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이십대, 이토록 차가운
공공일자리는 길을 만들 수 있을까?

해가 흐를수록, 인력난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간다. 이에 새로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장단점이 정말 명백해 보이는 이 정책은 누구보다도 절실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먼저, 공공일자리 81만 개 정책이란?

정부는 2017.10.18.(2017년 10월 1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3차 일자리 위원회에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취업 시장의 기본 인프라부터 바꾸기 위해 5개월 동안의 연구를 거쳤다는 해당 로드맵은 크게 1) 일자리 인프라 구축 2) 공공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 3) 민간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 4) 일자리 질 개선 5) 맞춤형 일자리 지원이라는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있다. 그중 가장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분야는 2번 항목인 공공분야에서의 일거리(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현재 공공부문 일자리 수가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로, OECD 평균(2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와 같은 상황의 해결을 일자리 로드맵의 제1 목표로 삼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또한 81만 개의 숫자에는 안전, 치안, 사회복지와 같은 민생분야의 현장인력이 주가 되고 있음을 밝히며 경찰관·소방관·부사관 등 치안 담당에서 17만 4천 개, 보육·요양·환경 등의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34만 개, 공공 기관의 비정규직 인력 정규직 전환과 공기업의 인력 충원을 통한 30만 개의 일자리 증진을 약속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공공일자리의 확충에 중점을 맞춘 일자리 5개년 정책이 전체 취업 시장에서도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게끔 정책의 범위를 민간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위원회는 일자리 로드맵에 ‘창업’과 ‘사회적 경제’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는데,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시도하는 사업가들을 규제하는 악습의 폐지를 통해 전자를,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추구하는 공공기관을 육성하는 산법제정을 통해 후자를 약속하고 있다. 
     공공일자리 정책은 현 정부가 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계속되는 한국의 취업 딜레마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만큼, 정책은 ‘파격적임’을 그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무후무한 81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시작으로 그 대부분을 국민들의 실생활을 담당하는 현장입력에 투입하고 있다. 과거 서울시는 2016년 6월 사회복지 9급 공무원 1,151명을 채용한 뒤 시내의 283개 동 주민센터에 긴급 배치했고 이 덕분에 동별 2~3명에 불과했던 사회복지담당자가 7~8명으로 늘어났지만, 복지 담당 공무원의 일은 여전히 많다.(캡션)소방·사회복지·경찰 등 국민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상당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직시해 국민의 생활 질을 향상하는 근간이 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개선함과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렇지만 파격적인 정책인 만큼 그만큼의 반발 또한 존재한다. 대표적인 반발은 과연 이 정책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의 1만 2,700여 명의 국가·지방직 공무원의 확충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2만 9,700여 명, 2019~2022년까지 13만 1,600명의 공무원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확충되어야 할 예산이 당장 공공부문 7만 7000명의 정규직 전환 부분에서만 1226억이다. 또한, 일자리에 이런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으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다음 정부까지 이어지리라는 확신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을 때, ‘가능하다’라고 응답한 인원이 22%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해당 정책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대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공공일자리 창출 정책은 취업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20대에게 적절한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해당 정책은 분명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바람직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자가 54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20대 또한, 이 정책을 여전히 바람직하다고 평가 내릴 수 있을까? 20대의 목소리를 본인이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책은 취업난의 해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현 정부의 일자리 로드맵에서는 이전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 이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비판을 받은 주된 이유는 바로 ‘퍼주기 식 지원 정책’ 위주의 정책이 주가 되었다는 것인데, 공공일자리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중소기업 청년채용 2+1' 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퍼주기 식 일자리 지원책이다. 이 제도는 성장 유망업종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시 정부가 1명분 임금을 연 2000만 원 한도 내에서 3년간 지원한다. 청년 취업 시장의 과도한 경쟁률을 단순한 셈의 법칙으로 낮추려고 하는 정부의 단순하고도 단순한 정책인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적 요인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가 많기에, 청년 3명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칠 것이다. 하지만 인재를 적시 적소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단순한 지원금을 노리고 채용을 진행하려는 상황이 없다고 정부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기업은 그런 숫자 채우기 용 인원을 얼마 지나지 않아 내팽개쳐 버리고 말 것이다. 물론 20대는 그렇게 내팽개쳐져도 괜찮지 않다. 정부가 인정한 성장 유망기업이기에, 안심하고 지원했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돌아오는 것은 사직 권고서. 우리는 이런 막장 드라마 패턴을 사회에서 너무나도 일상처럼 목격해왔다. 20대의 눈앞에 놓인 세상 그 어떤 롤러코스터보다도 격한 파고의 굴곡. 그 시작점에 선 우리들은 최소한의 안전벨트도 채워지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을 믿어야 할까? 정부는 여전히 당찬 목소리로 공공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하며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격동적인 움직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두렵고,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20대가 자그마한 보폭을 내세우기에는 정부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큼직하다.
     걱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숫자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춰볼 수 있는데 81만 개라는 일자리는 분명, 전무후무한 숫자이다. 그렇지만 이는 9급 공무원의 살인적인 경쟁률을 낮출 만큼 낙관적인 숫자일까? 현 정부가 17만 4천 명의 증원을 약속한 경찰·소방 공무원의 경쟁률을 한 번 살펴보자. 2017년 경찰 공무원은 1,200명의 정원을 선발하는데 54,000명의 인원이 응시하였다. 남자가 39,140명(선발인원 1,100명), 여자가 14,161명(선발인원 121명)을 지원하며 지역별로는 대구에서 215:1, 부산에서는 453:1의 경쟁률을 보여주었다.(캡션) 정상적인 경쟁률이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릴 수 있지만, 450:1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대부분의 20대에게 17만 4천 명이라는 숫자는 아직 부족하다.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서 7시부터 강의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매일 매일을 애쓰는 대부분의 20대 취준생들에게는 그다지 현실적이지 못한 숫자라는 말이다. 더군다나 4년 뒤, 정권이 바뀌고 ‘예산 균형 맞추기’라는 명목으로 인원의 대폭 감소가 예정된다면? 이 모든 불안요소를 껴안고 자기의 평생을 담보 잡아야 하는 직장에 뛰어들기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취업의 판도를 바꾸어야 한다.

