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놓고 뜨겁게 달궈진 우리 사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 패널의 막힘없고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패널1 페미니즘을 지지하지만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여기진 않아. 내가 남자인 이상 여자가 겪는 경험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페미니즘이 다른 사회적 요인과 연관을 맺으며 일어날 때 이를 관찰하고 진단하는 것뿐이야.

패널2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관련 이슈를 자주 접하고 있어. 하지만 막상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을 꼽아보라면 잘 모르겠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한 청원에 동참하고, 대놓고 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저지하는 정도? 아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은 나를 페미니스트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를 내려본다면? 

패널1 기존의 정의에 따라,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함으로써 성평등을 실현하자는 공통의 목표를 지닌 사상, 교육이자 운동이라고 생각해. 페미니즘에는 수많은 분파가 있어서 이에 대한 정의는 구체적으로 내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패널2 페미니즘은 고착된 남성중심주의 사회에 대항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으로, 더 나아가 여성만이 아니라 젠더 권력에 의해 소외되었던 이들을 일으켜줄 수 있는 실천의 학문이야.

페미니스트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해?
패널1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여기면 페미니스트라 생각해. 다만,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전제하여 이를 줄이기 위해 여러 의견을 들어봤으면 좋겠어. 페미니스트 이전에 자기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패널2 페미니스트로서 목소리를 내려면 ‘당사자성’을 가져야 해. 당사자성이 없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라 자처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봐. 당사자가 아니면서 직접 받지 않은 차별에 대해 호소하는 건, 당사자가 직접 할 수 있는 말을 중간에 가로채는 거지. 그렇다고 해서 생물학적 여성만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건 아니야. 성의 이분법적인 구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퀴어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이 등장하는 등 페미니즘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젠더 권력에 의해 차별받은 당사자라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페미니즘의 한 운동 방식으로 미러링을 어떻게 생각해?

패널1 현재까지는 목적을 잃은 수단으로 봐. 미러링도 초기에는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기폭제가 되어주었어. 자극적인 발화를 통해 모두의 주의를 끌며 페미니즘을 성평등 논의 중심부에 안착시켰지. 하지만 미러링의 순기능은 여기에서 멈추었고 이후에는 혐오를 소비하며 페미니즘의 핵심 가치를 놓치게 된 것 같아.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학자 주디스 버틀러에 의하면, 언어의 발화에는 ‘사용’과 ‘전시’의 기능이 있는데 미러링은 이 중 ‘전시’의 기능을 수행하는 발화라고 해. 그런데 나는, 사람들이 미러링을 할 때 ‘전시’보다 ‘사용’에 익숙해지지는 않았는지 의문이 들어. 혐오 표현의 형식을 유지하는 미러링은 자칫 혐오 행위 자체, 즉 언어의 ‘사용’에 빠질 위험이 있어 절제가 필요한 도구야. 이를 화가 나 있는 익명의 온라인 유저들에게 제공했다는 게 패착이었던 거지. ‘역지사지를 통해 깨닫게 하기’라는 신선한 목적은 많은 유저들의 감정 해소를 포장하기 위해 사용되며 미러링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고 생각해. 목적을 잃은 미러링이 무슨 의미를 줄 수 있을까? 각종 차별과 범죄에 노출되어 쌓인 감정에 대한 해소는 약자인 여성에게 꼭 필요하고, 미러링이 기득권 남성에 대한 전복적 웃음을 줄 수 있다는 말에도 동의해. 하지만 그 정도가 보편적인 윤리 기준을 넘어 타 집단에 대한 혐오로 번졌을 때 감정 해소가 이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패널2 미러링은 여성이 차별받고 있었던 부분들을 단번에, 충격적으로 보여주기에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너무 과격했기 때문에 오히려 페미니즘을 향한 반발심을 더 조장했다는 의견도 있지. 그건 초반의 미러링이 주로 여성 혐오적인 단어를 반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야. 미러링된 단어를 보고 단번에 충격을 받고 등을 돌릴 만큼 그간 여성에게 씌운 프레임이 그만큼 혐오적이었던 거지. 미러링이 또 다른 혐오를 낳아서 변질된 부분도 있어. 미러링 단어들이 오로지 커뮤니티 유저들의 유희를 위해 쓰이는 경우처럼 말이야. 하지만 과연 젠더 혐오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러링 없이 겨우 ‘이런 것은 혐오야!’라고 말하는 정도로 페미니즘 운동이 전개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다만 이제는 혐오적인 단어의 미러링 수준보다는, 현실 속에서 미러링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되었으면 좋겠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기준’인 것들에 대해 반문하는 거지. 남성이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언어를 바꾸는 시도, 남성의 입장에서 성적으로 치부되는 여성의 가슴에 대한 탈브라 운동,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민법상 남아있는 부성주의 원칙을 폐기하자는 목소리. 사회 속 성 역할을 바꿔 그대로 미러링 한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도 떠오르네. 이와 같은 것들이 오늘날 페미니즘의 운동 방식으로 미러링이 발전한 결과가 아닐까?

