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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의, 그 선생님 : ‘문학과 영화’ 김선형 교수님
  • 윤다원, 김지연, 임창열
  • 승인 2017.03.31 00:21
  • 댓글 0
 

120년이라는 짧은 역사의 영화, 그리고 언어의 시작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문학. 영화화된 문학과 문학이 된 시나리오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동시에 이 둘이 서로를 보완해주는 모습은 어쩐지 새롭기도 하다. 이 독특한 관계를 문학의 관점에서 풀어낸 수업이 있다. 문학텍스트부터 영화로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관련된 역사와 문화까지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문학과 영화’의 김선형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1. 학생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교양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 김선형이라고 합니다. 저는 ‘문학과 영화’ 과목의 한국어 반과 영어 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문학과 미술, 문화콘텐츠와 창의성 그리고 프랑스어 수업도 함께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2. ‘문학과 영화’라는 과목을 가르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홍익대학교에 부임 후 그 다음 학기에 ‘문학과 영화’ 과목이 서울 캠퍼스에 신설되었어요. 그 전에는 세종 캠퍼스에만 있었던 과목이었거든요. 다른 학교에서 문학과 사랑과 관련된 수업을 맡았었고, 프랑스 소설 쪽을 강의할 때도 텍스트(문학)를 원어로 읽고 해당 영화를 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었어요. 그 부분에 영향을 받아 ‘문학과 영화’를 가르치게 된 것 같아요.

 

3. ‘문학과 영화’ 수업이 인기가 정말 좋다고 들었습니다. 수업의 어떤 점 때문에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나요?

같은 질문을 수업 시작할 때 항상 학생들에게 물어보는데요, 대부분의 학생이 문학보다는 영화가 좋아서 왔다고 말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쉽게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이 과목을 택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가끔 수업에서 다루는 10가지 주제 중, 마음에 드는 주제와 관련된 주제를 듣기 위해서 왔다는 학생들도 더러 있고요.

수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학생들이 더욱 쉽게 문학에 다가갈 수 있게끔 돕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가르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것 같아요. ‘문학과 영화’ 수업에서는 서양 문학과 관련된 10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보니 학생들 대부분이 어려워하는데, 문학이 어떻게 영상화되고, 감독이 해당 장면을 왜 이렇게 연출했는지 같이 탐구하다보면 학생들도 쉽게 문학을 베이스로 한 영화들에 접근하더라고요.

 

4. 문학과 영화를 함께 배운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것 같아요.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 부분은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겠네요. 우선 영상을 통해서 문학을 접하게 되면 영상이 주는 임팩트 덕분에 굉장히 쉽게 문학 작품에 들어갈 수 있어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대부분의 ‘문학’은 무조건 텍스트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영상을 많이 접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텍스트를 읽고 같은 작품의 영화도 함께 보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어요.

두 번째 이유로는 영화만 보면서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놓치게 되는 부분이 많아 텍스트 분석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문학 텍스트에 나오는 인물의 감정이나 줄거리 외적인 사회·문화 문제는 영상으로만 파악하기 힘들거든요. 반대로 문학은 이미지가 없으므로 텍스트만 읽게 된다는 점에서 어렵게 느껴지죠. 두 매체를 같이 다루면 작품을 깊이 알 수도 있으면서 영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상호보완적인 효과가 나타나요. 설령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서 문학의 구절은 생각이 안 나더라도 내용이나 인물의 표정은 잘 기억할 수 있는 것처럼요.

 

5. 정말 다양한 문학 작품과 영화가 있는데, 그중에서 수업할 작품은 어떻게 선정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이 수업을 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고수해 온 일인데, 전 주로 고전을 선택해요. 고전 작품을 실제로 읽어 보면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을 몇 세기 전에도 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물론 학생들은 고전을 ‘지루하다, 너무 옛날 것이다’라고 생각하죠. 예를 들면, 지난 학기에 <햄릿>을 배우기 시작할 때 학생들이 다들 한숨을 쉬면서 너무 싫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햄릿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물어보니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그 문장 하나만 알더라고요.

하지만 <햄릿>도 막상 읽어보면 내가 행동하는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남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으로 삶을 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점에서 현재 우리의 고민과 굉장히 비슷해요. 이렇게 고전 작품은 가치 있고 인간적인 고민을 통해 우리를 위로해줘요. 비슷한 맥락으로 한 학기 동안 진행할 10가지 주제의 테마를 정해요. 돈에 대한 사람의 욕망, 어떤 청춘들의 사랑의 열정, 인간관계에서 심리, 아니면 법과 같이 메시지를 강렬하게 남기는 작품들을 선택하는 거죠.

 

6. 그렇다면 문학 작품이 리메이크된 영화 중 교수님이 가장 추천하시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솔직히 수업에서 다루는 10가지 작품 모두 다 추천을 하고 싶죠. (웃음) 그래도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요즘 같은 시기에는 <레미제라블>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네요. <레미제라블>은 언뜻 너무 길고 지루해 보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사회적인 제도의 합리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나 있어요. 작중 위기를 극복하는 부분에서 요즘 세태와 관련한 자기 생각을 가져볼 수가 있어서 <레미제라블>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덧붙여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작품도 함께 추천하고 싶어요. 솔직히 수업에서 다루는 10가지 작품은 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고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다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7. 수업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나 학생이 있으시다면요?