공공 일자리 정책은 사회의 공적인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대규모 취업의 기회를 알선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좋은 정책이다. 그리고 20대가 이러한 ‘사회 지향적 정책’을 조금 더 살갑게 느끼게끔 하는 묘책은 유일하다. 민간에서의 창업과 취업이라는 항목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유의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여 정유 비를 대폭 감소시킨 사업가는 대기업 담합으로 인해 창업에 실패했다.’ 와 같은 이야기들을 ‘창업 규제’라는 검색어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은 20대에게 ‘참 밥 빌어먹기 참 힘들다.’라는 생각을 심어버린다. 정부는 2014년부터 창업을 가로막는 28개의 규제를 폐지하며 창업 시장을 꾸준히 키울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4년이 지난 2018년, 창업 시장의 곤혹스러움은 여전하다. 규제들은 20대의 유연한 사고방식에 족쇄를 채우고, 무거워진 아이디어들은 가라앉아버린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은 몇 년 후, 대기업에 의해 마치 완전한 본인들의 창작물인 양 시장으로 다시 떠오른다. 한국에서 산호세 신화를 이루려 했고, 싶었던 청년들은 ‘한국은 미국이 아니구나.’라는 사실만 깨달은 채, 좌절하게 된다. 취업 또한 녹록지는 않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취업을 감행한다는 소식에, 취업 시장 전체가 술렁이는 현상은 취업 시장이 얼마나 일 방향으로 쏠려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간혹 사람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대기업 입사에만 집착하지 말고 잠재성이 좋은 중소기업을 찾는 것을 취업 팁 중 하나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비판은 대기업이 시장 구조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불평등을 해소한 뒤 이어져야 마땅하다. 창업과 취업에 이런 불합리가 전제되고 있는 이상, 우리 20대들은 끊임없이 공무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갓무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9급 공무원과 대기업 입사를 저울질하는 고민 상담이 부쩍 많아진 이유는 20대들이 공무원이라는 직종에 엄청난 매력을 느껴서가 아니다. 물론 연금제도와 정시 퇴근 보장이라는 메리트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런 이점은 박봉과 충분히 상쇄될 수 있는 부분이다. 20대가 공무원을 찾아가는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불안감이다. 20대는 여태껏 만들어 왔던 선택보다 앞으로 이뤄내야 할 선택들이 더욱 즐비하게 남아있는 상태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은 해가 지날수록 더 막중해지고, 결과 또한 더욱더 날이 선 채 다가온다. 그 모든 것을 껴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전 정신과 열정이라는 사회의 신조대로 혹은 사회적 기업 창출이라는 추상적인 정부의 지침을 따르며 불안한 현실로 뛰어들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는 공무원을 찾게 된다.        
     현재는 큰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영국,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GDP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차지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 국가들에서는 GDP의 50%를 정부가 지출하며, 민간 자본의 지출 규모가 어마어마한 미국조차도 GDP에서의 정부 지출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1880년대부터 2011년까지 5개국의 정부지출비중을 비교해놓은 표를 참고해보면, 위의 선진국에 비교해 우리나라의 정부 지출 비중은 턱없이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시장 경제 구조만으로는 급증하는 실업률을 구제할 수 없고 순환하지 못하는 기업의 이윤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것이다. 구차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강조를 해서 나쁠 건 없을 만큼 지금의 20대는 역대 최악의 실업난을 맞이하고 있다. 흐릿한 길을 걷고 있는 듯한 20대에게, 그 길만 큼이나 희미한 정부의 공공일자리 정책은 20대를 한 방향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일자리 81만 개 정책의 발현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그 세부적인 사항을 따져봤을 때, 우리 20대는 단순히 81만이라는 숫자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하고 있다. 고질적인 경쟁 과포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길 바라며 오늘도 인생을 창의적으로 각색하며 자소서의 한 문장을 끄적이는, 그럴 수밖에 없는 20대들에게 힘내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황동규  downey1009@naver.com

<저작권자 © 홍익대교지편집위원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