군 면제를 요구하거나 아예 사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국민청원은 점점 변질 되어 본연의 긍정적인 힘을 잃어가는 듯해 보인다. 국민청원은,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국민청원은 관리자가 그 내용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해도 정부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검열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본다. 직접 소통창구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함부로 청원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게 해 놓은 등 필터링을 지양하고 있다. 더욱 솔직한 목소리를 듣고자 했던 선량한 의도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아버렸다. 청원의 내용이 지나치게 무분별해지고, 몰상식한 내용이 들끓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게다가 주목을 받기만 하면 쉽게 동의를 얻어 주요 청원으로 올라 점점 자극적인 글들이 주목을 받고 늘어가는 실정이다. 이런 극단적인 내용은 실제 사건의 해결이나 제도 개선의 본질을 흐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각종 성범죄로 인한 미투 운동이나 제도적인 성차별에 대한 청원이 올라오면, 점점 여론의 방향은 직접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신 양성 간의 대결 구도를 조장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대한 청원의 경우도 비슷하다. 근거를 들어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대신 극단적인 좌, 우파로 성향을 가르기에 급급하고 소위 ‘태극기’, ‘종북 좌파’ 등의 명칭 아래 분쟁 조절의 가능성을 가두어 버린다. 여론이 늘 이렇게 중심을 잃고 잘못된 방향으로 형성되면, 이를 접하는 대중들의 판단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중 스스로 민주시민의 지위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변질된 청원의 또 다른 모습은, 불필요한 청원이 지나치게 늘었다는 것이다. 사적인 바램을 담거나 단순히 오락적인 내용의 청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익명으로 게시하고, SNS를 통해 접근하다 보니 국민청원을 개인적인 소셜 서비스처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머 게시판의 모습인 양 변질되어가고 있지만, 애초에 검열하지 않는 데다가 카테고리 분류가 애매한 게시판의 경우 실제로 청원이 적절한지 판단할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카테고리를 혼동하여 한 번씩만 청원을 잘못 올려도, 그런 안건이 쌓여 본래 카테고리의 목적을 흐리게 된다. 이렇게 무분별해진 표출구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
 ‘잘 몰랐을 테니까’,‘잠깐 그러다 말겠지.’ 하며 이해하고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청원들이 자꾸 주목받고 쌓이기를 반복하다 보면, 정작 정말 필요한 청원들이 올라왔을 때 주목받기 어려워진다. 이는 청원이 개개인의 불만과 요구를 직접 들어줄 수 있다는 가장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대중이 청원에 무뎌지고, 결국 여론 자체가 힘을 잃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금의 국민청원은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국민청원, 국민청원답게
 왜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가? 앞서 언급했듯, 국민청원은 여타의 소통창구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요구부터 심지어는 법정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까지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제도이다. 단순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오래 뿌리내리고 있던 악질적인 제도나 의식을 일깨우는 효과까지 보이는 등, 분명 순기능이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정비가 덜 되어 발생한 부작용으로 국민청원이라는 좋은 제도가 망가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시행 초기인 지금, 지난 1년간 볼 수 있었던 제도적 결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올바르게 청원을 하고 싶어도, 카테고리가 불분명해 제대로 된 게시판에 청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사한 내용의 글들이 여러 카테고리에 분산되어 쌓이면서 카테고리의 정체성을 더욱 불분명하게 만든다. 또 넓은 영역을 다루는 분류의 경우, 지나치게 확대하여 사적인 글을 쓰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미 17가지나 되지만, 그 명칭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카테고리들을 구체적인 명칭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주로 나오는 청원들을 고려하면, 각 카테고리 아래에 크게 제도 개선요구, 억울한 사건 고발, 판결 재심이나 사건 재수사와 같은 분류를 둔다면 한눈에 주요 청원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아래에는, 예를 들면 성/인권 카테고리 아래에도 성교육제도 관련 청원, 권력 구조 아래 발생한 성폭력 관련 청원 등의 분류가 있다면 각 카테고리 내에서도 청원의 내용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이렇게 분류가 명확해진다면, 더 이상 장난이나 사적인 글을 올리는 것이 ‘실수`로 용인될 수 없을 것이다.
 불필요한 청원뿐만 아니라 비방성이 있거나 악의적인 청원을 올려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한번 게시한 청원은 타인에 의한 수정이나 삭제가 금지되어있다. 하지만 게시한 청원 자체가 인신공격, 명예훼손 등의 범죄행위가 된다면 그런 글에 한해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 장난이나 무분별한 비방 등의 내용 또한 정도가 지나치다면 작성자에게 페널티를 주는 대안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청원은 그 어떤 미디어보다도 영향력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나 관리자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도 제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충분히 신중함을 요구한 이후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러한 이용자에 대한 분명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청원제도의 신중함이 바로잡힌다면, 그만큼 진정성 있고 필요한 청원만이 남지 않을까? 더 이상 청원이 분산되지 않고 유사한 청원들이 한데 모인다면 청원에 더욱 무게를 실을 수 있다. 동의뿐만 아니라 청원 자체가 이렇게 많았다는 점 또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르게만 이용한다면, 국민청원은 지금보다 정부에게 더 강력한 구속력을 행사하는 제도로 거듭날 것이다.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아직은 제도적인 결함이 많다. 국민청원의 정확한 의미나 역할도 확립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정비할 수 있고 바뀌어 나갈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식의 문제이다. 제도가 빠르게 자리 잡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청원을 올바르게 이용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가 많은 현시점에도 관리자는 섣불리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 역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보고 비민주적인 개입은 하지 않으려는 취지였을 것이다. 따라서 청원을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요구되는 태도이다.

 

바야흐로 직접 소통의 길이 열린 시대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청와대 국민청원. 아직은 그 출발부터 지금까지 많은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잠깐의 해프닝에 지나지 않도록 현명하게 이용한다면 4주년, 5주년에는 더욱 강력한 제도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미래는, 지금 현명한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주예린  jlin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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