탈코르셋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패널1 보편적인 미의 규범에서 벗어난 차림을 했다는 건 타인의 색다른 시선이 예견된 도전적인 행동이야. 하물며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불편을 스스로 감수하며 이룬 탈코르셋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 이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걸 보면 한숨만 나와. 이유가 무엇이 됐든 남성에 비해 여성이 ‘꾸밈노동’을 강요받는다고 생각하거든. 서구권에서 일고 있는 ‘몸 긍정 운동’도 외모지상주의 탈피와 자존감 향상 차원에서 좋게 보고 있어. 하지만 이와 별개로 미적 규범 안과 밖 중 어느 곳에 설지는 개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탈코르셋을 하자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자유지만,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프랑스가 떠오르네. 이슬람 사회에 세뇌된 여성이 스스로 히잡을 벗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강제한 히잡 금지법에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지. 만약 이와 같은 논리로 탈코르셋을 강제하고 싶다면 최소한 남성중심사회 이외에 미적 규범 형성에 영향을 미쳐온 여러 요인에 대해 우선 짚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패널2 오랫동안 여성은 남성의 시선으로 자신을 검열했고, 고착된 여성상으로 자신을 꾸미기에 바빴지. 그런 코르셋에서 벗어나 학습되었던 외적 기준을 내려놓는다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거야. 나는 아직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스러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이걸 탈피하고 싶으면서도 주위의 시선 때문에 고민이 되거든. 내가 하는 행위가 코르셋인 걸 알면서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유로워 보이고 때론 대단해 보여.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이 탈코르셋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비판하지만, 반대로 여태까지 사회가 코르셋을 강요해온 것은 아닐까? 화장을 하거나 신체를 강조하는 옷을 입는 등의 행위는 크게 봤을 땐 남성의 시각에 만족스러운, 남성에 의해 선택당하는 고정적인 여성상을 형성하는 거라, 여성 인권을 실추하는 게 맞거든. 젠더에 의한 코르셋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

페미니스트 선언, 더 이상의 효과가 있을까?

패널1 온·오프라인에서의 페미니스트 선언은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표출하기 쉬운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듯싶었어. 하지만 지금은 어때? 내 편 아니면 네 편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에 관한 자기 생각을 말하기 더 부담스러워진 것 같아. 의견 표출의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그것도 각 진영의 확증편향에 일조하는 방향으로 숨어들었어. 페미니즘 열풍이 인지 5년, 이제는 페미니스트를 선언하기 이전에 어떤 페미니즘을 선언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라고 생각해. 페미니즘의 부흥을 자화자찬하기 보다는 공적 토론 자리에서 성차별주의를 무너뜨릴 이성과 논리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더 불편하고 골치 아파질수록 입증이 어려운 성차별 지점들을 짚어낼 수 있을 거야. 페미니스트 선언에만 집중해서는 어렵겠지.

패널2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스트 선언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봐. 나와 같이 페미니즘을 지지함에도, 여러 이유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규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이런저런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페미니스트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운동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겠지. 이것이 가능하려면 페미니즘 내부 혹은 페미니스트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페미’ 소리만 들리면 눈이 뒤집혀서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겠지. 다만 일부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이 페미니즘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이에 편승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어떤 목적 때문에 이루어지는 페미니스트 선언이 사라지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선언이 더 많아졌으면, 눈총받지 않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온라인상에서의 반페미와 페미의 갈등, 어떻게 대처하고 있어?

