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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인터뷰 (국어국문학과 08학번 전민희 선배님)
  • 강민정, 김현섭, 이민지
  • 승인 2017.03.25 15:43
  • 댓글 0

 

 

매일 과제, 시험, 아르바이트에 치이는 일상. 그런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바로 예능 프로그램이다. 기발하고 재치 있는 발상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들. 도대체 이런 내용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누굴까?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분을 만났으니, 바로 전민희 작가다. 이제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08학번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전민희라고 합니다. 라디오 방송을 시작으로 토크쇼, 페이크 다큐, 정보쇼 등의 프로그램을 거쳐 지금은 JTBC에서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먼저 선배님의 학창 시설 모습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선배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솔직히 전공 수업은 열심히 안 들었어요(웃음). 국문과 생활만 하기보다는 이것저것 열심히 하며 지냈죠. 전공 시간에는 생각보다 글을 쓸 시간이 많지 않아서, 당시 유행하던 미니홈피에 썼던 글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수업도 전공과목에서는 필요한 것만 듣고 다른 수업을 들으려 했어요. 주로 재밌는 활동적인 수업으로요. 동아리도 글 쓰는 활동과는 별로 관련 없는 쪽을 선택했고요.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런 경험들이 저에게는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단순히 글만 쓰던 시절의 글과, 여러 경험을 거친 후에 쓴 글은 내용이 좀 다르더라고요. 아무리 스킬이 좋아도,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재밌는 이야기를 쉽게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다양한 활동을 하신 만큼 학교에서의 추억거리도 많으실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택한 길이 좋은 길이구나’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고, 또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는 성격이 된 것 같아요. 그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고요. 그중에서도 축구 동아리 친구들과 지낸 시간이 좋았어요. 축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했었거든요. 그냥 같이 경기를 보는 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어요. 지금도 동아리 친구들이랑 연락을 주고받아요. 즐겁게 활동해서인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친한 친구가 같은 과여서 동아리나 ‘몽타주’라는 영화 학회에도 같이 나가고, 둘이 공통된 활동을 많이 했어요. 저랑 코드가 잘 맞는 친구라 아무 말이나 해도 재미있었고. 그 친구가 항상 같이 있어서, 마음껏 편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좋은 추억만큼 값진 일인 것 같아요. 그것이 현재의 직업에 이르는 과정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습니다. 방송작가를 선택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제가 쓴 글을 누군가 재미있게 읽는다는 게 굉장히 기분 좋았어요. 그래서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TV 방송이랑 영화를 좋아해서, 제가 알고 있는 세계가 그것뿐이었어요. 드라마 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방송 작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잖아요. 어린 마음에도 그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다른 쪽으로 더 생각의 가지를 안 펼쳤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이 대학생 시절까지 쭉 이어졌고요.

 

오랫동안 방송 관련 일을 생각해두셨던 거네요. 방송 작가 중에 ‘예능 작가’를 선택하시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방송 아카데미에 가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 거예요. 3학년을 마치고 나서 생각만 하고 있었던 아카데미 드라마 반에 제대로 다니기 시작했어요. 당시 선생님이 <순풍 산부인과>를 쓴 작가님이셨는데, 수업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계속 시트콤처럼 내용을 구성하게 되더라고요. 그걸 보고 선생님께서 방송 아카데미 예능 작가반을 한 번 다녀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고민을 좀 했죠. 그런데 이미 성취감을 맛본 상태여서, 분야를 옮겨도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가 생겼어요. 결국엔 예능 작가반에 가게 되었죠.

막상 가보니 길이 또 너무 넓더라고요. 라디오 작가도 있고. 예능 안에서도 토크쇼, 리얼 버라이어티 있고, 시트콤도 있고. 그런데 해보니 라디오 오프닝 글이나 예능 구성 같은 것도 되게 재밌더라고요. 이거라면 계속해서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마침 아카데미를 다니던 도중에 라디오 자리가 나서 지원을 해서 가게 되었고, 라디오가 끝나고는 유명한 토크쇼에 자리가 나서 대본을 보내서 합격해서 가고. 그렇게 예능 프로와의 인연이 쭉 이어졌어요. 졸업도 안 했는데 시작하게 된 거예요. 갑자기(웃음).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정말 직업이 되었고요.

 

방송 작가는 굉장히 바쁘고 치열한 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능 방송의 경우 더 그럴 것 같은데요. 작가가 되시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점. 이건 평생 가지고 가는 것 같아요. 다른 직업을 깊이 체험해보질 않아서 비교하긴 힘들지만요. 또 하나 힘든 일을 꼽자면 돌발 상황이 많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녹화는 했는데 내부 사정 때문에 방송할 수 없거나, 혹은 갑자기 기획하던 프로그램 자체가 엎어진다던지... 내가 일했던 시간들이 갑작스럽게 공중에 사라지는 거죠. 방송 작가는 프리랜서이지만 그렇다고 자유로운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프로그램 스케줄이 항상 먼저라, 개인 시간도 비교적 적은 것 같고요. 물론 조금씩 요령이 생기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어떻게든 더 놀려고 노력하죠. 그래야 버티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뿌듯하거나 기뻤던 일이 있으셨겠죠?

