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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풍자? 난 둘 다!

1교시가 시작하기 전, 교탁 앞에 모여 유행하는 드라마 남자주인공의 대사를 따라 했던 학창시절의 기억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요즘, 많은 분야에서 패러디를 통해 친숙하고 익살스럽게 표현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원작을 몰라도 재밌고 알면 더 재밌는 패러디. 그 인기요소는 무엇일까?

 

 


패러디는 흥한다


패러디란 잘 알려진 원작을 비틀어 표현하여 웃음을 유발하고 대상을 풍자함으로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표현 방식을 의미한다. 영화, 드라마, 광고, 문학, 정치 분야 등 다양한 장르에서 패러디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워낙 활용이 다양하다 보니 아직까지도 그 뜻이 정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단순히 어떤 매체를 모방한 콘텐츠를 모두 패러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풍자성을 띠는 콘텐츠만을 패러디로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Manners maketh man.’ 2017년 킹스맨 2가 개봉해 박스오피스를 장악했었는데 영화 킹스맨을 패러디한 LG전자의 광고 영상이 3주 만에 300만 뷰를 기록하며 광고계를 흔들었다. 영화를 패러디한 CF는 전 세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미국계 진공청소기 회사 DIRT DEVIL에서는 공포영화 EXORCIST를 패러디해 한동안 SNS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악령에 씌어 천장에 매달려 있는 여자 주인공을 위 층 할머니의 진공청소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표현한 CF였다. 문학계에서도 패러디는 흥행한다. 오현종 작가의 소설집 '사과의 맛'에서는 '인어공주',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과 같이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를 우리의 일상과 결합하여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수족관 속에는 인어가'에서는 예전이었다면 행복해야 할 인어가 지중해 나이트에서 탬버린을 흔들며 춤을 추며 바람 난 남편에게 매달리는 애달픈 인생을 살고 있다. 동화를 이렇게나 현실적이고 차갑게 패러디하니, 그 씁쓸함과 충격은 배가 되어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이케아 로고를 패러디한 발렌시아가의 상품들은 명품에 대한 집착을 풍자로 지적해내면서 2145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동영상 촬영 앱인 콰이 앱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의 명대사를 따라 하는 #더빙스타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인기 있는 유행어 중에 패러디가 아닌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패러디는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왜 소비자와 창작자 모두가 패러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패러디의 성공법칙


패러디는 영화가 처음 제작되던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사랑받아 왔다.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패러디는 오랫동안 성행해왔다. 그런데 현재 패러디를 유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 지금 우리는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감상할 수 있는 1인 창작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쥐어져도 무언가를 창작해 게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다.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할 때, 패러디는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기법 중 하나이다. 인터넷과 다양한 콘텐츠의 발달은 패러디의 세계를 이끌었다. 패러디가 유행하면서 콰이 앱, 동영상 편집 앱, 자막 앱 등 쉽게 패러디 영상, 음성, 이미지 등을 제작할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이 형성되었다. 누구든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패러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대중들이 창작자로서 이미 제공된 소스를 활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원작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 또한 빠르고 열광적이다. 패러디는 관객에게는 재미를, 창작자에게는 다양한 표현방식을 제공한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모방이란 인식이 강했던 패러디가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창작물’의 하나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두 번째로 패러디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스꽝스럽고 이미 아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패러디가 꾸준히 제작되고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패러디를 단순히 익살스러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풍자와 비판은 패러디가 단순한 모방이나 표절과는 달리 창작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패러디 콘텐츠로서 꼭 담아야 할 것은 풍자와 비판이다. 앞서 언급한 ‘수족관 속에는 인어가’와 같은 작품처럼, 패러디는 희극성을 띠지 않을 수도 있다. 풍자와 비판은 패러디가 꾸준히 다양한 장르에서 재생산되게 하는 요소이다. 영화, 문학, 정치인 등을 패러디함으로써 전반적인 사회현상이나 문제들을 시민들에게 화자 시키고 머릿속에서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패러디의 역할인 것이다. 하지만 재미 또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패러디는 희극성을 띠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좀 더 많은 대중이 이러한 문제에 쉽게 접근하게 한다. 원작을 빌려 표현함으로써 자칫 직접적이고 공격적일 수 있는 지적을 좀 더 완곡하고 부드럽게 표현하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언급되면 언급될수록 살아나는 패러디의 본질, 풍자와 비판이다. 패러디를 통해 사람들은 문제를 유쾌하게 지적해낸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패러디 콘텐츠가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특히 자막과 소재를 활용해서 정치를 풍자하는 패러디로 시청자들에게 열광을 받고 있다. 패러디는 무한도전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지켜올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미르 · 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치인들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시기 무한도전에서는 '위대한 유산' 편에서 유재석을 멤버들이 예능계의 정조라고 치켜세우며 '충성충성충성 MC유님 사랑합니다 충성',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패러디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다. 이 외에도 '지인 특혜 의혹에 추방', '이런 친구는 버리는 게 상책' 등의 멘트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를 디스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무한도전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콘텐츠를 제작하여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곤 한다. SNL코리아는 텔레토비를 패러디한 '여의도 텔레토비'를 통해 이명박, 안철수 등 대한민국 정치인들을 풍자하여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 실업, 경제 불황 등 힘든 현실에 처해 있다. 계속되는 세계적 경제 불황과 치열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에 씁쓸해한다. 그리고 일과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줄 오락적인 콘텐츠를 갈구한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패러디가 유행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재미요소로 유쾌함을 안겨주면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패러디의 양면성이 사람들의 이중적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깊이 없는 오락물과 한없이 깊은 비판성 콘텐츠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콰이'처럼 비판성을 지 않는 패러디 콘텐츠들도 많다. 재미는 패러디가 다른 비판 콘텐츠와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이자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패러디 콘텐츠를 볼 때 단순한 재미만을 갈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소비 방향일까? 