패널1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지 않고 있기에 아무런 대처를 하고 있지 않아. 기사나 영상을 보더라도 댓글 창은 보기 싫어 피했던 거 같아.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간의 소모전에서 내 역할에 회의감을 느꼈어. 이번 대담을 위해 우선 다양한 온라인 유저가 모이는 곳을 돌아다녀 봤어. 에브리타임,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창, 유튜브 영상 댓글 창 같이 모두의 접근이 쉬운 곳에서는 안티 페미니즘 댓글이 우세하더라. 페북과 인스타에서는 페미니즘 담론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트위터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더 강했어. 여초와 남초 사이트, 이들 중 젠더 혐오가 일어나는 곳까지 보다 보니 정신이 피로해졌고,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고민해봤어.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국내 페미니즘은 빠른 의제 설정과 이에 대한 정서적 연대를 통해 미투 운동에서와같이 주류 언론이 경시했던 성차별 이슈를 공론화했다는 공로가 있어. 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논증보다 감정의 호소를 통해 이루어지며 페미니즘 운동에 반지성·반도덕주의적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남겼고, 다양한 종류의 안티 페미니즘이 이곳을 후벼 파고 있었어.

패널2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데, 가끔 학교 에브리타임에 뜨는 글들을 보면 페미와 반페미로 나누어져 많이들 싸우더라고. 일방적으로 페미니즘을 비꼬거나 조롱하는 댓글들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편인데, 가끔가다 ‘이건 말을 해야겠다’거나 ‘나의 의견을 말해도 어느 정도는 말이 통할 것 같은데?’하는 글에는 댓글을 달기도 했던 것 같아. 반페미와 페미의 갈등을 떠나서도 애초에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아주 싫어하는 편이라 대부분 무시해왔는데, 이젠 온라인상의 이야기가 현실에서의 논의만큼 사람들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어서 요즘 고민이야.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게 익명 창구에서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자기 이름이나 적어도 닉네임은 내걸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대면하고 싶거든. 특히 젠더 이슈에 대해서 익명 뒤에서 조롱하고 헐뜯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야. 적극적으로 ‘반페미’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궁금하기도 해서, 적합한 방법을 찾아 온라인에서의 의사소통을 시도해 볼 생각이야.

페미니즘의 상업화, 어떻게 생각해?

패널1 페미니즘의 상업화란 페미니즘이 자본주의의 시장 논리 아래로 편입되는 현상이야. 시장 페미니즘을 이끄는 기업과 언론은 성차별적 이슈를 돈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로 치환하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해. 페미니즘에 관한 고민이 특정 상품에 대한 선택에서 끝나게 된다면 너무 아쉽잖아. 더 심각한 건 대중문화나 대중 매체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페미니즘이야.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는 물론 영화나 책에서까지 낮은 이해도와 편협한 관점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콘텐츠가 많아 보여. 매체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시장에서 선택받고 살아남기 위해 조회 수, 관객 수, 판매 부수에 목을 매기 때문이겠지. 이는 페미니즘 교육을 저급화하며 페미니즘의 본래 목적을 변질시키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에 따라 페미니즘을 달리 사용해. 각 정당이 특정 페미니즘으로 유형화되는 걸 보면 참 가소로워. 인권과 같은 개념을 자기 정당을 살리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또, 이에 발맞춘 언론의 보도는 불균형한 페미니즘 교육의 원천이 되지. .

패널2 국내의 한 소비자학과 교수님께서 ‘페미니즘적 소비는 소비를 통해 여성이 처한 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시도’라고 평가하셨는데, 나도 이에 동감해. 무언가가 상업화되고 그에 대해 소비를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목소리를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한 가지 방식이니까. 페미니즘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면서 오히려 그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긴 한데, 페미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껍데기만 씌워 파는 기업들은 그 의도가 금방 탄로 날 것으로 생각해. 결국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것일 텐데, 이 부분은 그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페미니즘의 상업화로 인해 안티 페미니즘의 상업화도 같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시장에서 안티 페미니즘이 페미니즘만큼 적극적으로 소비되는 것도 아니라서, 이것의 상업화에 대해 경계는 하되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 안티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꽤 많은데, 그들은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폭발적인 소비로 이어지진 않거든. 결국 페미니즘의 상업화는 어떻게 보면 페미니스트들이 일궈낸 결과이고, 상업화로 인한 주 소비계층도 그들이므로 페미니즘의 상업화를 크게 비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페미니즘 운동, 대중을 설득해야할까?

