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순간은 시간이 흐르면 우리 곁에 그저 흐릿한 추억으로 남는 법이다. 그러나 여기, 사진이라는 네모난 프레임 안에 순간의 특별함을 기록하는 학우들이 있다. 수많은 시선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학우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서울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정상운 학우  

 

Q1. 안녕하세요! 우선 교지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디자인학과 20학번 정상운입니다. 한옥 파사드 일러스트레이터로서는 ‘정목아이운’이라는 작가명을 사용하고 있어요. 

 

 

Q2. 작업하신 사진이 전반적으로 직선적이고 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서울의 공간, 사람, 순간을 *중형 필름 위에 담아내고 있어요. 특히 제 펜과 카메라는 인문 환경을 향하죠. 사실 제게 가장 중심이 되는 작업은 한옥 *파사드 일러스트인데요, 유럽이나 미주의 대표적인 건축 사조와 고궁, 한옥의 공간 미술을 융합해서 상상 속 건물의 입면을 그려내는 과정이에요. 끝없이 펼쳐진 산과 들보다 마천루가 가득한 대도시의 경관을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불규칙한 곡선보다는 완벽한 직선, 직각을 찾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교하고 세심하게 수평 수직이 들어맞는 느낌이 제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특징이 된 것 같네요. 

 

*소형필름은 보통 직사각형 프레임의 35mm 필름이며 중형필름은 보통 정사각형 프레임의 120mm 필름으로, 소형 필름보다 필름 면적이 넓어 선예도가 우수하다.

*파사드 : 건축물의 입면 중 외관 설계상에서 주요 부분이 되는 면.

 

Q3. 다양한 작업이 공통된 관심사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작업은 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불현듯 흥미로운 주제가 떠오르면 촬영 의도와 화면 구성을 노트에 정리해요. 이후에는 바로 을지로 3가에서 필름을 산 뒤에 삼각대를 들고 시선을 따라 그저 움직이죠. 서울 시내 5대 고궁과 을지로 일대의 건물을 즐겨 찾는데, 최근에는 순간광을 터뜨린 인물 사진도 좋아해서 대상의 이야기가 담긴 장소를 직접 방문하기도 해요.

 카메라의 경우, 소형 필름 카메라인 Canon AT-1과 중형 필름 카메라인 Pentax645를 쓰고 있어요. 보통 50mm 안팎의 렌즈를 사용해서 인간의 육안이 보는 시선을 가장 비슷하게 담는데, 간혹 평면성이나 회화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싶을 때는 200mm 줌렌즈도 사용해요. 컬러로 촬영할 때에는 촬영 과정에서 공간의 색 구성을 예민하게 통제하려고 합니다.

 

Q4. 사진 한 장을 얻어내기까지 많은 요소를 고려하는 만큼, 결과물에 대한 애착도 클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물이 있다면 어떤 사진인가요?

 

  소형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제 자화상이에요. 감도가 무척 높아서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게 낀 결과물이 나왔죠. 타인을 찍거나 휴대폰으로 셀피를 찍을 때는 모두 제 시선이라고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필름으로 찍은 자화상은 다른 사람이 쳐다본 것 같아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저를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한 달에 두 번은 필름으로 저를 찍곤 해요. 특히 이 사진은 살짝 날아간 듯한 가장자리 느낌, 오후의 햇살, 그리고 평화로운 제 방처럼 마음에 드는 것들로만 가득해요. 지난여름의 제가 그대로 담긴 것 같아서 좋아요.

