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TV 뉴스 세상에서 생각해온 저널리즘과 뉴스 밸류. 그런 건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했다. 아무리 의미 있고 중요한 기사라도 조회 수 안 나올 거 같으면 바로 ‘킬’이다. 몇 명 보지도 않을 영상을 만들기 위해 온종일 팀원들 달달 볶아가며 고생시킬 수는 없었다. ‘꼿꼿한 저널리스트’에서 ‘조회 수 장사꾼’으로 변신하기까지 불과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MBC 조승원 기자 (보도국 디지털뉴스제작팀장)

유튜브 저널리즘의 등장

최근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유튜브(YouTube)는 영화, 음악,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물론, 시사 정보와 논평을 제공하며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38개국을 조사하여 발표한 ‘2019 뉴스미디어 리포트’에서도 유튜브 저널리즘이 핵심 키워드로 다루어졌다. 이는 전통적 저널리즘의 정의에 비추어 유튜브 저널리즘이 성립될 수 있는지에 관한 학계의 논쟁과 별개로, 뉴스 이용자의 대부분이 유튜브에서 저널리즘을 소비하는 실제 현상에 주목한 결과이다. 지상파와 종편 방송사는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보도한 뉴스를 유튜브를 통해 재방송할 뿐 아니라, 서브 채널까지 마련하여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SBS의 서브 채널 비디오머그는 젊은 층을 겨냥한 콘텐츠로 메인 채널인 SBS뉴스보다 많은 구독자를 확보했다. 방송사의 공식 채널 외에 유명 정치인이나 일반인의 개인 유튜브 채널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펜엔드마이크TV, 신의 한수, 가로세로연구소는 보수성향 유권자가 집결하는 대표 채널이 되었다.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 활동은 비교적 적지만 딴지방송국,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채널이 최근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주류 방송사와 벌인 공방에서 보았듯이 보수 채널과 마찬가지로 높은 여론 파급력을 갖추고 있다.

밑바닥 언론 신뢰도와 개인 뉴스 생산자의 출현

언론 매체로서 유튜브의 약진은 기존 언론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도와 큰 연관이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의하면, 올해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40개국 중 40위(21%)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꼴찌이다. 반면 유튜브에서의 뉴스 이용률은 케냐(51%), 필리핀(49%)에 이어 브라질, 터키와 함께 공동 3위(45%)이다. 4위를 한 작년 조사와 비교해도 이용률이 7%p 올랐다. 종이신문, 고정형 TV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가 바닥을 찍는 있는 사이,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가 언론의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주류 언론은 그동안 ‘객관과 공정’이라는 미명하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권위를 행사해왔다. 오보로 판명 난 후에도 정정 보도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거나, 다분히 정파적인 기사를 포장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중립을 번갈아 들먹였다. 레거시 미디어가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개인 블로그나 포털사이트 댓글 창에 의견을 내비칠 뿐이었다. 이제는 누구든지 뉴스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유튜브 저널리즘의 시대이다. 많은 뉴스 이용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회, 정치 유튜브 채널로 이동했다. 하지만 일견 언론의 민주화가 실현되어 보이는 이 상황에도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낳은 가짜뉴스

