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을 처음 펼치고 “내가 디스크 환자도 아니고, 이런 내용을 읽어서 뭐해?”라며 시큰둥해하는 여러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그렇다면 당신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지금 몇 시간 째 의자에 앉아있는 중이거나, 온종일 모니터만 바라보거나, 무심코 다리를 꼬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의 목과 허리, 안녕하신가요?

디스크의 정의

우리가 디스크라고 부르는 질병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척추는 여러 개의 작은 척추뼈가 모여서 마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척추뼈들 사이에는 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을 막아주는 쿠션의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는데 이것을 추간판(disc)라고 합니다. 추간판은 누워있을 때 쫙 펴져 있는 상태지만, 일어서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납작해져 바깥쪽으로 튀어나오는 형태가 됩니다. 정상적인 추간판은 다시 누운 자세를 취하면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만,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부적절한 자세를 오랫동안 취하면 추간판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며 밖으로 돌출됩니다. 후방으로 돌출된 추간판은 해당 부위 근처의 신경을 누르며 요통, 다리 저림 등을 유발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추간판 탈출증, 즉 질병으로서의 디스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허리 근처의 추간판이 탈출하면 허리 디스크, 목 근처라면 목 디스크라고 정의합니다.

디스크는 현대인에게 가장 흔한 질병입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디스크를 가진지도 모른 채 살다가, 지나치게 악화된 이후에나 발견하곤 합니다. 그러나 디스크는 완벽한 치료가 불가능한 만큼, 초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병입니다. 지금부터 보여드리는 자가진단 리스트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해당 부위의 디스크 증세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스크의 자가진단

[목]

ㅁ 눈을 감고 앞으로 50걸음을 걸었을 때, 일자로 걷지 못한다.

가장 일반적이고,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목에 있는 추간판은 척추를 통해 하체까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신경이 심한 압박을 받는다면 일자로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때 힘이 떨어지기보다는 감각이 떨어지는 것으로, 걸음걸이가 술을 마신 것처럼 휘청거리거나 대각선으로 걷게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ㅁ 평소에 있던 목이나 어깨 통증이 팔을 머리 위로 들면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

목 디스크가 심하면 목에서 팔까지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기 때문에 목, 어깨, 팔 등에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면 평소보다 신경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에 통증이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ㅁ 손가락끼리 전부 붙인 채 20초 이상 버티지 못한다.

목 디스크로 인해 눌리는 신경은 목이나 어깨뿐 아니라 손가락 하나하나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목 디스크 증세가 심각하다면, 손가락 마디별로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손가락을 붙인 채 20초 이상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한 개씩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허리]

ㅁ 똑바로 누워서 다리 길이를 쟀을 때, 두 다리의 길이가 다르다.

한쪽 다리가 짧다면 골반이 삐뚤어졌거나 척추가 불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간판은 평소에 자신이 무게중심을 자주 쏟던 방향의 후방으로 주로 탈출하는데, 이 결과로 다리 한쪽의 길이가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습니다.

ㅁ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와 평소의 키가 똑같다.

허리가 건강한 경우 아침에 일어나서 키를 재면 평소보다 2cm 정도 큽니다. 대부분이 콜라겐과 수분으로 구성된 추간판은 낮 동안 생활하며 중력으로 인해 눌리다가, 잠을 자며 누워있는 동안 이에 가해지는 중력이 사라지며 다시 수분을 공급받아 팽팽해지고, 따라서 이 수치만큼 아침에 키가 큰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자고 일어난 뒤에 신장의 변화가 없다면, 해당 기능이 퇴행했음을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ㅁ SLR 테스트(Straight leg raising test, 하지직거상 검사)

SLR 테스트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신경의 압박, 그에 따른 허리와 하체의 통증을 재현하기 위한 검사입니다. 검사자는 한 손으로 환자의 발뒤꿈치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무릎 상부를 가볍게 눌러 환자가 무릎을 굽히지 못하도록 합니다. 이 상태에서 다리를 천천히 올렸을 때,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40~60° 사이에서의 통증은 신경근의 긴장 상태, 40° 미만에서의 통증은 신경근이 심하게 압박받고 있는 상태로 진단합니다.