 

Q5.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촬영이라는 행위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사진은 저의 시선을 그대로 담으면서, 디지털과 달리 ‘빛’을 빛이 아닌 ‘색’으로 바꿔 보여줘요. 셔터가 철컥하고 닫히거나, 필름을 자동으로 감아주는 와인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오직 나만 볼 수 있는 세상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소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필름 사진은 장착, 촬영, 현상, 인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사진 한 장에 정말 많은 정성과 신중함을 가하게 돼요. 저는 작업을 통해서 사진을 하나의 회화 작품, 혹은 그 이상의 진중함으로 대하는 법을 익혀나가는데, 그게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Q6. 앞으로 사진 작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제 모든 작업은 서울에서 비롯해 서울로 회귀해요. 제 첫 중형 작업 시리즈는 ‘친애하는 나의 고향, 서울’이었어요. 서울이 공간을 대하는 태도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들여다본 작업이었는데, 서울은 제게 있어서 그림에서는 상상의 무대이자 사진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줘요. 제가 매일 밟는 이 도시의 모든 순간이 작업 영감의 원천이자, 변하지 않는 메시지인 거죠.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아름다움을 만나면 숭고하다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심미적이면서도 너무 신선해서 의아한 시선을 찾아보고 싶어요. 모두가 아는 서울이지만 제가 사는 세계의 서울은 조금 유별나기에, 더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저의 서울을 엿볼 수 있도록 실험적인 장치를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2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 홍세원 학우 

 

Q1. 안녕하세요! 우선 교지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19학번 홍세원이라고 합니다.

 

 

Q2. 사진 작업이 전반적으로 과감하고, 주제 역시 국한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대학생 잡지에 수록되는 화보 촬영을 위주로 작업해왔어요. 이전까지는 취미 정도의 사진을 찍었는데, 우연히 친구의 제안을 계기로 패션 화보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죠. 단순한 인물사진이 아니라 컨셉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다 보니까 조금 과감한 연출이나 시도가 사진에 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이 퀄리티 의상을 대여하거나, 다양한 메이크업과 포즈를 지시하면서 실험적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3. 강렬한 인상을 주는 전문적인 작업물이 많은데, 작업 과정 역시 색다를 것 같아요. 

 

  사실 과감한 연출을 위해서 모델을 섭외하거나, 의상을 대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작업이 그렇겠지만, 촬영 전에 참고할 만한 자료를 충분히 모으고 융통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합니다. 주로 ‘핀터레스트’나 ‘비핸스’ 같은 레퍼런스 사이트를 참고하는 편이에요. 이 과정을 거치면 현장에서의 변수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혼자만의 작업은 아니다 보니, 촬영에 앞서 함께 컨셉을 확정하고 촬영 장소를 정해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추구하는 야외 촬영이라면 카메라와 반사판 하나만 들고 길거리로 나가서 여러 장소를 비교해보겠지만, 일반 스튜디오 촬영이라면 보통 가격이 저렴한 ‘오오스튜디오’나 ‘시오스튜디오’를 애용해요. 시간당 만 원 안팎으로 장소와 기본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이다 보니까 합리적인 장소를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Q4. 여럿이서 작업을 하다 보면 촬영장에서의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2019년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졸업 전시 작품 의상을 대여해서 처음으로 야외에서 촬영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정말 말도 안 되게 추운 날씨였는데, 저희가 섭외한 모델분은 얇은 의상을 입고 장시간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계속 패딩을 덮어 드리고 핫팩을 쥐여 드렸던 기억이 있네요. 촬영이 거의 4시간 정도 걸렸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저는 열정적으로 촬영하느라 후드티 하나만 입고 있었어요.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배경과 모델분의 조화가 눈부시게 예뻐서 행복했던 촬영이었습니다. 고생한 만큼 모델분이랑 팀원들과도 돈독해질 수 있어서 참 기억에 남아요.

 

Q5.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촬영이라는 행위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촬영이라는 게 사실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은 작업이잖아요.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한번 시도해보시면 저처럼 사진의 매력을 쉽게 느끼실 거예요. 시야에 비친,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벗어나 상상하던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평범한 대상을 독특하고 눈부시게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카메라를 잡은 순간만큼은 영화감독이 되어 사진을 통해 하나의 작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Q6. 대상을 새롭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사진 작업을 통해 담고 싶은 분위기가 있나요?

