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5월 7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그 내용은 바로 자신을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그간의 30년 동안 ‘정의기억연대’에 이용당했다는 것이다. 대체 정의기억연대는 어떤 단체이며, 왜 할머니는 그들을 폭로했을까?

정의기억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약칭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정의연은 동일한 문제 해결을 중점으로 두는 몇 가지 단체를 기반으로 한다. 그중 하나는 1990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37여 개의 여성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이다. 정대협과 더불어 2015년에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의기억재단’이 설립되었는데, 이 둘이 2018년부터 통합하여 지금의 정의연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연의 거의 모든 활동이 정대협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사실상 동일한 단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정의연의 대표 활동은 일본 정부에의 전쟁범죄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수요집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정의연은 각 지역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 것을 지원하고, 위안부 생존자와 관련된 복지지원사업, 연구조사 교육사업,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한 여성 인권 활동 지원 등을 전개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의 민낯, 그리고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가 밝힌 실상은 그 정의연의 설립 이념과는 달랐다. 당시의 기자회견에서 할머니가 지적한 정의연 측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바로 불투명한 회계 내역이다.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위해 후원받은 금액의 사용처가 불투명하며, 그 외의 성금 역시 생존자를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바로 거짓된 정보 문제였다. 할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2015년 있었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에서 일본의 피해자 지원 재단으로부터 10억 엔을 받기로 정부와 협의해놓고 생존자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또한, 위안부 생존자와 관련된 도서의 내용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출간되고 있으며, 최근 있었던 4.15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인터뷰한 내용 역시 지적했다. 윤미향 당선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지지와 격려를 얻었다고 밝혔는데, 이 내용 역시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앞으로는 그 어떤 단체와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첫 번째 회견을 마쳤다. 이에 정의연 측은 바로 다음 날에 반박을 내놓았다. 정의연은 후원금이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등 관련 활동 전반에 쓰이고 있다고 밝혔으며, 다음 날에 바로 이용수 할머니에게 전달한 지원금의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공식 SNS에 기재했다. 윤미향 전 대표 역시 SNS에 인터뷰 내용에 거짓이 없으며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정의연이 국세청에 제출한 회계자료를 통해 살펴본 실상은 달랐다. 지난 4년간 정의연에 모인 기부금은 총 49억 1,600만 원이었다. 이 중에서 단 18.7%인 9억 2,000만 원이 피해자 지원 사업에 집행되었다. 회계 내역을 자세히 살펴볼수록 의혹은 커져갔다. 현재 남아있는 기부금이 약 22억 6,000만 원이기에 나머지 17억의 행방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의연이 2018년 11월에 후원의 밤 행사라는 명목으로 ‘옥토버훼스트’라는 술집에서 하루 만에 3,300만 원을 집행했다는 내용이 드러났으며, 해당 지출의 수혜자는 999명이라고 임의로 기재되어 있었다. 정의연의 기부금 운용 및 회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직후, 윤미향 전 대표가 故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모금을 개인 명의 계좌로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 경기도 안성에 있는 쉼터를 고가로 매입해 저가로 팔아 3억의 손해를 보았다는 알 수 없는 행보가 드러나 부정적인 여론을 증폭시켜갔다.

끝없는 의혹 끝에 내려진 결론, ‘법적으로는 문제없어’

정의연 측은 허점 많은 회계 기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선, 정의연이 국세청에 제출해온 회계자료는 여타 법인들과는 달리 자체적인 회계로 공시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2020년에 강화된 제도를 적용한다면 자산 100억 원 이상이나 수입금액 50억 원 이상, 혹은 연간 기부금 20억 원 이상을 받는 법인의 경우에는 외부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2019년을 기준으로 정의연의 총자산은 23억 원, 총수입 역시 14억 원으로 대상이 아니므로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고로 정의연이 수혜 대상 및 3,300만 원 지출은 단순 회계 실수이며,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고 하면 마땅히 처벌할 수 없다. 그리고 정의연은 기부금 집행은 단순히 현금을 생존자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지원 활동 및 쉼터 운영 등이 포함되었다고 해명했다. 사용처가 지정된 ‘목적기금 기부금’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기부금이 22억 1,900만 원이기 때문에, 이 중 41%인 9억여 원을 피해자 지원 사업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의연은 회계상으로 의혹이 드는 부분은 전부 누락된 부분이거나 오기입 한 부분이며, 미숙한 회계를 인지하고 재공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미향 전 대표가 장례식 조의금을 개인 명의 계좌로 받았다는 것도 기부금품법 위반이 아니며, 사적 유용이 절대 없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안성 쉼터 매각 건 역시 전문성이 부족했던 사안일 뿐이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정의연과 관련된 많은 의혹들은 여전히 수사 중에 있다. 윤 전 대표는 친인척을 안성 쉼터에 근무하도록 배정했으며, 김복동 장학금은 정작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하고 정의연과 관련된 시민단체의 자녀들이 수혜하기도 했다, 또 정의연의 편집물 발간 회사는 윤 전 대표의 남편이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정의연이 운영하는 마포 쉼터 소장이 사망하는 등 해명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의기억연대 사태, 왜 문제일까?