디스크의 원인

디스크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류의 이동방식에 있습니다. 인류는 4개가 아닌 2개의 다리로만 걷는 직립보행을 기반으로 손을 이용해 무한한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그만큼 목과 허리에 무거운 짐을 안겨준 셈이 되었습니다. 이족보행은 중력으로 받는 무게를 각 관절과 근육이 나누어 담당하는 구조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하중을 받는 부위는 척추의 추간판입니다. 따라서 디스크는 인류가 이족보행을 시작한 그 날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0대의 디스크 환자 급증은 이보다 생활 습관으로 인한 원인이 더욱 큽니다. 특히 무거운 물건 운반, 청소 등을 위해 허리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나 강의, 문서 작업 등을 위해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디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앉아있는 자세는 서 있는 자세보다도 허리에 많은 부담이 갑니다. 또한 오랫동안 앉아있다 보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한 자세로 돌아가게 됩니다. 등은 굽어지고, 목은 앞으로 나오며, 다리를 꼰 자세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 몸에 편한 자세들은 목과 허리에 매우 치명적입니다. 등이 굽은 자세는 서 있을 때와 비교하여 척추에 가해지는 무게가 2배가량 많으며, 다리를 꼬는 자세는 척추와 연결된 골반의 균형을 무너뜨려 혈액순환 장애, 배설기관 압박 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로 움직이는 시간은 줄어들고, 앉아서 모니터를 보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기 때문에 목, 허리 디스크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디스크의 위험성과 치료

몇몇 사람들은 “목이나 허리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아픈 건데, 뭘 그렇게 걱정하느냐”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디스크의 무서운 점은 단순한 목이나 허리 통증이 아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에 있습니다. 척추 안에는 척수라는 신경 다발이 있는데, 이는 뇌에서 나온 신경과 각각의 말초기관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추간판이 심하게 탈출하여 척수를 누르게 된다면 보행 장애, 감각 이상, 부분 하반신마비 등에 시달릴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신경 손상, 대소변 장애, 사지 마비 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되지만, 디스크를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디스크에 대한 의학적 치료가 도움이 되는지는 현재까지도 의사들 간의 논쟁거리입니다. 현재 척수 압박으로 인한 배변 장애, 운동 신경 손상 등의 치료를 위해서는 대부분 추간판 절제, 인공 추간판 삽입 등의 수술적 치료를 권장하는데, 이것은 척추나 목을 지탱하는 뼈, 수핵 등의 구조물을 잘라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허리나 목의 지탱하는 힘은 약해지고, 따라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후 재수술에서는 기존보다 더 넓고 위험한 부위를 잘라내야 하고, 이에 따라 수술의 위험성은 점차 증가하며 회복 속도는 더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비수술적 치료라고 해서 결코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비수술적 치료는 주로 약물치료, 운동, 물리치료, 추나요법(*밀 추(推), 잡을 나(拿)의 합성어로, 한의학에서 인체를 밀고 당겨서 구조를 바로잡는 치료 방법) 등을 진행하는데, 이들이 디스크 증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끊임없이 도출되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점은 많고 위험성도 높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사실 역시 치료를 망설이게 합니다. 특히 인공 추간판 삽입 등의 수술적 치료는 대부분이 비급여, 즉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수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 이상의 치료비용이 발생하곤 합니다.

