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막막한 서로 돕는 삶. 하지만 우리 주변 곳곳에는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살아가는 이들이 숨어있다. 홍익대학교 근처 조그마한 파스타집에서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는 자영업자 결식아동 돕기 운동이다. 홍대에서 출발한 선한 영향력은 이제 전국적으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진짜 파스타’ 오인태 대표

안녕하세요. 진짜 파스타를 운영하며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현재 결식아동협회를 만들고 있는 오인태입니다. 저희는 결식아동들을 VIP라고 부르는데, VIP 손님들에게 전 메뉴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선한 영향력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진짜 파스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진짜 파스타’ 이름 자체의 의미는 크지 않아요. 진짜 커피, 진짜 라멘처럼 시리즈 프렌차이즈를 낼 계획으로 지었죠. 가게를 시작하기 전에는 회사에서 슈퍼바이저라는 직책으로 외식업 일을 했었는데, 업무를 하다 공정하지 않은 부분을 많이 봤어요. 아무리 사장님들이 열심히 일해도 점주가 이득을 훨씬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 말이에요. 그래서 마음이 맞는 고향 친구들끼리 ‘가장 공평한 프렌차이즈를 만들자’ 했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저희 직원이 우선이에요. 서비스를 제공할 뿐, 손님과는 동등한 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단순히 소모품이 아니라 함께 일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길 원하거든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야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 드릴 수 있으니까요. 

‘선한 영향력’은 어디서 시작된 건가요?

사회 문제에 관심이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며 마음이 안 좋았었어요. 이전에 오산시에서 한 공무원이 결식아동에게 돌아가야 하는 지원금을 1억 5천만 원 정도 횡령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런데 집행유예 1년 밖에 나오지 않아서 화가 많이 났죠. 그래서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니까 이것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이후, 자신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모르겠다며 한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그분이 보내주신 문자 말미에는 '선한 영향력을 퍼뜨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따와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어요. 이렇게 한 분 두 분 연락을 주셔서 지금은 약 516개의 매장이 동참하고 있답니다. 아직까지는 지역 비율로 서울이 제일 높지만 전국적으로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새로 등록된 매장은 VIP 손님들이 편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진짜 파스타 인스타그램에 매장주소와 지원내용을 적어 올리고 있어요. 사장님들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함께하시겠다는 용기를 내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SNS에 이슈가 된 이후에 변화가 있나요?

지금 이루어진 모든 것들이 그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이 작은 파스타 집에서 시작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대략 6개월 만에 전국의 500개 사업체로 나가게 되었잖아요. 그리고 그 사이에도 간헐적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지금 돌아보면서도 느껴요. 선한 영향력이 진짜로 있고, 내가 하는 것들이 잘못되지는 않았구나 하고요.

이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선한 영향력이란 엄청나게 큰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좋은 일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많이 있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 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제가 하는 일은 이분들에게 한 번 더 문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봐요. 함께하자고 건네는 말 한마디가 또다른 영향력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한 영향력을 실제로 많이 체감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을까요?

처음 온 친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기도에서 저희 가게까지 오려고 버스를 두 시간 반 타고 왔대요. 파스타를 먹이고도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꼴랑 파스타 한 접시 주는데 여기까지 오게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에 그랬었죠. 그래서 그 친구들이 가장 마음에 많이 남아 있어요. 앞으로 저희가 어떻게 더 편하게 VIP 손님들을 대해야 할까 생각하게 됐던 계기가 되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분은 한 소방관님이에요. 저희 매장은 소방관분들에게도 식사를 제공해드리는데, 제공해드릴 때마다 사인을 받아서 매장에 걸어둬요. 그 소방관님께서도 사인을 해주셨는데 종이에 ‘First in, Last out’ 이라고도 쓰셨어요. 가장 먼저 들어가서 생명을 구하고 가장 나중에 나온다는 뜻이죠. 그분들의 용기에서 나오는 울림에 다시 한 번 소방관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단 법인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이 사단 법인을 만드는 목적은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식사나 물건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에 나와서 자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요식업에서 실제로 일하면서 기술을 가르치는 등, 사회에 나가서도 혼자 먹고살 수 있을 만한 전문 지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만약 아이들이 정말 독립을 했을 때는 필요한 보증금을 대신 내주고, 이후에는 도움을 받았던 아이들이 다시 어려운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아이오(EYE-OH)안경원‘ 이정우 대표

안녕하세요. 현재 ‘아이오(EYE-OH) 안경원’을 운영하며 인플루언서 산업 협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이정우입니다. VIP 손님들을 대상으로 시력검사와 안경 맞추는 비용을 10만원 대까지 지원하며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이오 안경원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저는 안경공학과를 나왔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안경 공부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사업 아이디어를 모았던 것 같아요. 연구도 하고 누가 뺏어갈까 함부로 말하지도 않고. 지금 생각해보면 안경 일 말고 다른 일들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것만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덕분에 남들보다 일찍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선한 영향력’에는 어떻게 동참하게 되셨나요?

선한 영향력을 시작하신 오인태 대표님의 방송을 먼저 보고 연락을 드렸어요. 만나는 과정에서 서로 뜻이 맞아 함께 하게 되었죠. 저는 이전부터 인플루언서 산업 협회를 만들고 있었어요. 인플루언서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이를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위안부 할머니 ‘김복동 시사회’를 열고 인플루언서들이 독도를 알리는 독도투어를 주최하기도 했었죠. 그러던 중 도움이 필요한 결식아동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진짜 파스타 크루 분들을 만났어요. 이들에게서 나오는 진정성을 보고는  대표님을 도와 결식아동협회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에 동참한 그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방송이 나가고 인터뷰를 해도 일주일에 한 두 분 정도밖에 안 오셨어요. 그런데 2-3개월 전부터 많이 찾아오시더라고요. 이후에도 많이 변화되고 있구나 느꼈던 적이 많아요. 가령 인터넷 뉴스를 보면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면서 배우나 연예인 분들도 이걸 알리려고 애써주고 계시는 걸 볼 때 변하고 있음을 느껴요. 이런 변화들이 모여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가 만들어질 거로 생각해요.