이처럼 정의기억연대 사태는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세간에서는 정의연에 대해 수많은 자극적인 보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초기 문제가 되었던 회계 문제에 관해 정의연은 아직까지도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로 공익법인에 왜 기업과 같은 수준의 회계를 요구하는지 의문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회계 문제에 대해 초반에 몇 가지 영수증을 제시하거나, 할머니들께 잘해드리고 있다는 인터뷰를 통해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 특히나 정의연 단체가 그간 다루어온 문제인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국민적 반일정서, 그리고 현세대 페미니즘과 결부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해결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안이다. 정의연은 위안부 문제의 이러한 특성을 무기로 삼아 그들을 지적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다. 소녀상을 우상으로 두고, 할머니를 내세운 활동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그 누구도 섣부른 지적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전 수석은 ‘할머니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는 까닭은 우리 사회의 성역 하나를 허문 것이기 때문이며, 친일 프레임에 걸리면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한 과거에 친일파를 뜻하는 ‘토착 왜구’라는 말이 있었으나, 최근에 정치적 목적으로 다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정치계에서는 반일정서를 이용해 상대를 토착 왜구라고 매도하는 관습이 있으며, 실제로 정의연은 그러한 관습을 부분적으로 이용했다. 정의연은 해명할 때마다 기자들의 질문과 언론의 표현들이 할머니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감정적인 부분을 자극해 방어를 취하려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이러한 방어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는 곧 국민적 반일정서가 그간의 정의연을 성역화시키는데 한몫했다고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일관되지 않았다. 윤 전 대표는 그렇게 지켜내던 할머니와의 관계성을 스스로 끊으며 기억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등의 말로 논란을 불거지게 했고, 이는 윤 전 대표를 지지하는 자들로 하여금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정의연 사태 해결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까닭은 현재 수많은 시민단체와 정치계와의 유착이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시민단체를 통해 진보계열의 국회의원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게 퍼져있으며, 정치계에서 시민단체는 후보의 인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태 이전의 정의연은 많은 시민단체 중에서도 특히나 범국민적인 정서와 지지를 얻어왔으며, 이는 윤미향 전 대표가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된 것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시민단체 및 소수정당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서 지원했으며, 후에 별다른 심층 면접과 경선 없이 진행되었음이 확인되었다. 윤 전 대표가 속했던 더불어시민당은 지난 5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합당 절차가 완료되었고, 윤 전 대표는 비로소 거대 여당의 180석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 청와대와 민주당 대표들은 윤 전 대표와 관련된 답변을 꺼려했으며, 아직까지 윤 전 대표와 관련해서 확실한 입장 표명을 주지 않고 있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부 여성단체 역시 정의연 대표 소속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앞서 말했듯 시민단체는 대다수가 진보 계열로, 일부는 그 맥을 함께 한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정의연에 소속된 이들은 일부 다른 여성 단체에 속해있기도 한데, 문제는 그들이 다른 여성 단체를 앞세워 이들은 사건 폭로 일주일 후에도 정의연의 위안부 관련 활동을 끝까지 지지하겠다며 성명문을 내놓은 것이다. 성명문을 작성한 단체로는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4개 여성단체가 있으며, 이로 인해 친문 성향의 여초계 네티즌들이 섣불리 정의연을 비판하지 못하는 움직임이 비추어졌다. 결국 진영논리로 격화되어 해외 미주 지역의 워싱턴 희망나비, LA 나비, 내일을 여는 사람들 등 전 세계 시민단체들도 보수 언론을 비판하고 윤 전 대표를 감싸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수사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이번 사태로 그 필요성이 가장 대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시민단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다. 정의연과 같은 공익법인은 분명 공익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모든 활동에 면죄부를 줄 순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의연 사태로 인해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를 비추며, 공익법인에 너그러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논란이 정의연 활동의 모든 역사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자면 정의연이 해온 30년 동안의 활동을 명분으로 지금의 논란을 덮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 정의연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돈’이라는 점을 잘 기억해야 한다. 정의연이 최소한 사설 기업이었다면 외부의 회계 감사를 받았을 것이고, 친인척과 관련된 비리가 밝혀져도 이렇게까지 충격을 안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그 누구도 쉽사리 꺼내기 어려웠던 비영리단체의 돈 문제가 화두가 되어 다른 공익법인 전반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고 있다. 공익법인 평가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9,663개의 공익법인 중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법인 수는 5,849곳으로 전체의 60.5%에 해당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익법인을 향한 응원의 시선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비판적인 시선과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8일, 정부는 이에 응답했다. 비록 현 정부가 정의연 사태에 대해 확실한 찬반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의 논란을 염두한 입장 표명을 비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정부는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는 ‘기부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을 발표했는데, 이는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중 교육기관에 적용되고 있는 ‘에듀파인’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에듀파인은 예산과 결산의 상세 내용을 모두 입력하면 정부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혹시 모를 또 다른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제3자로부터 외부 감리를 받는 방식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기부금 사용 내역이 아닌 목적과 합당성을 중점으로 보는 ‘준수 감사’를 추가로 채택하자는 의견도 제시되며 회계 감사 해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못한 친족 문제 등의 양심적 해이의 문제를 당장 법으로 규제하고 파헤치기는 어려울지라도, 적어도 최소한의 법으로써 수많은 기부자들의 뜻을 지킬 방안이 여러 방면에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정의기억연대 사태는 현재까지 명백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검찰 역시 두 달 넘게 윤 전 대표를 소환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야당까지 사건의 해결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당에 사태의 책임이 있다며 비난을 계속하고 있고, 그에 일부 여당 측 관계자는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배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아직도 정치계는 각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만 정의연 사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여러 정당에서는 명백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국민적 정서가 달린 많은 문제들로 논쟁을 지속하여 또 다른 2차 가해를 낳고 있다. 정의연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적 요소와 공익적 목적에 가려진 어두운 면을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임유빈 kss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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