결국 디스크는 증세가 심해지면 단순한 목이나 허리 통증을 넘어서 다른 부위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완벽한 치료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지만, 치료 비용은 굉장히 비싼 질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목, 허리 디스크에 노출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세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홍익대학교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소 모습을 살펴보며 어떤 점이 허리와 목에 치명적인지, 해당 상황에 어떻게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익대학교 학생 맞춤 디스크 예방법

√ 과제를 위해 논문에 둘러싸이는 문대생 : 논문을 몇 개씩 찾아가며 제출해야 하는 과제에 치이는 문대생들,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부적절한 자세입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화면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을 숙인 구부정한 자세가 되고, 이는 곧 목 디스크에 쉽게 노출됨을 의미합니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모니터를 60도 각도로 구부정하게 볼 때 목뼈가 받는 압력은 27kg으로, 어린이 한 명의 무게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때 노트북(태블릿) 거치대를 사용하면 눈과 화면 높이를 동등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목 디스크나 거북목 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무거운 작품 옮기기에 도가 튼 미대 실기생 : 금속, 도예, 목조 등 각종 무거운 작품을 옮기는 미대생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하는 알바생들에게 잘못된 자세는 허리 디스크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바닥에 있는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허리만 숙여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은 허리에 치명적입니다. 반드시 무릎이 땅에 닿을 때까지 몸 전체를 숙이고, 일어날 때도 무릎으로 하중을 견디며 일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물건을 들고 앞으로 움직일 때는, 몸과 물건이 멀어진다면 그 무게를 온전히 허리와 어깨가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물건을 몸에 딱 붙여서 이동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나면 허리 부분에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찜질팩을 사용하여 냉찜질, 온찜질을 해주는 것은 근육통을 풀어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허리디스크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 유체역학, 수학... 전공책 무한반복 공대생 : 독서실에 앉아서 몇 시간 동안이나 전공책만 바라보고 있는 공대생들. 문대생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부적절한 자세입니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엉덩이는 의자 끝으로 옮겨지고, 등받이에는 어깨만 기대며, 다리는 꼰 자세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허리 굴곡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척추 S자 라인의 변형을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의자에 앉아있을 때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이것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터넷에서 허리 받침대, 자세교정쿠션 등을 구매하여 의자에 놓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1시간에 한 번 정도는 일어나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거나, 짧은 거리를 걷는 것도 허리와 목 디스크 예방에 큰 도움을 줍니다.

√ 미래의 화이트칼라 직업, 양복에 넥타이 경영대생 : 미래에 넥타이와 양복, 서류 가방과 함께 기업을 이끌어 나갈 경영대생. 화이트칼라 직업에 상징과도 같은 저 물건들은, 사실 디스크를 유발하는 원인입니다. 꽉 조이는 넥타이는 목의 상하좌우 움직임을 제약하기 때문에 목이 뻣뻣한 상태로 유지되게 하므로, 평소에는 넥타이를 살짝 풀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양복 뒷주머니에 지갑 등을 넣고 앉는 행위는 다리를 꼬고 앉은 것처럼 골반을 틀어지게 하니, 이것을 자제하는 것 역시 허리디스크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무거운 서류 가방의 경우, 한쪽 손으로 드는 것은 몸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직장인이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다양한 스타일의 백팩이 나오고 있으니, 허리를 위해서 하나 장만해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이 시국에 책임감 있는 어른, 침대와 혼연일체 휴학생 : 침대와 넷플릭스와 한 몸, 코로나 시국에 매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한 휴학생. 누워있는 것이 허리에 가장 부담이 적은 자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자세로 누워있는 것은 서 있는 것만 못합니다. 침대에서 바른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베개 두 개면 충분합니다. 하나를 머리에 베고, 다른 하나를 무릎 밑으로 넣어 몸 전체를 S자 형태로 만드는 자세가 척추에 최소한의 부담을 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바른 자세로 누워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해도, 몇 시간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이를 지속하는 것은 당연히 척추뿐 아니라 몸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추간판의 대부분은 수분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충분한 물 섭취는 허리와 목 건강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공대생처럼 1시간에 한 번 정도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디스크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목과 허리 디스크는 병원 치료를 통해 해결하기 힘든 위협적인 병이지만, 바른 자세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쉽게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수고했지만, 앞으로 더 오랜 시간을 수고해야 하는 우리의 목과 허리,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태섭  taesub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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