유튜브를 레거시 미디어와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유튜브의 메인 피드와 재생 영상 아래에 콘텐츠를 배치하는 추천 알고리즘이다. 이에 레거시 미디어가 갖춘 편성과 배급의 권력은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추천 로직으로 바뀌었다. 방송국의 경우 사용자가 특정 채널을 선택하지만, 유튜브는 사용자가 구독하는 콘텐츠보다도 추천 콘텐츠를 우선으로 하는 독자적인 편성 방식을 따른다. 문제는 추천 알고리즘의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가짜뉴스나 혐오성 영상과 같이 자극적인 콘텐츠가 추천이 더 잘 된다는 합리적 의심과 함께,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이에 유튜브와 구글 측에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유튜브 본사에서는 모기업인 구글이 팩트체커(fact checker)팀을 가동해 조처를 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거나 구체적인 폭력을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자체 기준이 있고, 이를 어긴 콘텐츠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 전체에 1만여 명이 있다고만 알려진 팩트체커팀의 모더레이터(moderator)들이 빠르게 업로드되는 유해 콘텐츠를 그 속도에 맞춰 제거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유튜브는 방송계 전반에 미치는 산업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방송사업자가 아닌 인터넷 사업자의 역할만을 강조하며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 내용에 대해서도 기술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와중에 많은 사회, 정치 유튜버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 잘 되는 영상을 주로 제작하게 된다. 유튜브에서 70% 이상의 트래픽이 추천 피드에서 일어나기에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보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의혹성 기사를 주로 다루다 보니 가짜뉴스를 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같은 정치 성향의 유튜버끼리 서로의 유튜브를 링크하고 다시 추천받는 방식을 통해 영상의 인기도가 과대 측정되도록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자주 접하는 정치 성향의 콘텐츠만을 추천하고, 유튜브에는 영상 하단의 댓글 커뮤니티뿐 아니라 구독자 1,000명 이상의 채널을 위한 커뮤니티 탭이 개설되어 있다. 최근에는 월별 지급금액에 따라 콘텐츠를 차별화하는 멤버십 서비스까지 열렸다. 이들은 모두 뉴스 소비자들의 확증편향과 집단극화에 일조하며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한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서 한국의 응답자 중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비중은 44%로 전체 평균인 28%에 비해 16%p나 높다. 40개국 중 터키(55%), 멕시코(48%), 필리핀(46%)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4%로 체코(3%), 대만(3%), 헝가리(3%), 폴란드(3%)에 이어 4번째로 낮다. ‘유튜브에서의 뉴스 이용률’에서 1위부터 5위에 해당하는 국가가, 방금 언급된 국가들에 전부 포함되는 것은 단순히 우연일까?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한국 사람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정치 관심도가 높고 정치적 성향이 분명할수록 ‘나와 같은 관점의 뉴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이 사태와 유튜브에서의 뉴스 이용이 얼마나 관련되어 있는지는 추후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국내 뉴스 이용자의 확증편향은 이미 벌어진 현실이고 이는 유튜브에서의 뉴스 소비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허위정보나 오정보의 염려가 있는 플랫폼’으로 유튜브가 1위로 꼽힌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며, 그 수치도 31%로 전체 40개국 중 가장 높다. 유튜브에서의 뉴스 이용률이 높은 국가에서 본인의 정치 성향과 같은 뉴스를 선호하며 유튜브를 가짜뉴스의 진원지라 여긴다는 것은, 확증편향에 따라 내 정보는 옳고 상대 정보는 가짜뉴스라 여기어 이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해석된다.

기성 언론의 생존전략, 팩트체크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가짜뉴스에서 제공되는 허위 정보로 인한 시민들의 정치 효능감 하락은 이들의 정치,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언론의 신뢰도를 하락시켜 기존 미디어의 공론장 기능을 훼손하고 뉴스 매체의 기능을 마비시키는데, 이는 다시 가짜뉴스의 자양분이 되어 악순환을 일으킨다. 하지만 무엇을 가짜뉴스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부터 쉽지 않다. 가짜뉴스에 관한 정의가 명확히 내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진영 논리에 따라 서로서로 가짜뉴스라 부르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유통하며 정상적인 뉴스와 유사한 구조로 만들어진 것을 가짜뉴스라 보는데, 이때 타인을 기만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사에서 내는 오보도 거짓 정보를 유통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하지 않다면 가짜뉴스라고 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의도’는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진다. 그 의도를 어느 누가 공명정대하게 분별해낼 수 있을까? 가짜뉴스의 모호한 정의 자체가 가짜뉴스의 본질이기에 자의적인 해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짜뉴스의 분별을 특정 기관에 위임할 경우 당파성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에 어떤 형태로든지 개개인에게 귀속되어 있어야 하지만, 대중에 맡길 시 여론전에 휘말릴 수 있다. 이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정보를 분석 및 활용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일반 개인이 갖추면 해결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향해 ‘가짜뉴스를 소비하지 말자’,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자’는 식으로 외치는 것은 곤란하다. 여태까지 살펴본 언론의 낮은 신뢰도와 유튜브 저널리즘의 현주소는 모두 개인이 자력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또, 닐슨의 ‘2019 뉴스미디어 리포트’에서 이용자들이 유튜브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주요 동기로 ‘흥미성’, ‘편리성’, ‘다양성’이 꼽혔다. 이들 동기가 기존 뉴스에서 주요 가치로 여겨지던 ‘신뢰성’과 ‘전문성’보다 우선시 되었다는 점은,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 가짜뉴스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한 기성 언론이 명목상일지라도 전통적 저널리즘을 대변해왔으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가짜뉴스에 맞서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주류 언론의 보도가 ‘객관과 공정’의 가치를 추구하지 못한다고 본 사람들이 유튜브로 관심을 돌린 상황이다.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유일한 대안은 언론의 신뢰도 향상이다. 이해관계만 고려해보더라도 기성 언론이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팩트체크에 힘쓸 이유가 충분하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팩트체크