  

  보통 화보 촬영이나 프로필 촬영은 보기에 예쁘고 어느 정도 대중적인 분위기를 담아야 하는데, 저는 그림을 그릴 때도 ‘그저 예쁘기만 한 작업’을 추구하지는 않거든요. 지금까지는 대중성과 제가 추구하는 작업의 경계에서 헤맸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개인 작업을 통해 더 어둡고, 냉소적이고 때로는 기괴하기까지 한 인물사진을 담아보고 싶어요. 특히, 사람들이 마주하기 꺼리는 ‘죽음’, ‘우울’ 같은 다소 어두운 주제를요. 예쁜 것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는 제 욕심이 담긴 사진이겠죠!

 

#3 감정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홍기수 학우 

 

Q1. 안녕하세요! 우선 교지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어국문학과 18학번 홍기수입니다.

 

 

Q2. 사진 작업 전반적으로 포근한 색감이 눈에 띄어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35mm 필름으로 스냅사진을 찍어요. 아직 일상을 기록하는 취미에 가까워서 작업이라고 하기엔 과분하네요. 과거에는 글에 기대서 저를 드러내곤 했는데, 어느 순간 글자를 보면서 권태감을 느꼈어요. 글은 상상의 영역에 속하다보니 그 권태감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영화나 사진 매체를 많이 접했고, 실재에 가까운 필름의 물성에 사로잡혔죠. 

 저는 사진에 저의 경험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하는데요, 필름에 남아 있는 기록을 나중에 들여다보고 만족을 느끼는 것, 그게 제가 행하고 있는 스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3. 멈춰있는 프레임에 개인의 경험에서 파생된 감정을 담아낸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주로 어떻게 촬영하시나요?

 

  저는 어딘가를 갈 때 지도를 찾아보지 않고 내키는 대로 걸어서 활동 반경이 넓은 편이에요. 제 발길이 닿는 장소가 곧 촬영 장소라는 게 스냅의 장점인데, 거기에 딱 들어맞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요. 물결이나 자연물, 건물의 외부와 내부에서 바라본 시선이 특히 마음에 들 때가 있어요. 그저 일상 속에서 간결한 패턴이나 딱 떨어지는 선이 인상적일 때 카메라를 들어요. 

 제 사진은 인물보다는 사물, 그리고 무언가를 가까이 찍어 표현한 게 대부분인데요, 순간의 감정을 온전히 일관된 피사체, 혹은 배경에 담아낼 수 있도록 사진을 찍을 때 대상에 한 발자국씩 더 다가가는 습관이 생겼어요. 사진에서의 조형성이 파괴됨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것 외의 의미가 부여되는 게 내키지 않아서 주의하면서 촬영하기도 하고요.

 

Q4. 그렇다면 촬영이라는 행위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사진은 제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기억하는 알리바이와 같아요. 저는 원체 과거 기억에서부터 무언가를 시작하는 편이라, ‘내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에 큰 영향을 받죠.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전 머리가 좋지 않아서 제가 겪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필름 안에 순간을 담아놓고, 나중에 다시 꺼내 보면서 기억으로 회귀하는 시간을 가져요. 필름 사진은 천천히 시간을 갖고 행하는 표현이고, 필름을 바라보면 당시의 순간이 곧 기억으로 합치되기 때문에 스스로 과거와 현재에 대해 되뇌어 보기에 수월합니다. 

 

 

Q5. 모든 사진이 의미 있는 경험의 기록이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다면 어떤 사진인가요?

 

  프레임 속에 나무의 끝 부분과 빈 하늘을 반반씩 차지하게 한 다음 정상적으로 한 컷, 카메라를 거꾸로 들어 한 컷을 찍어 하나의 필름에 두 번의 노출이 가해지도록 연출한 사진이에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없이 지났던 공원의 미루나무들을 이중노출을 이용해서 촬영한 것인데, 제가 찍은 사진 중에서 과거와 현재의 틈이 가장 넓은 사진이에요. 사진을 찍은 시점은 최근이지만 오래전부터 같은 자리에 있는 나무들의 형상은 과거의 기억과 지금의 저를 이어주는 듯해요. 지금 쓰는 카메라를 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담아낸 기록이라 더 의미 있기도 하고요.