 

 

패러디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패러디가 우리 사회에서 흥행한 결과, 우리는 개인적으로는 유쾌하고 참신한 콘텐츠를 통해 만족감과 즐길 거리를 얻게 되었고 사회적으로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을 높여주고 콘텐츠의 다양성, 대중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과연 모든 패러디 콘텐츠들이 앞서 언급한 풍자성과 재미를 모두 갖추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까?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공유되는 상황에서 과연 콘텐츠 생산자들은 정말 기발함으로 승부하고 있을까?
     수많은 패러디 콘텐츠가 있다면 모든 콘텐츠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거나 패러디의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개중에는 패러디란 장르가 흥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그 콘텐츠 성에 안주하는 생산자들도 굉장히 많다. 단순히 SNS에서 이목을 끌고자 하는 목적으로 패러디 콘텐츠를 제작하는 생산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패러디의 본질인 풍자와 비판은 뒤로 한 채 폭력적, 선정적, 자극적인 콘텐츠만 무분별하게 양산해낸다.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들은 패러디의 긍정적 면은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회 풍자의 기능 없이 대중들이 잘 알고 있는 원작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더 많은 관심을 요구하는 이러한 잘못된 패러디물들은 그 창작물을 접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대중문화의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패러디의 부흥을 불러일으킨 것은 인터넷과 1인 창작물의 활성화이지만 이러한 문제를 낳은 것 또한 이들이다. 누구나 창작물을 제작하고 인터넷에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자극적이기만 한 저질의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게시되고 확산된다. 또한 이런 창작물들을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패러디는 빈껍데기가 되어선 안 된다. 제 기능을 상실한 패러디는 유명한 원작을 모방한 저급 문화가 될 뿐이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패러디 콘텐츠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모방 콘텐츠가 아닌, ‘패러디’로서 기능하여 대중들을 한데 모으고 사회의 문제를 좋게 꼬집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다. 패러디 콘텐츠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잘못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잘못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패러디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패러디의 이점은, 대중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를 따옴으로써 더 쉽고 빠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인데 대중문화의 장르와 작품은 굉장히 다양하고 개개인의 선별 기준 또한 제각기 다양하므로 아무리 그 당시 유행하는 원작을 따온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 경우 패러디 콘텐츠를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거기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모르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을 하거나 소외시킨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그 사람들에게 패러디 콘텐츠에 공감할 것을 강요하고 억지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특히 어린이, 청소년층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된다. 아직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수용할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 청소년층은 잘못된 패러디 콘텐츠를 접하고 잘못된 인식을 형성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알맹이 없이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어린이, 청소년층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인식 없이 그 자극성에 이끌려 콘텐츠를 접하고 또래집단에서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콘텐츠가 또래 사이에서 공유될 때, 그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모르는 아이들은 또래문화에서 동떨어지게 되고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그 상황에서 콘텐츠를 모르는 아이는 억지로 콘텐츠에 공감하는 척하거나 공감을 강요를 당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패러디가 우리 사회 풍자의 제 기능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패러디 콘텐츠가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처럼 우리 또한 개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존중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로서 수많은 패러디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고를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가볍게 웃고 즐기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창작자가 패러디의 웃음 뒤에 숨겨놓은 깊은 의미를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해석해나가는 수용자가 되어야만 한다. 
      패러디는 오랜 시간 우리 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이면을 풍자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콘텐츠로써 존재해왔다. 그런 패러디가 지금 이 시대, 부흥과 함께 새로운 문제에 당면해 있다. 우리는 창작자이자 소비자로서, 그런 패러디의 부흥과 존속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패러디를 창작하고 수용할 때, 비로소 패러디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패러디의 부흥과 동시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회성으로 소모하고 버린 패러디가 양날의 검으로 돌아와 우리를 위협하지 않도록, 패러디의 무분별한 재생산과 지나친 남용으로 그 순기능을 잃어버린 콘텐츠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미림  mlle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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