학생들과 관련된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죠. 가끔은 수업에서 다루는 테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왔다가 예상치 못했던 문학 작품에서 굉장히 감동을 받는 학생이 있어요. 어떤 학생은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달 동안 걸어 다닐 때도, 자려고 누울 때도 작품 속 인물이 생각났대요. <위험한 관계>에 약간 나쁜 남자 타입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인물인 발몽자작이 나오는데, 뇌리에서 그 사람이 떠나질 않는다는 거예요. 그렇게 문학을 안 좋아했던 학생들이 문학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는 걸 지켜볼 때 굉장히 뿌듯해요.

또, 발표수업 중에 열정을 보여주는 학생들이 무척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요, 이 수업은 팀 발표가 항상 들어가거든요. 물론 많은 학생이 팀 발표를 싫어하고 처음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임해요. 그런데 막상 발표를 해보면 발표를 안 시켰으면 어떡할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의 발표력을 가진 팀들이 있어요. 직접 스크립트를 쓰고 대화하듯이 발표하는 학생들에게선 수업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느껴지죠. 그럴 땐 저뿐만 아니라 듣고 있는 학생들도 쉽게 집중하고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8. 문학과 영화라는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함양했으면 하는 자질이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발표수업을 통해서 자기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준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어느 사회를 가든지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두 번째는, 가끔 어떤 학생들이 “선생님 저는 이 수업을 듣고 힐링을 했어요”라고 이야기를 해요.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수업이 편안했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문학과 영화’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줄 아는 어떤 안목이 생겼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물론 지금 당장은 학점을 따기 위해서 이 수업을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아, 맞아 그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 나랑 비슷하네.” 하면서 작품 속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효과이지 않을까 싶어요.

 

9. 프랑스에서 오래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프랑스에서 문학과 영화 수업은 한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프랑스 사람들은 문학과 영화가 정말 중요한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대학 수업에도 반영이 되죠. 예를 들면 <돈주앙>, <로미오와 줄리엣> 같이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들은 1년 동안 공부를 해요. <돈주앙>의 경우 문학 작품만이 아니라 작가와 관련된 영화, 오페라같이 작품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보고 공부하면서 1년을 보내요. 자연스럽게 문학과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죠. 반면에 한국 수업에서는 문학과 영화가 정말 ‘교양’이잖아요. 그래서 이 수업의 경우에도 10가지 주제를 한 주에 1~3개씩 훑으며 공부해요. 그래서 교양 차원에서의 지식을 쌓을 수 있죠.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10. 수업만이 아니라 문학과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도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느꼈던 건 프랑스 사람들에게 문학과 영화는 굉장히 친구 같은 존재라는 거예요. 그래서 지하철에서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가 잘 아는 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고 있고, 영화도 많이 보러 다녀요. 청소년과 대학생을 위한 문화적 지원도 엄청나고요. 그런데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 탓인지, 아무리 학생들에게 문학책을 읽으라고 얘기를 해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가끔 학생들에게서 고민이 있다고 메일이 오는 것을 보면 대부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요. 물론 시간이 없는 것도 이해하지만, 하루에 한 10분, 20분 정도는 있잖아요. 지하철 안이건, 잠깐 카페 앉아 있을 때건, 혼자 있을 때, 그 정도의 시간 속에서라도 문학책을 조금 더 가까이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영화도 많이 보고요.

 

11. 점점 더 효율성과 이익만을 추구해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문학과 영화는 다소 낭만적으로 보여요. 앞으로의 문학과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학생들이 ‘낭만적’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솔직히 수업도 그렇고 우리 인생도 그렇게 낭만만 있지는 않아요. 영화는 문학을 기본으로 하는 매체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문학에 다가가기도 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문학과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요. 누구건 삶과 죽음과 사랑이라는 세 가지 문제 정도는 다 안고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다 똑같이요. 문학과 영화의 내용은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라기보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겪는 그 세 가지 문제, 나아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삶의 요소들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문학, 영화 그리고 인생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거죠.

 

12.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은 경험들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친구도 많이 사귀고, 사랑도 찐하게 해보고. 그런데 학생들은 지금 해야 할 일을 계속 사회에 나가서 해도 늦지 않다며 미루더라고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요. 지금 많이 만나세요.(웃음) 그리고 여행도 많이 가세요. 이것도 돈 많이 벌면 갈 거라는 마음으로 미루지 말고.

또 독서도 많이 하고, 영화도 많이 보고, 공연예술도 많이 즐기세요. 지금 충분히 누려놔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자아가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내가 원하지도 않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다 보면 이건 자기 인생이 아니에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다원, 김지연, 임창열  dawon0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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