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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우 A.S.M.R.입니다.

생각이 많아 왠지 잠이 오지 않는 날, 오랜만에 ASMR이나 듣고 자 볼까? 추적추적 빗소리, 사근사근 간지러운 목소리부터 먹는 소리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현대인의 심신 안정을 책임지는 ASMR, 내가 한 번 만들어 볼 순 없을까? 그래서 도전해 봤다. 와우 표 ASMR!

 

ASMR이란?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을 뜻하는데, 이는 감각적, 혹은 인지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형언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따위의 감각적 경험을 일컫는 말이다. 이 ASMR을 유발하는 자극을 ‘트리거(trigger)’라고 하며, 트리거가 유발하는 기분 좋은 자극이나 기분 좋게 소름 돋는 느낌을 ‘팅글(tingle)’이라 한다. 보통 트리거는 소리나 영상이 되기 때문에 유튜브 등의 영상 플랫폼에서 최근에 상당히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대표적인 ASMR 트리거로는 속삭이는 소리, 먹는 소리, 귀 만지는 소리 등이 있고, 유튜브에는 이 외에도 트리거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으므로 개인의 선호에 따라 고르기 좋다. ASMR 콘텐츠는 듣거나 보고 있으면 잠이 잘 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면장애를 흔하게 겪는 현대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ASMR은 개인마다 효과가 다르고 트리거 유형에 따라 선호도 또한 제각각이라는 특성 때문에 연구가 어려워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지만 경험해본 이들의 간증이 많으니 평소 잠이 안 와 고생하고 있다면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ASMR 콘텐츠에도 유형이 있는데, 우선은 속삭이는 소리가 대표적이다. 속삭이며 책을 읽어주거나, 라디오를 속삭이며 진행하기도 한다. 롤플레잉이라는 특이한 콘텐츠도 있는데, 병원, 미용실, 네일샵 등 콘셉을 잡고 역할놀이를 하듯 속삭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먹는 소리, 이팅 사운드도 흔하다. 치킨부터 아삭아삭 소리가 나는 샐러리, 사탕, 얼음, 과자 등 씹는 소리로 자극을 준다. 이외에도 나무 깎는 소리, 칼질하는 소리, 요리하는 소리나 귀 만지는 소리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혹은 빗소리, 파도 소리, 생활 소음 등 백색 소음을 활용한 경우도 있다. 또한 슬라임 만지기, 비누 깎기, 손 움직이기 등 청각과 더불어 시각적 자극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주는 유형도 있다. *
백색 소음(white noise) - 다양한 음폭의 소리가 합쳐져 일정한 주파수로 인식되는 소리로, 집중력 향상 및 심리 안정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ASMR, 만들어 보자.
평소 ASMR의 덕을 자주 보는 나는 나만의 ASMR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름 하여 거창하게, ‘와우 ASMR 프로젝트’! 나뿐만 아니라 내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과 친애하는 와우의 독자 여러분에게 내가 만든 ASMR로 기분 좋은 ‘팅글’을 선물하려고 한다. 만들기에 앞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_ 어떤 ASMR?
종류도 많은 ASMR, 우선 어떤 것에 도전해볼지 고민해보자. 유튜브의 수많은 ASMR 영상을 찾아보았다. 속삭이는 소리가 아주 보편적이고, 요새는 이팅 사운드도 인기를 많이 끌고 있는 듯하다. 무언가 두드리는 탭핑 사운드, 연필이나 나무 깎는 소리도 편안하게 듣기 좋았다. 귀 모양으로 생긴 마이크를 사용해 귀를 파주는 느낌이 드는 소리도 있었다. 특히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모래 써는 소리였다 사각사각한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쾌감이 있다. 귀를 파는 것 같은 소리도 자극적이고 실감 나서 좋았다. 내 마음에 들었던 이 두 트리거를 통해 ASMR 만들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와우 ASMR’만의 특색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정한 또 하나의 콘텐츠는 바로 ‘교지 읽어주는 기자’! 유형을 따지자면 속삭이는 소리가 트리거인 영상이 될 것이다. 교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읽어주며 약간 수다도 떠는 라디오 느낌의 ASMR을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역시 이팅 사운드가 빠질 수 없으니 중간 중간 간식을 먹는 소리도 들려주면 좋겠다!

_ 준비할 것

zoom H6 마이크

ASMR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녹음 장비라고 할 수 있겠다. 유튜브 ASMR 영상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는 보통 작은 소리도 선명하게 잡는 감도 높은 마이크이다. 그리고 소리를 방향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녹음하는 모노 마이크보다는 방향에 따라 입체적으로 녹음하는 스테레오 마이크를 주로 사용한다. 물론 꼭 좋은 마이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왕 도전하는 거 제대로 해보기 위해 학교 주변의 촬영 장비 대여점을 찾았다. 내가 대여한 장비는 ZOOM H6라는 마이크로, ASMR 영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테레오 마이크였다. 그리고 영상 촬영을 위해 LED 조명을 빌렸고, 촬영은 도와준 친구의 DSLR로 했다. 촬영 장소는 최대한 조용한 곳이 필요했지만, 장비를 당일 반납으로 하고 더 싸게 빌리기 위해 우리 학교 S동 204호 교지실에서 찍게 되었다. (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
     그리고 대형마트 완구코너에서 모래를 구입하고, 귀 간질이는 소리를 내기 위해 메이크업 브러쉬도 준비했다. 그리고 바사삭 먹는 소리가 듣기 좋은 머랭쿠키도 학교 근처 베이커리에서 샀다. 장비와 도구를 바리바리 싸들고 교지실에 올라온 다음, 카페에서 음료수를 사 왔는데 그날따라 아이스 음료를 고집하던 친구가 얼음 씹는 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얼음 이팅 사운드 ASMR도 추가로 기획하게 되었다. (나중에 대참사가 일어남)  

 

ASMR, 만들어 보았다.

