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착용자 성폭력 재범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의 재범 건수는 292건에 달한다. 작년 한 해에는 유독 큰 사건들이 많아 전자발찌 관련 기사가 많이 보도되었지만 보도되지 않은 다른 사건들도 많다. 전자발찌 대상자의 재범 사건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 번째는 훼손 이후 재범이고 두 번째는 착용한 채 일어나는 재범이다.

끊고 달아나도 모른다: 수많은 전자발찌 도주 사건

전자발찌 끊고 도주하고 여성 2명 살해, 39시간 만에 유유히 나타나 자수, 경찰은 그가 살인자인지도, 전자발찌 도주자인지도 몰랐다.   (2021.08.30. 일자 보도)

사회에 많은 여파를 몰고 와 법무부의 법 개정은 물론 이른바 현재 ’국민참여재판‘ 여부로 시끄러운 강윤성 송파 전자발찌 훼손 연속살인 사건의 헤드라인이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쳤다가 송파경찰서에 자수한 강 씨는 도주 전에 1명,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1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7일 검찰에 송치됐다. 전과 14범인 강 씨는 징역 15년 형을 받았다가 올해 5월 출소했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을 때 재범 위험성은 ‘높음’이었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에서도 강 씨는 ‘중간’수치의 정신병질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높은 위험성을 지닌 전과자가 아무런 제재 없이 거리를 활보하며 두 건의 살인을 저질렀고 이조차도 자수가 없었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거주지 범죄일 때는 모른다: 착용한 채 일어난 사건

서울 동대문구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30대 남성이 자신의 집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2021.09.08. 일자 보도)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정보가 공개된 30대 남성이 엉뚱한 주소를 신고해놓고 실제 거주지에서 또 성범죄를 저질렀다.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자의 경우 활동 반경을 거주지 2㎞ 내로 제한하고, 피해자로부터 20m 반경에 있을 때 경보가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악용한 실거주 근처 범행은 전자감독 시스템의 사각지대로 보호관찰관의 인지가 어렵다. 즉, 전자발찌의 위치만을 파악하는 특성상 전자감독 대상자가 제한 지역 내에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실제로 16년 이후 21년 6월까지 292건 재범 발생 중 96건은 거주지 근처에서 발생했다.

최근 이러한 사건들로 끝없이 효용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이것, 전자발찌. 무엇이길래?

전자감독은 전자적 기술을 적용하여 범죄인을 감독하는 형사정책 수단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의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하여 24시간 대상자의 위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보호 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제도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자발찌는 위치추적 기능이 탑재된 발찌에 차는 부착장치와 재택 감독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대상자가 발찌를 절단하면 경보음이 발생하고 이동 통신망을 통해 이 사실이 관제센터에 전달된다. 또한, GPS 발신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24시간 법무부 중앙관제센터(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소재)에 전달, 기록된다. 전달받은 법무부 중앙관제센터는 해당 감시 대상자를 감독하던 보호 관찰관과 함께 감시 대상자의 신병과 이동 경로를 확보한다.

이와 같은 범죄자 감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자발찌는 2007년 처음 제정된 이후 다양한 법적 개정을 거쳐 왔다.

전자발찌 대상자는 성폭력범에서 강도범까지 해가 갈수록 확대되어왔다. 2021년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는 약 5,000명이다. 이 중 과반수(77%)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며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가 그 뒤를 잇는다. 이러한 전자발찌 대상자는 2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상대로 성폭력을 가한 범죄자, 실형 집행 후 10년 이내 재범한 성범죄자,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 가석방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날 보호관찰 대상인 성범죄자 등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다. 부착 선고 최장기간은 30년이며 경합법 가중 시 2분의 1까지 가중되어 최장 45년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이때, 만 19세 미만은 제외된다.
전자발찌가 재범을 막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법무부는 강윤성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2명을 살해한 끔찍한 일이 벌어진 직후, 다음과 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통계는 재범률이 지난해 대비 0.11% 감소했다는 걸 강조하며 훼손율도 낮아진 것을 보여준다. 법무부의 통계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통계는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법무부가 제시한 통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통계에 담긴 다른 행간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계속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발찌 재범률 1~2%는 작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는 재범 피해자가 수십 명에 달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해 규모가 어떻든 우리는 이 2%의 이야기에도 집중해야 한다.

재질 강화는 1차원적 대책이다. 더는 이것만을 전자발찌 효용성 논란에 대한 답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주방용 칼이나 심지어 미용가위로도 쉽게 끊을 수 있다는 전자발찌. 이러한 문제점은 사실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법무부는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된 뒤 총 6차례에 걸쳐 전자발찌 재질을 강화했다. 도입 초기에는 우레탄 재질이었으나 이후 스프링 스틸, 스테인리스스틸, 금속 철판, 얇은 철판 7개 순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강화된 재질에도 매해 절단 사고는 일어나는 만큼 끊어지지 않는 발찌를 만들 수는 없기에 이는 핵심 해결책이 아니다. 정작 법무부가 더욱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 범죄예방 효과 의문성