‘팩트체크’는 기성 언론과 미디어 기관이 그들의 신뢰와 저널리즘을 동시에 회복하기 위해 이미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언론, 소셜미디어 기업과 미디어 교육기관이 움직였다. 미디어 비평 전문 언론사인 아레 쉬르 이마주(Arrêt sur Images)는 미디어 분석과 성찰을 주제로 한 여러 프로그램을, 르몽드(Le Monde)는 교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읽기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여러 언론사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웹사이트에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의 주도 아래 37개의 프랑스 언론사와 글로벌 매체들이 협력하여 팩트체킹 플랫폼인 크로스체크(CrossCheck)를 출범시켰고, 페이스북은 크로스체크 참여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가짜뉴스 차단 캠페인을 실시했다. 프랑스 미디어 교육기구 클레미(CLEMI)에서는 ‘학교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을 조직하여 교육 자료를 교사들에게 배포하고 있고, 학생들에게는 비판적 뉴스 읽기를 위한 여러 매뉴얼을 홈페이지에 제공한다.

펙트체크만 전담하는 기관도 최근 5년 사이에 4배가 늘어, 전 세계에 200개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주류 언론 산하에 신설된 조직에 비해 비당파적인 비영리 시민단체와 독립언론의 수가 크게 늘어 고무적이다. 영국의 풀팩트(FullFact)는 구글을 도와 팩트체크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의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정치인의 발언을 진실 정도에 따라 등급제로 평가한 뒤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아우르는 아르헨티나의 체케아도(Chequeado)는 논쟁적인 주장에 관한 자료의 출처를 뉴스룸으로 전송해주는 자동화 시스템 체케아봇(Chequeabot)을 선보였고, 아프리카 팩트체크 기관 연합체인 아프리카 체크(Africa Check)는 체케아도를 본받아 짐바브웨와 케냐 등지에서 지역별 펙트체킹을 촉발했다.

언론과 기업, 개인에게 남겨진 과제

국내에서는 2017년 언론사와 대학, 포털의 협력으로 최초의 팩트체크 기관인 ‘SNU팩트체크’가 출범했고, 이듬해인 201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전문 팩트체커 양성을 위해 언론인을 대상으로 ‘팩트체크 디플로마 과정’을 진행했다. 선발자는 8주간의 국내 교육을 수료한 뒤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에 참가하게 되며 소요 비용은 전액 지원된다. 현재 국내 30여 개의 신문·방송·통신·온라인 언론사가 제휴 언론사로 있고, 이들은 팩트체크의 주체로서 공적 사안에 대한 사실 검증을 수행한 결과를 SNU FactCheck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시한다. 또, 방송기자연합회에서 마련한 전문 팩트체커 양성과정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시행되어 전현직 언론인과 미디어 관련 교사, 정치 경제 관련 유튜버 등이 참여했다.

국내의 팩트체크는 규모와 적극성 면에서 앞서 소개한 해외 사례들에 비해 부족하다. 주요 언론사의 역할 비중이 크고, 펙트체크 자동화 기술을 마련해줄 ICT 기업이나 미디어 스타트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선, 현재 개별적이거나 일부 협업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팩트체크 노력이 언론, 소셜 미디어 기업, 미디어 교육기관, 그리고 시민들이 협력하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효과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데, 이는 곧 팩트체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그때에야 비로소 시민들에 요청에 힘입어 비영리 시민단체, 독립언론이나 관련 벤처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시민들은 가짜뉴스 분별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민관에 요청하거나 마련된 대안에 참여해 스스로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고자 노력하는 한편,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민태홍  mintaehong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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