 

Q6. 앞으로의 사진 작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담고 싶은 대상이 있나요?

 

  사진을 찍는 의도보다는, 순간의 인상을 남기려고 해요. 사진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경험이 닿도록 사진에 개인적인 요소를 배제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저의 시선과 감정을 통해 탄생한 이미지가 온전히 보는 사람의 것으로 전치되기를 바라요. 제가 찍는 사진은 제 감정을 대신 보여주는 표현물인 동시에 감상자 개인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지시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단지 ‘한 사람이 행하는 촬영행위가 순전히 촬영자 개인의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담고 싶었어요. 

 앞으로는 그렇게 점점 쌓인 사진들을 하나로 묶어내서 실물로 소유하고 싶어요. 평생 제 일기를 단 한 권도 남겨본 적이 없어서요. 또, 사진을 통해 저를 멀리서 지켜보고 제가 가진 버릇이나 성향을 담으면서 작업 과정에서나 결과로서나 사진을 통해 솔직한 제 자신을 발견해보고 싶네요.

 

바라보는 지점은 다르지만, 학우들이 찍은 사진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이러한 개인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할 때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이라는 개인의 취미에서 더 나아가 ‘전시’라는 공유의 장을 열고 있는 동아리와 소모임을 만나보았다.

 

모래알 :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중앙 사진 동아리 ‘모래알 사진반’입니다. 모래알 사진반은 사진이라는 취미를 함께 나누고 즐기며, 개인적으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전시를 함께하는 동아리입니다. 모래알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데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가장 신뢰성이 있는 건 암실 인화 작업에서 초점을 맞출 때 보이는 점들이 모래알 같다는 이유입니다. 그밖에 한 선배님께서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으시다가 모래알갱이 한 개가 반짝하는 걸 보고 지었다거나, 동아리 단합력이 모래알 같다는 데에서 따왔다거나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HIPS : 안녕하세요. ‘HIPS’는 1994년에 만들어진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사진 소모임으로, 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경계에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이미지들을 만들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저희는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사고와 미감을 바탕으로 실험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hipster’란 단어에서 이름을 따왔다고들 오해하지만, ‘HongIk Photography Study’의 줄임말입니다. 

 

 

Q1. 동아리와 소모임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활동이 있나요?

 

모래알 :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가는 출사와, 전시 활동이 있습니다. 저희는 매주 주말마다 정기 출사를 가며, 주로 서울 내의 장소를 선정합니다. 방학에는 긴 기간 동안 출사를 떠나는 여름, 겨울여행이 있는데 이때 찍은 사진들을 기반으로 전시를 진행합니다. 

 전시에는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신인전’과 동아리 정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모래알 정기전’이 있습니다. 그중 신인전은 매해 초 정기적으로 진행되며, 각자 최소 한 장의 흑백 필름 사진을 직접 현상하고 인화하여 출품합니다. 

 

HIPS : 전시, 워크숍, 세미나가 있습니다. 매년 3월에는 시각디자인과 소모임 전시인 ‘시소전’, 5월에는 신입부원들의 ‘새끼전’과 재학생들의 ‘신인전’, 여름방학에는 ‘정기전’이 이루어집니다. 회의에서는 대부분 작업 피드백을 하며, 전시 후에는 전시에 관한 전체 피드백을 합니다. 작년에는 대면회의의 어려움이 있어 온라인 세미나 위주로 진행했는데, ‘사진 매체 이론 설명 세미나’를 포함하여 ‘사진 포맷 세미나’, ‘카메라 작동 세미나’, ‘캘리브레이터 세미나’, ‘프린트 세미나’ 등이 있었습니다.

