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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사회 이십대, 이토록 차가운
대한민국에서 ‘혼사녀’로 살아간다는 것

지방에서 상경한 여성 대학생 A는 학교 근방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자취에 대한 흔한 로망에 설렜던 것도 잠시, 곧 자신의 자취방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밤에 혼자 집으로 돌아갈 때는 늘 공포에 떨어야 했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일조차 망설여졌다. 창문은 늘 가려 놓고 혹시 몰라 집 안에 남자 신발과 속옷 등을 두기도 했다. A는 궁금해졌다. 왜 편안하게 쉬어야 할 주거공간에서까지 안전에 대한 불안에 시달려야만 하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위험에 노출된 여성 자취생의 현실
학교는 다녀야 하는데 통학을 하기는 어려운 경우, 주거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지는 사실 많지 않다. 학교 기숙사의 경우 수용 인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자취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자취방, 특히나 여성 혼자 사는 자취방의 경우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곤 한다. 따라서 여성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추어 자취생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알아보았다.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뉴스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기사를 자주 볼 수 있으며, 개중에는 성범죄,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도 있다. 이외에도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뒤 배달원에게서 ‘이상형이라 연락했다’, ‘혼자 살면 무섭지 않냐’고 연락이 온 사건, 여자 혼자 사는 자취방을 한 남성이 10분 넘게 들여다본 사건 등이 기사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기사를 통해 알려진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개인의 경험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대학가 원룸촌 등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여성들의 불안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범죄 표적이 되는 1인 가구의 연령별 비율은 청년층이 중·장년층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3세 이하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이 2.27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침입 피해를 볼 가능성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11.22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2월부터 트위터에서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다. 이는 여성의 자취방에 대한 ‘로망’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없애고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비판하는 한편 여성들이 한국에서 자취를 하며 공포를 느꼈던 순간을 공유하며 범죄에 노출된 자취생들의 현실과 여성들의 일상적 공포감에 대해 보여주는 아카이브를 생성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낯선 남자가 뒤쫓아 왔던 경험, 혼자 있을 때 창문 가까이에서 셔터 소리가 났던 경험 등 위험한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이 해시태그 운동에서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나 여성 1인 가구가 빈번하게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는 것,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는 일상적인 공포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왜 불안에 시달리고 있나?
2016년 9월 서울여성가족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20∼30대 여성의 46%는 자신의 주거공간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불안 위로 여러 가지 원인이 겹쳐져 더 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혼자 사는 여성들은 왜 이런 공포에 시달려야만 하는 것인가? 우선 ‘혼자 사는 여성’은 쉽게 성적 대상화 된다. 20대 사이에서도 ‘자취하는 여자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여자가 자취하는 게 알려지면 안 좋은 소문이 퍼진다.’ 등 잘못된 인식이 흔히 존재한다. 또한 ‘여자의 자취방은 이럴 것이다’라는 그릇된 환상은 곧잘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로 이어진다. 2015년 <자취방>이라는 사진집이 발간되었는데, 사진 속 여성들은 자취방에서 신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어김없이 자취하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진집의 내용이 논란이 되며 이와 같은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에 반발하기 위해 일어난 것이 앞서 언급한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 해시태그 운동이었다. 이렇게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대상화된 이미지는 농담처럼 소비되기도, 때로는 광고나 예술작품의 소재로 소비되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에 파고들어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다. 
     또한 취약한 방범 문제 또한 불안을 야기한다. 창문에 달린 방범창이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복도나 출입구에 CCTV가 달리지 않은 경우도 빈번하다. 공동주거시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 기사의 취재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의 한 여성 전용 고시텔은 출입문도 그냥 열려있고, 창문에 방범창도 달려 있지 않으며 CCTV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해당 고시텔에는 한 남성이 샤워실 창문을 통해 내부를 훔쳐보는 사건도 있었다. 국토부는 건축물 범죄 예방을 위해 CCTV와 출입통제시스템, 방범창 설치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보안 문제에 있어 법적으로 자취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자취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건도 더러 있다. 2016년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하여 다룬 바 있다. 방송에 출연한 집안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찾아내는 전문가는 화장실 환풍구, 콘센트 구멍, 샤워기 구멍에 설치된 몰래카메라가 발견된 경우가 있다며 일반인들은 쉽게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경에는 담뱃갑으로 만든 몰래카메라를 통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혼자 사는 여성의 집안으로 한 남성이 침입한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방범 시설부터 몰래카메라까지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협하는 보안 문제도 심각하다. 

 

여성들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대한민국이 ‘치안이 좋은 나라’라는 인식은 흔하다. 실제 언론에서 ‘치안 강국’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말 모든 이들에게, 특히나 여성들에게 ‘치안 강국’인가? 사람들은 쉽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 정도면 살 만하지.” 통계상으로 대한민국은 치안에 있어 상위 국가인 것은 맞다. 통계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결과는 우선 그렇다. 통계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와 단순히 비교해 볼 때 치안이 극단적으로 나쁜 나라와 우리나라의 상황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낮이나 밤이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이니 말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모든 사람이 낮이나 밤이나 안심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가? 여성들은 어떨까? 한 번이라도 자신이 집에 있으면서, 집에 가는 길에, 혹은 언제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가 ‘치안 강국’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혼자 사는 여성, 더 넓게는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고, 여성들에게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어느새 일상적인 공포로 자리 잡았다. 치안 문제에 대한 안일한 태도를 경계하고 더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이다. 

     이런 여성 치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서울시 중구의 경우 평일 지하철역 앞에서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여성이나 청소년을 직접 만나 집까지 동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어두운 골목길 등을 순찰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현재 20여 개의 지자체는 안심귀가 앱을 제공하고 있는데, 앱을 사용하는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귀갓길의 CCTV를 조회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출동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위 서비스는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점차 사용률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여성들을 위한 치안 개선 노력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대구광역시, 경기도 구리시 등 지자체에서는 대학가 등 원룸촌에 여성 안심 택배 보관함이라는 무인 택배 보관함을 제공하고 있는데,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예이다. 이외에도 CCTV 추가 설치, 순찰 강화 등 여러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서비스의 적용을 일부 지자체에서 범위를 확장하여 훨씬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며, 열심히 홍보하여 더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치안에 대한 대응책도 좋지만,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풍조를 없애기 위한 인식 차원의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 제도적인 보호 장치와 함께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사라질 때 비로소 여성들의 일상적인 불안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치안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오늘 밤에도 여성들은 혼자 집에 가는 길에서, 혼자 있는 방 안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혼자 사는 여성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범죄를 조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상 문단속을 잘 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더 이상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짧은 치마를 입지 말고 밤늦게 다니지 말라’는 말도 안 되는 충고로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되고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더욱더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예지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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