그중에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한번은 한 아이와 어머니가 지원내용을 보시고 함께 매장을 찾아왔어요. 시력검사를 해보니 아이의 눈이 너무 나빠서 눈앞 30cm만 겨우 보이는 거예요.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눈이 나쁘셨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으시고는 안경을 안 쓰셨고 또 아이에게도 씌우지 않았던 거였어요. 사실은 맞는 도수의 안경을 써야지 더 이상 눈이 나빠지지 않는 거거든요. 이렇게 눈이 나빠질 때까지 왜 가만히 둔 걸까 화가 나고 그런 상황일 수밖에 없었던 게 너무 속상했어요. 이러한 상황들을 앞으로 선한 영향력으로 동참하시는 분들과 함께 바꿔 나가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분에게 안경을 맞춰 드렸던 기억이 제일 많이 남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안경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안경을 하러 오는 친구들이 매장 근처에서 사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멀리서 두시간 정도에 걸쳐 어머니와 오거나 혼자 와서 안경을 맞추고 가요. 이게 마음에 많이 걸려서 제가 이 친구들을 위해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매장을 찾아 서울에 오지 않아도 근처 안경점에서 저렴한 안경을 맞출 수 있도록 20세 미만 용 안경을 자체제작하려고 해요.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는 전국의 안경점에 납품해 안경만큼은 아이들에게 지원하고 싶어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시는 분들도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투스픽(want to speak) 영어 스터디’ 윤세진 대표

취준생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무료교육을 하는 것을 지향하는 원투스픽*과 더룸 운영자 윤세진입니다. VIP 손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단법인 설립을 도와 무상교육을 지원하여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려 합니다.

원투스픽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우선 원투스픽은 2500원이라는 가격으로 다양한 교육을 지원하는 공간입니다. 또한 서울시 일자리 카페, 1365단체 등 재능기부를 통해서 어려운 학생들은 장학생으로 선발하여 요금을 받지 않고 컨텐츠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장학생들 외 다른 학생들에게도 스터디룸비 외에는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그 원칙을 13년째 지켜오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은 교육의 평준화를 실현하고자 시작하게 되었어요. 돈이 없는 사람들도 재능이 있고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당장 지금 처한 그들의 상황보다 그들의 장래성, 가능성을 더 크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에 따라 교육의 기회와 혜택을 제공되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저는 어렸을 때 돈이 없어서 학원을 못 다녔어요.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도 딱 그렇더라고요. 대부분의 대학생은 35-40만 원 용돈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그중에 자기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이 15%라고 해요. 그래서 한 달 기준 이용료를 6만 원대 이하로 맞춰서 경영하기로 했어요. 그럼 강사분들에게 강사료를 드리고 저희한테 남는 건 900원이지만 그래도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아직까지 굴러가고는 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시게 되었나요?

교육 쪽에는 아직 이런 지원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히 선한 영향력 쪽 사업가 분들 중에도 교육 분야는 적고요. 실질적으로 제가 VIP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아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한 영향력과 함께 어학교육 평준화에 힘쓸 계획입니다. 

스터디룸을 운영하시면서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나요?

되게 많아요. 타 계통 전공자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 있었는데 원투스픽을 통해서 영어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꿈을 찾아 실제로 영어 교사가 되신 분이 몇 분 계시고, 그 이외에도 새로운 꿈을 찾아 해외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있는 인재들도 계시죠. 이들을 보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꿈을 이루신 분들은 다시 돌아오셔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찾아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계세요. 고등학생 친구들은 서른이 되어서 다시 오기도 하는데 참 고마워요. 그래서인지 작은 규모지만 한 달에 800명 1000명씩은 꾸준히 와요. 

선한 영향력을 실제로 체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시간이 지나 저에게 연락이 주거나 원투스픽을 찾아와 전보다 더 나아진 삶, 직업 등등을 이야기하며 감사함을 표할 때 ‘내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구나’ 하고 체감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들도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길 원할 때 선한 영향력이 실재함을 느낍니다. 단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는 선한 영향력을 말이죠. 

센터에는 대학생들과 취준생들이 많이 와요. 이들에게 꼭 꿈을 잃지 않았으면, 그리고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꿈을 품고 있기라도 한다면 꼭 기회가 찾아올 때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혹여 이 글을 보고 자신도 누군가를 도와야겠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힘들잖아요. 어려울 때는 도움을 받고 맘껏 꿈꾸세요. 훗날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 더 큰 사람이 되었을 때, 자신이 도움을 받은 만큼 혹은 그 이상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실까요?

저의 이 소소한 영향력을 조금이나마 크게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은 저 혼자이지만 앞으로는 국가 혹은 지자체 등의 동의를 얻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 진짜 파스타 소방관 응원 2. 아이오 안경원 간판 3. 원투스픽 내부

‘상생’ 이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돌봐 줄 수 있는 것”  -오인태 대표님-

“작은 용기로 실천할 수 있는 것”  -이정우 대표님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  -윤세진 대표님

세 분의 대표님이 ‘상생’에 대해 정의하신 내용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으로 모였다. 작은 나눔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선한 영항력’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 어떤 이의 용기로 또 다른 어떤 이에게 희망을 비추며. 결국 서로 살아간다는 것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유림  jislov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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