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뿌리는 식물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수학에서는 그것을 ‘행렬’이라고 부른다. 지금부터 행렬은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었는지 알아보자.

 

 

행렬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

행렬은 오랜 역사를 가진 수학적 개념이다. 행렬에 대한 연구의 흔적을 서양의 경우 기원전 4세기경 바빌로니아인들의 점토판에서, 동양의 경우 3세기 무렵 중국 한나라 시대의 책 구장산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행렬의 개념이 정확하게 자리 잡기 전에는 연립 방정식의 해법을 위한 도구에 가까웠고, 이후 행렬식의 등장과 더불어 현대에 이르는 여러 수학자의 개념 확립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행렬의 개념에 가까워지며 점차 발전했다.

행렬은 여러 개의 수, 문자를 직사각형 형태로 배열하여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쉽게 생각하면 표와 같이 정렬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때 행렬을 이루는 각각의 수 혹은 문자를 성분이라고 한다. 행렬의 성분이 가로로 배열된 줄은 ‘행(row)', 세로로 배열된 줄은 ’열(column)'이라고 부른다. 다음의 간단한 행렬을 살펴보며 행렬을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보자. 
위와 같은 행렬 A를 살펴보면, 첫 번째 가로줄, 즉 첫 번째 행은 2와 3이라는 성분을 갖고 첫 번째 열은 2와 5의 성분을 갖고 있다. 행의 개수가 m개, 열의 개수가 n개 일 때 그것을 mxn 행렬이라고 부르고, 행렬 A는 각각 행과 열의 개수가 2개이므로 2x2 행렬이 된다.

그렇다면 행렬을 이용한 연산으로 우리는 어떤 것을 알 수 있을까? 행렬 또한 하나의 식처럼 덧셈, 곱셈과 같은 사칙연산이 가능하다. 홍익이와 와우가 M사 또는 L사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햄버거	감자튀김
M사	5000원	2000원
L사	6000원	2500원

	홍익	와우
햄버거	1개	2개
감자튀김	3개	1개

 

왼쪽의 표는 홍익이와 와우가 조사한 각각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의 가격이고, 오른쪽 표는 홍익이와 와우가 구매할 햄버거와 감자튀김의 개수이다. 위 두 개의 표를 행렬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M사와 L사에서 음식을 구매할 때 홍익이와 와우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첫 번째 행렬의 행과 두 번째 행렬의 열의 성분들을 순서대로 곱한 후 더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즉 홍익이가 M사에서 구매할 때 지불해야 할 금액은 5,000원짜리 햄버거를 1개, 2,000원짜리 감자튀김을 3개 구매하므로 11,000원이다. 이렇게, 행렬의 곱은 앞에 위치한 행렬의 행과 뒤에 위치한 행렬의 열을 곱하고 더함으로써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행렬의 곱 연산은 엑셀의 함수 기능으로도 구현되어 있는데, MMULT(Matrix Multiplication)라는 엑셀에 내장된 함수 기능을 이용해 크기가 큰 행렬에 대해서도 손쉬운 계산이 가능하다. 행렬이 일종의 엑셀 프로그램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홍익이와 와우의 이야기에서 살펴본 사례 행렬은 지불 금액 계산이라는 단순한 목적이다. 하지만 행렬의 차원, 즉 행렬을 구성하는 행과 열의 수가 입력되는 정보의 양과 비례하여 막대하게 커지게 될 때 행렬은 효과적인 계산 도구가 된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연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의 양을 주문하고 가격과의 이해관계를 따져볼 때, 행렬로 각 연료의 값과 종류를 행렬을 이용해 정리한 후 정해진 연산 법칙으로 계산한다면, 많은 수의 계산식을 나열하여 계산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다. 즉, 행렬을 이용하면 대량의 데이터를 손쉽게 다룰 수 있다. 최근에는 대량의 데이터 처리에 큰 크기의 행렬을 작은 행렬로 분할하고, 분할한 행렬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분할 행렬 곱 기술’도 널리 쓰여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지 처리에 활용되는 행렬

디지털 이미지 처리에도 행렬이 이용된다. 우리가 보는 사진이나 이미지는 아날로그 이미지이기 때문에 컴퓨터는 사람의 눈이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처럼 곧바로 이미지를 읽어낼 수 없다. 그래서 컴퓨터가 읽어낼 수 있는 디지털 정보, 즉 숫자로 바꿔 나타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아날로그 이미지를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이용되는 것이 행렬이다. 흰색 정사각형 안에 주황색 원이 있는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이미지를 작은 픽셀로 나누고 흰색 픽셀은 0, 주황색 픽셀은 1로 가정한다. 그 후 각 픽셀에 해당하는 색과 대응되는 숫자가 성분이 되어 이루어지는 행렬을 작성한다. 이러한 정보를 받아들인 컴퓨터에는 성분의 값이 0보다 클 때는 주황색으로, 0보다 작거나 같을 때는 흰색으로 출력한다는 조건문을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디지털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로 변환된 이미지를 아날로그 이미지와 비슷한 정확도로 만들어 내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다음의 그림에서,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는 원본의 이미지를 더 잘게 나눈 정도의 차이이다.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미지를 표현하는 픽셀 수가 많을수록 더 정밀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해진다. 

