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큼, 아아-

안녕하세요! 저는 S입니다.

그리고 여긴 누군가의 머릿속이에요.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부분이 있죠. 오늘 꾸게 될 꿈을 저장하는 부분,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 등등. 그리고 제가 주관하고 있는 이곳은 여러분의 의식을 담당하는 부분이랍니다. 우리 같이 의식을 탐구하는 모험을 떠나볼까요?

의식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전에 당부드릴 말씀은 의식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의식과 비슷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의식을 느껴보도록 합시다. 역시, X를 잘 알기 위해서는 not X를 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우선, 인식과 의식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시네요. ‘인식’이란 대상의 존재를 깨닫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식’은 대상을 판별하고, 저장하고, 추리하는 등의 과정이죠. 즉, 인식은 의식의 필요조건입니다. 의식은 심화한 인식으로, 인식하지만 의식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의식을 하지만 인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은 감각과 지각 또한 의식과 비슷한 단어로 사용하시기도 하더라고요. 감각은 외부의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신체적 능력이고, 지각은 감각을 통해 수용한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즉, 감각을 바탕으로 지각한 것의 결정체가 의식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지식과 의식은 무척이나 다릅니다. 시각장애인인 누군가가 시각 체계에 대해 완전히 이해한다고 해서 색을 볼 수 없듯이, 전두엽에 있는 지식은 색을 느끼기 위한 망막과 후두엽의 연결을 이뤄낼 수 없죠. 이렇듯 각 용어는 비슷한 듯 크게 다릅니다. 의식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면, 본격적으로 의식의 세계로 나아가 볼까요?

너와 나의 사과는 같은 색일까?

여러분 사과는 빨간색입니다.

…

과연 그럴까요?

다시 말해, 당신이 의식하는 빨간색과 내가 의식하는 빨간색이 같을까요?

그렇다면 한번 증명해 보세요!

과학적 측면에서 뇌는 연구의 ‘대상’인 동시에 연구의 ‘주체’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항상 어려운 존재입니다. 뇌를 연구하는 건 그들의 ‘뇌’이기도 하니까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식의 발생과 의식의 고유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과학에서 ‘의식’에 대한 의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진화의 과정에서 발생한 산물이라는 입장. 둘째, 어느 순간 갑자기 발생했다는 입장. 셋째, 뇌의 영역이 아니라는 입장. 이처럼 정의조차 정의할 수 없는 의식은 그들에게 패배감만을 안겨주고 있네요.

네? 저는 뇌와 의식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지 않냐고요? 흠…. 글쎄요? 다시 집중! 프랜시스 크릭의 이론에 따르면 ‘의식이란 신경세포와 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작용일뿐’입니다. 만약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의식적 경험을 할 때 뉴런의 뉴런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의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 반증은 여러분의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할 것입니다.

의식의 상태를 만드는 곳은 brain stem 뇌간입니다. 뇌간은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곳으로 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12쌍의 뇌신경 중 후각신경과 시각신경을 제외한 10쌍의 말초신경이 뇌간에서 나오는데요, 뇌간을 통해 우리는 대뇌피질의 각성 즉, 의식적 상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3년 비에른 메르케르의 연구에 따르면 뇌간만 남은 뇌 수두증 환자도 사람을 알아보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대뇌피질 없는 상태의 인간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는 없지만, 인식을 넘어서는 ‘일차적인 의식’은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물을 인지하고 동기와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 이상, 나를 '나'라고 인식하고 사과를 '사과'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해서 의식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방금 우리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의식에 대한 정의와 여러 논쟁을 차치하고도 의식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며 이에 대한 믿음을 공고히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의식 너머의 무언가도 존재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는 생각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혀봅시다.