도입 이전보다 2%대로 재범률을 감소시킨 것은 유의미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재범률의 통계를 보면 걱정스러운 수치가 보인다. 도입 초반의 재범률 0%가 현재는 2%대로 증가했음은 물론 매해 재범률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법무부의 통계 자료를 다시 살펴보자. 2008년 전자발찌 제도 시행 이후, 이듬해 재범 사건은 0건이었다. 피해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 3건이 발생하더니, 2011년에는 15건으로 훌쩍 뛰었다. 이렇듯 2010년 이후에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꾸준히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즉, 매년 수십 명의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이에 학계는 더는 전자발찌의 효과가 아닌 재범률이 0에서 2%로 늘어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 중에서도 국회의 전자발찌 개정안이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회는 2010년 전자발찌 부착을 3년 소급 적용할 수 있는 전자발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이 법이 시행된 2008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형 집행 중이었거나 출소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던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착용 기간도 현행 10년에서 30년까지 크게 늘렸다. 법무부가 2018년 펴낸 <2008 : 한국 전자감독 10년사>를 보면, 2010년대 재범률이 2%대로 늘어난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는 2008년 9월 1일 이전에 제1심 선고를 받아 징역형 등이 종료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에 대해서도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소급적용 규정이 2010년 7월 16일 시행됨에 따른 것으로, 이들의 경우 소급적용에 대한 저항과 반감이 심하고, 부착 기간도 장기간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재범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범죄자들을 강력히 처벌하기 위한 소급적용 입법이, 되레 과도한 외적 상황적 통제나 강화된 처벌을 통해 전자발찌 대상자의 저항을 야기하였다는 분석인 셈이다.

성범죄의 경우 충동이나 정신적 문제 등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범죄자 중 일부는 전자발찌 때문에 체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범죄자는 체포 가능성이나 처벌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즉, 성범죄자의 경우 추적 장치 하나 채운다고 왜곡된 성 인식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시와 치료 간 균형의 필요성 제시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장기화할 경우 경각심이 무뎌질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자발찌 대상자의 사회 복귀와 효과적인 관리 감독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심리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이제는 ‘강화된’ 전자발찌 정책으로 전체적인 재범률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혹시 모를 단 한 명의 피해자를 막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시’와 ‘치료’ 간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무부의 <2008 : 한국 전자감독 10년사>는 “전자감독 대상자의 20%가 정신질환자이거나 정신질환 의심자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다수의 전자감독 대상자가 맹목적인 감시가 아닌 치료의 병행도 필요함을 뜻한다. 즉, 전체적인 재범률은 전자발찌로 현격히 낮추되 그 공백을 치료를 통해 상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가 전자발찌 정책의 성공 관건은 ‘의무적인’ 치료 요건이라고 입을 모으는 만큼 전자발찌를 통한 ‘감시’로 방향을 잡고, ‘치료’를 통해 완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자발찌 제도는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중범죄 전력자들의 위치파악용으로 활용하는 데 비해 해외의 경우 주로 경범죄자에 대한 단기자유형이나 가택 구금에 활용된다. 즉, 경범죄자를 대상으로 교정시설이 아닌 사회 일원으로 살면서 사회 복귀를 유도하는 용도로 이용한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에 대해 학교 접근금지, 음란물 시청 금지 등의 준수사항을 부과하고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수시로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교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은 위치파악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교정 없이 저항만 커지는 것이다.

2. 제도 따라가지 못하는 전자감독 체계

현행 전자감독 체계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관리 인력 부족이다. 현재 국내에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는 4,847명이지만, 감시인력은 281명으로 1인당 관리 대상이 17명이 넘는다. 특히 야간·휴일 대응에 매우 취약하다. 전담직원이 1팀 2명으로 야간·휴일에 근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기관당 2팀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착용자의 외출금지 야간 시간(오후 10시~오전 6시)의 당직자는 100명을 관리하게 된다. 준수사항 위반은 훼손·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현장출동 등 신속한 대응이 미흡하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최근 5년 평균 즉시 현장출동 비율은 18.4%에 불과했다.

두 번째는 부족한 라포르 형성 기회이다. 전자감독을 포괄하는 보호관찰은 단순히 전자발찌로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주거지 방문이나 현장 지도,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대상자의 심리 상태나 생활 환경 등을 폭넓게 관리, 감독한다. 하지만 감독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전과를 지닌 대상자들과 라포를 형성할 기회가 부족해지고 보호관찰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해제 제도 활성화와 보호수용제 도입 재검토 등 새로운 감독체계의 가능성 제시

전자감독제도가 획기적으로 재범 우려를 막기 위해선 여러 가지 예산상, 인원 상, 또 내부의 조직문화 변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 이렇듯 새로운 감독체계 및 인원 확보를 위해서 제시되는 두 가지의 해결책이 있다.