 

Q2.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모래알 : 대부분 본인 카메라를 가지고 활동하지만, 카메라가 없는 경우 저희가 진행하는 카메라 대여 사업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출사 장소는 주로 회장단이 기획하고 답사하는데, 지난해와 같은 곳을 가기도 하고 동아리원의 추천으로 새로운 곳에 도전해 보기도 합니다. 출사지에서의 사진 촬영은 꽤 자유롭게 이루어지며, 작게 조를 나누어 움직이거나 개인적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찍습니다. 

 

HIPS : 촬영 장소는 각자 작업의 주제에 따라 정합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각디자인 학부 기자재 관리 시스템 ‘HEXA’나 사설기관을 통해서 카메라나 조명 같은 장비들을 대여했지만, 지금은 모든 장비를 갖춘 상태입니다. 저희가 주로 사용하는 필름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바로 확인할 수 없고, 필름도 비싸기 때문에 모든 사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사진에는 그 한 장을 찍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까지 담기는 기분이 들어서 최대한 원본 이미지를 보존하고자 이미지 데이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과도한 보정을 피하는 편입니다.

 

Q3. 동아리와 소모임을 통해 단체 작업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사진 촬영이라는 행위가 갖는 의미, 혹은 매력은 무엇인가요?

 

모래알 : 특정한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을 제외하면, 동아리 활동 대부분은 개인 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한 카메라를 가지고 서로 알려주거나 도와가며 같이 촬영하기도 하는데, 이때 카메라를 다루는 실력이 늘고 더 다양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촬영은 예술적, 상업적, 기록적 의미 등을 지니지만, 찍는 사람의 의도나 목적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이름 없이 놓인 사진을 보고도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을 때가 있어 ‘찍는 사람을 담는다.’는 사진의 매력이 직감적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전시를 준비하며 선작 과정에 참여하면 한 사진에 대한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무조건 선작이다 싶었던 사진에 시큰둥한 반응들을 보이거나, 반대로 별 매력 없다고 느꼈던 사진이 극찬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미움만 받을 사진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도 사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IPS : 전반적인 촬영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단체 작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아무래도 개인 작업을 할 땐 혼자 모든 걸 해결하다 보니까 조명이나 세트 설치의 규모가 제한적입니다. 저희는 동일한 주제에 대한 미묘한 시각적 차이를 전시를 통해 유연하게 하나로 묶는 작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하나의 대상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시간과 가장 동일하게 작용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찍은 순간은 과거가 되고 다시 돌아가지 못하죠. 하지만 사진은 ‘누가’, ‘언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그 사진의 시공간을 바꿔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고 가치 있습니다. 저는 각별했던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초상을 통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던 사진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마주했을 땐 다양한 생각이 들었죠. 부원 각자의 경험은 다르겠지만, 사진 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에 반해서 온 건 확실합니다! 사진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단체 작업의 매력 중 하나라고 봅니다.

 

Q4. 그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모래알 : 많은 동아리원들이 ‘흑백 필름 암실 인화 작업’을 이야기합니다. 몇 주에 걸쳐 찍은 필름들을 동아리 방에서 직접 현상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필름을 작업하여 상이 보이게 하는 과정입니다. 암실에서 작업한 종이를 용액에 넣으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던 흰 종이에 내가 찍고 기다렸던 사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중에 본인의 이름을 걸고 전시될 작품이 있다는 기대감은 가슴 벅차고 기분 좋은 상상입니다. 작업하는 방법에 따라 인화되어 나오는 결과물이 다르다는 것 또한 암실 작업의 매력이겠죠. 

 

 

HIPS : 2020년 초에 진행했던 ‘왓-이프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새내기에게 소모임을 알리는 ‘시소 전’은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부원들 모두 열심히 준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전시가 엎어지고, 학생들의 등교가 무기한 연기되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부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온라인 목업’ 전시를 계속 준비해나갔죠. 목업 전시는 실제 아트 선재 미술관의 구조와 동일하게 축소판 목업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술관 전시 관람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사진 프린트의 조화를 구현하기 위해 우드락을 비롯한 공업재료를 활용하여 공간구조의 틀을 만들고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전시를 무산시키지 않고, 제약에서 벗어난 다른 방안을 찾으며 협력한 부원들의 책임감이 느껴져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Q5. 모래알과 HIPS에서 사진을 통해 추구하거나 표방하고자 하는 의미나 가치가 있을까요?