의식 너머의 현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에서는 토끼 혹은 오리로 보이는 그림이 등장합니다. 토끼로 보이는 이 그림이 오리로 보이는 순간을 ‘국면의 떠오름’이라고 그는 명명합니다. 국면의 떠오름에서 변화하는 것은 개인의 인식과 의식뿐이죠. 외부의 객관적인 사실은 변화한 적이 없지만, 주체에게는 객관적 사실이 변화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객관적인 외부의 세계를 인식할 때도 사람들은 주관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합니다. 이는 지각에 외부의 자극과 함께 개인의 의식이 융합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렇듯 의식 너머에는 또 다른 차원의 명백한 현실이 존재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온 순간. 당신은 1차 의식을 따를지 2차 의식을 따를지 선택의 길에 놓이게 됩니다. 여기서 만약 그냥 잠에 든다면 1차 의식을 따른 것이고, 일어나서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고,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잠든다면 2차 의식을 따른 것이죠. 1차 의식은 습관적이고 유전적이며 무의식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1차 의식만을 따르는 삶은 진정한 주체의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이러한 1차 의식을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2차 의식이 중요합니다. 2차 의식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진정한 의식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나의 삶을 그저 타고난 성정에만 맡겨버린다는 것, 그건 참으로 나태하고 불행한 삶일 것입니다. 타고난 것에서 선한 부분은 살리며 악한 부분에서는 의지를 가지고 반대로 향하는 것. 그것이 나와 세상에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과정 아닐까요?

하하 어떻게 2차 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냐고요? 음… 그 방법은 다양할 것입니다. 그저 제 의견이라도 듣고 싶으시다면야. 예를 한번 들어봅시다. 제임스 볼드윈은 그가 느끼는 자신의 고통이 유일무이한 고통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이후, 자신의 고통은 전혀 특별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렇듯 의식은 매우 좁고, 얕으며 가변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안다는 착각, 내가 맞는다는 착각 …. 이러한 착각은 우리의 삶에 꽤 치명적입니다. 2차 의식을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들죠. 이 착각을 탈피하려면 학문과 경험을 통해 지각하지 못한 세계를 알아가는 것. 즉, 나의 세상이 객관적인 세상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학문은 감각으로 지각 불가능한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자신은 사라지고,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그 세계에서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한 것과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고 깨달으며 성장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한 자세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배우고자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를 착각에서 벗어나 의식 너머로 향하게 합니다.

이렇듯 의식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주관적인 의식 너머에는 객관적 현실이 존재하고, 우린 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봅시다. 의식 너머의 현실이 존재한다면, 여러분이 사실이라 굳게 의식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의식 너머의 자신

프란츠 카프카는 그의 저서 <꿈 같은 삶의 기록>에서 “자기 인식은 단지 악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변화와 예측 불가능성을 두려워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을 잘 안다고 믿기도 하죠. 즉, 인간은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잘 안다고 믿는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카프카는 진정한 자기 인식은 미지의 세계이기에 악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데카르트는 기존의 신념과 믿음을 모두 없애고 이를 대체할 신념을 새로이 생성하고자 하는 사고 실험을 진행합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은 악마가 개입하여 조종한 것. 즉,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는 문장들은 버리기로 한 것이죠. 이때 우리는 단 하나의 명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의 모든 감각이 악마에 의해 조종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생각하는 나의 존재’라는 것. 어떤 외부의 개입이 있다고 하더라도, 설령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생각하는 자신의 존재만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세상 모든 감각과 경험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생각하는 ‘나’만은 진실입니다. 이러한 ‘나’에 대한 연구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위험하고, 두려운 영역으로 치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미지의 영역에 진정한 내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자기 인식의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 S가 감히 생각건대, 우리는 종종 나 이외의 것에 지나치게 의존합니다. 그것은 종교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이 될 수도 있으며 사물도 될 수 있겠죠. 그것이 모든 답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고 숭배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절대 무결하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자유는 용감한 자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자유는 당신의 생각보다 거대하고 두렵습니다. 세계에서 자신을 온전히 믿는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공포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의식 너머에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도, 행동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 것만 못합니다. 그저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두려움에 떨게 될 뿐이지요. 파도와 같은 의식의 세계 그 너머에서 나 자신을 믿고 그 심지를 굳혀가는 과정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아무리 거센 파도라도 그건 무너뜨리지 못할 테니까요.

지금까지의 의식 모험, 어떠셨나요?

여러분을 보내려니 제 마음이 의식처럼 불안정하네요. 하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렇게 불안정한 의식과 같은 상황 속에서 당신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뿐입니다. 다만, ‘생각하는 나’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나의 생각’은 분명한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의 의식 너머에는 분명히, A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럼, 안녕.

박시윤  yoon10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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