 

먼저 마이크 사용법을 익히느라 시간을 꽤 썼다. 여러 가지 테스트도 해보고 저장하고 들어보면서 마이크 음량 따위를 조정했다. 그리고 촬영 장비를 세팅했다. 소리도 소리지만 아무래도 영상이다 보니 조명과 영상 구도 등 영상 면에서도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준비가 끝난 후 첫 번째로 얼음 먹는 소리 ASMR을 촬영했다. 얼음을 입안에서 열심히 굴려가며 녹음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탄생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뿔싸! 녹음 버튼을 잘못 눌러서 소리가 싹 날아가고 말았다. 잠깐 패닉에 빠졌다가 시행착오를 첫 번째에 겪은 게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이크 사용 방법을 다시 한 번 익히고 난 후 두 번째 영상을 촬영했다. 메이크업 브러쉬로 마이크를 문지르면서 귀 파는 것 같은 소리를 녹음했다. 왼쪽 오른쪽이 분리된 스테레오 마이크여서 양쪽에 다른 자극을 주기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해봤다. 다행히 두 번째부터는 문제없이 잘 촬영했다. 이어폰으로 듣는 내가 스르륵 잠이 들 뻔했다. 세 번째로 교지 기사를 읽어주는 영상을 촬영했는데, 첫째로 속닥거리며 계속 얘기하는 게 의외로 힘들었고, 둘째로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게 의외로 부끄러워서 힘들었고, 셋째로 내가 생각보다 말주변이 없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시간도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원래 68호의 에세이 글 두 편 정도를 읽으려고 했지만 68호 커버스토리에 있는 여백에 대한 공동 에세이를 읽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쳤다. 쉽지 않았지만 중간마다 쿠키도 먹으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던 것 같다. 나중에 영상을 모니터링 해보니 긴장한 티를 온몸으로 내고 있었다. 새삼 방송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모래로도 영상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소리는 안 들렸지만 영상이 예뻐서 걱정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았다.
     촬영하면서 생각보다 주변 소음이 크게 들려서 굉장히 난관을 겪었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영상을, 그것도 ASMR 영상을 촬영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촬영 장소가 시끄러워서 문제였다. 마이크 성능이 과하게 좋은 것을 빌렸는지 문 닫는 소리, 밖에 차 지나가는 소리 등이 중간 중간 크게 녹음되고 말았다. 결국 여러 번 촬영을 멈춰야 했다. 녹음된 소음은 편집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려서 힘들기도 했었다. 여러모로 어려웠지만 직접 찍어보니 듣기 좋은 소리를 찾아보고 만들어내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이제 편집과 업로드만이 남았다.
 컴퓨터로 와우 ASMR의 로고를 만들고 영상 편집 작업을 했다. 오디오 볼륨을 조정하고 소음이 크게 녹음이 된 부분도 잘라내야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내 얼굴과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편집하고 있자니 가끔 자괴감이 몰려와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무사히 편집을 마쳤다. 그 후 교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상당히 부끄러웠다. 하지만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웠다. 좋은 마이크와 친구의 좋은 카메라의 덕이 크겠지만 트리거 종류를 잘 고른 것 같았고 아이디어도 괜찮았던 것 같다. 다만 내 목소리를 ASMR로 듣는 것은 힘이 들긴 했다. 평소 종종 잠을 설치시는 엄마께 들려 드리니 소름이 끼친다 하시며 황급히 이어폰을 빼시기에 조금 상처받았지만 괜찮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팅글이 다른 건 당연하니까. 주변에서는 기대보다 퀄리티가 좋다는 반응도 많았다. 영상을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 괜찮은 영상이 나와서 뿌듯했고, 주변의 괜찮은 평가를 들으니 굉장히 흡족했다. 이렇게 와우 ASMR 프로젝트, 성공! 

 

무작정 도전해본 와우 ASMR 프로젝트!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 버리고 말았다. 재미를 위해 벌여버린 일이지만 누군가 내가 만든 ASMR을 들으며 숙면을 취했을 것을 생각하니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괜찮은 마이크를 사서 유튜브로 정식으로 진출해볼까나, 내 얼굴과 목소리에 면역이 생긴다면 말이다. 기분 좋은 소리를 선물할 수 있어 보람 있는 도전이었다. 영상을 보실 와우의 독자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지금까지 와우 A.S.M.R.이었습니다. 

김예지  remarkablerid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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