 

모래알 : 지금까지 사진을 제외한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정말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결과물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거나, 완벽히 바라던 결과물이라고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진은 다릅니다. 사진은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고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는, 온전한 나의 것이었습니다. 또, 모래알에서는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하고 도와줬습니다. 학생들에게 온전한 나의 것을 만들어낼 기회를 열어주었다는 것이 제가 느낀 모래알의 가치인 것 같습니다. 

 

HIPS : 시각디자인과의 소모임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스스로 ‘왜 사진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모두가 이미지를 쉽게 만드는 시기가 다가왔지만 저희는 반대로 필름카메라를 활용한 번거로운 방식을 통해서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감정을 명확하게 말하고자 노력합니다.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시공간을 담은 한 장을 만드는 것이 모든 부원의 목표죠. 

 

Q6. 이번에 진행된 온라인 전시를 소개해 주세요.

 

모래알 : 모래알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정기전과 신인전이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어 결국 오프라인 전시를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2020 모래알 온라인 전시>에는 43회 신인전, 53회 정기전, 그리고 1월 말에 진행되었던 모래알 사진반의 50주년 전시가 함께 업로드 되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전시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지 못해서 다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계정을 통해 영구적으로 기록해 둘 수 있게 되었고, 방명록처럼 오프라인 전시와 비슷한 점도 있어 나름 만족스럽게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HIPS : 이번 온라인 신인·새끼전의 제목은 <랜덤 전>이고, 포스터를 제작한 부원들의 의견에 따라서 부제목을 ‘무모하게 신중하기’라고 정했습니다. ‘랜덤’이라는 말 그대로 힙스 전시 최초로 무기조로 진행했는데, 기존에 작업을 해오던 부원들이 많다 보니 전시가 수월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도 주소창에 ‘thevisionhips.com’을 검색하시면 관람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7. 앞으로 진행해 보고자 하는 작업이나 목표가 있나요? 

 

모래알 : 꼭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며 모래알의 한 해를 기록으로 담은 포토북을 제작해보고 싶습니다. 중요한 행사에 중점을 맞추지 않고, 소소한 일상들의 모습을 기록하여 지나고 보며 웃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자 합니다. 또,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각자의 작업물을 함께 나누는 전시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사진을 통해 표현해 보면 흥미롭고 뜻깊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HIPS :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20대’에 대해서 먼저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구성원들이 찍은 20대의 초상 작업을 모은 프로젝트로, 2021년에는 책과 e-book으로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처음으로 합동 책을 만들어 보았는데, 앞으로도 매년 아카이브로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진정된다면 이전처럼 외부 공간을 대관하여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과 저희 작업을 공유하기도 하고, 활발한 세미나와 워크샵, 전시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향후 신입 부원 모집 계획

모래알 : 모래알 사진반은 상시모집 동아리입니다. 새 학기가 되면 홍보게시판에 포스터와 홍보 글이 올라갈 텐데 연락처를 보고 연락 주시면 쉽게 동아리의 일원이 되실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취미를 가져보고 싶다면 모래알 사진반으로 연락주세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morealphoto, 모래알 온라인 전시 계정 @mo_real_20_20

 

힙스 : 편리한 시대에 귀찮고 번거로운 필름 카메라를 쓰는 부원들과 함께 활동해나갈 힙내기를 모집합니다! 3월 온라인으로 열릴 시각디자인과 소모임 전시인 ‘시소전’ 이후 21학번 시각디자인과 카페를 통해 새내기 입단 과제 및 공지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다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HIPS_OFFICIAL, 힙스 아카이빙 사이트 ilovehips.kr/

 

지금까지 삶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순간이 눈앞에 다가온다면, 이들처럼 카메라 뒤에 서서 셔터를 누름으로써 그 순간을 조금 특별하게 붙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윤  jy0007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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