기본적으로는 내가 했던 일들이 방송으로 나갔을 때 제일 보람차죠. 막내 때는 정말 힘들고 바빠서 그 기쁨을 잘 몰랐지만요. 하지만 막내 때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으면서 일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게스트에 대해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을, 흔히 말하는 ‘덕질’이라고 생각하며 재밌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던 것 같아요. 이걸 자료로 해놓으면 선배작가님들이 재미있게 질문을 만드시겠다.’ 하는 구상 자체가 즐거웠어요. 게다가 그런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방송으로 이어지면 너무너무 좋았어요. 요즘은 녹화 끝났을 때가 너무 좋아요. 일이 끝나서 좋은 건 아니고요. 우리가 준비한 것들의 결과물이 재미있거나, 출연자들이 정말 즐겁게 해줄 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졌을 때. 그런 과정들을 다 봐야 비로소 녹화는 끝나잖아요. 그런 ‘끝’이 오면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요. 중독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같이 일하는 분들도 다 똑같을 거예요. 녹화 다음 날 회의에 가면 모두 어제 녹화했던 걸 계속 얘기하거든요. 그걸 바탕으로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 하면서 또 다음 녹화를 준비하고요. 그 재미에 매주 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 같이 고민하며 준비한 게 잘 터지는 그 중독?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매주 결과물이 나오니, 재미있으면 바로 반응이 오니까 그 점도 보람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그에 따라 시청률도 많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이 질문에는 제가 감히 정확한 답을 내리기가 힘들어요. 프로그램 형식, 방송 시간, 홍보, 내용, 사람들이 흥미 있는 주제인지 등등, 시청률이 안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 문제들을 하나씩 개선해나가면서 계속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해도 문제점을 명확하게 찾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포맷을 바꾼 뒤에 반응이 왔다고 해도, 그게 포맷 하나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시도했던 여러 가지 노력들이 쌓여서 나온 결과인지 모르니까요. 어쩌면 그냥 모든 게 운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필살기, 전략 같은 걸 구체적으로 세울 수가 없어요. 그걸 알면 항상 시청률이 잘 나오겠죠. 이렇다보니 특별한 전략을 세우기보단 ‘이건 맞을까?’하고 계속 묻는 것 같아요. 아무도 없는 어딘가에. 그리고 출연진과 제작진의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팀 전체 분위기가 좋으면, 당장 힘들어도 ‘다시 해보자’는 힘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그런 인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는 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생각보다 고려해야할 요소가 훨씬 많네요. 그럼에도 작가님들께서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주시는 덕분에 재미있는 방송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작가로서 앞으로의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모르던 지망생일 때는 ‘꼭 시트콤이랑 드라마를 해볼 거야.’라는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막상 일을 시작하니 그것들이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진 않아요. 꿈을 오래 꿨다고 해서, 꿈 꿔온 그 시간에 집착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닌데도 그 시절의 꿈을 이루지 않으면 잘못한 기분이 들곤 하잖아요.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방송작가는 시대 반영을 많이 해야 되니까, 지금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나중에는 시대에 안 맞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앞으로 계속 현재 어떤 것들이 유행하는지, 현재 사람들은 무얼 좋아하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뭘 좋아하는지를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저도 아직 방송 작가로서 가야할 길이 멀고, 부족한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매 순간을 부지런하고 예민하게 살펴보면서 그 시대에 ‘필요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또 최근에 다짐한 일이 있는데, 너무 편한 감정에 익숙해지지 말자는 거예요. 언젠가부터 점점 알던 것만 보고, 듣고, 또 아는 사람만 만나게 되더라고요. 조금만 낯설어도 피곤하다고 덮어두다 보니, 갈수록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의 서두가 지루해도 뒷부분까지 읽기, 어색한 사람이어도 만나서 그 사람의 세계를 들어보기,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지나치지 말기, 호기심이 생기면 파고들어보기. 이렇게 사소하지만 불편한 일들을 해보자는 게 당장의 계획인 것 같네요.

 

교내에 방송작가를 꿈꾸는 학우들이 많아요. 그런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한테도 누군가 미리 조언해줬다면 이렇게 힘들 줄 미리 알았을 텐데(웃음). 사실 친한 후배들이 방송작가가 되고 싶다고 상담할 때마다 ‘하고 나서 생각하라’고 해요. 저도 할까, 말까 고민 없이 쭉 활동을 이어 오다 보니 방송작가가 저에게 맞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거니까요. 주변을 봐도 남이 해주는 조언과 스스로 직업을 택했을 때 느낌은 또 많이 다르더라고요. 무책임한 말이긴 하지만 안 해보면 몰라요. 무조건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고민하고 망설이는 것 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홍익대학교 후배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학교에 다닐 때 선배들이 남긴 조언을 보면 ‘지금을 누려라’, ‘그 때가 좋은 거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또 다른 사람들은 되게 재밌게 사는 것 같고.. 그래서 저는 학생 시절을 ‘잘 누려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었어요. 사실 요즘은 열심히 안 살고는 아예 못 살잖아요. 아무 것도 안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시간마저도 그 나이답게 열심히 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남들이 다 앞으로 가는 동안 고민만 하느라 멈춰있었는데, 덕분에 제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그 시간 동안 얻었거든요. 그러니 뭔가 색다르고 대단한 경험이 없으면, 아무 곳에서도 쓸모가 없을 거라는 강박을 가지지 말았으면 해요.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후배들 모두가 ‘그나마 나아서’가 아닌 ‘좋아서’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강민정, 김현섭, 이민지  kmj06032003@naver.com, hskim_328@naver.com, leer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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