 

행렬을 이용한 이미지 처리법은 단순한 색 구성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색을 가지는 이미지 처리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앞선 이미지와 같은 단색 이미지는 0과 1 같이 한 가지 기준으로 분류하여 색을 표현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용되는 많은 이미지는 흑백 이미지가 아닌 여러 가지 색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방식을 이용한다. 바로 RGB 색 표현방식이다. R(Red), G(Green), B(Blue)의 0부터 255까지에 이르는 값을 조정하여 정확한 색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색을 한 가지 기준으로 구분해서 하나의 행렬에 담는 방법과는 다르게 RGB 색 표현방식을 이용한 행렬은 R값을 담고 있는 행렬, G값을 담고 있는 행렬, B 값을 담고 있는 행렬, 총 3개의 행렬을 이용한다. 행렬의 성분 값을 3가지 색 정보로 분리하여 쌓아놓았기에 3차원 배열과도 비슷하다. RGB 색 표현방식은 각각의 RGB 값에 픽셀당 256가지의 값을 입력할 수 있어서, 값의 조정을 통해 기존의 행렬보다 더 정확한 색으로 이미지 처리가 가능하다. 

 

행렬을 이용한 도로 교통 흐름 분석

오래전 행렬의 개념이 현대적으로 발전되기 전부터 행렬이 방정식 풀이의 도구로 기능했던 것처럼, 행렬은 여러 개의 방정식이 주어졌을 때 답을 구하는 효과적 도구이다. 그리고 현대에도 행렬은 교통 흐름 분석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교차점으로 들어가는 모든 교통량은 그 교차점을 떠나야 한다.’는 교통 법칙과 도로 교차점을 통과하는 교통량은 음이 될 수 없다는 것만 기억한다면, 시간대에 따라 어떻게 교통 흐름을 조절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교차로	들어오는 교통량	나가는 교통량
A	x1 + x2	150
B	400	x1 + x4
C	x3 + x4	350
D	250	x2 +x3

다음과 같은 도로망에서, 구간 교통량의 최솟값과 최댓값을 앞서 언급한 교통 법칙에 유의하여 식을 세운다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각 교차로로 들어오고 나가는 교통량이 같다는 것을 이용해 다음과 같은 4개의 식을 얻는다. 

계산을 위해 각각의 식에서 계수와 우변 값으로만 구성된 다음과 같은 첨가행렬로 나타낸다. 

 

 

이때 행렬의 연산법 중 하나인 가우스-조르단 소거법을 이용해 각 구간의 교통량을 구할 수 있다.

 

*가우스-조르단 소거법 : 1) 두 행의 위치를 바꾸거나, 2) 0이 아닌 상수를 곱하거나 또는 3) 상수를 곱한 후 다른 행에 더하여 선도 1을 얻는 과정.

*선도 변수 1 : 각 행에서 1로 시작하며, 아래 행으로 내려갈수록 오른쪽에 위치한다. 선도 변수를 제외한 모든 성분은 0이어야 함.

 

①가우스-조르단 소거법을 이용해서, 1행 1열에 위치한 1^*을 기준으로 1열에 위치한 다른 성분을 모두 0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1행 1열을 제외한 모든 성분은 0이므로, 2행 1열의 1만 0으로 만들어주면 된다.

0으로 만들기 위해 1행에 -1을 곱한 후, 2행에 더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②이제 2행 2열에 위치한 -1을 기준으로 2열에 있는 다른 성분들을 0으로 만드는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선도 변수 1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2행 2열의 -1을 1로 바꾸기 위해 2행에 -1을 곱하여 다음과 같이 만든다. 

그 후, 마찬가지로 2행 2열의 1을 제외한 2열의 다른 성분들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적당한 수를 2행에 곱해 다른 행에 더해준다.

 

 

③마찬가지의 과정을 3행에도 적용하여 계산하면 결과적으로 다음과 같은 행렬을 얻을 수 있다. 

반복적인 가우스-조르단 소거법의 적용으로 4행의 선도변수 1도 얻어야 하는데, 3행의 소거법 적용 후 4행 4열에는 선도변수 1이 남지 않게 된다. 즉 0*x=150이 되므로 x₄는 무수히 많은 해를 갖게 된다.

무수히 많은 해를 갖는 방정식의 해는 변수를 임의의 수로 치환하여 나타낼 수 있고, x₄또한 임의의 수 t로 치환해서 표현한다.