첫 번째는 가해제 제도의 활성화이다. 가해제 제도란 피부착자의 연령, 건강 상태, 가족관계, 가정환경, 범죄 경력, 집행 기간, 준수사항의 이행 정도, 재범 위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정된 부착 기간보다 빨리 전자발찌를 해제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전자감독 제도운영 성과 분석 및 효과적인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조속한 사회 복귀를 촉진한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사회 복귀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재범 방지에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착 기간을 산정해 전자감독을 집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주기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전자감독 지속 여부와 가해제를 결정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집행률 기준을 완화하는 등 현실적인 가해제 심사기준을 정립해 가해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및 부착 명령 최장기간을 단축하고 부착 명령집행이 종료되는 시기에 재범 위험성 평가를 해 필요한 경우 부착 명령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는 보호수용제 도입 재검토이다. 보호수용제란 미성년자 성범죄자를 비롯해 강력범죄자 중 재범 가능성을 따져 복역을 마친 후에도 보호 수용시설에 격리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2005년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사회보호법과 함께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됐다. 인권위는 작년 법무부가 의견조회를 요청한 보호수용법 제정안에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보장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자유의 박탈이라는 본질에서 형벌과 차이가 없어 이중처벌과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 보호수용제라고 끊임없이 주장해 오는 만큼 하프웨이 하우스처럼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들어와서 치료받는 등 중간지대 제2의 선택지를 만드는 구체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도입 요구가 커지는 만큼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보호수용 제도’에 대해 현재 운영 중인 시스템 속에서 확대할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국장은 “전자감독 대상자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야간에는 지정된 보호 시설에 들어와서 생활하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논의되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도 정해진 주거가 없는 경우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 유사한 감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3. 법무부와 경찰의 공조약화로 인한 초동대응 실패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초동대응을 위해 법무부 교정 당국의 역량과 경찰 간 공조 강화가 필요하고, 현장에 재량을 더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경찰과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범 위험성을 평가해 전자발찌 부착을 검사가 청구하고 판사가 이를 명령하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전자발찌 관련 정보가 경찰이나 지자체, 지역사회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무부와 경찰의 공조 체계도 부실함은 이번 강윤성 사건에서 더욱 현저히 나타났다. 강 씨는 자신의 집에서 첫 살인 후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어기고 집 밖으로 나갔으나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서울 동부보호관찰소 범죄 예방팀이 출동했지만, 출동 중 강씨가 전화로 “복통이 심해 약을 사러 갔다”라고 해명했다. 만일 예방팀이 이 시점에서 강씨 집안을 확인했다면 두 번째 살인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범죄 예방팀 직원은 외출 제한 위반에 대해 출석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뒤 복귀했다. 이후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자, 그를 관리하는 동부보호관찰소 전자감독 특별사법경찰관은 경찰에 도주 사실을 통보하고 검거 협조 요청을 보냈다. 지구대 경찰관은 그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까지 강 씨 집을 5차례 방문했으나 경찰직무집행법에 따라 영장이 없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복귀했다. 끊긴 전자발찌 신호가 외부에서 잡힌 마당에 강 씨의 살해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강제로 문을 열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사경은 강씨가 사라진 날 밤 11시 50분 체포영장을 서울동부지검에 신청했지만, 동부지검 당직실은 “내일 오전에야 청구가 되니 돌아가라”라고 돌려보냈다. 결국, 영장은 두 번째 살인 이후인 28일 오전 9시 신청돼 오후 2시에 청구됐다.

이에 대해 이수정 교수는 “인권 보호 미명 아래 도주했을 때마저 전과 기록을 알려주지 않는 등 시스템의 분절이 문제”라며 “강 씨가 준수사항을 위반했지만, 전화만 하고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씨가 도주했을 때 법무부와 경찰 사이 전과 기록도 공유되지 않는 등 시스템이 다 분절됐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부와 경찰 포함해 여러 기관 간의 유기적 공조 강화

지난해 9월 강윤성 사건 이후로 법무부가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상자 주거지를 즉시 압수수색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하면 대상자 주거지를 바로 압수수색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한, 보호관찰소에 신속수사팀을 꾸려, 준수사항 위반자에 대한 실시간 수사 대응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부터 보호관찰소 공무원들에게 전자장치 착용자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지만, 인권 침해 문제 등으로 심야 주거지 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기에 이를 의식한 듯 보인다.

법무부는 특히 전자발찌 훼손 후 도주한 범죄자에 대해선 신속한 추적을 위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현재 검찰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위치추적 시스템 등을 전자발찌를 훼손할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검찰과 협조해 추진할 계획도 설명했다. 또 강제 출국이 예정되어있는 외국인과 중환자 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고위험 성폭력 사범에 대해 가석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자발찌 착용자의 정보를 일선 경찰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경찰·검찰 등 기관 간의 공조 체계도 강화한다. 만약 전자발찌 훼손이 발생한 경우, 112상황실에 대상자의 신상과 필요정보 등을 공유해 신속한 검거가 이뤄지게 하고, 영장 청구가 필요할 경우 검찰과 신속한 처리 절차를 공조하는 방법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서 보호관찰소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출소한 대상자들의 재범을 막고 사회 복귀 등 교화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선 여러 관계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하는 것을 법무부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대안도 우선은 제시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강윤성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연간 22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전자발찌 제도를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국민인 우리가 해야 할 몫은 법무부가 이러한 개정안을 잘 이행하는지, 과연 이번 개정안이 효과가 있는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전현영  leoniejj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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