패널1 옳은 가치를 표방하는 사회운동일지라도 이에 대한 동력이 부족하다면 요구사항을 관철하기도 전에 생명력을 잃게 돼. 시간, 자본 등 많은 것이 그 동력이 될 수 있겠지만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의 다양성과 절대적인 수만큼 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 견고해 보이는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약점은 바로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야. 한국 페미니즘 운동이 현재 처한 문제를 보완해서 페미니즘 외부의 사회 구성원을 논증을 통해 설득하면 좋겠어. 현대 학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교차성 페미니즘’도 이에 조응하는 것 같아. 교차성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동질감을 기준으로 투쟁해 온 페미니스트들에게 여성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차이를 짚어보도록 해주거든. 여성이 특정 조건에서 피억압자인 동시에 억압자일 수 있다는 교차 지점을 발굴하도록 도와 여성억압을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도록 하지. 이러한 차이에 대한 성찰은 기존 페미니즘 운동의 연대를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외부인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어. 여성 이외의 사회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물론, 남성 또한 다층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야.

패널2 ‘운동’이라는 것이 외부자를 설득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운동을 통해 사회가 변하려면 다수가 설득되어야 한다는 게 딜레마인 것 같아. 그렇다고 해서 완곡한 페미니즘의 움직임을 설득이라고 부르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원래 그러한 것을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라, 가져야 마땅한 권리를 되찾는다는 페미니즘 운동의 스텐스는 확고해야 한다고 보거든. 그렇다면 어떻게 운동을 전개해야 할까? 페미니즘이 대중에게 많은 질타를 받는 상황이긴 하잖아. 일단은 어렵지만 지금처럼 지치지 않고 계속 운동을 이어가야 할 것 같아. 페미니즘이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한순간 일어났다 사그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지. 그렇게 물리적 시간이 쌓이고 대중에게 이 논의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동참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거야. 나 역시 3~4년 전만 해도 ‘이 정도면 딱히 살기 불편하지 않은데? 내가 조금만 감수하지 뭐.’하며 관심이 없었거든. 하지만 페미니즘이 이야기하는 문제들을 접한 이후로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차별이었다는 게 보이기 시작했어. 그랬기에 아직 미미하지만 조금씩 행동하려 노력하고 있어. 그래서 페미니즘 운동이 설득의 입장을 취하기보단, 몇 년간은 지금처럼 좀 더 싸워나가야 한다고 봐.

패널1 토의를 끝내고 보니 페미니즘의 성과나 가능성에 비해 너무 문제점만을 나열하지 않았나 싶네. 페미니스트의 ‘당사자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어. 패널 2의 말처럼 성차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의 입장은 그 자체로 보존되고 공론화되어야 하니까. 비당사자인 남성은 당사자의 고통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성평등 담론이나 관련 정책 입안 단계에서 당사자가 주도권을 쥐어야 하지. 내가 토의 내내 말했던 것은 이 주도권을 어떻게 행사할지에 관한 이야기였어. 페미니스트의 당사자성은 중요하지만 이게 최종 대안에 얼마나 반영되어야 할지에 대한 입증책임 또한 페미니스트에 있다고 생각해.

패널2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지 않는 우리가 페미니즘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토의 내내 들었네.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고 싶어. 하지만 혼자만 갖고 있던 의견을 탁 터놓고 이야기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 흑역사가 될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함께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솔직히 패널1이 페미니즘을 방관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긴 했어. 또 페미니즘 운동이 절대 설득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고 보지만, 패널1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고민해볼 지점도 생긴 것 같아. 오늘 토의를 통해 언젠간 권리조차 없는 탁상공론을 펼치는 것에서 벗어나, 말한 바를 실천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

여기까지 두 패널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같은 입장이었음에도 때로는 의견이 극명히 갈리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금기시되어버린 페미니즘, 오늘의 토의를 통해 그간 쉽사리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었다. 앞으로 지면을 벗어나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발전하기를 바란다

이민지, 민태홍  leereum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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