 

④1~3열은 방정식의 좌변, 4열은 우변을 옮겨 적은 행렬이므로 마찬가지로 좌변에 있는 x₄, 즉 t를 우변으로 옮겨 정리할 수 있다. x₁=400-t, x₂=-250+t, x₃=350-t와 같이 임의의 수 t를 이용해 다른 세 개의 변수를 표현하는 식을 만든다.

 

⑤각각의 교통량이 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위의 t로 표현된 4개의 식을 부등식으로 표현한다. 4개의 부등식이 나타내는 공통 구간의 양 끝이 임의의 수 t의 최대, 최솟값이 된다. 구한 t 값을 t로 표현된 각각의 변수에 해당하는 식에 대입하여, 구간별 교통량의 최댓값과 최솟값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구한 교통량의 최댓값과 최솟값은 어떻게 활용될까? 만약 한쪽 도로 구간에 공사가 필요하다면 해당하는 구간을 지나는 교통량을 통제하고 다른 쪽 구간의 교통량을 증가시킴으로써 교통 혼란이나 정체를 방지할 수 있다. 이렇듯 교통량은 시간대별 교통 흐름을 조절하는 것에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교통 흐름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차량의 도로 통과 시간을 조절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는 앞선 예시의 도로망보다 복잡하고 거대한 도로망이 많아서, 훨씬 더 거대하고 복잡한 연립 일차방정식이 얻어진다. 많은 수의 방정식이 연립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거대한 몸집의 연립방정식을 풀어내기에 효과적인 도구로 행렬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행렬로 표현된 정보 값들을 컴퓨터를 통해 처리할 때는 값의 조절이 용이하므로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여 교통량 조절이 가능하다.

 

행렬을 이용해 암호문을 풀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행렬의 쓰임새와는 다르게, 행렬은 또 다른 분야에서도 효율적인 도구가 되어 이용되고 있다. 바로 ‘암호학’이다. 현대의 암호학은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암호 생성 방식을 따르지만, 암호 기법이 발전하기 전 고전적인 방법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문장을 어떠한 규칙에 따라 다른 문자나 숫자로 치환한 후 암호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치환을 원리로 이용하는 암호 기법의 하나인 힐 암호 체계는 치환된 문장을 행렬을 이용해 암호화시키고 있다.

 

이때 함께 이용되는 행렬의 원리는 ‘역행렬’이다. nxn의 정사각행렬에 대하여 원래의 행렬과 곱했을 때 단위행렬 I와 같아지는 행렬을 역행렬이라고 부르고, 원래의 행렬에 위첨자로 -1을 표기하여 쓴다. 그리고 이것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AA^-1=I

*단위행렬 : 대각선상의 성분이 모두 1이고 그 외의 성분은 모두 0인 행렬.

3x3의 단위행렬은 다음과 같다. 

 

평문을 M, 평문을 암호화할 키(key) 행렬을 A, 암호문을 B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암호화가 가능하다.

B=AM

*평문 (plaintext) : 암호화되기 전의 읽을 수 있는 문장

*암호문 (ciphertext) : 암호화에 의해서 읽을 수 없게 된 문장

 

만약 암호문의 수신자가 평문 M을 알고 싶다면, 키 행렬의 역행렬 A^-1을 양변의 앞에 곱했을 때 역행렬의 정의에 의해 우변에는 평문 M만 남기 때문에 쉽게 평문을 구할 수 있다.

A^-1B=A^-1AM

A^-1B=IM

A^-1B=M

 

다음과 같은 임의의 2x2 행렬을 가정하고,

아래의 역행렬을 이용해서 암호화되어있는 간단한 문장을 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암호문과 키 행렬이 아래와 같을 때

키 행렬의 역행렬과 암호문 행렬을 곱해 암호문을 풀 수 있다. 실제로 키 행렬의 역행렬과 암호문 행렬을 곱하면, 평문의 행렬은 다음과 같다.각각의 숫자는 아래의 표와 같이 알파벳 순서대로 대응하므로 원래의 평문이 ‘HONG'임을 알 수 있다.

A	B	C	D	E	F	G	H	I	J	K	L	M	N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O	P	Q	R	S	T	U	V	W	X	Y	Z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암호문의 수신자와 송신자 사이에 키 행렬에 대한 정보가 적절한 보안 수준에서 공유된다면, 송신자는 쉽게 평문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또한, 키 행렬을 주기적으로 바꿔줌으로써 보안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렇듯 행렬은 현대적인 암호화 기법이 발달하기 전 정보를 암호화하고, 보안을 유지하여 정보를 주고받기에 유용한 도구로 기능했다.

 

 

행렬은 대량의 정보를 담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삶 전반에 편리성을 증진하도록 돕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정보를 담는 또 다른 형태의 바구니가 되어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박지원  05ovo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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